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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108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9.01 00:05
조회
2,846
추천
63
글자
11쪽

제11장 역류(1)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제11장 역류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몸속의 핏빛 봉황이 날아오르며 자신의 의지를 이끌었다.

이미 자신은 꺼져가는 의지를 짜내어 봉황의 칼을 휘두를 때, 마지막 남은 기운마저 다 소진해 버렸다. 그 후 자신의 의지는 봉황에게 넘어가 버렸다.

강렬한 기운에 이끌려 헬기에서 뛰어내린 휘의 몸은 창공을 나는 한 마리 봉황이 되어 세찬 바람을 갈랐다.

부릅뜬 휘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세상은 온통 붉은 핏빛이었다.

그 순간, 눈앞의 지상에 큰 폭발이 일었다.

콰아앙!

그 폭발의 강력한 기운이 반가운 듯 몸속의 핏빛 봉황이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캬아아아!”

휘의 세상이 요동치며 전신으로 거친 기운이 해일처럼 몰려들었다. 떨어져 내리는 휘의 몸이 빨갛게 물들어가며 점점 달아올랐다.

슈우우욱!

바람을 타고 흐르듯 휘의 몸이 폭발의 중심으로 유성처럼 붉은 꼬리를 남기며 빨려들어 갔다.

콰콰쾅!

곧 이어 유성이 떨어지듯 다시 한 번 폭발이 주변을 휩쓸었다.

고오오오...

폭발의 여파가 서서히 잦아들어갈 즈음 주변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오직 흐린 하늘만 암울한 회색빛으로 물들며 죽음의 비를 뿌리고 있었다.



봉황이 이끄는 대로 폭발의 중심으로 뛰어든 휘의 몸은 엄청난 열기로 순식간에 붉게 물들며 증발되어 갔다.

예전 따스하게 자신을 감싸주던 봉황의 기운은 이미 사라졌다. 그곳엔 강대하게 뻗어 나오는 사악한 기운만을 탐욕스럽게 흡수하는, 포악한 모습의 봉황만이 광기에 휩쓸린 듯 붉은 빛을 번들거리며 존재했다.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내리꽂힌 봉황은 폭발의 중심을 뚫고 아래로, 아래로 파고들었다.

드드드드...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봉황이 그 큰 붉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콰아아!

강렬한 섬광이 일순 터져 나왔다.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곧 이어 거센 회오리가 봉황을 중심으로 생겨나며 세상의 모든 기운을 끌어 당겼다. 블랙홀에 빨려들 듯 주변의 기운들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왔다.

고오오오.

그리고 잠시 후, 마치 온 세상을 다 빨아들일 것 같던 블랙홀이 사라지며 붉게 물들었던 빛도 서서히 흩어졌다.

그곳엔 붉은 새 한 마리만이 남아있었다. 이미 휘의 육체는 사라지고 붉게 물든 봉황만이 날개를 접고 웅크린 모습으로 그 크기를 점점 줄여갔다.


[허어~ 아쉽구나. 아쉬워... 쯧쯧!]

“ ... ... ”

[너무도 안타깝구나.]

“아! 사부님. 사부님... 흐윽!”

[내가 부족하여 너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결과가 이 모양이 되었구나. 악조(惡鳥)라니... ]

“흐윽! 사부님, 제가 우매하여 뜻을 따르지 못했습니다.”

[휘야! 여물지도 않은 너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긴 내 잘못이었다. 못난 사부로 인하여 네가 고통을 받는구나.]

“사부님,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다 이 못난 제자, 제 잘못입니다. 사부님. 흑흑!”

[휘야.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어쩌겠느냐. 이제 마지막 희망은 네 의지이니라.]

“사부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네 의지에 달렸다. 네 의지마저 무너지면 이 세상도 끝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하느니.]

“사부님! 제가 어찌해야.”

[휘야. 명심하거라.]

“아! 사부님, 사부님. 어디로 가십니까? 사부님!”

[네 의지를 굳건히...]

“사부님~ 흐윽! 사부님. 크아아!“


봉황의 문으로 돌아가 봉황의 알을 깨우고, 봉황을 날아 오르게 하면 자신은 선인이 되어 천하를 오시할 수 있게 되어 있었으나, 아직 어렸던 자신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스승님이 왜놈들의 모략에 빠져 미처 전수해 주지 못한 탓과 그마저도 제대로 따르지 않은 자신의 무지 탓에 봉황의 알은 온전히 기운을 흡수할 수가 없었다.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몸을, 제대로 조건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알을 깨뜨리고 나온 어린봉황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혼을 붙잡아 두는 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기력이 다하여 소멸할 순간만을 기다리던 때, 불시에 들이닥친 이질적인 기운을 천운으로 흡수하여 날아오를 수 있었다.

