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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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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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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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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8) 첫 국무회의

DUMMY

정치라는 게 사실 죄다 돈 드는 일이다.

그것도 아주 큰돈이.


“대통령님. 지금 그런 일에 돈을 쓰실 때가 아닙니다. 아이들이야 돌을 씹어 먹어도 클 나이 아닙니까. 그것보다는...”


또 반대를 위한 반대.


“돌을 씹어 먹어도 크는 나이요? 열 살도 안 된 꼬맹이들에게 벌어진 일들입니다. 제가 한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셨어요?”


대통령이 된 후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열었다.

미성년까지의 아이들이 배를 곯는 일이 없도록 언제 어디서든 밥을 무료로 먹게 해주자는 제도.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려나.


“아직 무상 급식도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일단 그것부터라도...”

“하는 김에 그것까지 이번에 완전히 자리를 잡도록 하죠.”

“병사들 월급도 올려야 되는데...”

“그건 내가 따로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급한 거 아니니 조금만 미루죠.”

“세금낭비라고 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습니다. 영유아 정도에게만 허용하는 건 어떨까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중에는 형편 안돼서 밥 굶는 아이들 없답니까? 급식이 완전하게 된다 해도 빈틈이 생깁니다. 그것까지 막자는 거예요.”

“일단 정확한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당장 전국의 자영업자에게 무조건 그렇게 하라고 하면 일대의 혼란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아주 큰돈이 들어가니 협조를 좀 해 달라.

설득하려면 이렇게 귀찮다.



그날 밤.


“재단을 하나 운영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비서실장에게 또 부탁을 해야 했다.


“재단요? 무료 급식 재단 뭐 그런 걸 말씀 하시는 겁니까?”

“정말 야당 의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국무위원들도 어쩌면 저렇게 핑계만 댈 수가 있는 거죠?”


물론 내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나마 청렴하고 일만 열심히 할 것 같은 사람들로만 골라서 임명을 했지만 그들이 보기에 내가 지나치게 급진적인 사람으로 보일수도 있는 일인 것도 맞다.


“사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제도입니다. 그것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동네의 자영업자들에게는 고정 고객이 확보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만 먹게 하자는 취지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까요. 하지만 모든 국민이 자영업자가 아닌 게 문제네요.”


월급쟁이들은 또 피 같은 세금이 쓸데없는 곳에 쓰인다는데 트집을 잡을 것이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도 지새끼 밥 안 굶기는 건 부모가 당연히 해야 되는 일 아니냐고 언성을 높일 것이고, 그러지 못하는 가정들이 많다고 하면 그 사람들의 형편까지 왜 배려를 해야 하냐고 말할 것이다.

과연 언제쯤이면 남의 아픔에 관심을 가지고 동조를 해주는 게 자연스런 날이 올까.


“결국은 또 국민과의 대화를 해야 하는 건가요?”

“귀찮으시면 재단은 그냥 하나 만들면 됩니다. 당장 전화한통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구요.”


전화 한통 넣어서 그냥 하나 만들면 된다라...

부럽군.

내가 아니라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됐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문득 궁금해진 것 하나.

수십 년 전 국내 대기업 회장이 만약 정말 대통령에 당선이 됐다면 천지가 개벽할 일이 일어났을까?


‘하긴 트럼프도 보기 좋게 실패했지.’


정치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물질적인 이해관계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도 고려를 해야 하니까.


“막 퍼줘도 됩니다. 물론 밸런스는 지켜야 하겠지만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이구요.”


항상 돈 걱정을 하는 한 나라의 지도자의 옆에 세계최고의 부자가 비서실장으로 있다는 걸 계속 상기시켜준다.

하지만 비서실장도 잘 알 것이다.

내가 왜 무턱대고 눈먼 돈을 마구잡이로 끌어 쓸 생각보다는 더 좋은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지를.


“정말 베일에 싸인 가문의 힘은 대단하군요.”

“아이들 밥 사주는 일이잖습니까. 전쟁을 일으키거나 펜데믹을 일으키는 것처럼 세상을 들썩이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냥 밥값 좀 내면 되는 일이예요.”

“그러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간단한 일인데...”


그 옛날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우리나라 대한민국.

굶어죽는 아이들 많을 때 외국인 목사인가가 와서 도움을 주는 일도 있다고 했었지.

그런 종류의 의인으로 포장해서 재단을 만들고 고정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그런데 이것 하나는 정말 제도화 시키고 싶습니다. 강제성이 있는 제도로요.”


내 임기가 끝난 후에도 비서실장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비서실장님도 언제까지 살아있는 불사조도 아니지 않나.

그러기 위해서는 그 누가 지도자가 되더라도 반드시 지키게끔 해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국무위원이 아니라 국민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결국은 또 생방송 토론이네요.”


대통령과의 생방송 토론.

안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해서 일일이 설득을 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하지만 휴진정성에 비해 품이 너무 많이 든다.

언제까지 모든 일을 국민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하면 국회의원들이 왜 있겠나.


"이거 하는 일도 없는 국회의원들 연봉을 반토막을 내야 하나."

"하는 일이 없기는 하죠."

“휴...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법제화 시켜야 되겠어요. 거부하면 위법이 되게끔 말이죠.”

“손댈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그래도 해야죠. 팀하이드의 도움이 좀 필요하겠는데요. 그리고 시장 군수 이런 분들 좀 봐야 되겠습니다. 국회의원들도요. 한 번에 다 부르거나 할 수는 없으니 화상으로 연결 가능한지 방법 좀 알아보세요.”



###



아무도 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결식아동 관련 복지 제도가 분명히 있기는 했으니까.


