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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081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9.04 00:05
조회
2,554
추천
67
글자
12쪽

제11장 역류(2)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이 녀석, 아침부터 엄마한테 간다고 설레어하더니 피곤한지 잠들었네.”

지희가 뒷좌석에서 잠든 호를 안아서 내리자 준영이 얼른 받아 들었다.

“어이구, 호야. 엄마 보러 가야지. 다 왔다. 가자.”

준영의 품에 안기자 호가 눈을 부비며 부스스 깨어났다.

“엄마.”

“그래. 엄마한테 가자. 다 왔어.”

준영과 지희가 하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면회신청을 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환자복을 입은 자영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휠체어를 밀고 온 간병인이 지희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돌아섰다.

지희가 얼른 다가가 휠체어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자영의 손을 꼭 붙잡았다.

“잘 지내셨어요? 저희 왔어요.”

지희의 얘기에도 자영의 눈은 멍하니 허공을 쫓고 있었다. 아니 초점이 맞춰져 있지를 않았다.

그때, 준영의 품에 안겨있던 호가 내려달라는 듯 몸을 비틀며 앙탈을 부렸다.

“이이이... 어 엄마.”

“어, 그래그래, 호야. 엄마 저기 있지.”

준영이 얼른 호를 바닥으로 내려주었다. 그러자 호가 앞만 보며 비틀비틀 뛰쳐나가다 앞으로 발랑 넘어졌다. 마음만 급해 달려가려다 발이 꼬여 넘어진 것이다. 조그만 얼굴이 바닥을 쓸었다.

“앗! 호 호야!”

“어머. 호야. 조심해야지.”

준영과 지희가 깜짝 놀라 서로 달려갔다.

“이잉... 어 엄마.”

준영이 일으켜주며 얼굴을 살피려했지만 호는 막무가내로 뿌리치며 다시 자영에게 달려갔다.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가 아주 멀게 느껴졌다.

무릎에 숄을 펼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자영은 그런 아이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무심하고 멍한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엄마, 엄마.”

기어이 비틀거리며 다가간 호가 자영의 무릎을 붙잡고 쓰러지듯 매달렸다. 자영의 무심한 눈길이 호를 향했다.

“엄마.”

호가 자신의 조그만 손을 들어 무릎위에 가지런히 놓인 자영의 손을 잡았다.

“아!”

자영의 꾹 다물고 있던 입이 살짝 열렸다. 흐려졌던 눈의 초점이 돌아와 자신의 무릎에 매달려있는 아이에게 향했다.

‘엄마.“

자영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자신의 손을 타고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었던 것이다.

호가 손은 놓지 않은 채 자영의 품으로 파고들려는 듯 휠체어위로 오르려 애를 썼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영이 다가와 호를 번쩍 들어 자영의 무릎에 앉혀주었다. 자영이 호의 머리를 끌어안고 자신의 가슴에 살포시 품었다. 온 몸으로 따스한 기운이 퍼지는 듯 환한 미소가 자영의 얼굴에 번졌다.

호가 그런 자영을 자그마한 팔을 돌려 껴안으려는 듯 버둥거렸다.

“엄마. 엄마.”

“... ...”

자영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맺혔다가 똑 떨어졌다.

“흑!”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희가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 준영의 두 눈가도 붉게 물들며 습기에 흐려져 갔다.

“누나... 흑!”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한국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던 준영이 위험을 무릎 쓰고 전화를 해 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조바심을 감당할 수 없어 혜영에게 전화를 하였지만 기다려보자는 말 뿐이었다. 그리고 쓰나미 발생 하루 뒤에야 혜영누나로부터 소식이 왔다.

다급하게 울먹이던 혜영누나의 얘기에 준영은 모든 걸 팽개치고 바로 일본으로 날아갔다. 쓰나미가 덮친 그곳에 누나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영과 이모를 데리러 달려간 백곰이 마주 한 것은 많은 군인들이었다. 그리고 쓰나미가 들이닥친 마을의 풍경과 함께 특수부대로 보이는 헬기들과 휘의 추격전이었다.

