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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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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093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7.2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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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84
글자
11쪽

제10장 위기(1)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제10장. 위기



서서히 초겨울로 접어들며 바닷가의 바람은 차가워졌다.

한동안 조용히 지내며 주변의 상황을 살펴봤지만 더 이상 추적하는 자들은 없었다. 덤벙대며 설치는 백곰이었지만 일처리를 잘 한 것 같았다.

찾아오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가끔 이모를 찾아오는 공무원들이 있었지만 노인이 혼자 지내고 있다하니 살펴보러 오는 복지관련 공무원들이었다.

집이 외따로 떨어져있으니 차 한 대만 오더라도 어느새 휘가 알아채고는 알려주었기에 자영까지도 남몰래 피할 수 있었다.

이제 이모와 자영은 함께 마을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차가 없어서 불편했지만 짐이 있을 경우 택시를 이용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걸어서 다녔는데 그리 멀지않고 운동도 된다고 이모는 오히려 좋아하였다.

가끔씩은 휘도 동행을 했다. 물론 같이 집을 나서지는 않았다. 이모와 자영이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꼭 필요한 때에 휘가 불쑥 나타났다. 한번은 자영이 장난삼아 휘를 찾았는데도 금방 휘가 옆으로 다가왔다.

이모는 그런 휘를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자영은 아직도 적응이 되질 않는 모양이었다. 시장을 본 짐을 잔뜩 맡겨도 둘이 집에 돌아와 보면 항상 휘가 먼저 와 있었다.

백곰은 도쿄로 돌아간 후, 아주 가끔 들렀다. 아직 경찰의 눈을 의식해서 통화는 가급적 삼가고 있지만 미연이나 혜영의 소식을 들려주었고 요긴한 물건을 실어 날랐다.

준영은 매일 전화를 해오다가 요즘은 누나의 요청으로 자제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꼬리를 길게 남기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에 준영도 당연히 동의했다.

한국으로의 밀항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였다. 경찰의 감시망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판단이 서질 않으므로 느슨해 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게 모두의 의견이었다.

미연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혜영의 식당일을 거들며 새로운 일을 찾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 봐야 빚에 쫓겨 살아오던 삶이 달라질 것도 없고 기왕 이렇게 된 것, 일본에서 돈이라도 벌어 보겠다며 마음을 굳혔다.

그런 미연을 보고 백곰은 몸이 달아서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다며 빨빨거리며 돌아 다녔다.

이모와 자영이 머물던 집은 혜영이 이사를 왔다. 미연이 혼자 지내기에는 불안하기도 하였고, 마침 혜영이 살고 있던 집이 좁기도 하고 계약기간도 다 되어 아예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어차피 혜영의 이름으로 계약이 되어 있었으니 실제 주인이 이사를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세를 얻은 돈은 이모의 것이었지만 이미 혜영이나 이모나 모두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개의치 않았다.

미연은 자영이 지내던 방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 옆방을 백곰이 덜렁 차지했다. 물론 타쿠야의 옆구리가 백곰의 손가락에 많이 시달린 결과였다.


이모는 요즘 한국드라마에 푹 빠져있었다. 한 집에 셋이서 살고는 있지만 별로 활동이 없으니 자연스레 TV앞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영과 휘는 시간만 나면 둘이 방에 콕 박혀버리고, 돈이야 쓸 일이 별로 없으니 줄어들지도 않아서 돈 벌려고 억지로 애 쓸 필요도 없었다. 별로 할 일이 없는 것이다.

피신해 있는 처지에 다시 식당을 열기도 애매했다. 여기서 한국식당이 될 리도 없겠지만.

그러니 자영과 휘가 없을 때는 자연히 TV가 이모의 좋은 친구였다. 날이 추워져서 밖에 나다니기 힘든 오늘도 이모는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좋은 친구 TV랑 놀고 있었다.

그때, 위층에서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자영과 휘가 나타났다.

“이 시간에 웬일이냐? 그것도 같이.”

“이모, 이모! 저 좀 보세요.”

혜영의 부르는 소리에 이모가 TV리모컨을 내려놓으며 쳐다봤다.

