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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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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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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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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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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52) 주차시비

DUMMY

“오래간만입니다.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취임초반, 버스전복 사고로 사망한 희생자의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다.

처음 방문 때는 급발진 사고로 나도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뵙지 못했었지만, 그 후 오래지 않아 시간을 쪼개서 그들을 챙겼었다.

원래 먼저 있던 약속이니까.


“네. 대통령님. 요즘 하시는 일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일을 아주 시원시원하게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저희 집 식구들은 전부 대통령님 하시는 일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해결된 건 없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직접 자신들을 찾아와서 위로를 해준 게 너무 고맙다며 인사차 모인 자리였다.

물론 초대는 내가 했는데...

모두가 보자마자 나에게 덕담을 한마디씩 건넨다.

이거 몸둘 바를 모르겠다.


“아이고 보자마자 듣기 좋은 소리를 이렇게 하시니... 과분하고 또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근데 그 후 소식을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었다.

너무 바빴으니까.

그저 잘 됐다라고 정도만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때 일 보상들은 제대로 받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자식이 죽어버렸는데 그깟 돈 몇 푼 받아서 뭐하겠어요.”


부질없는 일이라는 연세 지긋해 보이는 한 어르신.


“먹고 사는 게 너무 바빠서요. 어떤 인권변호사라는 사람이 붙었는데 그 사람도 여력이 안 되는지 이미 예전에 죄송하다며 그냥 가더라구요.”


자포자기한 표정의 한 남자.


“버스기사도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버렸어요. 버스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려고 했는데.. 잘 아시겠지만 보통 사람이 아무리 작은 버스 회사라지만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버스 기사가 자취를 감췄다고?

무슨 드라마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처음엔 버스 기사의 가족들도 아버지는 이십년 무사고 베테랑 운전자라며 옹호하지 않았나?


‘이상하네. 굳이 사라질 이유가 뭐가 있었을까.’



###



시내 한 중국집 앞.


“아니 진짜! 주차를 이따위로 해놓고 어딜 간 거야 대체? 전화도 안 받고?”


식당 문 앞을 딱 가로막아놓은 차 한 대 때문에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손님은커녕 가게 문도 못 열고 있는 판국이라 백반만 사장은 속이 타 들어갔다.

지금부터 영업 준비를 해도 장사에 차질이 생긴다.


“백사장! 장사 준비 안해?”


맞은편 가게 사장이 백사장에게 아는 체를 해왔다.


“지금 이 차 때문에요.”

“그거 백사장 차 아니고?”

“무슨 제차예요? 저 차 없는 거 모르세요?”

“아. 난 삐까뻔쩍한 외제차 한 대가 서 있길래 장사가 너무 잘돼서 백사장이 차 한 대 새로 뽑은 줄 알았지. 그럼 누구 찬데?”

“저야 모르죠! 지금 장사 준비해야 되는데 이 차 때문에 문도 못 열고 있어요. 전화는 아무리 해도 받지도 않고. 주차를 자기 집 앞에 해야지 대체 어떤 새낀지!”


백반만 사장은 여전히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며 답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 그러고 보니 그 차?”

“사장님 아시는 차예요?”

“알지. 잘 알지.”


그 말에 백반만 사장은 구세주를 만났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는 사람이면 전화 한번 해보세요. 제 번호는 모르는 번호라 그런지 안 받아요.”

“사람은 나도 모르지.”

“네? 아니, 방금 잘 아신다고...”


백사장은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얼굴에 살짝 짜증까지 묻은 표정으로 되 물으려고 했다.


“그 차를 잘 안다고. 며칠 전에 우리 집 앞에도 주차 계속 해서 내가 짜증 좀 많이 났거든.”

“아...”

“그 새끼. 암튼 누군지는 모르지만 상습범이구만. 아니 차를 그렇게 좋은걸 끌고 다니면서 집에 주차장도 없나? 한 달 전인가? 우리 가게 앞에 자기 주차장처럼 맨날 주차 해놨었어. 나야 다행히 장사에 영향 줄 시간대는 아니어서 그냥 넘어가기는 했는데. 아이고 저기 경찰 오네. 백사장이 부른 거야?”


말마따나 순찰차 한 대가 지금 막 백사장의 가게 앞으로 들어온 참이었다.


“선생님. 혹시 불법 주정차로 신고하셨어요?”


정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백반만 사장한테로 걸어오며 물었다.


