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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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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9.29 00:05
조회
1,999
추천
66
글자
12쪽

제12장 살육(3)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그래, 휴대폰.“

“그래, 내 휴대폰가지고 촬영하고 네 꺼 가지고 통화해.“

경태가 계속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넘겼다. 수정이 자신의 휴대폰의 통화버튼을 누른 후, 경태의 휴대폰에서도 보도국을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구 국장님, 국장님 호출! 긴급이야! 긴급.”

다급한 수정의 말에 한국 본사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전화를 받은 국장은 다른 전화로 연결되어 들어오는 영상자료를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이건 모자이크처리 없이는 방송으로 내 보낼 수도 없었다. 내용이야 자신의 부하직원인 리포터가 현장에서 직접 날리는 거니 확인할 필요도 없고 문제될 게 없었지만 영상은 비록 휴대폰으로 찍은 거지만 너무 참혹해서 방송에 그대로 내보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영상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잔혹스릴러 영화를 찍은 것 같았다.

재차 확인을 한 후에, 국장은 자막을 우선 내보내고 현재 방송중인 앵커와 길수정 기자를 직접 연결하도록 했다. 영상은 편집을 하여 시차를 두고 내보내기로 하였다.

그동안 사건현장의 제보자와 휴대폰통신으로 방송을 내보낸 적은 자주 있었지만, 현장의 기자와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뉴스를 내보내긴 처음이었다.

곧 메인앵커로부터 길수정을 찾는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들려왔다. 수정이 침을 삼키며 손등으로 다시 입을 닦았다. 목구멍이 아린 게 통증이 느껴졌지만 지금 자신의 몰골이 어떤지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네, 여기는 도쿄입니다. 지금 이곳에는 상상도 할 수없는 살육의 현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끔찍한 살인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요. 사람을 개구리 패대기치듯이 죽이고 있습니다. 으... 우웩!”

수정이 현장을 둘러보다가 눈앞에 피범벅이 되어 널브러진 시체조각을 보고는 다시 욕지기가 치밀었다. 얼른 휴대폰을 입에서 떼고 눈길을 돌렸다. 휴대폰에서는 자신을 찾는 앵커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흘러내리는 침을 닦으며 다시 휴대폰을 입으로 가져왔다.

“아~ 네, 죄송합니다. 너무 참혹한 현장모습에 본 기자도 정신을 차리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계속 하겠습니다. 오늘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우베정권이 추진 중인 일본국군법의 제정을 요구하며 일본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군인 코스프레행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정의 떨리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현장 생중계를 하는 사이에도 살육은 이어지고 있었다.

차량을 통제하고 행진을 하던 도로에는 참혹한 시신들만이 가득했고 도로주변에는 시체들과 함께 일반관광객들이 주저앉은 채 벌벌 떨며 오열하고 있었다.

수정과 마찬가지로 몇 몇 기자들이 목숨을 걸고 방송을 내 보내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휴대폰을 입에 대고 눈앞의 상황을 정신없이 떠들어대는 수정의 앞에 마침내 이 살육을 저지르는 괴물이 나타났다.

피를 흠뻑 뒤집어쓰고 광란의 칼춤을 추는 휘의 모습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미친 야수, 피를 갈구하는 한 마리 괴물일 뿐이었다.

“허억! 살인자. 괴 괴물이 앞에 나타났습니다.”

“위 위험해! 피햇!”

경태가 카메라를 내리며 수정을 끌어당겼다. 카메라에 피를 뒤집어쓴 휘의 모습이 다가왔던 것이다. 자신들을 향해 금방이라도 칼을 휘두를 것 같았다.

“어머! 아악!”

수정이 경태의 손길에 주저앉으며 전면을 바라보니 시뻘건 괴물이 눈에서 불을 뿜으며 칼을 들고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괴물은 분명 천천히 터벅터벅 걸어오는 모습이었는데도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둘의 앞으로 다가왔다.

“우악! 위험해!”

경태가 몸을 던져 주저앉아있는 수정을 감싸 안았다. 들고 있던 카메라가 땅바닥에 쳐 박혔다. 평상시 애인보다 더 아끼던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아악!”

질끈 눈을 감고 쪼그려 앉아있는 수정의 귀에 처절한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경태의 몸이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겨 경태야. 으흑!”

수정이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굳은 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자신이 경태를 억지로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자신을 보호하려고 경태가 저 괴물의 손에 죽은 것 같았다.

“으으... 으아아! 경태야!”

그냥 힘없이 땅바닥에 등을 대고 드러누우며 자신을 누르고 있는 경태의 몸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수정이 뒤로 벌러덩 드러눕자 경태의 몸뚱이는 힘없이 그대로 엎어져 딸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좀 더 잘 대해줄 걸 하는 생각이 스쳤다.

“으흐흑! 경태야. 미안해. 흑흑.”

