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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100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9.22 00:05
조회
1,851
추천
59
글자
11쪽

제12장 살육(1)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휘가 가볍게 몸을 날렸다. 그러자 휘의 몸이 휘익 솟구치며 빌딩위로 날아올랐다. 다시 한 번 돋움을 하자 곧 휘의 몸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떨어진 높은 빌딩위로 날아갔다. 바람이 한차례 일었다.

높은 빌딩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빌딩과 빌딩들 사이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물결과 개미떼처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그런데 저런 풍경이 낯설지가 않았다.

“자영?“

휘가 자영의 이름을 가만히 되뇌었다.

머릿속에서 지지직거리며 뭔가 생각의 고리가 이어졌다가 끊어지기를 반복하였다.

단아한 한복차림으로 화사하게 웃고 있던 자영의 모습이 서서히 변해가며 기품 있고 근엄한 모습의 왕비로 바뀌었다. 그런데 슬픔이 가득한 그녀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리며 불이 화악 일었다. 휘의 가슴이 아파왔다.

어두운 공원, 뒤돌아 서있던 그녀가 고개를 훽 돌렸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처참한 얼굴이 드러났다. 너 때문이라는 듯 그녀의 표정엔 원망이 가득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휘의 가슴이 쿵 무너져 내렸다.

“자영!”

휘의 목소리가 빌딩들 사이로 메아리지며 흩어졌다.

휘의 목소리에 대답하듯 빌딩의 꼭대기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난간에 서있는 휘의 눈물을 닦으며 머리카락을 쓸고 지나쳐갔다.

“후우~”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아래를 내려다보는 휘의 눈에 멀리 빌딩들 사이로 굉장히 넓은 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기와로 지은 전각들도 여러 채가 보였다. 궁궐 같았다.

관심이 생겨 여기저기 곳곳을 둘러보던 휘의 눈에 궁궐 같은 곳의 한 쪽 대로변, 사람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제복을 입고 행진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나가는 도로가에서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

그런데 무심히 구경하며 둘러보던 휘가 깜짝 놀라며 안력을 높였다. 비록 멀리 떨어져있었지만 휘의 눈으로는 길바닥에 붙어있는 껌 딱지도 구분할 수 있었다.

“허억! 저 저 놈들은...”

휘의 눈이 커졌다.

“크흑!”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들었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날을, 그 고통을.

지금의 고통은 악조로 변한 봉황과의 기억 쟁탈전으로 인한 고통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분노와 원한으로 가득 찼던 그날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 것이었다.

휘의 눈길이 향한 그곳.

대로에는 옛 일본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형 총기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는 옛날 왜군들의 복장에 고깔모양의 모자를 쓴 사람들이 조총을 들고 뒤 따르고 있었고 더 뒤에는 머리모양까지 일본식 상투를 틀고 게다짝을 끌며 일본도를 허리에 찬 사무라이 복장의 사람들이 웃으며 시끌벅적 행진대열을 따르고 있었다.

2015년 일본 우베정권은 평화헌법 9조를 개정했다.

그리고 이를 넘어 일본도 정규군을 유지하며 적대적 행위를 해오는 적성국을 상대로 방위적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변국은 말할 것도 없이 일본 국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일본의 보수 우익세력들은 반대세력들을 억누르기 위해 오늘 번화가에서 무력시위를 준비했다. 바로 구일본군 코스프레 행진을 준비한 것이다.

옛 사무라이복장과 일본도, 임진왜란 당시의 일본군복장과 조총, 그리고 구일본군 복장과 소총을 들고 도쿄 한복판을 행진하는 연출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리고 효과는 있었다. 많은 관광객과 일본인들이 사진촬영을 하며 그들을 따라붙었다. 행진을 하는 그들의 앞뒤, 그리고 옆으로는 현수막과 욱일승천기, 피켓을 든 극우세력들이 고함을 지르며 열렬히 호응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욱일승천 일본, 일본군 만세, 영광재현 등이었다.

빌딩위에서 그들을 바라보던 휘의 눈이 광망으로 붉게 물들어갔다.

“이... 이익!”

이를 깨물고 있던 휘의 입술사이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저 놈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날 새벽, 들이닥친 놈들의 총탄에 자신이 죽었다. 그리고 저 시정잡배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 그녀가 처참하게 짓밟히며 죽었다. 자신이 죽어서도 원한을 곱씹던 놈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날이 오늘처럼 생생히 뇌리에 떠올랐다.

“이 이놈들!”

휘의 붉어진 눈에서 빛이 번뜩였다. 봉황이 꿈틀거리며 깨어났다. 그리고 날개를 펼치며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크아아아!”