사람들이 피한 고지대에서 백곰이 내려다 본, 물에 잠긴 마을에서는 구조헬기보다도 먼저 와 있던 군용헬기들의 급속기동, 집중 사격과 특수부대로 보이는 사람들의 레펠링, 그리고 먼 발치에서 본 상황이지만 이모와 휘가 특수부대에 끌려가는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본 것이다.

급하게 돌아온 백곰의 말에 혜영이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 보았지만 이모와 자영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준영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준영은 미나모토반장과 모리형사에게 부탁을 하며 수소문을 했지만 모른다는 대답뿐 이었다. 한국대사관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여 조사 중이니 접수하고 기다리라는 얘기만 들었다.

더군다나, 자영은 접수가 되었지만, 휘나 이모는 한국 국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

백곰이 본 것을 대사관에 얘기했지만 믿지도 않았다. 이미 일본 특수본에서 손을 쓴 것이다. 몇몇 노출된 동영상들은 퍼지기도 전에 소리소문 없이 압수되었고 방송사에서 일부 촬영된 영상도 삭제되었다.

연일 쓰나미 피해와 원전폭발로 인한 방사능문제 등으로 전 세계가 시끄러웠지만 휘와 자영, 그리고 이모의 행방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피해자 명단에도 자영만이 이름이 올랐다. 준영이 강하게 주장하고, 혜영과 백곰의 증언에 의해 한국대사관이 그나마 그만큼이라도 일처리를 한 것이다.

일본 특수부대에 끌려갔다는 주장은 어디에서도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황당한 미친놈 취급을 받았다.

결국 야속한 시간만 흘러가고 준영은 한국으로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계속 찾아보겠다는 혜영의 말을 위안 삼아 조그만 단서나 관련된 얘기라도 들어오면 주말을 이용해 일본을 다녀왔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 날.

혜영으로부터 준영에게 전화가 왔다. 거의 매일 통화를 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이번에는 혜영의 분위기가 달랐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빨리 일본으로 들어오라는 얘기였다. 다급한 혜영의 목소리에 중요함을 느낀 준영이 다음날 바로 일본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은밀하게 러브호텔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아름답고 풍만한 몸매의 여자는 외모답지 않게 분위기가 너무 어두웠다. 마치 세상의 모든 고통은 혼자 짊어지고 있는 듯 냉소적이고 음산한 분위기까지 풍겼다. 오히려 그래서 그녀의 미모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찌 보면 일본여자 같지가 않았다.

그녀는 주변을 의식하는 듯 조심스러웠고 얼음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목소리로 준영에 대해 이것저것 시시콜콜 캐물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전 겐조 마야라고 해요.”

“아! 네. 그런데 제 누나의 행방에 대해 알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알고 있어요.”

“아! 어 어디 있죠? 지금 제 누나는 어디 있습니까?”

준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목소리가 커졌다. 겐조가 인상을 찡그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방안에는 둘 뿐이었지만 초조한 느낌이었다.

“이러면 얘기 못해요.”

예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준영이 황급히 자리에 앉으며 사과를 했다.

“미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한국의 경찰이라고요?”

“네, 그런데요.”

“휴~ 어렵겠군요.”

“무슨 뜻입니까?”

“본인이 국가의 힘을 이용할 수 있나요?”

“네? 무 무슨?”

“누나를 빼내려면 한국정부가 일본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정부요?”

“네. 이건 국가의 음모니까요.”

“으 음모요? 무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녹음 가능한가요?”

“네? 아, 네. 네. 휴대폰으로 가능합니다.”

준영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서 겐조에게 보였다.

“좋아요. 그럼 동영상으로 촬영하세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누나를 구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우선 여기 이거 받으시고요.”

