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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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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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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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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3,299

작성
14.07.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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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글자
12쪽

제9장 흔적(8)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한국식당.

눈물의 통화를 끝내고 멍하니 앉아있던 준영을 달래서 밥을 챙겨 먹이던 혜영이 몇 숟가락 뜨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 있는 준영을 타박하고 있었다.

“그렇게 듣고 싶어 하던 누나 목소리를 들었는데 이제 밥도 챙겨서 먹어야지. 그거 다 먹고 가. 남기면 안 돼.”

꿈속을 헤매듯 멍한 표정으로 숟가락만 들고 있던 준영이 씩 웃었다. 너무 울어서 눈은 퉁퉁 불어있었지만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기분이었다.

“고마워요, 누님. 밥을 안 먹어도 배불러요.”

“호호호! 아직 아침도 안 먹은 걸 아는데 많이 먹어. 네가 밥을 잘 먹는지 자영이에게 얘기해 줘야한단 말이야.”

“많이, 아주, 너무, 자알 먹는다고 얘기해 주세요. 이렇게 말이에요.”

준영이 과장된 동작으로 크게 밥을 한 숟가락 떠서는 입을 벌리고 집어넣었다.

“어머, 얘! 체해, 그렇게 먹다가 체하면 어떡하니.”

혜영이 얼른 물 컵에 물을 따라서 준영에게 건넸다. 한 입 크게 밥을 넣은 준영이 우물거리며 말을 했다.

“누나한테 읍... 우걱~ 저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고 얘기 할 거죠?”

그런 준영의 모습에 혜영의 웃음이 터졌다.

“호호호! 그래 알았어. 당연히 그렇게 얘기해야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호호호!”

“하하하! 누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나도 고맙다. 네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당연히 해야죠. 지옥이라도 찾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래그래, 너 같은 동생이 있는 자영이가 부럽다.”

“혜영누님.”

부럽다는 혜영의 말에 준영이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왜?”

“이제부터 혜영누님도 제 누님이에요. 큰 누나요,”

“응?”

혜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혜영누나가 자영누나를 친동생처럼 생각하며 아낀다는 걸 제가 알았습니다. 그리고 혜영누나가 아니었으면 자영누나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란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 혜영누나를 제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생각해 보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혜영누나도 자영누나랑 똑 같이 대하겠습니다. 저를 동생으로 받아주세요.”

혜영이 묵묵히 듣고 있다가 준영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 준영도 얼른 숟가락을 내려놓고 혜영의 손을 잡아갔다. 두 사람의 눈길이 허공에서 마주치자 혜영의 눈에 천천히 습기가 맺혀져갔다. 준영이 환하게 웃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어서 대답해 주세요. 허락한다고.”

기어이 혜영의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이 맺혔다가 흘러내렸다.

“흑! 그래 좋아, 준영아. 나도 너 같은 동생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 그래, 내 동생 준영아.”

“고마워요. 혜영누나.”

“내가 더 고맙지. 아! 여보. 자기야! 이리 와 봐!”

혜영이 주방을 향해 큰소리로 타쿠야를 불렀다. 새로 생긴 멋진 남동생을 소개해 주려는 것이다.

“또 왜 그래?”

타쿠야가 혜영의 부름에 손을 닦으며 나오다가 출입문이 열리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첫 손님이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어서 오세... 어!”

타쿠야가 깜짝 놀라자 혜영도 고개를 들고 입구를 보았다. 준영은 등을 지고 앉아 있었기에 둘의 반응이 의아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혜영의 입에서 당황스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이 이런...”

잠시 당황하며 멈칫거리던 혜영이 곧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왜 이래욧!”

갑자기 혜영이 준영의 손을 확 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왜 이러느냐는 말은 일본어로 외쳤다.

준영이 갑작스런 혜영의 태도변화에 깜짝 놀라 잠시 멍해졌다.

“도대체 모른다고 몇 번을 얘기해야 되요?”

혜영이 다시 일본말로 소리치며 준영을 노려봤다. 준영이 잠깐 당황했지만 혜영의 흔들리는 눈빛을 살피며, 그 사이의 변화를 눈치체고는 얼른 일본말로 상대를 했다.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왜 자꾸 숨기세요? 제 누나를 정말 모르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눈물로 호소합니다.”

혜영도 준영의 빠른 태도변화에 놀란 듯 잠깐 멈칫하다가 안도하며 얼른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려 손님을 맞이했다.

“영업해야 하니까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세요. 아. ...어서 오세요.”

혜영이 손님을 향해 인사를 하다가 깜짝 놀란 척을 했다. 입구엔 모리형사가 들어서다가 고함소리에 놀라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흠흠...”

“어머, 누구라고... 쯧! 저 분과 일행이시죠? 형사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모리가 무슨 일이냐는 듯 능청을 떨었다.

