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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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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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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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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6) 월세 지원

DUMMY

“혹시 여기 원룸이나 투 룸, 혹은 반지하에 거주하시는 분들도 계신가요?”


내말에 눈치를 조금 보더니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사람이 보인다.

적지 않은 숫자다.


“꽤 많네요. 지금 손을 드신 분들은 전세로 살고 계시는 분들 손 내려 보시겠어요?”


삼분의 일정도가 손을 내린다.


“방이 한 개 혹은 두 개, 반지하에 월세로 살고 계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네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방세개짜리 서른다섯 평 빌라에 사시는 선생님이 더 나은 것 같은데요.”

“...”

“아닌가요?”


서로가 서로를 비교하는 시간이다.

말은 안하지만 속으로 그러고들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상 부동산을 완벽하게 통제한 적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부동산 자체도 상품이고 그건 필요한 사람들에 의해 거래가 되는 거니까요.”

“...”

“이번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엄청나게 생기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난 잠시 숨을 골랐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 저는 이번이 전세제도를 완전히 없앨 적기라고 판단했었습니다. 그래서 은행에 추가로 전세대출을 중단하도록 요구를 할까도 생각했죠. 아파트건 주택이건 한 채 이상 가진 사람은 추가로 대출을 일으켜 다주택자가 되는 걸 막으려고도 생각했었습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하지만 억지로 했다가는 역효과만 날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머리가 너무 다들 좋잖아요. 어떻게든 편법은 계속해서 생겨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임차 개념이 생겨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말은 그럴싸하게 하더니 정작 대통령도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수 없는 거냐?

뭐 이런 식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뭔가 해결책을 기대하면서.


“먼저 이번 전세사기사건. 일선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대통령 직속 암행경찰국까지 동원해서 무조건 죄다 잡아내겠습니다. 그리고 떼먹은 돈 모조리 받아내서 돌려드리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이런 말들이 들린다.


‘말만 저러는 거 아냐?’

‘그게 그렇게 쉬울 거면 그동안 사기 당한 사람들은 왜 그렇게 모른 척 한 건데?’


이해한다.

그동안 전세사기는 개인 간의 일로 치부됐었으니까.


“분명히 약속합니다. 반 년 안에는 모조리 잡아내겠습니다. 이건 대통령직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무려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사임을 각오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것도 전국으로 전파를 타고 있는 생방송 토론에서.


‘이 정도는 해줘야 임팩트가 있지.’


물론 믿는 바도 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암행경찰국과 ‘팀 하이드’ 가 풀가동 중이었다.

작정하고 내뺀 사기꾼 잡아내는 게 그리 쉬운 건 아니었거든.


“그리고 제가 원래 마음먹었던 전세제도 폐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 그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역효과를 우려해서 다른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공공임대를 제외한 민간주택 월세 거주자들에게 월세 지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임대차계약을 정식으로 한 세입자들은 누구나 해당되는 이야깁니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서 가족의 수에 맞게 적절한 면적의 집에 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거비가 한 달 가계수입의 오십 퍼센트씩 나가는 미친 상황에서 나오실 수 있도록 정부가 돕겠습니다. 이건 전세사기 피해자 여러분도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너무 엄청난 말이다 보니 스튜디오에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난 한마디만 더 했다.


“정부를 믿어주십시오. 돈 벌어서 은행에 갖다 바치는 일 없도록 저와 정부가 돕겠습니다. 대신 국민여러분들도 투자 목적으로 투기를 하는 게 아니라 편하게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내 가족과 도란도란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집다운 집을 꿈꾸셨으면 좋겠습니다.”




생방송 후 한 달.


“구십 퍼센트요?”

“네.”


전세자금 먹튀 일당들의 구십 퍼센트가 잡혔다는 보고.


“잡아오기는 했고, 떼먹은 돈 회수율은 얼마나 됩니까? 쉽게 내놓지는 않으려고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든 꽁꽁 싸매뒀을 것 같다.

원래 사기 치는 놈들은 몇 년 징역 살다나가면 수십억 혹은 수백억의 은닉재산으로 떵떵거리며 호화로운 삶을 살수 있을 거라 착각하기 때문에 남을 등쳐먹는다.

죄 값은 다 받지 않았냐는 이유로.

피해자들이 재산을 돌려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구십구 퍼센트입니다.”

“와우. 정말요? 생각보다 시간도 시간대비 성과도 훌륭한데요. 이러면 기존의 일선 경찰들은 놀고 있는 거냐고 욕을 먹겠어요.”

“욕 안 먹으려면 열심히 해야죠.”

“그러게요. 모두 다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물론 이번일은 관계자들 모두 목숨 걸고 하기는 했다.

누가 그랬던가.

매번 최선을 다하면 큰일 난다고.