포효를 터뜨리며 쭉 뻗는 휘의 손에서 핏빛 붉은 검이 튀어나왔다. 봉황의 칼이 기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휘익!

휘가 창공을 날아오르듯 빌딩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

쐐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휘의 귓가로 들려왔지만 휘의 뇌리엔 미칠 듯 타오르는 불길만이 떠올랐다. 한 마리 나비처럼 휘가 빌딩사이를 날았다.








제12장 살육(殺戮)



료이치는 오늘도 확성기를 들고 행진대열의 앞 선두에 서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국회는 일본국군법을 당장 통과시켜라!”

-통과시켜라!

“일본의 영광을 재현하자!”

-재현하자!

주변에서 따라오는 동조자들이 피켓을 흔들며 소리쳤다. 저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현실을 접어둔 채 몽상에 젖어있는 사람들이다.

신이 난 료이치는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앞장섰다. 재특회를 위시한 일본의 모든 우익 보수단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언론에서는 지금 자신들이 외치는 이 법만 통과된다면 당장 독도에 상륙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얄미운 한국 놈들을 때려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멍청한 한국이 덤빈다면 더욱 좋다. 아예 예전처럼 쳐들어가서 싹 쓸어버리는 거다. 한국여자들을 줄줄이 매달고 끌고 와 노예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예전 위안부문제를 떠들던 한국 놈들을 향해 자신이 앞장서서 외쳤던 말이 사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조선년은 창녀들이다. 눈에 띄면 닥치는 대로 강간을 해라.

생각만으로도 료이치의 얼굴이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한국과 전쟁을 한다면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일본이 압승을 할 것이라는 게 료이치의 생각이다. 막강한 일본해군이 지키고 있는 일본해를 한국 놈들이 넘어 올 가능성은 없었다. 어느 전문가가 TV에 출연해 입에 거품을 물며 떠들었다. 한일전쟁이 벌어질 경우 개전초기에 한국해군과 공군은 전멸할 것이라고. 결국 한국은 자기네 땅에서 꼼짝도 못하고 일본공군과 해군의 미사일 폭격에 무너져 항복할 것이다.

그런 저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료이치는 이런 게 좋았다.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저번에 괴물 같은 놈 때문에 죽을 뻔 했는데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다. 경찰에 쫓기며 재특회 사무실을 찾아가 연줄을 타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리저리 알아보니 경찰에 수배가 되어있지 않다고 했다. 이상해서 자세히 알아보니 이미 그 사건은 유야무야 덮여버렸다고, 더 이상 거론하지도 말란 얘기만 들었다.

그 후, 조직을 떠나 재특회 일에만 매달릴 수 있었고 어느 듯 정치적으로 지역 시의원의 보좌역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시의원도 골수 우익 멤버였다.

잘만하면 자신도 시의원까지는 어떻게 되지 않을까 욕심을 내보며 열심히 활동 중이다. 활동이란 게 한국과 중국을 씹으며 앞장서서 선동하는 게 다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료이치가 다시 확성기를 들고 뒤를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아니 외치려했다.

“어? 어... 저 뒤, 왜 그래?”

료이치가 혼잣말을 하듯 확성기에 입을 댄 상태로 중얼거렸다. 돌아보는 뒤쪽이 술렁거렸던 것이다. 사람들의 소음에 묻혀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무언가 큰 파문이 일렁이는 게 느껴졌다.

그 파문은 점점 료이치 쪽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질린 얼굴로 사방으로 흩어지는 중이었다. 파문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명을 지르며 진원지로부터 멀어지려는 사람들과, 뭔 일인지 모르고 멍하니 있던 사람들이 부딪치며 그 파장은 점점 번져가고 있었다.

“어 어?... 어 아악! 저 저게 도대체?”

료이치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한참 뒤쪽,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오는 그 뒤쪽에서 뭔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가 떨어지고, 물건이 이리저리 비산을 하는 게 무언가 커다란 기계가 회전하며 물건들을 사방으로 튕기는 것 같았다. 마치 예초기에 잘려나가는 잡초들이 사방으로 분해되며 흩뿌려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 튕겨나가고 비산되는 물체들이 이상했다.

“으... 으악! 사 사람?”

사람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날려가고, 무언가 핏덩이들이 사방으로 뿌려졌다. 이제 비명소리는 웅웅거리는 소리로만 퍼져나갔다.

그제야 주변에 있던 몇몇 방송카메라와 기자들이 그 진원지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거나 일부는 달려갔다.