“네. 제가 신고했어요. 빨리 가게 문 열고 장사 준비해야 되는데. 처음 보는 차가 가게 문을 이렇게 막아놔서 들어갈 수도 없네요. 이거 남의 가게 앞에 무단으로 주차를 한 건데 견인되죠? 기다리려고 했는데 제가 시간이 좀...”


백반만 이번엔 정말 구세주를 보듯 경찰관을 쳐다보며 읍소했다.


“하 이거...”


곤란한 표정의 경찰관.


“왜요? 설마... 견인 안돼요?”

“여기 사유지라.”

“네? 사유지가 무슨 문제인데요?”


정확하게 가게 문 앞을 막고 있기는 했지만 건물부지이기도 했다.

차가 서 있는 곳이 건물 앞의 인도가 아니라 건물 부지 안에 주차돼 있는 상태였다.


“차라리 인도나 도로면 단속이 가능한데...”


경찰관은 자주 있지만 자신들이 해결 불가능한 꽤 난처한 문제라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내 가게 앞에 이렇게 차를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아놨는데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백반만은 무슨 그런 법이 있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네... 맞아요. 사유지라서 견인을 할 수가 없어요.”

“사유지니까 남의 차가 무단으로 주차를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예요?”


백반만은 여전히 어이가 없어서 다시 물었다.


“그렇게 생각은 하실 수 있는데 이게 엄연히 현행법상... 암튼 지금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설사 견인대상이라 하더라도 이런 비싼 차들은 견인차가 잘 안 해 가요. 괜히 견인했다가 기스라도 나면 수리비 물어주는 경우도 있어서 견인차들도 꺼린다고 하더라구요.”



몇 시간 후.

백반만 사장은 어차피 장사도 글렀고, 가게 앞에 앉아서 하루 종일 기다렸다.

차 주인을 만나서 한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기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아서였다.

사과와 하루 장사를 망친 것에 대한 보상도 요구를 할 셈이었다.


“설마 여기 세워놓고 며칠씩 놀러라도 간 건 아니겠지?”


할 일도 없고 해서 비슷한 사건을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봤다.

백반만 사장 자신은 차가 없기에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썩을 일이 전에는 없었다.

그러나 주차와 관련된 분쟁은 차고 넘쳤다.


“이야 이거...”


보면 볼수록 어이없는 상황에 탄식이 나왔다.

어떤 사건은 창의적인 민폐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거나 생각보다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했다.

남의 집 앞에 뻔뻔하게 며칠씩 세워놓는 사람, 다 같이 쓰는 공동주택 주차장의 한복판을 가로막아 다른 차들은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는 사람, 거주민이 아니라 차에 위반딱지를 붙였다는 이유로 화가 나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길목을 막아버린 사람.


“이거 김여사는 차라리 양반이구만.”


이제는 반쯤은 고유명사가 되다시피 한 속칭 김여사에 의한 민폐사건은 백반만도 많이 들어봤다.

하지만 지금 보는 케이스들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휴... 난 차 같은 건 평생 사지 말아야지.”


안 그래도 지나가다보면 남의 집 앞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 앞에, 혹은 소방서 앞에 세워져 있는 고급차량들을 볼 때마다, 주차장도 없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들을 했었는데.

정말 주차장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던 거다.


“끄억!”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설마 저 사람인가?’


아닐 것 같았다.

딱 봐도 얼굴이 시뻘건 게 대낮부터 술을 꽤 마신 모습이었다.

저런 상태로 운전을 하러 오지는 않을 테니까.

삐빅.

걸어오던 남자가 주머니에서 리모콘 키를 조작하자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의 속을 썩인 차에 불이 번쩍하고 들어왔다.


‘이 새끼구나! 근데 음주운전을 할 심산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은 사과와 보상만 받으면 그만이지만.


“저기요?”


차문을 열려고 하는 남자를 백반만이 불렀다.


“네? 저요?”

“네. 그쪽이요.”

“뭔데요? 아 나 운전하려는 거 아니고 대리 올 때까지 차안에서 잠시 쉬고 있을 건데?”


음주운전 파파라치인가 싶어 변명을 하는 남자.


“그게 아니고. 나 여기 중국집 주인인데요.”

“중국집?”


그 말과 함께 차위의 간판을 올려다보는 남자.

그런데 그게 뭐 어쨌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근데요?”