“참. 월세 지원제도는 어떻습니까?”


자격을 거의 없앴다.

유일한 자격은 임대차 계약서상 세입자일 것.

물론 한명한테 오십 평짜리 집의 월세를 지원해줄 수는 없으니,

인원 당 평수 정도는 고려했다.


“말해 뭐하겠습니까?”

“전세 피해자들이 이번에는 깡통 전세 될까봐 겁나서 월세로 전환 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구요?”

“늘어나는 정도가 아닙니다. 사실상 월세 나가는 게 아까워서 전세로 사는 건데 월세 지원이 총 월세의 삼십퍼 센트가 나가니 전세를 살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물론 모든 세입자들이 월세의 삼십 프로를 지원받는 건 아니다.

실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의 수와 총 소득액 같은 것도 꼼꼼히 따졌다.

데이터가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보니 빈틈이 생기긴 하겠지만,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신청 자격이 허위로 적발될시 지원받은 월세를 모조리 환수한다는 특별한 조항도 넣었다.


“다행입니다. 공공 주택은요? 회장님들 한발 물러서기는 했는데요.”


나의 파격발언이 방송을 탄 후, 미국의 금융재벌 한명이 비밀리에 입국을 했다.

그리고 그가 정부 관계자와 비밀리에 만남을 가졌다는 소문은 금새 났고, 국내 증시가 출렁거렸다.

상당수 건설 회사들의 주가가 내리막으로 치달았고, 그걸 정체를 알 수 없는 손이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과 이어졌다.



###



아쉬운 놈이 먼저 손 벌린다고 몇 개 대형 건설사들의 회장이 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어쩐 일들이십니까. 앞으로 저랑 얼굴 보고 싶어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했는데요.”


대놓고 빈정거렸더니 다들 표정이 굳는다.


‘어린놈한테 이런 빈정거림 듣는 게 치욕이겠지.’


저들은 최근까지만 해도 그래도 버티면 결국 이길 거라는 생각으로 조금도 나랑 맞선 걸 후회하지 않는 태도들을 보였다.


“왜 다들 말들이 없으십니까? 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하셔야죠.”


난 이들과 협상을 할 생각이 없었다.

기회를 줄만큼 줬다.

내가 질 거라 생각을 했겠지만 자기들이 졌다.


‘비겁한 양반들이야.’


졌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참. 요새 건설경기 갑자기 힘들어졌다고 하던데요. 부도 소리도 많이 들리는 거 같구요. 그래도 여기 오신 분들은 사정이 좀 나으신가 봅니다?”


꽤 많은 회사들이 외국자본에 먹혔다.

해외건설사에 시장 개방을 함으로서 그동안 기술력 없이 로비로만 입찰을 따내던 부실한 건설사들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나마 규모가 큰 회사들은 주가하락에 허덕였고, 주가가 폭락한 회사 역시 고스란히 외국에 팔렸다.


‘물론 외국이 완전 외국은 아니지만 말이야.’


시장 개방은 했지만 입찰에 참여의사를 보인 회사는 진짜 외국계 건설사가 맞았다.

외국에 먹혔다는 말은, 외국계 투자사가 떨어진 주식을 쓸어 담다시피 했다는 뜻이다.

외국계 투자사는 비서실장이 움직인 회사였다.

고작 전화 한통화로.

한마디로 꽤 많은 건설사들이 비서실장의 주머니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일하기 편해졌다.


“살려주십시오.”

“한번만 선처를...”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하나같이 비굴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난 선처를 해줄 생각이 없다.

이런 사람들은 한번 봐주면 뒤통수를 치고, 한 번 더 봐주면 나중에 등 뒤에서 칼을 찌를 사람들이다.


“싫은데요. 제가 그렇게 부탁을 드릴 때는 믿는 뒷배가 있는지 꼼짝도 안하시더니. 자식 같은 아파트라면서요?”

“그때는 저희가 죄송했습니다. 저희도 일성건설 하나만 믿고 그렇게 버텼던 건데...”


그러고 보니 일성 건설의 회장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국내 일위 건설사답게 흔들리긴 했지만 무너지진 않은 모양이다.

모기업의 지원도 받고 있을 것이고.


“저는 할 말이 이제 없습니다. 국가에서 공공으로 임대를 해야 할 집이 한두 채가 아니예요. 이왕 많이 사는 거 싸게 사고, 잘 만들어놓은 거 사면 그게 더 좋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저번에 제가 말씀드렸던 대로 떨이로 파실 것도 아니잖아요?”


다들 침묵을 지키는걸 보니 사실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아직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맞네. 아직 급한 건 아니시네요. 떨이로라도 팔겠다고 하실줄 알았더니.”

“...”

“그대로 한번 방치를 해보세요. 아마 귀사에서 지은 아파트들은 전부 분양이 되지 않아 곧 흉물이 될 겁니다.”