정순하지 못한 기운이었지만 봉황은 자신을 위하여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게 받아들인 기운으로 자신에게 지식을 전하고 몸을 새롭게 만들어 주었다. 비록 만들어진 자신의 육체는 온전하지 못한 반쪽짜리였지만 다시 봉황의 문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지쳐서 잠든 봉황을 깨워 완전체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시 자신의 무지한 행동으로 인하여 잠든 봉황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깨어났다. 이제 깨어나면 돌이킬 수가 없는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기운을 흡수하여 날아오르거나 소멸하거나, 그 뿐이었다.

자신의 몸이 한계상황에 도달하면 치유를 위하여 봉황이 깨어난다는 것을 이젠 잘 알고 있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상황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던 자신의 탓이다.

봉황은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지만, 이번에 받아들인 기운은 너무나 좋지 않았다.

아니, 기운을 받아들이기도 전, 봉황은 이미 폭주를 하여 이지를 상실한 듯 포악해져 버렸다.

사악하고 강렬한 기운이 스며들며 광기에 물든 봉황은, 휘의 육체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받아들인 기운에 걸맞게.

그리고 의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분노(憤怒).


끊임없이 몰려드는 왜놈들, 낭인들의 목을 자르고, 몸통을 분리시켰다. 피가 뿌려지며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그 틈으로 일본군들의 총구가 무수히 삐져나와 불을 뿜었다.

타탕! 탕! 탕!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원한(怨恨).


번뜩이는 칼날이 바람을 갈랐다. 여인의 앞섶이 갈라지며 붉은 핏방울이 튀었다. 가냘픈 고개가 옆으로 툭 젖혀졌다.

그 입에서 울컥 피가 솟구쳤다.

차마 감지 못 한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눈물이 붉게 변해 뚝뚝 떨어지며 불길이 일었다.

화라락!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그녀를 감쌌다.

그 불길을 뚫고 한 마리 나비가 날아올랐다.


-복수(復讐)


잡아채는 개 줄의 끝에 목이 졸린 나신의 그녀가 질질 끌려 나왔다.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빡빡머리가 주사기를 내밀었다. 놈의 웃음소리가 공간을 비틀었다.

그녀의 초점 잃은 눈에서 절망이 흘러내렸다.

그런 빡빡머리의 양물을 움켜쥐었다. 그 물컹거리는 더러운 감촉이 역겨웠다. 맨손으로 확 잡아 뽑은 놈의 물건을, 고통에 떡 벌어져 소리도 나오지 않는 놈의 입에 쳐 넣었다. 놈의 머리가 분리되어 바닥을 굴렀다. 그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화는 풀어지지 않았다.

가슴이 터질듯 뿜어져 나오는 분노는 어떠한 행동으로도 가라앉지 않았다.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더 강한 파멸을. 더 지독한 고통을 선사하고 싶었다.

절망의 끝을 보여주고 싶다.


“큭!”

심마가 찾아왔다.

따스했던 봉황의 기운은 어디에도 없었다. 끊임없이 찾아드는 암울한 기억과 원한에 사무치는 분노의 감정, 복수를 갈구하는 유혹의 속삭임. 악조로 변해버린 봉황은 예로부터 전해오던 봉황문의 기억들을 하나씩 지워가고 있었다. 그 빈자리를 분노와 원한과, 그 복수를 위한 기억들로 채워가고 있었다.

지워져가는 기억들을 살리기 위해 휘는 계속 생각하고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지워진 기억은 그 끝 가닥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거슬러 올라가기가 어려웠다. 또 다른 악몽이 그 자리를 치고 들어왔던 것이다.

휘의 의지는 변질된 봉황의 기운과 끊임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서로 의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하여.

그렇게 휘의 시간은 멈추어 있었고, 그 사이에도 봉황은 휘의 몸을 파멸적 힘으로 조금씩 재구성하고 있었다.




2015년 서울

예전엔 판잣집들이 빽빽이 들어차있던 산자락을 깎아내고, 그 자리에 지어올린 고층 아파트들이 다시 산처럼 스카이라인을 형성한 봉천동의 한 아파트.

자하주차장의 자동현관문이 열리며 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나왔다. 그런데 아이의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는 게 조금 이상했다.

“호야! 같이 가야지. 천천히. 그러다 넘어져.”

곧 아이의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다급한 발자국소리가 뒤따랐다. 여자는 한 손에 짐을 잔뜩 들고서도 금방 아이를 뒤쫓아 와 넘어질듯 위태로운 아이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래도 아이는 신이 난 듯 걸음을 재촉했는데 비틀거리며 한쪽 다리를 저는 게 요즘은 별로 없는 소아마비증세처럼 보였다.

그때, 아이가 나서는 지하 주차장의 현관문 앞으로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조심스럽게 다가와 멈추더니, 운전석에서 훤칠한 사내가 내려 차문도 닫지 않고 급하게 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호야~”

“와아~ 삼춘.”

