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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098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8.04 13:12
조회
1,635
추천
64
글자
10쪽

제10장 위기(5)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겨우 2층이었지만 연기를 피해 도망 나온 사람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그들을 돌보는 간호사나 간병인들이었다. 1층으로 내려만 갔어도 밖으로 피할 수 있었겠지만 내려갈 수가 없었기에 급한 데로 발코니로 나온 것이다.

“콜록콜록! 사 사람 살려!”

“우웩! 콜록! 으으... 나 죽어.”

“아악! 연기가 너무 심해! 숨을 쉴수가. 콜록!”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요. 밀지마세요. 콜록콜록!”

이미 연기를 피해 한쪽으로 몰린 사람들이었지만 그곳까지 연기가 밀려오자 이제 더 이상 피할 곳도 없었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기침을 해대던 사람들은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고 다리가 부러지더라도 뛰어내리려 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비록 여자일지라도 뛰어내리면 다치는 정도겠지만, 난간을 넘어 뛰어내릴 힘조차 없는 노인들은 목숨을 잃을 위험한 일이었다.

휘이익!

그때, 그들이 몰려있던 구석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연기를 몰아내며 사람들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꾸역꾸역 밀려나오던 연기가 뜸해졌다. 매운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기침을 하던 사람들이 바라보니 발코니로 나오는 문을 누군가 닫고 있었다.

1층에서 올라오는 연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전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모두 정신이 없어서 자신들이 나온 문을 닫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휘는 2층으로 뛰어올라 기운으로 바람을 일으켜 연기를 잠시 밀어냈다.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있게끔 해놓고 연기가 몰려나오던 문을 닫았던 것이다. 그러나 1층에서도 연기는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 본 휘가 발코니의 난간을 붙잡고 뜯어내기 시작했다. 허리정도의 높이로 설치된 스테인레스 난간의 고정된 아래 부분이 휘가 힘을 쓰자 떨어져 나왔다. 난간을 붙잡고 있던 콘크리트가 힘없이 부서졌던 것이다.

휘가 힘을 주어 뜯어낸 난간을 아래로 늘어뜨리자 자연스럽게 사다리가 설치되었다.

비록 연기 때문에 정신이 없고 몸은 고통스러웠지만 발코니 난간을 뜯어내는 괴력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 누구지? 콜록!”

“콜록콜록! 저 저사람 뭐 하는 거죠?”

그때 휘가 난간으로 설치한 사다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혼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이리로 내려가시오!”

휘가 소리쳤지만 모두 기침을 콜록거리며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이 상황이 놀랍기도 하고 한국말을 알아듣는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할 수없이 휘가 젊은 간호사의 팔을 붙잡고 끌고 와 난간으로 만든 사다리 쪽으로 밀었다.

“아악! 콜록콜록! 어 어쩌라고요?”

간호사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비록 2층이었지만 아래로 내려가기엔 무서웠던 것이다.

그러나 휘가 요구하는 게 뭔지 내용은 정확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이대로 머뭇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휘가 그런 사람들을 내버려둔 체 노인이 앉아있는 휠체어를 번쩍 들었다. 노인은 이미 기력을 잃었는지 고개를 푹 숙인 체 움직임이 없었다.

휘이익!

휠체어를 번쩍 든 휘가 몸을 날렸다.

“아악!”

“꺄아악!”

2층 발코니에 있던 사람도, 바닥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구경하던 사람들도 휘가 몸을 날리자 비명을 질렀다.

턱!

그런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무시하듯 휘가 바닥에 내려서서 들고 있던 휠체어를 가볍게 내려놓았다. 노인은 고개를 숙인 체 그대로 앉아있었다.

조용!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리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너무 놀라 곁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다.

할 수없이 휘가 그중에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을 손짓으로 불렀다. 잠시 멍하니 있던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는 달려와 휠체어를 잡았다.

그러자 다시 휘가 자신이 걸쳐놓았던 난간으로 달려가 붙잡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2층으로 날아올랐다.

와아!

뒤늦게 구경하던 사람들이 환성을 질렀다. 건물 안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이나 주변에서 연기를 보고 달려왔던 사람들이 휘의 모습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서로 고함을 지르며 난간으로 달려오고 휠체어로 몰려들며 도우려 한 것이다.

난간을 순식간에 오른 휘가 아직도 멍하니 서있는 여자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툭 건드렸다.

2층엔 다시 연기가 몰려들어 숨쉬기가 어려웠다.

휘가 곧바로 다시 휠체어를 들고 뛰어내렸다.

와아!

다시 함성이 터졌다.

그런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휘가 다시 2층으로 올랐다.

그러자 멍하니 있던 여자가 난간으로 조심조심 다가섰다. 다른 여자들도 이제 난간으로 몰려갔다. 서로 도우며 조심스럽게 난간을 내려서자 밑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다리를 붙잡고 받쳐주며 여자들을 아래 바닥으로 내렸다.

바닥에 내려선 여자가 기운이 빠진 듯 털썩 주저앉자 주변사람들이 부축하여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사이 휘는 부축을 받으며 힘들게 서있던 노인을 안고 다시 뛰어내렸다. 그리고 여자들이 매달려 힘겹게 내려오는 난간의 옆을 단 한 번의 도약만으로 밟고 2층으로 올랐다.