‘그래. 아직은 이정도가 한계지.’


공무원이 놀고먹는 철밥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대표 직종중 하나다.

갈수록 거세지는 민원에 스트레스 강도는 높아진다.

간신히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해도 세후 실 수령액은 한숨이 나올 수준이다.


'공무원들 임금제도도 손을 한번 꼭 봐야 되겠어.’


하지만 지금은 더 급한 것 먼저다.


‘그런데 정말 이 정도가 한계일까?’


기존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카드는 사용에 제한이 너무 많았다.

급식카드 결제에 관련해 현장에서 메뉴얼을 몰라 거부하는 것도 많다.

급식 카드 결제라고하면 일단 표정이 달라져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상처 받는 일도 있다.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히.’



###



밤을 꼴딱 지새웠다.

볼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모든 걸 파악하지는 못했다.

회사 운영을 해도 회계장부 제대로 보려면 시간이 얼마나 많이 걸리는데 하물며 나라 살림이야.


“안녕하세요 여러분.”


돈으로 시간도 살 수 있음이 틀림없다.

비서실장은 국회의원과 전국에 있는 시군의 수장들을 모조리 화면 앞으로 앉혔다.


“다들 바쁘실 텐데 이렇게 보자고 한건 이미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미성년 무상급식 제도를 마련해볼까 해서입니다.”

“...”

“일단 무조건 시행할 예정이라 관련법부터 하나 만들어야 되겠습니다. 여기 계신 의원 여러분. 미성년자들은 전국 어디서든 식사가 하고 싶으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세요. 밥값 계산은 보건복지부에서 하도록 해주시구요.”


일단은 이미 한차례 대화를 했던 보건복지부 장관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대체 예산 마련을 어디서 하라는 거야?’


미안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도와주겠거니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듣도 보도 못한 정책입니다. 국회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해버리면 사람들이 일할 의욕을 잃을 겁니다.”

“갈수록 고령화 돼 가는데 노인 복지를 더 신경 써야 되지 않을까요?”


한 마디씩 하는 금배지들.


“지금 예산 때문에 그러시는 거겠죠?”

“예산도 문제지만 그렇게 무분별하게 퍼주기만 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무분별요? 분명히 미성년이라고 한정을 했습니다만?”

“미성년이 어디 한둘입니까?”

“한둘이면 개인적으로 지갑을 털어도 될 일입니다. 그게 아니니까 지속 가능하게끔 제도화 하자는 거구요.”

“어린애들 굶고 있다고 다 밥을 공짜로 주는 법이 어딨습니까? 대통령님의 논리대로라면 나이 들면 나이 들었다고 챙겨야 되겠네요.”

“말씀 잘하셨습니다. 고령자들에게는 그래도 국민연금이라는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커험... 그거야 그동안 부었던 거 돌려주는 거구요.”

“다자녀 정책으로 아이 하나면 얼마, 둘이면 얼마, 셋이면 또 얼마씩 주는 건. 그동안 부어놓은 돈이 있으니까 그래서 주는 겁니까?”

“그거야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 때문에...”

“말 잘하셨네요. 낳게만 하면 끝입니까? 하나 낳으면 백만 원 주고 끝이예요? 낳으라고 독려를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지는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죠.”

“...”

“요즘 직장인들도 밥값이 비싸서 도시락 싸서 다니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먹기에는 너무 비싸서요.”

“...”

“실례지만 여기 계신 의원 여러분들 중 기본 백반 한 끼에 얼마 하는지 알고 계신 분 있습니까?”


정적이 흐른다.


“백반 한 끼. 얼마인지 모르십니까?”

“한 오천... 원 쯤 하나...?”


쥐어짜내듯 나온 대답.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그 금액의 밥집은 이제 거의 없다.


“김밥 한 줄은요? 라면 한 그릇은요?”

“김밥이야 천원쯤 할 거고, 라면은 이천 원쯤 하지 않습니까?”


물정모르는 소리.


“편의점 도시락은 얼마나 합니까?”

“편의점에 도시락이 팔아요?”


환장할 노릇이다.


“백반은 보통 칠천 원. 서울시내에서 그 정도면 저렴한 편입니다. 그리고 김밥이 천원, 라면이 이천 원은 십 년전 시세쯤 되겠군요.”

“...”

“최저시급 고작 몇 프로 오를 때 생필품 가격은 이십 프로씩 미친 듯이 오른 품목도 있습니다.”

“...”

“보통 성인들도 물가에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

“다른 건 못해도 애들 밥 정도는 국가에서 책임집시다. 내가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이건 못하겠습니다.”



우기고 우겨서 어거지로 진행된 다음 단계는 예산 책정.


“제가 어제 최대한으로 훑어보기는 했습니다만...”

“...”

“불필요한 지출이 너무 많네요. 많아도 너무 많아요. 평소라면 당연히 예산 집행이 됐어야 할 부분들. 예산 집행에 대한 당위성을 입증 못하시면 배정되는 예산 없으실 겁니다. 일단...”


지금부터가 진짜 전쟁이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하는 자와 주지 않으려고 하는 자의 싸움.


“일단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려야 되겠습니다.”


또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려고 저러나 하는 얼굴들이다.

일단 가장 큰 반발이 나올 거라 예상되는 부분부터.


“국회의원 의전 최소화하겠습니다. 관용차량 지금 일억이 훨씬 넘는 국산대형세단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경차로 바꾸라고는 못하겠고 준중형으로 바꾸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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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8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4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5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7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3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7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4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2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9 9 13쪽
»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20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3 9 11쪽
32 (31) 도움이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23.11.14 376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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