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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106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9.15 00:05
조회
1,732
추천
58
글자
11쪽

제11장 역류(5)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읍읍! 흡!“

몸부림을 치고 반항을 했지만 억센 사내들의 손길을 이길 수는 없었다. 사내들에게 번쩍 들려 외진 공원의 숲 속까지 끌려온 은미는 이제 기운도 다 빠지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온몸에서 경련이 일어나며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자신이 왜 이런 험한 일을 당해야 하는지 한복을 입고 등교를 한 것을 후회해봤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됐어. 거기 벤치에 내려놔. 여기가 조용하고 좋네.”

“자. 어서 벗기고 맛부터 보자고..흐흐!”

놈들이 빙 둘러서 팔다리를 붙잡고 은미의 팬티를 벗겼다. 팔 한쪽을 붙잡은 놈이 나머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읍! 으흡!”

은미의 발버둥은 점점 기운을 잃어 미약한 몸짓으로 변해갔다.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쏟아졌다.

“우와! 죽인다. 아다라시 같아. 내가 먼저 할래. 크크크!”

“야앗! 비켜. 내가 먼저야! 켁!”

“뭐 뭐야? 나까무라! 너 왜 그래?”

은미의 팬티를 벗긴 후 자기가 먼저라며 바지를 내리고 앞으로 나서던 나까무라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자 다른 놈들이 나까무라를 부르며 어깨를 툭 쳤다.

스르륵~ 쿵!

나까무라의 몸이 옆으로 쓰러져 바닥을 굴렀다.

“어어? 뭐 뭐야?”

나머지 놈들이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한 사내가 불쑥 솟아올랐다.

“으악! 까 깜짝이야! 너 넌 뭐야? 누 누구? 우악!”

“아악!“

“켁!”

“끄으윽.“

순식간에 네놈 모두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은미는 놈들에게 능욕을 당할 순간 거의 정신을 잃었다. 기력이 다하여 반항할 기운도 이젠 없었고 거의 패닉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다리를 오므리며 팬티가 다시 스르륵 밀려 올라오는 느낌에 정신이 돌아왔다.

곧 누군가 자신의 목을 받쳐주며 일어나도록 하자 살며시 눈을 떴다.

자신의 옆에 낯선 사내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누 누구세요? 어머, 꺄악!”

은미가 주변을 돌아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을 끌고 온 놈들이 모두 쓰러져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은미가 옆의 남자를 피하며 다시 물었다. 사내는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수염도 덥수룩해서 어딘지 노숙자 같아 보였다. 또 다른 불안이 찾아들었다.

“너 조선 사람이 아니더냐?”

“네?”

갑작스레 들려오는 조선말에 은미가 피하던 눈길을 돌렸다. 습관적으로 일본말을 했는데 상대편에게서 조선말이 들려왔다.

“조선 사람이냐 물었다.”

“마 맞는데요. 조선 사람입니다.”

은미가 얼른 조선말로 대답 했다.

“옷. 입어라.”

휘가 은미 앞에 들고 온 옷을 던져주었다. 바로 은미의 저고리와 치마였다.

“흑!”

은미가 던져진 옷을 집어서 살펴보고는 옷에 얼굴을 묻고 서러움에 울기 시작했다.

“은미야! 어딨니?”

그때. 은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미가 대답을 하며 황급히 옷을 챙겨 입었다.

“아! 승호 오빠!”

“은미야, 무사한 거지?”

승호가 은미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절뚝거리며 달려왔다.

“오빠, 나 괜찮아... 흑흑!”

“다행이다. 그런데... 어헉! 이 이게 어떻게... 이놈들 다 죽은 거야?”

다가온 승호가 쓰러진 놈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놈들은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몰라. 내가 정신 차리니까 이러고 있었어.”

승호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듯 휘를 쳐다보았다.

“... ...”

휘가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서 있자 승호가 다시 물었다.

“서 설마 이 새끼들 다 죽은 건 아니겠죠?”

“죽었다.”

“네에?”



자신의 방에서 지금 승호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대충 살펴보니 쓰러진 놈들은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런데 죽었다고 하니 아직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더 놀라운 건 이 아저씨가 놈들을 번쩍 들고서는 숲으로 들어가더니 던져버리고 나왔다. 성인 다섯 명을 잠깐의 시간동안 숲 속에 버리고 온 것이다. 물론 휘는 놈들을 땅에 파묻어 버렸지만 승호나 은미는 그것까지 알진 못했다.

이 아저씨는 그러고도 피할 생각이 없는지 정신없이 은미를 데리고 도망치는 자신을 그냥 따라왔다. 어찌 해야 할지 승호로서는 막막하기만 했다.

놈들에게 두들겨 맞을 때 휴대폰이 부서졌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못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던 은미가 마음을 안정시켰는지 옷을 갈아입고 승호의 집으로 찾아왔다. 부모님들은 모두 일들을 나가시니 지금 이 시간에는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은미야. 저 아저씨 이상해.”

“응?”

현관문을 열어주며 승호가 은미에게 소근 거렸다.

“저 아저씨 이상하다고. 엄청!“

“그래도 나를 구해준 사람인데 고맙단 인사는 해야지.”

승호의 말에 약간 두려움이 일었지만 은미가 용기를 내어 승호의 방으로 들어섰다.

휘는 승호의 방에서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뒤져보고 있다가 은미가 들어오자 빤히 쳐다보았다. 은미의 옷이 바뀐 게 이상했던 것이다.

“옷이 바뀌었군.“

“아, 네. 그 옷은 오늘 학교에 행사가 있어서 입고 갔던 거예요. 아무튼, 오늘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긴 일본인데 너희도 조선에서 끌려온 것이냐?”

