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083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8.01 15:46
조회
1,664
추천
63
글자
12쪽

제10장 위기(4)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다음날.

이모와 자영은 읍내로 나가서 산부인과를 들렀다. 자영은 건강했고 아기도 이상 없이 건강하다고 했다.

이후 출산준비물을 사려고 돌아보다가 조금 더 큰 시내로 나가기로 하였다. 아기용품 파는 곳을 둘러보았지만 조그만 어촌마을에 맘에 드는 상점이 없었던 것이다.

“얘, 안되겠다. 강 서방 오라고 해라. 시내로 나가서 찾아봐야지 여기선 맘에 드는 걸 고르기 힘들다.”

“이모도 맘에 들지 않죠. 저도 그래요. 그런데 아무래도 택시를 타고 움직여야겠죠?”

“그래. 버스타고 가려해도 길을 잘 모르니 택시를 타야겠다. 돈 걱정 말고 가자.”

이모가 호기롭게 앞장섰다. 자신은 여태껏 홀로 살아왔는데 아기가 생긴다니 마음이 들떴다. 낳기야 자영이 낳겠지만 자신에게는 손주가 생기는 것이니 애지중지 키워야겠단 생각을 하며 출산준비물 고르는 것에 신이 났던 것이다.

“어디 다른 곳으로 가려하오?”

그때 옆에서 불쑥 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휘가 어느새 자영의 옆에 서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자영이나 이모 모두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네, 가게가 너무 조그만 게 물건도 별로 없어요.”

자영이 계속 같이 다닌 것처럼 휘의 물음에 답했다.

“여기선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큰 데로 가서 제대로 골라야지. 어서가세.”

이모가 서둘러 택시를 잡고서는 앞자리에 앉았다. 휘가 자영을 조심스럽게 뒷좌석에 태우고서는 자신도 올랐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이웃도시는 그래도 큰 도시답게 쇼핑센터도 갖춰져 있었다.

겨울내내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이모도 자영도 모처럼의 번화한 도시구경에 신이나 아이처럼 들떴다.

휘도 여러 가지 구경거리에 눈이 돌아갔지만 이모와 자영을 자신의 기감 범위 안에서 놓치지는 않았다.

쇼핑센터에서 이것저것 아기용품들을 구입하여 모든 짐을 휘에게 맡긴 이모와 자영은 기왕 멀리까지 나온 것, 화장품도 고르고 봄옷도 몇 벌 장만하기로 하고 다시 구경에 나섰다. 짐꾼이 있으니 편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흐르자 21세기 여자들의 쇼핑신공 발휘에 천하의 초인인 휘도 슬슬 지겨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미 구입한 물품들은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건물의 구석진 곳에 숨겨놓았다.

“얘! 이 옷 강서방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니?”

“어디 봐요, 이모. 음... 좋네요, 나도 맘에 들어요.”

“그렇지? 어디 한번 입혀볼까?”

“호호, 그이는 워낙 몸이 좋아서 뭘 입어도 잘 어울려요. 사이즈만 맞으면 되는데.”

자영의 말이 끝나지도 전에 휘가 불쑥 나타났다.

“나보고 그 옷을 입어보라는 거요?”

“호호호! 이모. 마침 왔네요. 어서 입혀보세요.”

“호홋! 그래, 기왕이면 입어보고 고르는 게 낫지. 자네 이 옷 한번 입어보게.”

휘가 옷을 받아들며 이모에게 물었다.

“이것만 사면 이제 가는 겁니까?”

“뭔 소리야? 아직 자영이 옷은 사지도 못했는데, 내 옷도 좀 골라야 되고.”

기대가 무너지며 휘의 얼굴빛이 어둡게 변했다.

“으음... 그 그래요? 자영 이 사람이 임신 중인데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휘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저 팔팔해요. 그리고 아직 화장품도 못 샀는데.”

“얘, 봄 이불도 장만해야지. 보러가자.”

‘큭!“

낙담하는 휘의 얼굴이 두 사람에겐 지금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긴 시간을 쇼핑센터에서 보낸 세 사람이 허기를 느끼고 근처의 식당을 찾아 움직일 때는 이미 늦은 오후가 되었다.

쇼핑센터에서 구입한 짐이 꽤 많았는데 다행히 쇼핑센터에서 주소지까지 직접 배달을 해 준다고 하여 휘의 고난은 이제 끝나는 듯했다.

“조금 무리했다 싶었는데 배달을 해 준다니 다행이다.”

이모의 말에 자영도 웃으며 동조했다.

“그러게요, 저 역시 사면서도 어떻게 가져갈까 걱정했었는데. 호호호.”

자영이 말을 하며 미안한 듯 휘를 쳐다봤다.

“흠흠... 나도 다행스럽소.”

“호호호!”

큰 길로 나서서 이젠 여유롭게 도시 구경도 하며 식당가를 찾는 세 사람의 앞에 한글이 적혀있는 식당이 보였다.

“어머, 저기 한국식당이 있나 봐요.”

이모가 자영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니 한국식당이라고 쓰인 커다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구나. 이런데서 보니 반갑네. 우리 저리로 갈까?”