“흥! 뭘 더 조사하려는 거예요? 난 모른다고 분명히 얘기했죠. 더 이상 영업방해 하지 말고 오지도 마세요.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 쌓이네요.”

혜영이 쌀쌀맞은 표정을 지으며 쌩 돌아섰다.

“허 참... 씁쓸하군.”

모리형사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뚜벅뚜벅 준영의 테이블로 걸어가는 동안 준영은 테이블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숨만 짓고 있었다. 분명 혜영의 태도에서 모리형사가 왔단 것을 느꼈고 목소리를 들어 모리형사가 들어왔단 것을 알아챘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다.

모리형사가 앞자리에 앉자 준영이 힘없이 고개를 들어 모리형사를 보더니 맥 빠진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모리 형사님.”

그런 준영의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고 모리형사가 위로를 했다.

“잘 안됩니까?”

“휴우~ 힘드네요. 제가 어떻게 해야 되죠?”

“으음... 힘내십시오.”

모리형사가 살짝 혜영과 타쿠야의 표정을 살펴봤다. 혜영과 타쿠야는 모른 척 자신들의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모리형사가 보기에는 속이 빤히 보이는 짓거리였다.

“후~ 막막하기만 하네요.”

준영이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모리는 잠시 고민을 했지만 준영과 여사장과의 관계진전에 대해 의문만 들었다. 자신이 지금 보았던 저들의 행동이 진실일까? 아니면 자신을 속이려는 의도된 짓거리일까? 저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자신이 지금 눈으로 본 관계가 진실이라면 왜 일찍 문을 열고 준영을 기다린 듯 한 행동을 했을까?

준영이 들어서자 문을 잠그고 소등을 한 후 30분 동안 저들은 내부에서 무엇을 했을까? 답은 뻔했다. 저들은 자신의 눈을 속이고 무언가를 꾸민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준영이나 여사장이나 누구하나 추궁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자신도 준영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저희도 조사 중이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그럴까요? 그 쪽에선 죽은 걸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관심이 없는 것 같던데.”

“흠흠...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어 저희도 찾고 있습니다.”

모리형사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만 일어나죠. 피곤하네요.”

준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갑을 꺼냈다.

“사장님, 계산해 주세요.”

“네.”

타쿠야가 대답을 하자 준영이 돈을 꺼냈다.

“귀찮게 해드려 죄송했습니다. 앞으로 찾지 않겠습니다.”

“네? 이제 안 오실건가요?”

타쿠야가 놀란 듯 계산을 하며 되물었다.

“네.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려고요.”

혜영이 들으라고 일부러 큰소리로 준영이 대답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타쿠야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준영이 마주 인사를 하고는 터덜터덜 걸어 나가자 모리형사가 타쿠야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얼른 준영의 뒤를 따랐다.


호텔로 돌아온 준영은 내일 오전에 출발할 수 있도록 항공권 체크를 하고는 바로 방으로 올라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뒤따라왔던 모리형사가 아쉬운 눈길을 보냈다.

“급하게 들어오더니 성과도 없이 그냥 가는 겁니까?”

모리의 말에 짐을 꾸리던 손을 멈추고 준영이 모리형사를 쳐다보았다.

“더 이상 알아 볼 게 없네요. 제게 시간도 별로 없고.”

“여사장은 계속 모른 척 합니까?”

단도직입적인 모리형사의 질문에 준영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말 속에 뼈가 들어있단 것을, 말을 하는 모리형사나 듣고 있는 준영이나 다 알고 있었다. 둘 다 수사계통에 있는 경찰이니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얘기였다.

여사장이 모른 척 하느냐는 질문이, 여사장은 알고 있는데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아니면 이미 들었으면서 숨기는 것 아니냐고 묻는 말이거나.

“모리형사님은 그 여사장이 제 누나를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합니다.”

준영의 쏘아보는 듯한 눈길에 고민을 하는 듯 잠시 말이 없던 모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는 확신합니다. 여사장뿐만 아니라 이미연이란 여자까지도 김자영씨와 잘 아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도 숨긴다는 건 제가 형사님과 함께 가서 그런 거군요.”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많지요. 오해가 커졌습니다.”

“오해요?”

“네, 우린 여사장과 이 미연이 살인사건의 범인과 연관점이 있어서 찾아 다녔던 건데, 하필이면 준영씨가 누나를 찾아온 시점과 겹쳐서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제 누나는 관련이 없나요?”

거의 직설적인 준영의 질문이었다. 너희가 찾는 살인범이 누나와 가까운 사람이 아니냐. 그래서 너희가 누나를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아! 누나는 살인사건과는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여사장과 이미연도 조사를 했지만 혐의를 찾을 수 없었고요. 그러니 저들이 준영씨를 피하는 건 순전히 피해의식이죠.”