료이치가 기겁을 하며 확성기를 내 던진 채 뒤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이런 상황을 겪었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상상도 하기 싫은 공포, 절대적 위압감, 지금 그나마 다리가 풀리지 않았을 때 도망쳐야 했다.

“으으으... 서 설마, 아 아닐 꺼야. 으아아!”

료이치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 틈으로 뛰어 들어갔다.



바람을 타고 창공을 날아 행진대열의 꼬리부분을 따라잡은 휘가 그들의 머리위로 향했다.

그곳에는 사무라이 복장에 칼을 찬 수십의 인물들이 거만한 표정으로 거들먹거리듯 행진을 하고 있었다.

게다짝을 신고 있다 보니 대열을 맞추지도 못했고 걸음걸이도 자연스레 거들먹거리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자랑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허리에 찬 일본도를 붙잡고 으스대는 몸짓에서 비록 코스프레 행진이었지만 사무라이에 대한 자부심이 베어나는 듯하였다.

콰쾅!

드드드...

그런 그들의 앞에서 굉음이 터졌다. 무언가 하늘을 날아 자신들의 앞으로 떨어져 내린 것이다. 지진이 난듯 땅이 흔들렸다.

“히이익! 뭐 뭐야?”

“우악! 뭐가 떨어진 거야?”

“끄으으. 지진이다.”

굉음과 땅의 울림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엉덩방아를 찧거나 나가 떨어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며 충격이 발생한 곳을 쳐다보고는 기겁을 했다.

그 곳엔 한 사내가 칼을 내려뜨리고 꿋꿋이 서 있었는데, 그 발을 딛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둥글게 땅이 꺼져있었다.

아스팔트 바닥에 잘게 균열이 가며 푹 꺼진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피니 그보다 더 그로테스크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의 흔적으로 보이는 육편과 핏덩이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듯 흩어져 있었다.

찢어지고 피에 절은 옷가지와 신발, 그리고 형체를 알 수없는 피를 잔뜩 머금은 고깃덩어리들, 따로 분리되어 떨어져있는 팔, 다리에서는 아직도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좀 전까지 웃고 떠들며 서 있던 사람들의 신체가 갈가리 찢겨져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꺄아악!”

“우아아악!”

그제야 사람들이 상황을 깨닫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거대한 물건이 떨어지며 사람들이 압사당한 것으로 판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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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제12장 살육(7) +4 14.10.13 1,932 60 11쪽
95 제12장 살육(6) +8 14.10.09 1,919 67 12쪽
94 제12장 살육(5) +4 14.10.06 1,718 58 13쪽
93 제12장 살육(4) +4 14.10.02 1,701 60 11쪽
92 제12장 살육(3) +6 14.09.29 2,000 66 12쪽
91 제12장 살육(2) +9 14.09.25 1,615 54 12쪽
» 제12장 살육(1) +2 14.09.22 1,852 59 11쪽
89 제11장 역류(6) +6 14.09.18 1,660 59 12쪽
88 제11장 역류(5) +4 14.09.15 1,732 58 11쪽
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2 54 11쪽
86 제11장 역류(3) +2 14.09.08 1,582 53 11쪽
85 제11장 역류(2) +4 14.09.04 2,555 67 12쪽
84 제11장 역류(1) +8 14.09.01 2,846 63 11쪽
83 제10장 위기(13) +6 14.08.28 2,525 70 12쪽
82 제10장 위기(12) +4 14.08.25 1,653 61 11쪽
81 제10장 위기(11) +6 14.08.21 1,841 65 12쪽
80 제10장 위기(10) +8 14.08.19 1,669 63 11쪽
79 제10장 위기(9) +6 14.08.14 1,833 87 11쪽
78 제10장 위기(8) +6 14.08.13 1,865 80 11쪽
77 제10장 위기(7) +4 14.08.11 1,664 69 12쪽
76 제10장 위기(6) +4 14.08.07 1,661 66 11쪽
75 제10장 위기(5) +10 14.08.04 1,636 64 10쪽
74 제10장 위기(4) +4 14.08.01 1,665 63 12쪽
73 제10장 위기(3) +6 14.07.30 1,757 65 12쪽
72 제10장 위기(2) +4 14.07.28 2,172 74 12쪽
71 제10장 위기(1) +6 14.07.24 2,183 84 11쪽
70 제9장 흔적(8) +6 14.07.22 2,234 98 12쪽
69 제9장 흔적(7) +9 14.07.19 2,213 82 11쪽
68 제9장 흔적(6) +8 14.07.17 2,251 86 11쪽
67 제9장 흔적(5) +6 14.07.15 2,598 9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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