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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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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8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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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1.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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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3) 범퍼카 방지법

DUMMY

일성 자동차 그룹 회장 현기창은 갑작스런 대통령의 호출에 의아했다.

전에 건설 쪽 회사 대표들을 만난건 잘 알고 있었다.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지금까지 밀고 있는 주된 정책 중 하나가 공공주택 공급에 관한 것이었으니까.


“급발진 등 차량 결함에 대한 문책성 호출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서의 보고가 그랬다.


“차량 결함 아니라고 보고서 나온 지가 언젠데 지금 그걸 갖고 그런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해외의 명망 있는 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에도 아직 제조사 측의 과실로 인정할 부분이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덕분에 아직도 최소한 급발진 부분에서는 운전자의 잘못이다.


“속을 알 수가 없는 양반이네. 부를 거면 귀띔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현기창 회장은 몹시 불쾌했다.

그래도 아직 국내 재계순위로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게 일성 자동차그룹이다.


“나이도 새파랗게 어린 놈이 말이야.”


어느새 오십 중반에 다다른 현기창 회장이 보기에는 대통령은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였다.

이상만 높고 현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놈.


“그래도 일단은 지금 대통령의 지지율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번 공공주택 건에 대해서도 그쪽 사장들은 한수 접고 물러났다고 하니 몸을 사리시는 게...”


비서의 조심스러운 보고가 계속 귀에 들어왔지만 뇌에까지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래. 일단 속내가 뭔지는 들어나 보자.’


세상 물정 모르니 뭐니 욕은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경영에 골치 아플 정도로 쓸데없는 제제나 당하면 곤란하다.



###



“주차장을 저희더러 확보를 하라구요?”


현기창 회장의 어이없어 하는 얼굴을 보며 난 한마디를 더 던졌다.


“내수시장에서 돈 엄청 벌지 않습니까. 정작 수출용보다 옵션도 고장도 많은데 가격은 높게 팔고 계시니까요.”

“아니 그건...”


직설적인 말에 다시 당황한다.


“잘 파는 능력을 가지고 뭐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아직은 일성 자동차가 제일 많이 굴러다니는 거 아시잖아요. 차는 계속 찍어내고 구매하는 사람은 계속 생기는데... 땅덩어리는 넓힐 수가 없고요. 주차문제로 시비 붙어서 싸우는 사람 엄청 많은 거 알고 계시죠?”

“그거야 주차장 확보가 안 된 오래된 주택 단지나, 허름한 빌라 같은데서 유난히 발생하는 일 아닙니까.”


맞는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주차장 확보가 잘된 잘사는 동네의 신식 아파트에서는 그럴 일이 잘 없긴 하니까.


“그런 데서만 생기는 거 아니죠. 그런데서 사는 사람들이 주차장 별로 없는 동네에 차 끌고 갔다가 차 댈 곳 없어서 장사 하는 남의 가게 앞에, 엄연히 돈 내고 쓰는 거주자 전용주차라인에 허락도 없이, 소방서 앞에 주차했다가 문제된 사건 뉴스에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걸 저희가 왜 책임을 져야 합니까? 주차장 확보를 못한 지자체나 국가에서 책임을 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아. 그러니까 회장님 말씀은 차 만들어서 마케팅 한다고 그걸 다 사면 어떡하냐? 능력 없어서 주차장도 제대로 없는 집에 사는 사람은 차도 사지 말고, 어디 갈일 있어도 그냥 버스나 타고 다녀라? 그런 말씀인가요?”

“어거지십니다.”


잔뜩 불쾌한 표정이 되는 현기창 회장.

내가 대통령이라고 무서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기업의 사회 공헌 차원에서 협조를 하라는 겁니다. 괜히 수조 원씩 들여서 사옥 짓는다고 돈쓰고 욕먹을 바에는, 공익차원에서 뭐라고 하나 더 하시는 게 여러 면에서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도 그렇구요.”

“... 생각 해 보겠습니다.”

“생각은 긍정적으로 하실 거라고 보고... 오늘 할 말이 많네요. 저도 건설 쪽만 상대하다가 자동차 기업과 이렇게 할 말이 많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요. 그리고...”

“...”

“급발진 문제 말인데요. 정말 해결 방안이 없습니까?”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직 제조사 결함이라고 규명된 게 없습니다.”


뭐 그건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규명된 게 없다는 거지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지 않나.

규명을 못했을 수도 있는 거니까.


“한 날 한 시에 일성에서 만들어 낸 차들이 모조리... 한 수백 대쯤 급발진으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그때도 같은 말씀 하실 겁니까?”

“그런 억지가...”


물론 억지다.

그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된다.


“말이 그렇다는 거구요. 회장님 입장도 알겠어요. 하지만 차량에 전자장치 늘어나면서 급발진 많아진 건 통계가 이미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잘못이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곤란한 수준 아닌가요?”


갑자기 튀어나가고, 고속으로 잘 달리다가 갑자기 엔진이 꺼지고.

수동 자동차에는 없던 일이다.


“그건 운전자의 운전 미숙이...”

“또 운전자, 소비자의 잘못으로 돌리네요.”

“...”

“한번. 제발 단 한번이라도 미안하다는 말부터 할 수는 없는 겁니까?”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지는 싸움이 돼버린다는 인식.

일단 목청이 커야 이긴다는 그릇된 사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


“후... 일단 말씀은 알겠습니다. 저희도 대책 논의를 좀 해봐야 하니...”

“아, 그리고 안 그래도 운전 미숙 건에 대해서 정부 차원에서도 준비를 하는 게 있습니다.”

“무슨...”

“예전 정부 때 만들어놓은 운전면허 시험 간소화 제도. 뜯어 고칠 겁니다.”