“얘가 왜 이리 호들갑이야. 무슨 일인데 그러니?”

자영이 이모의 옆으로 다가와 앉으며 이모의 손을 잡았다.

“이모, 글쎄 이이가...”

자영이 휘를 쳐다보며 말을 흐렸다. 휘도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흐렸다.

“흠... 그게.”

이모가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따라 둘이 왜 그래? 뭔 일 있어?”

자영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모, 내가 임신을 했데요.”

“뭐어? 임신?”

이모가 자영의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네에... 임. 신.”

“얘를 가졌다고?”

이모의 물음에 휘가 대신 대답을 했다.

“네, 이사람 뱃속에 생명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애기가 생긴 게 분명합니다.”

“그걸 자네가 어찌 아는가? 아! 아니지, 아니야. 자네는 알 수도 있겠구만. 도사니까. 그런데 자영이 넌 몰랐냐?”

“난 전혀 모르겠어요.”

자영의 모호한 표정에 이모가 휘를 쳐다보다가 다시 자영에게 물었다.

“원래 여자가 임신을 하면 헛구역질을 하거나 생리가 끊어지고, 또 몸이 무겁거나 하다는데 그런 것도 없어?”

“네, 평상시와 다를 게 별로 없는데... 그러고 보니 생리가 없네요. 전 그냥 불규칙하다고 생각했는데.”

“얘! 안되겠다. 다른 사람 말이라면 몰라도 강서방 얘기라면 틀림없다. 내일 병원에 가보자.”

역시 휘에 대한 이모의 믿음은 확고했다.

“병원이요?”

“그럼, 확실히 알아봐야지.”

“아...”

“왜? 싫어?”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그저.”

자영의 표정에서 불안감을 느낀 이모가 물었다.

“무섭니?”

“잘 모르겠어요. 어떡해야 할지.”

“뭘 몰라, 애기가 생겼으면 기뻐해야지. 네 나이가 몇인데, 이런 경사스런 일이 어딨어.”

“그 그렇긴 한데... 우리 형편에 얘가 생긴다는 게.”

“음...”

자영의 말에 이모도 침음을 흘렸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막연해서.”

“얘! 그건 나중 일이다. 우선은 너희 애기가 생긴다는데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니? 내일 확인부터 해보자.”

“네. 먼저 약국에 가서 임신진단세트부터 사 볼 게요.”

“아! 그 방법도 있구나, 그럼 그럴래?”

“네.”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휘가 나섰다.

“내가 다녀오리다.”

“뭔지 아시겠어요? 말도 통하지 않잖아요.”

“그냥 종이에 적어주시오. 가서 보여주면 되지 않겠소.”

“그래, 그게 좋겠다. 강서방도 사람들하고 자꾸 부딪쳐 봐야지. 여기만 들통 나지 않으면 되잖아. 다른 때도 남몰래 움직이니 오늘은 혼자 다녀오라고 해라.”

“알았어요.”

이모의 말에 자영이 메모를 하러 움직였다.

그날 밤. 쏜살같이 시내 약국을 다녀온 휘가 진단세트라는 것을 자영에게 건네주자 바로 임신이 확인되었다.

이모의 축하 속에 불안해하는 자영을 보며 새로운 책임감을 느끼는 휘였다.


“아무래도 내가 공부를 좀 해야겠소.”

방으로 돌아온 휘가 침대에 누운 자영의 배를 손바닥으로 쓸어주며 한 참 만에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이에요?”

“우리 아기가 생긴다는 게 너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오. 내가 아버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저도 그래요. 초보아빠, 초보엄마네요. 호호.”

“허허! 이런 감정은 또 새롭구려.”

“아기가 생긴다니 좋으면서도 두렵기도 해요.”

휘가 자영의 허리를 감아가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어차피 지금 시대를 살아가야하니 나도 나름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겠소.”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음...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고, 일본말도 배워야겠소. 떠날 때 떠나더라도 어찌될지 아직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이것저것 지식을 습득해야겠소.”

“네, 잘 생각하셨어요. 요즘 세상 살아가기가 그리 간단 한 건 아니거던요.”

“그럼 당신이 많이 알려주시오.”