“네? 아... 네, 네. 끄 끌려오긴 했죠. 저희 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요.”

“아버지의 할아버지?”

“네, 오래전 얘기라고요.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나?”

“네. 아저씨는 어디서 오셨어요?”

“난 조선에서 왔다. 크흑!”

갑자기 휘가 머리를 움켜쥐며 신음을 토했다. 은미와 승호가 놀라서 뒤로 주춤 물러났다.

“어머, 아 아저씨.”

“헉! 아 아저씨. 괜찮아요?”

아이들의 놀람에 아랑곳없이 휘가 다급히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잠시 후 휘의 몸에서 열기가 스르르 피어오르는 듯 했다.

그 모습에 두 아이가 어쩔 줄 모르고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는데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한참 후 휘가 다시 눈을 떴다. 그 눈이 붉게 물들었다.

“너희는 조선이 어떻게 망했는지 아느냐?”

휘의 물음에 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선이 망해요?”

“그렇다.”

“혹시 이씨조선을 말하는 건가요?“

“그럼 다른 조선도 있느냐?”

“네? 지금 북조선이... 조선인민 공화국인데.”

“아저씨는 조선에서 왔다면서요. 공화국에서 온 거 아니었어요?”

“공화국?”

“네 북조선, 조선 인민공화국이요. 남조선 말고.”

휘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으음... 남조선이라, 한국을 말하는 거로군.”

“그렇죠.”

“난 이씨조선에서 왔다.”

“네에~? 이씨조선은 백 년 전에 망했다고요. 어떻게 거기서 와요.”

“음... 아무튼 조선이 망한 이후의 얘기를 아느냐?”

“뭐, 배우긴 했는데요. 아! 여기 역사책 있어요.”

승호가 책장에서 책을 두 권 찾아왔다. 하나는 자신의 교과서였고 하나는 일반 서점에서 살 수 있는 후기조선에 관련된 책이었다.

책을 펼치자 휘도 어느 정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휘가 기억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영과 이모와 함께 지내며 공부를 했던 게 효과를 보는 것이다. 지금 휘는 간단한 일본어 정도는 알아들을 수도 있었다.

다만, 본인이 그걸 언제 배웠는지 자각을 하지 못할 뿐.

“그런데 아저씨, 나쁜 놈들이지만 사람들을 죽였는데 어떡해요? 도망 가야잖아요.”

“그래요. 어떡해? 나 때문에... 흑!”

휘의 머릿속에 언젠가 이런 상황을 겪은 것 같은 데자뷔가 일어났다. 그리고 자영의 불안해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방금 자신이 놈들의 시체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땅속에 파묻은 행동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그런 놈들은 죽어도 싸다. 그리고 내 걱정은 하지마라.”

“도망 가셔야 하는 거 아녜요?”

승호가 걱정이 되어 물어봤지만 휘는 태연했다.

“신주쿠 한국거리가 어디냐.”

“어? 아저씨 거기 아세요?”

“그곳으로 가야겠다.”

승호와 은미는 이 아저씨가 이씨조선에서 왔다는 말은 믿질 않았다. 정신이 약간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아무래도 북조선, 공화국에서 온 사람 같았지만, 본인이 우기니 더 얘기하지 않았다.

“저희가 모셔드려요?”

“그래주겠느냐?”

“좋아요. 은미야. 우리가 같이 데려주자.”

“좋아.”

승호는 놈들에게 두들겨 맞아 얼굴이 터지고 멍도 들어 엉망이었지만 이 아저씨에게 흥미가 생겨서 지금은 아픈 것도 잊었다. 자신이 한순간 눈이 돌아 각목을 들고 덤벼들었다가 얻어터지기만 했는데, 그런 놈들 다섯 명을 단숨에 해치워버렸다. 놈들을 죽였다고 했지만 믿기지는 않았다. 아마 기절한 놈들을 숲에 버려뒀을 거라 생각했다.

놈들을 두 놈씩 번쩍 들고 숲으로 사라지던 광경은 승호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 아저씨가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지만 찾는 곳에 꼭 데려다 주고 싶었다.

그리고 평소 승호를 따르던 은미도 같이 가자는 승호의 말에 얼른 따라나섰다.

학생신분이라 돈은 별로 없었지만 승호와 은미는 휘를 데리고 한국거리로 향했다. 아마 거기에 가면 찾는 사람이 있는 것 같으니 모셔드리고 오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할 때까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저씨가 일본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 놀랐다. 어느 정도 일본에서 살았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휘는 오는 동안 둘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처음엔 조선이 멸망한 시대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더니 나중엔 그 후 현재까지의 상황을 설명해 주길 바랐다.

둘은 일본의 식민 지배부터 해방, 그리고 6.25전쟁으로 남북으로 갈린 얘기까지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한 설명을 자세히 해줬다. 다만, 자신들은 북조선에서 발행한 교과서로 공부했기에 북조선과 관련한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위안부문제나 독도 얘기에는 오히려 아저씨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의아했다. 아마도 이 아저씨가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는데 문제가 생겨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거라고 생각해 버렸다.

둘은 요즘 북한과 일본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오늘 조총련 학교에도 모처럼 북조선의 고위인사라는 사람이 방문했는데 일본의 높은 사람들과 회담을 하기 전에 학교에 들렀다고 했다. 그 때문에 학생들은 한복을 입고 등교를 해야 했다.

덕분에 은미가 봉변을 당할 뻔 했지만.

“여기서부터 한국거리라고 보면 돼요.”

승호의 말에 휘가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승호와 은미가 급하게 뒤를 따랐다.

휘가 예전 혜영의 한국식당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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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2 54 11쪽
86 제11장 역류(3) +2 14.09.08 1,583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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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10장 위기(12) +4 14.08.25 1,653 6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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