면허시험에 붙어도 도로 법규도 잘 모른다.

물론 모든 운전자가 도로 교통법을 백퍼센트 외우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변호사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법률을 머릿속에 담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


“면허 시험이 너무 쉬워요.”

“...”

“그건 인정하시나보네요. 차는 교통수단이긴 하지만 순식간에 흉기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어이없는 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신호등의 노란불은 멈출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 더 빨리 달려서 지나가라는 게 아니구요. 일 차선은 추월전용차선이예요. 비보호는 말 그대로 눈치껏 알아서 사고 안 나게 잘 운행하라는 겁니다.”


면허 취득이 쉬워서 생기는 문제는 이것 말고도 너무 많다.


“남의 가게나 집 대문 앞에 차를 세워놓고 가면 안 된다. 한 대밖에 지나가지 못하는 곳에는 당연히 주차하면 안 된다. 일방통행은 말 그대로 반대편에서는 차가 오면 안 되는 통행로다.”

“...”

“일단은 면허증 제도 자체를 대대적으로 손볼 겁니다. 자동 변속기 면허는 없애겠어요. 엑셀만 밟으면 나가는 범퍼카는 당분간은 대한민국에서는 금지입니다.”



###



-일명 범퍼카 방지법. 현재의 간단한 면허 제도를 손보고, 현재 자동변속기 위주의 자동차들을 수동 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합니다. 일단 기존에 자동변속기 면허증을 소지한 운전자는 당장 내일부터 무사고가 5 년 이상의 경우에만 운전대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오년이내에 사고 이력이 있는 운전자와 음주운전 단속 이력이 있는 운전자까지 모조리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게 되는데요. 계도기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데요. 당장 국민들의 엄청난 불편이 예상되는바, 대통령 실에서는 이런 불편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와장창!

누군가 던진 리모콘에 대형 tv화면이 박살이 났다.


“저 미친 새끼가!”


리모콘을 던진 사람은 일성 자동차 회장 현기창이었다.

회사 주가가 반으로 꺽이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이어서 수입자동차 관세 폐지에 대한 소식인데요. 최태웅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는 지금보다 경쟁력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1차적으로 독일 프리미엄브랜드 3개사에 한해서 세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입 외제차 브랜드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면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국산차나 외산 브랜드나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소비자의 선택이 더욱 한쪽으로 치우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로 인해 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한데요.


반 토막 났던 주가가 다시 반의 반 토막으로.

현기창 회장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저 미친놈이 진짜 우리를 죽이려 할지도 몰라.’


하기로 했던 건 무슨 일이든 다 해온 대통령이다.

늘 돈이 많이 드는 일을 해서 세금 축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이번 건은 돈도 별로 들지 않는 일이다.

그냥 해외에 문호를 개방하고 국내 기업을 압박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



“현기창 회장 쓰러지겠는데요?”


하루가 저물어간다.

그리고 그 하루의 말미에 전국이 들썩였다.


“본인이 자초한 일입니다.”

“억울할 겁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본인보다 억울한 사람이 여기저기 널렸어요.”


급발진을 제외하고라도 갈수록 차량의 잔 고장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조사에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결함은 갈수록 늘어난다.

결함이야 솔직히 사과하고 고치면 된다.

그러면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도는 올라갈 것이다.


“내가 무리한 걸 요구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주차장 부지 확보문제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제안한 것 일뿐이다.

일성 그룹 정도 되는 회사가 그런 것 하나 못하겠는가.

주차장을 만들면서 일성이라는 로고만 박아놔도 엄청난 홍보가 될 텐데.


“운전 문제는 당장 내일부터 현장의 혼란이 엄청 날 것 같은데요. 정말 계도기간이 없이 시행하실 겁니까?”

“불편하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언제 나올지 모를 잠재적인 피해자를 손 놓고 지켜보는 것보단 이게 나을 수도 있어요.”


이번 참에 음주운전을 한 이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처벌도 몇 배는 강화를 할 예정이다.

나아가서는 술에 관대한 대한민국의 이상한 문화 자체도.



###



한 번도 본적 없는 이상한 광경이 출근길 도로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선생님. 음주운전으로 단속 당한 적 있으시네요?”

“네? 아 그 예전에 한번 있기는 한데. 지금은 음주 운전 아닌데요?”

“며칠 전부터 대대적으로 알렸습니다. 오늘자부터 2종 자동 면허증 소지자는 오년이내 음주운전으로 단속 이력 있는 사람, 사고 경력이 있으신 분은 운전대 잡으시면 안 됩니다.”

“아...”


뉴스를 통해 본 것도 같고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는 운전자.

경찰이 이유도 없이 단속을 하지는 않겠지 싶으면서도 못내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휴... 알겠습니다.”

“과태료 백만 원 부과하겠습니다.”

“배 백만 원요?”


기껏해야 삼만 원에서 오만원 수준일거라 생각했는데 천문학적인 과태료에 운전자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선생님은 음주운전 이력으로만 조회돼서 백만 원이예요. 음주운전 단속이력에 일반 접촉 사고 겹치면 백만 원 추가, 추돌 사고 있으면 백만 원 또 추가. 지금 이런 상황입니다. 어쨌든 사고 안 나도록 안전 운행하시구요. 내일부터는 꼭 댁에 차 놔두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이용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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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 음주운전 원아웃 23.11.28 220 6 12쪽
60 (59) 검찰놀이 23.11.27 217 7 11쪽
59 (58)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 23.11.26 213 6 12쪽
58 (57) 나쁜 놈들의 공통점 23.11.26 220 7 13쪽
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7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3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5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6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2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6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3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1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8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3 9 11쪽
32 (31) 도움이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23.11.14 37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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