모리형사의 표정이 살짝 변했지만 준영은 모른척 시선을 피했다. 자신 역시 표정을 관리해야 했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럼 제가 때를 잘못 맞춰서 온 거로군요.”

“아쉽게 되었습니다.”

“휴우~ 그렇다면 다음에 다시 와야겠네요.”

“혹시라도 다시 오게 되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죠. 고맙습니다.”

준영이 모리형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명백히 이제 그만 헤어지자는 제스처였다. 모리형사도 할 수 없다는 듯 준영의 손을 마주 잡아 악수를 나누고는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이미, 서로간의 얘기로 상황은 파악이 된 것이다.

모리형사는 준영과 여사장이 이미 유대를 가졌을 것으로 판단했고, 준영은 준영대로 저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되었던 누나가 저들에게 노출되지 않고 숨어서 잘 지낼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자신이나, 혜영누나, 그리고 미연씨등 주변사람들 때문에 자영누나가 위험에 노출될 일은 만들지 말아야 했다.

그날 밤, 준영은 미나모토 반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에 떠나니 저녁식사나 대접하고 싶다고 했으나 바쁘다는 말에 감사인사를 표하는 것으로 대신한 후 모처럼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미나모토 반장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누나의 일을 얘기해 주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가급적 피해야 할 것 같았다.

다시 누나와 통화를 하고 혜영누나에게도 찾아가고 싶었지만 참아야했다. 자신이 움직일수록 누나들이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한국으로 돌아간 후 안전한 곳에서 통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고 싶은 맘을 애써 참아야했다.

혜영누나에게 들은 바로는 매형이 저지른 살인 사건들이 굉장히 큰 범죄이므로 일본 경찰들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의 판단대로 모리형사가 자신도 의심하고 있다면 호텔 내 전화도 저들의 감시 하에 있을 수 있으므로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밖으로 나가 공중전화를 사용하더라도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면 통화내역을 뽑을 수 있을 터. 일본 땅에 있는 동안은 참는 게 누나를 위한 길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최우선적으로 누나를 안전하게 데려올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짐을 모두 꾸린 후, 야쿠자들의 사무실이 있는 사무라이 프로덕션 건물을 다시 찾은 준영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가볍게 술 한 잔과 저녁을 한 후 호텔로 돌아왔다.

혹시나 미행을 한다면 오히려 일본 경찰의 수사에 조금이라도 혼선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날. 준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본을 떠났다.

반드시 누나를 한국으로 안전하게 데려가리라 다짐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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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제12장 살육(6) +8 14.10.09 1,919 67 12쪽
94 제12장 살육(5) +4 14.10.06 1,718 58 13쪽
93 제12장 살육(4) +4 14.10.02 1,701 60 11쪽
92 제12장 살육(3) +6 14.09.29 2,000 66 12쪽
91 제12장 살육(2) +9 14.09.25 1,615 54 12쪽
90 제12장 살육(1) +2 14.09.22 1,852 59 11쪽
89 제11장 역류(6) +6 14.09.18 1,660 59 12쪽
88 제11장 역류(5) +4 14.09.15 1,733 58 11쪽
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2 54 11쪽
86 제11장 역류(3) +2 14.09.08 1,583 53 11쪽
85 제11장 역류(2) +4 14.09.04 2,555 67 12쪽
84 제11장 역류(1) +8 14.09.01 2,846 63 11쪽
83 제10장 위기(13) +6 14.08.28 2,525 70 12쪽
82 제10장 위기(12) +4 14.08.25 1,653 61 11쪽
81 제10장 위기(11) +6 14.08.21 1,842 65 12쪽
80 제10장 위기(10) +8 14.08.19 1,669 63 11쪽
79 제10장 위기(9) +6 14.08.14 1,833 87 11쪽
78 제10장 위기(8) +6 14.08.13 1,866 80 11쪽
77 제10장 위기(7) +4 14.08.11 1,664 69 12쪽
76 제10장 위기(6) +4 14.08.07 1,661 66 11쪽
75 제10장 위기(5) +10 14.08.04 1,636 64 10쪽
74 제10장 위기(4) +4 14.08.01 1,665 63 12쪽
73 제10장 위기(3) +6 14.07.30 1,757 65 12쪽
72 제10장 위기(2) +4 14.07.28 2,173 74 12쪽
71 제10장 위기(1) +6 14.07.24 2,183 84 11쪽
» 제9장 흔적(8) +6 14.07.22 2,235 98 12쪽
69 제9장 흔적(7) +9 14.07.19 2,213 82 11쪽
68 제9장 흔적(6) +8 14.07.17 2,251 86 11쪽
67 제9장 흔적(5) +6 14.07.15 2,598 9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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