“야! 갑자기 왜 그래?”

“흑흑! 미안해, 경태야... 나 때문에...흑!”

“그랬냐? 흐흐흐.”

수정이 두 팔로 꼭 껴안은 경태의 몸뚱이가 갑자기 무거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줄 알았던 경태의 손이 꿈틀거리며 자신의 몸을 쓰다듬고 있었다.

“뭐 뭐야?”

수정이 눈을 번쩍 떴다. 코앞에 경태의 음흉한 얼굴이 드러났다. 눈 꼬리가 휘어진 게 표정이 가관이었다.

“진심이지? 미안하다는 거.”

서로 눈이 마주쳤다. 상대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코는 바짝 붙어있었다. 쭉 내밀기만 하면 입술이 닿을 정도였다.

“너 너... 죽은 거 아니었어?”

“아니, 아직은 멀쩡한데...”

수정의 몸을 올라타고 있는 경태의 손은 얘기를 하는 중에도 더듬거리며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김경태!”

“어, 으응. 왜?”

“동작 그만!”

“머어...?”

“죽을래? 죽고 싶으면 계속 손가락 피아노 쳐라잉!”

수정의 손이 경태의 사타구니로 향했다.

“히끅!”

“얼른 안 비키지! 좋은 말로 할 때 일어나라잉!”

수정이 손에 잡히는 데로 경태의 물건을 꽉 움켜잡았다.

“아아! 야아~ 네가 팔을 풀어야 일어나지. 네가 지금 나 끌어안고 있잖아. 나 자빠뜨린 것도 너라고~.”

“이런... 젠장 할!”

수정이 경태를 밀치며 몸을 일으키자 그들의 바로 뒤에 쓰러져있는 왜군 복장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눈을 부릅뜬 채 죽어있는 그 남자는 몸이 양단되어 피와 함께 내장이 쏟아져 있었다. 저 남자가 죽으며, 수정의 귀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들렸나보다.

“으으윽, 어 어디로 갔어?”

구토를 참으며 수정의 눈길이 바삐 괴물의 행적을 쫓았다. 경태도 카메라를 다시 챙기며 수정의 행색을 살폈다.

“너 휴대폰 어딨냐?”

경태의 말에 수정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아차! 방송 중이었는데... 이런.”

얼른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길수정기자? 괜찮아요?]

다행히 저쪽에서 아직 끊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만큼 저쪽도 애가 탈 게 분명했다.

“네, 길수정입니다. 방송은?”

[그쪽에서 사고가 난 것 같아서 우선 돌렸어요. 방송사고 날 뻔했죠. 둘 사이 말이에요.]

“네? 아, 그 그건 아닌데요. 에휴~ 사정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럼 다시 연결하나요?”

[아뇨, 어느 정도 파악되었고 우리가 특종으로 먼저 때렸으니까 됐어요. 이젠 제대로 해봐요. 그쪽으로 지금 지원도 보냈으니까.]

“아! 그럼 생중계로 가는 거죠?”

[그렇지, 그 쪽에서 연락 갈 테니 기다려요.]

“넵, 물론, 당연히 제가 계속 하는 거죠?”

[당연히, 오케이.]

“감사합니다.”

뚝!

“얏호! 지원 온단다. 어서 준비하자고.”

“미치겠네, 금방 죽을 뻔 해놓고도...”

수정이 좋아하자 주변을 돌아보며 경태가 타박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

“뭐?”

“저 괴물 말이야. 이상하지 않아?”

“뭘 말하고 싶은 거야?”

“현장을 보면 딱 팩트를 잡아야지. 팩트를. 보고도 몰라? 죽은 사람들을 보란 말이야. 그리고 산 사람들을 봐.”

수정의 말에 경태가 주변을 돌아보다가 뭘 깨달았는지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아! 일본군.”

“그래! 그래도 날 따라다닌 보람은 있구나. 김경태. 너 말이야. 호홋!”

“야! 지금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냐? 이 시체더미 속에서... 난, 피비린내 때문에 어지러 죽겠는데.”

“누군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기자는 전쟁터라도 목숨 걸고 가는 거라고.”

“아무튼, 일본군이나, 사무라이복장을 한 자들만 죽었어. 일반시민들은 손도 안 되었다고.”

“그래, 지금 저 괴물은 일본군만 무참히 살해하는 거야.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무슨 이유때문인지를 캐야겠지? 뭔가 우리가 원하는 게 나올 거 같지 않아?”

“그건 그런데, 어떻게 캐냐?”

“그거야... 우선 뒤쫓다보면 답이 나오겠지. 가자!”

“어어... 그래.”