겐조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어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준영은 무언가 중요한 자료란 생각에 머리칼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겐조의 말이 이어졌다.

“가급적이면 이 자료로만 해결하세요. 그게 불가능할 경우 제 동영상을 꺼내고요. 다만, 제 마음이 바뀌기 전에 서두르는 게 좋을 거예요. 아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일본정부에서는 절 죽이려 할지도 모르니까요. 내 기록을 삭제하고 흔적을 없애던가, 아니면 내게 다시 거짓증언을 하게 만들 수도 있겠죠. 날 미친년으로 만들 수도 있겠고.”

겐조의 표정이 더욱 딱딱하고 결연한 모습으로 굳어갔다. 준영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준영은 지금 이 여자가 하는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누나를 찾는데 국가의 힘이 필요하다니? 그리고 음모라니? 하지만 예전에 누나가 이런저런 일들에 많이 엮여있다고 했던 혜영누나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 자료는 무엇입니까?”

“나중에 보고 본인이 판단하세요. 그 자료만으로 누나를 구하는 게 가능하다면 가장 좋겠지요. 일본정부에서 오리발을 내밀 경우를 대비해서 제가 증인이 되겠다는 거예요.”

“그럴 경우, 겐조씨는...”

준영이 하던 말을 멈추었다. 이미 겐조가 설명을 했었단 게 생각났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

“그러니 가급적이면 이 자료만으로 해결하세요.”

겐조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스쳤다.

“으음... 알겠습니다. 최대한 아니, 이 자료만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마워요.”

“고맙단 말은 제가 해야... 으음...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뇨, 묻지 마세요. 저도 이러는 저를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맘 변하기전에 빨리 하죠.”

준영은 이 여자가 포기상태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전 심리교육을 받을 때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신념에 반하면 오히려 조직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으음...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촬영하면 되겠습니까?”

“흠흠... 잠깐만요.”

겐조가 선글라스를 벗고선 자세를 바로 했다.

“제 모습이 제대로 나오나요?”

“네.”

겐조가 침을 한번 삼키더니 침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럼 시작하죠.”

준영이 휴대폰의 영상녹화버튼을 누른 후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내자 겐조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곧 준영의 눈이 동그래지며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질 줄을 몰랐다.

“내 이름은 겐조 마야, 일본 육상자위대 특수작전국 소속이며 계급은 중위입니다.

2010년 일본에서 발생한 천종사건의 범인 체포를 위해 팀을 이끌고 출동했으며, 이후 천종사건 특별수사본부의 대 테러진압 특수부대 SAT팀의 부 팀장으로 줄 곳 특수임무에 투입되었습니다. 천종사건 특별수사본부의 감춰진 또 다른 이름인 초인 특별수사본부가 그곳입니다.

나가사키 살인사건, 천종살인사건, 도쿄 신주쿠 살인사건. 그리고 도호쿠지방의 슈퍼맨 소동,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슈퍼맨과 같은 초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점점 겐조는 침착한 표정으로 앞에 앉은 준영에게 이야기하듯이 편안히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조용히 듣고 있는 준영은 침착할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았던 것이다.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초인이야기는 영화나 소설에서야 수시로 등장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더구나 지금 상황은 자신의 누나목숨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얘기를 듣다보니 그 초인은 바로 자신의 매형이었던 것이다. 겐조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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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2장 살육(1) +2 14.09.22 1,851 59 11쪽
89 제11장 역류(6) +6 14.09.18 1,660 59 12쪽
88 제11장 역류(5) +4 14.09.15 1,732 58 11쪽
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1 54 11쪽
86 제11장 역류(3) +2 14.09.08 1,582 53 11쪽
» 제11장 역류(2) +4 14.09.04 2,555 6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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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10장 위기(12) +4 14.08.25 1,652 61 11쪽
81 제10장 위기(11) +6 14.08.21 1,841 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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