사내가 두 팔을 벌리며 달려가 아이의 앞에 쪼그려 앉아 키 높이를 맞추자, 아이가 여자의 손을 놓고 비틀거리며 걸어와 남자의 품으로 쓰러지듯 안겼다.

“어우, 우리 호야 신났구나.”

남자 준영이 호를 번쩍 들어올렸다.

“와~ 까르르.”

호가 삼촌의 팔에 들려 환하게 웃었다.

“하하하! 이 녀석, 신났구나. 그래 어서 엄마 보러 가자.“

준영이 호를 품에 안으며 돌아섰다.

여자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짐을 바닥에 내려놓은 채 승용차의 뒷문을 열었다.

“아까부터 계속 보채더라고. 엄마 보러 간다니까 기분이 좋은가 봐.”

준영이 호를 뒷좌석의 어린이용 시트에 앉혔다.

“그랬어? 녀석. 지희야. 호 안전벨트 좀 채워 줘.”

“알았어. 걱정 마셔. 호호!”

“삼춘. 빨리. 엄마 가.”

호가 시트에 파묻히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알았어. 금방 엄마한테 갈 거야. 얌전히 있어.”

“응.”

준영이 지희가 가져온 짐을 트렁크에 넣고는 운전석에 올랐다. 지희도 호의 안전벨트를 챙긴 후 조수석에 앉자 승용차가 곧 출발했다.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는 가파른 고갯길을 내려와 곧 순환도로로 접어들었다.

“이번엔 시일이 좀 지났지? 누나가 섭섭하겠다.”

“당신이 바빠서 그런 걸 어떡해. 시간을 좀처럼 낼 수가 없으니. 다음엔 나 혼자라도 호 데리고 다녀올 게.”

“고마워. 지희야.”

준영이 옆을 돌아보며 지희의 늘씬한 다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호호! 운전할 땐 앞을 보셔. 그리고 아직도 계속 지희야 하고 이름 부를 거야? 엄마한테 또 혼나고 싶어?”

“하하! 그게 잘 안되네. 장모님한테 잔소리 듣기는 싫은데도, 여보~ 이게 참 낯간지럽단 말이야.”

“칫! 싫은 건 아니고?”

“그럴 리야 있나. 절대 아닙니다요. 하핫!”

“차가 많이 밀리네.”

“주말이잖아. 천천히 가지 뭐.”

승용차는 주말의 밀리는 차량들에 섞여 간신히 경부고속도로에 올랐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용인의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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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제12장 살육(7) +4 14.10.13 1,933 60 11쪽
95 제12장 살육(6) +8 14.10.09 1,919 67 12쪽
94 제12장 살육(5) +4 14.10.06 1,718 58 13쪽
93 제12장 살육(4) +4 14.10.02 1,701 60 11쪽
92 제12장 살육(3) +6 14.09.29 2,000 66 12쪽
91 제12장 살육(2) +9 14.09.25 1,615 54 12쪽
90 제12장 살육(1) +2 14.09.22 1,852 59 11쪽
89 제11장 역류(6) +6 14.09.18 1,660 59 12쪽
88 제11장 역류(5) +4 14.09.15 1,733 58 11쪽
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2 54 11쪽
86 제11장 역류(3) +2 14.09.08 1,583 53 11쪽
85 제11장 역류(2) +4 14.09.04 2,555 67 12쪽
» 제11장 역류(1) +8 14.09.01 2,847 63 11쪽
83 제10장 위기(13) +6 14.08.28 2,525 70 12쪽
82 제10장 위기(12) +4 14.08.25 1,653 61 11쪽
81 제10장 위기(11) +6 14.08.21 1,842 65 12쪽
80 제10장 위기(10) +8 14.08.19 1,669 63 11쪽
79 제10장 위기(9) +6 14.08.14 1,833 87 11쪽
78 제10장 위기(8) +6 14.08.13 1,866 80 11쪽
77 제10장 위기(7) +4 14.08.11 1,664 69 12쪽
76 제10장 위기(6) +4 14.08.07 1,661 66 11쪽
75 제10장 위기(5) +10 14.08.04 1,636 64 10쪽
74 제10장 위기(4) +4 14.08.01 1,665 63 12쪽
73 제10장 위기(3) +6 14.07.30 1,757 65 12쪽
72 제10장 위기(2) +4 14.07.28 2,173 74 12쪽
71 제10장 위기(1) +6 14.07.24 2,183 84 11쪽
70 제9장 흔적(8) +6 14.07.22 2,235 98 12쪽
69 제9장 흔적(7) +9 14.07.19 2,213 82 11쪽
68 제9장 흔적(6) +8 14.07.17 2,251 86 11쪽
67 제9장 흔적(5) +6 14.07.15 2,598 9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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