“그럼 조금만 값을 더 쳐주시면 저희들도 방안을...”

“그나마 정도 떨어졌네요. 제가 저번에 떨이로 제시한 가격도 비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 돌아가 주세요. 아시겠지만 회장님들 덕분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서요.”


그래도 포기가 되지 않는지 버티고 서 있는다.


“안갑니까? 경호실 직원들 부를까요?”


내말에 옆을 지키던 경호실장이 어딘가로 무전을 취할 자세를 하고 있다.


“아. 좋은 생각이 마침 하나 떠올랐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이정도면 저희 정부로서도 여러분의 건설사로서도 충분히 납득을 할 만한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꿀꺽.

노인네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참에 선분양, 후시공을 없애는 겁니다. 재정건전성과 분양 후의 민원 방지차원에서 다 만들어놓고 파는 거 어떻습니까?”


이 사람들의 눈에 다시 한 번 절망의 빛이 깃드는 게 보인다.



###



“너무 겁을 주신 것 아닙니까?”


비서실장이 웃었다.


“당해봐야 됩니다. 그 사람들은. 그동안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벌었어요.”

“정말 바로 적용을 하실 건 아니죠?”

“아닙니다. 최대한 빨리 적용을 할 겁니다.”


사실이었다.

이것역시 바꿔야할 것 중 하나였다.

지을 능력이 있는 건설사들만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지어야 한다.

팔릴 자신이 있게끔 이쁘고 튼튼하게 잘 지어서.


“그래야, 입주 후 불만이 많이 사라질 거예요.”

“그건 그렇죠.”

“a/s 기간을 적용하는 것도 고려중입니다. 국회에선 엄청난 반대를 하겠지만.”


자동차도 그렇고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도 그렇고 한두 푼도 아닌 걸 팔아먹으면서 최소한의 사후서비스도 안 해주려고 한다.

문제를 제기하면 팔아먹은 놈들이 책임을 져야하는데 문제를 직접 증명하면 고쳐주겠다는 식이니.


“건설사들이 꽤 많이 없어지겠네요.”

“능력 없는 회사는 없어져야 해요. 언제까지 은행에서 봐주고 정부에서 봐줘야 합니까.”

“없어진 회사들은 누가 메웁니까?”

“우리나라 건설사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는 우리도 단순 제조업 위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벤처들을 키워서 대기업화 해야 돼요.”


이것 역시 언젠가는 닥칠 일이다.

하나씩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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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60) 음주운전 원아웃 23.11.28 220 6 12쪽
60 (59) 검찰놀이 23.11.27 217 7 11쪽
59 (58)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 23.11.26 213 6 12쪽
58 (57) 나쁜 놈들의 공통점 23.11.26 220 7 13쪽
57 (56) 최대한 심플하게 23.11.25 227 7 12쪽
56 (55) 예외는 없습니다 23.11.25 223 6 11쪽
55 (54) 생계형 운전자 23.11.24 224 6 14쪽
54 (53) 범퍼카 방지법 23.11.24 224 6 12쪽
53 (52) 주차시비 23.11.23 236 6 13쪽
52 (51) 변화의 바람 23.11.23 234 6 13쪽
51 (50) 매뉴얼의 문제 23.11.22 232 6 12쪽
50 (49) 그저 처리해야할 일일뿐 23.11.22 246 7 12쪽
49 (48) 명백한 노동착취 23.11.21 252 7 11쪽
48 (47) 휴가도 눈치 보고 23.11.21 259 7 12쪽
47 (46) 이제 때가 온 겁니다 23.11.20 267 7 13쪽
46 (45) 온라인 이원생중계 23.11.20 263 9 13쪽
45 (44) 기회를 주는 겁니다 23.11.19 272 7 12쪽
44 (43) 꼭 필요한 것 23.11.19 289 7 12쪽
43 (42)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23.11.19 291 6 13쪽
42 (41) 라방 23.11.18 291 7 12쪽
41 (40) 시행착오 23.11.18 304 7 12쪽
40 (39) 눈먼 돈 찾아오기 23.11.18 318 9 13쪽
39 (38) 첫 국무회의 +1 23.11.17 319 7 11쪽
38 (37) 애들이 밥을 굶고 다니지 않습니까 23.11.17 319 6 13쪽
» (36) 월세 지원 23.11.16 316 7 12쪽
36 (35) 사회 주택 23.11.16 320 7 12쪽
35 (34) 안전장치 23.11.15 335 8 12쪽
34 (33) 배를 째라면 째줘야지 23.11.15 347 7 12쪽
33 (32) 언젠가는 없어져야할 제도 23.11.14 363 9 11쪽
32 (31) 도움이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23.11.14 37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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