“그러시죠.”

휘가 앞서서 걸어가자 이모와 자영이 서로 손을 잡고 뒤를 따랐다. 번화한 도시였지만 주변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고 건물들도 너무 복잡하지도 않게 여러가지 나무들 사이로 멋들어지게 서 있었다.

걸어가는 식당 맞은편엔 건물전체가 유리로 디자인된 아름다운 흰색의 5층짜리 건물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2층에는 건물 바깥으로 발코니가 만들어져 야외테라스로 꾸며져 있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햇볕이드는 곳엔 같은 옷을 입은 사람 몇이 앉아있었다.

“저 건물은 유독 눈에 띠는구려.”

휘의 말에 자영이 그쪽으로 눈을 돌리며 대답을 했다.

“저 건물은 노인요양원이라는 곳이에요.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을 모아놓고 보살피는 노인을 위한 병원 같은 곳이죠.”

“아프지 않은 사람도 집에서 보살피지 않고 병원에 맡겨놓는단 말이요?”

“요즘은 다들 바깥활동을 하며 일을 해야 해서 집에 몸이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이 계시면 제대로 돌볼 수 없어요.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도 다녀야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귀찮고 힘들어하기도 하고. 그래서 저렇게 모아놓고 돌보는 거예요. 서로 좋은 거죠.”

“그럼 노인들은 저기서 계속 지내는 거요?”

“네, 저긴 의사도 있고 간호사들도 있고 또 노인들을 돌보는 간병인들도 있어서 급작스런 일이 발생해도 대비할 수가 있어요.”

“그래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있는 것 아니요.”

“가족들이 원하면 아무 때나 찾아와 볼 수 있어요.”

“흠... 아무튼 자신의 부모를 직접 모시지 않고 병원에 맡겨놓는다는 게 나는 못마땅하군.”

“호호호. 요즘 세상은 합리성이나 편의성을 더 따져요.”

자영의 말에 휘가 이모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린 이모님을 저런데 보내지 말고 직접 보살핍시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손주들 재롱도 보고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서 지내야지 환자취급 받으며 갇혀 있다는 게 별로 맘에 들지 않는구려.”

휘의 말을 듣고 있던 이모가 빙긋 웃었다.

“어이구, 우리 강서방 기특하네. 내 노후보험 하나는 잘 들어 놓은 거 같아. 호호호! 그런데 난 저런 곳을 가려면 아직 멀었어. 걱정 마.”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식당을 들어서자 아직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인지 넓은 실내는 손님이 없어서 조용 했다.

요양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 테이블에 앉으니 요양원의 외벽을 치장한 유리에 반사된 햇볕이 식당 안으로 스며들었다.

“한국분들 이신가 봐요?”

자리를 안내한 후 메뉴판을 건네는 종업원이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네. 여긴 처음인데 도시가 깨끗하니 아름답네요.”

“그렇죠? 여기가 태평양연안이고 경치가 좋아서 요 근래 요양시설들이 많이 들어섰어요. 일본에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것도 있지만 돈 있는 사람들이 여기서 여생을 보내길 바라고 투자를 한다고 하네요.”

“아! 그래서 새로 지은 건물이 많은 거로군요.”

자영의 말에 종업원이 신이 난 듯 떠들었다.

“그럼요, 앞에 있는 저 건물도 1년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수용인원을 다 채웠데요. 저희 식당으로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다 부자들 같아요. 부모들을 보러 와서는 여기서 식사들 하고 바닷가에서 놀다 가는데 아주 만족한가 봐요. 한국에서 온 사람도 있데요,”

한참 수다를 떨던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서는 돌아가자 이모와 자영은 너무 걸어서 피곤한지 신발을 벗으며 의자에 축 쳐졌다.

“에구, 구경할 때는 몰랐는데 다리가 아프네.”

“저도요. 쇼핑할 때는 몰랐는데 이제야 힘드네요.”

휘가 그런 두 사람의 손을 얼른 잡고서는 기운을 불어 넣었다.

“아무래도 기운을 좀 불어넣어 줘야겠구려.”

휘가 가볍게 기운을 불어넣자 역시나 자영과 이모가 느끼는 격차가 상당했다.

“호호호! 역시, 금방 씻은 듯 피곤이 가시는 거 같아요.”

“넌 그러냐? 난 그냥 노곤해지는 거 같다. 뭔가 따듯한 느낌도 들긴 하고.”

“호호호, 이모. 좀 더 편안히 느껴 봐요.”

“그럴까.”

이모가 지그시 눈을 감고 기운을 음미하듯 긴장을 풀었다. 휘가 이모의 손은 붙잡은 체 자영의 손을 놓고는 배에 손을 대자 자영도 휘의 손을 잡고 배를 슬슬 문질렀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도 오늘 고생했겠소.”

“호호, 엄마 때문에 힘들었지요. 어머? 좋아하는데요. 아기도 기운을 느끼는 것 같아요.”

“허허, 아마 그럴 거요. 기운이 녀석과 꼭 닮았소.”

종업원이 음식을 서빙하며 세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머금었다. 시어머니, 혹은 장모님과 아기를 가진 다정한 부부의 모습이었으리라.