몇 차례 반복하자 이제 환자복을 입은 노인은 한명만 남아 있었다.

“그 노인은 나에게 맡기고 어서 내려가시오.”

아직도 노인을 부축하고 힘들게 서있던 여자에게 다가간 휘가 노인을 번쩍 안아들며 여자에게 어서 내려가라고 눈짓을 했다. 이 노인이 마지막 남은 환자였다. 연기에 콜록거리며 눈물을 흘리던 여자가 얼른 사다리로 다가갔다.

휘가 다시 노인을 안고 뛰어내렸다.

아래엔 어느새 사람들이 환자이송용 침대를 가져와 노인들을 보살필 준비를 해 놓았다.

휘가 대기하고 있던 환자이송용 침대에 노인을 눕히고선 둘러보니 사다리 근처에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내려가려고 모여 있었는데 무서워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복잡했다.

“콜록 콜록, 못 견디겠어. 어서 내려가요.”

“흑! 무 무서워요. 콜록!”

고통에 빨리 내려가라고 소리치는 사람들과, 쉽게 다리를 떼지 못하고 사다리를 붙잡은 체 떨고만 있는 여자가 보였다. 재촉하는 사람들 때문에 부담스러웠는지 사다리를 붙잡고 있던 여자가 덜덜 떨면서 한 발을 아래로 내디뎠다.

그러나 너무 긴장하였는지 발을 헛디디며 몸이 기울어,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아악!”

꺄악!

“위험해! 떨어진다!”

여자가 아래로 떨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보고 있던 사람들도 소리쳤다.

그때,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거꾸로 떨어지던 여자가 사라졌다. 무언가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늘어진 것 같은 형상을 사람들이 느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사다리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을 향해 여자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손을 들고 받으려 하는 사람, 아니면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충격에 대비하는 사람, 피하려고 몸을 움직이던 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었는데 떨어지는 여자를 받으려던 사람들만 그림자처럼 휙 사라진 형상을 보았다, 정확히는 보았다기보다 느꼈다고 해야겠다.

“으으으...”

여자의 신음소리에 놀라서 멍하니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니 한 쪽에 휘가 여자를 안고 서 있었다. 여자는 기절을 했는지 늘어져 있었고 입으로는 신음소리가 세어 나오고 있었다. 휘가 그런 여자를 침대에 눕혔다.

와아!

“살았다. 받아냈어.”

“우와! 저 사람 누구야? 엄청나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쏟아냈다.

휘가 사다리 쪽으로 다가가자 그제야 사람들도 다시 여자들이 내려올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이젠 좀 더 적극적으로 남자들이 사다리 중간까지 올라가 여자들을 부축하기 시작했다.

“자! 내 손을 잡아요. 조심조심.”

“천천히, 걱정 말고 내려와요.”

마침내 발코니에 있던 여자들이 다시 내려서기 시작했다.

애앵! 애애앵!

삐뽀 삐뽀!

그때, 사이렌소리가 울리며 소방차와 구급차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자자! 비켜주세요.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화재 진화를 해야 합니다. 물러나세요!”

“안에 아직 노인 분들이 있어요. 어서 구해주세요!”

곧 소방대원들이 몰려들어 주변정리를 하며 소방호스를 펼치고 일부는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층 발코니 쪽으로 나섰던 사람들은 이미 구조를 끝마친 후였다. 모두 안전하게 아래로 옮겨졌던 것이다.

소방관들은 화재발생지에 대한 진화를 하는 한편, 일부는 내부로 진입하여 창문을 열거나 깨뜨려 연기를 빼내고,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구급차들은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급하게 실어 나르며 바삐 움직였다.


식당 안에서 창밖으로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이모와 자영이 걱정스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강 서방이야.”

“아유~ 이모, 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조마조마해요.”

“그래도 강 서방 덕분에 저 사람들 목숨 구한 거다. 참 대단한 사람이야.”

“이제 소방관들이 왔으니 그냥 돌아와야 할 텐데.”

자영의 걱정스런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휘가 마치 화장실을 다녀 온 듯 손을 휴지로 닦으며 다가왔다.

“이미 왔소. 소란스러울지 모르니 그만 갑시다.”

이모와 자영도 이제야 자신들의 처지가 생각나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구, 우리 처지도 잊고 남 걱정만 하고 있었구나. 남들 눈에 띠어서 좋을 것 없는데, 얼른 돌아가자.”

“네, 혹시 방송카메라에라도 찍히면 골치 아플 수 있겠어요. 어서가요.”

자영이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가 계산을 하려 했으나 식당 사람들도 모두 불구경을 갔는지 카운터에는 사람이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자영이 돈을 꺼내 계산서와 함께 카운터위에 올려놓고는 이모와 휘를 따랐다.

밖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다.

소방차와 구급차의 사이렌소리, 사람들의 고함소리,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섞여 복잡했다.

휘는 이모와 자영을 데리고 다시 쇼핑센터 쪽으로 걸었다. 그사이 불길은 잡혔는지 건물에서는 점점 하얀 연기가 새나오고 있었다.

쇼핑센터에 다다른 일행은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바닷가 어촌마을로 돌아왔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이모와 자영은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휘는 일행이 아닌 것처럼 알아서 사라졌다.

조금은 시끄러웠던 나들이가 그렇게 끝맺음 되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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