피로 절벅거리는 대로를 두 사람이 다시 뛰었다. 이미 살육의 현장은 그들을 지나쳐 앞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애앵! 애애앵~

갑자기 도쿄 도심지에 사이렌소리가 울리며 소란해졌다. 경찰차들은 경광등을 번쩍이며 급히 달려가고, 구급차들도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하자 도로는 순식간에 마비상태로까지 번졌다.

애애앵~

끼이익!

경찰차가 더 이상 진입을 못하고 바리케이트를 치듯 도로를 가로막고 섰다. 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일부 총을 꺼내들고는 앞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달려가는 방향에서는 겁에 질린 사람들이 뛰어서 도망쳐오고 있었다.

이미 황궁 앞 대로는 아비규환으로 변해있었고, 행진대열은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쓰러진 사람들로 대신하고 있었다. 사무라이 복장의 사람들이 제일 먼저 전멸하였고, 뒤이어 왜군복장의 조총을 들고 행진하던 사람들이 피습 당했다, 그리고 지금, 구일본군 복장의 목총을 들고 행진하던 사람들이 흩어지면서 도륙을 당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구경하다가 도망쳐 오는 사람들에 밀리며 머뭇거린 게 참변을 더 키우고 있었다.

“아! 경찰이다. 경찰이 왔어. 살려주세요!”

공포에 질려 정신없이 도망치던 료이치는 길을 잘 못 들어 황궁 안으로 들어서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그곳의 대문은 잠겨있었다. 황급히 다리를 건너 다시 돌아 나왔을 때는 이미 괴물이 근처까지 다가왔다.

자신을 따라 같이 도망쳤던 사람들과 괴물을 피해 도망쳐오는 사람들이 만나며 엉켜서 길은 더 복잡해졌고, 떠밀리며 쓰러진 사람들까지 생기자 혼란은 가중됐다. 괴물의 손에 죽는 것보다 이제는 사람들의 발에 밟혀 죽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다.

료이치는 다른 사람들이야 죽든 말든 자신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앞을 가로막으며 밀치며 쓰러뜨렸고, 쓰러져있으면 밟으며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데 총을 들고 달려오는 경찰이보이니 긴장이 풀어지며, 이젠 살았단 생각에 다리의 힘이 절로 풀렸다.

아무리 칼을 들고 설쳐대더라도 경찰의 총 한방이면 제깟 놈이 별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빠 빨리 저 괴물을 처치해 주세요. 헉헉!”

달려오는 경찰을 붙잡고 료이치가 매달렸다.

“걱정 말고 뒤로 피하세요! 괴물은 우리가 막아낼 겁니다.”

경찰이 료이치를 안심시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료이치가 다시 확성기를 입에 대고 기운을 내 외쳤다.

“여러분! 헉헉~ 경찰이 왔습니다! 침착하세요. 침착! 경찰이 괴물을 처치 할 겁니다. 차분히 물러나세요!”

과연 료이치의 외침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사람들이 하나, 둘 정신을 차리며 한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아직도 비명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왔지만 적어도 경찰차 주변의 사람들은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고 차분히 경찰차 뒤로 걸어가 모이기 시작했다.

료이치가 확성기에 대고 떠드는 소리도 한 몫을 하여 사람들이 질서를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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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제12장 살육(6) +8 14.10.09 1,918 67 12쪽
94 제12장 살육(5) +4 14.10.06 1,716 58 13쪽
93 제12장 살육(4) +4 14.10.02 1,700 60 11쪽
» 제12장 살육(3) +6 14.09.29 2,000 66 12쪽
91 제12장 살육(2) +9 14.09.25 1,614 54 12쪽
90 제12장 살육(1) +2 14.09.22 1,851 59 11쪽
89 제11장 역류(6) +6 14.09.18 1,659 59 12쪽
88 제11장 역류(5) +4 14.09.15 1,732 58 11쪽
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1 54 11쪽
86 제11장 역류(3) +2 14.09.08 1,582 53 11쪽
85 제11장 역류(2) +4 14.09.04 2,554 67 12쪽
84 제11장 역류(1) +8 14.09.01 2,846 63 11쪽
83 제10장 위기(13) +6 14.08.28 2,525 70 12쪽
82 제10장 위기(12) +4 14.08.25 1,652 61 11쪽
81 제10장 위기(11) +6 14.08.21 1,841 65 12쪽
80 제10장 위기(10) +8 14.08.19 1,669 63 11쪽
79 제10장 위기(9) +6 14.08.14 1,833 87 11쪽
78 제10장 위기(8) +6 14.08.13 1,865 80 11쪽
77 제10장 위기(7) +4 14.08.11 1,663 69 12쪽
76 제10장 위기(6) +4 14.08.07 1,660 66 11쪽
75 제10장 위기(5) +10 14.08.04 1,635 64 10쪽
74 제10장 위기(4) +4 14.08.01 1,664 63 12쪽
73 제10장 위기(3) +6 14.07.30 1,757 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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