“호호, 저보고 당신의 스승이 되어달란 말인가요?“

“허허, 그렇게 되나? 사부님은 한 분 뿐이니 안 되겠고.”

“호호, 농담이에요. 당신은 머리가 좋으니 금방 배워나갈 거예요. 걱정 마세요.“

“머릿속에 집어넣는 건 내가 잘 하오.”

“네, 제가 지켜보니 그런 것 같아요. 당신 닮으면 우리 아기도 엄청나게 똑똑할 거예요.”

“하하하! 듣기 좋은 말이오.”

“호호, 당신이 그렇게 크게 웃으니 보기 좋아요.”

“그럼 앞으로 이렇게 웃도록 노력하겠소.“

“그 말투도 바꿔보세요.”

“어떻게 말이오.”

“어떻게 말이오. 이렇게 말하지 말고 어떻게 말이야? 이렇게요.”

“어떻게 말이야?”

“네, 그렇게요. 호호호! 그런데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더 웃겨요. 호호호!”

“허참... 쩝!”

휘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 휘를 바라보던 자영이 진지하게 말했다.

“앞으로 둘이서만 하루 종일 있어서는 안 되겠어요.”

“무슨 말이오?”

“이것저것 보기도 하고 배워가야지요.”

“그럼 어찌하면 되겠소?”

“혼자서라도 여기저기 다녀보고, 집에 있더라도 TV도 자주보고 책도 골라서 읽어가며 지식을 쌓아야지요.”

“음... 그러도록 노력하겠소.”

“호호호! 제가 갑자기 평강공주가 된 것 같아요.”

“허허... 참.”

“호호호!”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에 대한 얘기를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었다.

“좋소, 내 노력하리다. 그리고 이왕 생긴 것, 아기도 우리가 잘 키워봅시다.”

“그래요. 그나저나 남자일까요? 여자아이일까요?”

“당신만큼 예쁜 여자아이였으면 좋겠소.”

‘아들이 아니고요? 전 당신을 닮은 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씩씩하고 멋지고, 늠름하고, 믿음직스럽고...“

“하하하, 그럼 아기가 아니지 않소.”

“호호호, 그런가요?“

한동안 둘 사이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초인조사 특별수사본부.

몇 개월째 수사에 진척이 없었지만 웬일인지 상부에서 독촉은 없었다. 흔한 브리핑조차도 요즘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편제의 변화는 없었고 인원의 축소나 보직변경 같은 조치도 없었다.

SAT팀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고, 오히려 연구팀이 새로이 신설되어 각국의 잡다한 초인관련 자료를 수집하거나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을 수행하였다.

오늘 수사팀장 마에자키는 수사과의 진행상황을 점검하다가 궁금한 점도 있고 새로운 내용을 전달할 필요성을 느껴 자신의 사무실로 미나모토와 모리를 불러들였다.

두 명은 좀 전에 자리를 잡고 차를 한 잔씩하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많이 기다리게 했군.”

마에자키가 들쳐보던 서류를 가지고 테이블로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아닙니다. 덕분에 잠시 쉬고 있습니다.”

미나모토가 인사를 하자 마에자키가 서류를 두 사람에게 나눠줬다.

“이번에 새로 신설된 연구팀에서 보내준 걸세. 가져가서 검토들 해 보게.”

“내용이 뭡니까?”

“흠... 천종의 자료실에서 찾아 낸 것들 중 검토가 필요한 내용을 요약한 거라네. 다행히 천종의 제자들 중 밖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돌아와 협조를 해줘서 찾았다고 하는데, 비밀서고가 있어서 불타지 않은 자료들이 많이 있었데.”

미나모토가 가볍게 탄성을 터뜨렸다. 범인과 천종의 원한관계에 대한 진척이 없어 답답하였는데 뭔가 새로운 내용이라도 있다면 수사에 활력이 붙을 수도 있었다.

“아! 다행이군요. 그래 범인관련 내용도 있습니까?”

“우리에게 준 자료는 범인관련 내용만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군. 그런데, 특이한 내용이 있어. 거기 읽어보게.”

“흠... 봉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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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1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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