돌아다니느라 허기가 졌으니 셋은 차려진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집에서 매일 한국식으로 음식을 먹는다지만 아무래도 재료를 일본에서 구해야 하고, 더구나 시골 어촌마을이다 보니 조미료는 한국식을 구하기가 더 힘들기에 식당을 운영했던 이모라도 제대로 맛을 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이곳은 큰 도시의 한국식당이었기에 여기서 못 구하는 재료는 한국에서 공수해 올 수도 있었다.

급할 것 없는 일행은 한가한 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며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맛있게 드셨어요? 후식으로 수정과를 내왔습니다.”

종업원이 테이블 위에 수정과를 내려놓으며 인사를 했다.

“혹시, 커피나 다른 차를 원하시면 말씀하세요.”

“이모, 커피 드실래요?”

“아니다, 그냥 수정과 마실란다. 자네는 이제 커피도 곧 잘 마시던데 커피 시켜줄까?”

“아뇨, 저도 그냥 이거 마시겠습니다.”

다들 모처럼 맘 편히 즐긴 외식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여유롭게 차를 즐겼다.

“그럼 빈 접시들은 치워드리겠습니다. 어머, 저 저...”

종업원이 빈 접시를 치우던 손길을 멈추고 창밖으로 시선을 향하며 말을 더듬었다.

휘와 자영일행도 종업원의 눈길이 향한 곳을 바라보았다.

“부 불이 났나 봐요. 저걸 어째.”

“저런 연기가 나오고 있네.”

과연 멋진 유리 성처럼 아름다운 노인요양원 빌딩의 1층에서 연기가 꾸역꾸역 솟아오르고 있었다. 겨울이라 문들이 닫혀있는지 현관문이 열려있는 곳에서만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는데 점점 그 양이 많아졌다.

잠시 후, 현관문을 통해 허겁지겁 뛰쳐나오는 사람도 몇 보였고 노인들을 태운 휠체어를 끌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2층에서도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까 보았던 발코니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1층으로 피하지 못하고 밖으로 피한다고 발코니 쪽으로 나온 모양인데 그 곳도 곧 연기가 휩쓸기 시작했다.

간호사나 간병인들이 부축을 하거나 휠체어로 밀어서 발코니까지 나왔지만 그 곳까지 연기가 들이닥치자 당황한 듯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요양원에 불났어요! 어서 소방서에 신고해요!”

종업원이 접시를 내려놓고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소리쳤다. 이모와 자영도 눈이 동그래져 외쳤다.

“아이고, 저 노인네들 다 죽겠네.”

“저 저런 어떡해요. 저기서 뛰어내리지도 못할 텐데.”

두 사람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자 휘가 일어섰다.

“내가 다녀오리다. 여기 가만히 있으시오.”

“어...”

자영이 무언가 말을 하려는데 휘가 문을 향해 뛰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봉황의 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6 제12장 살육(7) +4 14.10.13 1,932 60 11쪽
95 제12장 살육(6) +8 14.10.09 1,918 67 12쪽
94 제12장 살육(5) +4 14.10.06 1,716 58 13쪽
93 제12장 살육(4) +4 14.10.02 1,701 60 11쪽
92 제12장 살육(3) +6 14.09.29 2,000 66 12쪽
91 제12장 살육(2) +9 14.09.25 1,614 54 12쪽
90 제12장 살육(1) +2 14.09.22 1,851 59 11쪽
89 제11장 역류(6) +6 14.09.18 1,660 59 12쪽
88 제11장 역류(5) +4 14.09.15 1,732 58 11쪽
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1 54 11쪽
86 제11장 역류(3) +2 14.09.08 1,582 53 11쪽
85 제11장 역류(2) +4 14.09.04 2,555 67 12쪽
84 제11장 역류(1) +8 14.09.01 2,846 63 11쪽
83 제10장 위기(13) +6 14.08.28 2,525 70 12쪽
82 제10장 위기(12) +4 14.08.25 1,652 61 11쪽
81 제10장 위기(11) +6 14.08.21 1,841 65 12쪽
80 제10장 위기(10) +8 14.08.19 1,669 63 11쪽
79 제10장 위기(9) +6 14.08.14 1,833 87 11쪽
78 제10장 위기(8) +6 14.08.13 1,865 80 11쪽
77 제10장 위기(7) +4 14.08.11 1,663 69 12쪽
76 제10장 위기(6) +4 14.08.07 1,660 66 11쪽
75 제10장 위기(5) +10 14.08.04 1,635 64 10쪽
» 제10장 위기(4) +4 14.08.01 1,665 63 12쪽
73 제10장 위기(3) +6 14.07.30 1,757 65 12쪽
72 제10장 위기(2) +4 14.07.28 2,172 74 12쪽
71 제10장 위기(1) +6 14.07.24 2,182 84 11쪽
70 제9장 흔적(8) +6 14.07.22 2,234 98 12쪽
69 제9장 흔적(7) +9 14.07.19 2,212 82 11쪽
68 제9장 흔적(6) +8 14.07.17 2,251 86 11쪽
67 제9장 흔적(5) +6 14.07.15 2,597 9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