“근데요라니. 지금 아저씨 차 가게 앞에 이렇게 완전히 막아놓은 거 안보여요?”

“아.”


술이 취해서 이성이 마비된 건가 싶었다.

전혀 미안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차 때문에 장사는커녕 가게 문도 못 열었어요. 보다시피 이렇게 너무 딱 막아놔서 주인인 나도 하루 종일 못 들어가고 이러고 있다니까요.”

“미... 꺼억! 미안합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미안하단 말이 입에서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백반만은 당연히 거기서 봐줄 생각이 없었다.


“미안하면 배상도 하세요. 오늘 하루 장사 공친 거.”

“네? 뭐를 하라구요?”

“오늘 하루치 매상. 그쪽 때문에 장사 못했으니 원래 나오던 매출만큼 변상하라고요.”

“그걸 내가 왜 해야 되는데요.”


너무 태연하게 그러는 바람에 말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뭐라구요?”

“딱보니... 장사도 안 되는 집이구만.”

“와...”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 지경이었다.


“하루에 뭐 한 열 그릇 파시나?”


그 말을 하면서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그리고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낸다.


“난 장사 안돼서 문 닫은 집인 줄 알았지. 이거면 돼요?”


분명히 비웃고 있었다.

백반만 사장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의를 느꼈다.



###



“급발진요?”

“네.”


버스전복 사고의 유가족들이 돌아간 후 난 비서실장에게 그때 사건의 원인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볼 것을 지시했다.


“언젠가부터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차량 제조사 측에서는 매번 아니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이상하네요. 우리나라도 이제 차 잘 만들지 않습니까.”

“급발진은 국산차에만 한정되는 건 아닙니다. 요새는 프리미엄급으로 불리는 외제 3사 차량들에서도 흔히 발견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 물론 외산차들도 매번 부정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 상황이구요.”

“원인규명을 해야 된다라...”


예전부터 생각했다.

차량 결함은 아니라고 하는데.

실수 혹은 착각으로 브레이크가 아니라 엑셀을 밟아서 일어난 일이라고.


‘그렇게 따지자면 그 많은 급발진 사고가 전부 운전자 잘못이라는 거잖아? 이게 전 국민이 미쳤다는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군.’

“예전에 스틱 몰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스틱차 운전도 예전에 많이 해봤다.

수동이 보편화 돼 있을 때는 수동만 몰던 사람은 가끔 자동변속기 차를 타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는 일도 있었다는데.


“맞습니다. 요즘 차들에 전자식 편의장치가 많이 들어가면서 부쩍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주행 중 갑자기 멈춰버리는 일도 있고요.”

“그게 어쨌든 골치 아픈거예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걸 언제 다 규명을 하고 보상을 받습니까?”


음식을 먹다가 파리가 나오면 식당주인은 사과부터 한다.

음식 값을 받지도 않고 손님이 나갈 때까지 혹시 다른 문제가 추가적으로 생길까봐 어떻게든 손님 기분을 맞추려고 서비스까지 준다.

그걸 악용하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니 그것도 문제긴 하지만.


“이거 이제 거의 대부분이 자동변속기 차량인데 그걸 전부 다 뜯어내고 스틱을 장착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일단 생각난 김에 소송을 준비하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변호인단은 제가 지원하겠다고 유가족 분들께 말씀 드렸구요.”

“잘하셨네요. 그것과 별개로 제조사 측에 근본적인 문제를 없애는 방법도 좀 요구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자동차 제조사 대표들 만나보시겠습니까?”


그래봐야 국내 자동차는 한명 뿐이다.

그 많던 자동차 제조사들이 외국에 팔려가고 다른 재벌 제조사에 합병되지 않았던가.


“몇 명 안 되니 차라리 잘됐네요. 한번 들어오시라 해야 될 것 같습... 어? 그런데 저건 또 뭐죠?”


내 시선이 평범하지 않은 뉴스 보도에 고정됐다.


-오늘 늦은 오후 5시경. 다림동 차이나타운에서 칼부림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동네 특성상 조선족들끼리 사건 아니냐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어이없게도 한 중국집의 사장과 그 중국집 앞에 하루 종일 주차를 해놔서 해당 중국집의 영업을 방해한 차주가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은 사건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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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7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3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5 6 12쪽
» (52) 주차시비 23.11.23 236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5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3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7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3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4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2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9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37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6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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