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079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9.18 00:05
조회
1,659
추천
59
글자
12쪽

제11장 역류(6)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여기가 아저씨가 찾던 곳인가요?”

다가온 은미가 물어보았지만 휘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휘는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예전 혜영의 식당은 한국 잡화점으로 바뀌어있었기에 휘의 기억엔 전혀 다른 곳으로 보였다.

“그럼 들어가 보세요.”

그런 내용을 알 턱이 없는 은미가 휘의 손을 이끌며 점포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점포 안을 잠깐 둘러보던 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저씨, 여기가 찾던 곳이 아니에요?”

“모르겠다. 밖에서 볼 땐 눈에 익었는데, 안에 들어오니 처음 오는 곳 같고 헷갈리는구나.”

“아저씨가 여길 얼마 만에 다시 찾은 거예요?”

“응?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길 언제... 크흑!”

다시 또 찾아오는 두통에 휘가 머리를 감쌌다.

“아, 안되겠어요. 아저씨. 여기서 나가요.”

그때, 판매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왔다.

“어디 아프세요?“

“아... 네. 아저씨가 몸이 안 좋아서요.”

“한국 분 같은데 저기 테이블에 잠깐 앉아서 쉬세요.”

판매원이 가리키는 입구 쪽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은미가 휘를 부축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은미야, 아저씨 왜 그래?”

혼자서 물건을 구경하던 승호가 뒤늦게 달려와 은미에게 물었다.

“응, 또 머리가 아프신가봐.”

“어, 그래? 자주 그러시네.”

“아무래도 머리를 다친 거 같지?”

“아저씨가 힘은 장사인 거 같은데 무슨 병이 있나 봐.”

안쓰러운 눈으로 휘를 바라보며 얘기를 나누는 둘에게 판매원이 다가왔다.

“저분, 많이 아픈 거니?”

“아 아뇨,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때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휘가 감았던 눈을 뜨며 판매원을 바라보았다.

“여기 이 자리 예전에 한국식당이 아니었소?”

“한국식당이요? 글쎄요. 우리 사장님이 여기서 장사한지 꽤 오래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오래?”

“네, 한 4년 가까이 될 걸요.”

“4년? 으음... 4년이라...”

다시 생각에 잠기는 휘를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판매원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잘 아는 사이니?”

판매원의 눈에도 아이들과 휘의 관계가 어울리지 않아 보였나보다. 휘의 겉모습과 옷차림이 영 아니었던 것이다.

“아 아뇨, 길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안내해 드리는 거예요. 저희도 놀러 올 겸. 겸사겸사.”

승호의 대답에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던 판매원이 한숨을 푹 쉰다.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이 아니라고 판단을 한 것이다.

“에휴~ 손님도 없고, 장사도 안 되고.”

“왜, 장사가 많이 안 되세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우익인지 재특회인지 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한국 사람들은 물러가라고 시위를 하니 장사가 되겠니. 이젠 그나마 관광객도 안 온다.”

“위안부는 거짓말이라고 떠드는 놈들 말이오?”

그때 눈을 감고 있던 휘가 벌떡 일어서며 대답을 했다. 휘의 머릿속에서 확성기를 들고 외치던 놈이 생각났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도 떠올랐다.

“에이구,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예요. 위안부할머니들 대부분 돌아 가신지가 언젠데. 지금은 별로 이슈도 아니죠.”

“그럼, 놈들이 왜 떠드는 거요?”

“지금은 독도가 제일 큰 문제잖아요. 당장 내일이라도 싸움이 날 것 같더구먼. 독도 내 놓으라고 저러는 거죠.”

“독도?”

휘가 은미와 승호를 바라보자 승호가 자신이 미처 다 얘기해주지 못했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아! 독도사태 모르세요?”

“사태라니 무슨 말이냐?”

현재 독도사태라고 일컬어지는 일은 사실 북한과 일본사이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사이의 문제였다. 현재 북한의 김정운 정권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하여 한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독도문제에 대하여 예전과 다르게 말을 아끼고 있었다.

당연히 조종련계로 구분되는 승호와 은미도 일본방송에서 매일 독도문제를 떠들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북한의 시각으로 교육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냥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우긴다는 것. 정도였다.

“일본이 독도에 군대를 보내서 남조선군하고 대치하고 있데요.”

“그럼 전쟁이 벌어진단 말이냐?”

“에이~ 설마, 전쟁이야 벌어지겠어요? 그러고 말겠죠.”

승호의 말에 판매원이 참견을 했다.

“저 일본 놈들이 지금 전쟁하라고 데모하는 거야. 독도를 점령하라고. 만약 진짜 전쟁이 나면 큰일이다. 우린 어떡하니.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런데 너흰 말하는 걸 보니 조총련쪽인가 보구나.”

“네.”

“아무리 요즘 일본이 북한 편을 들어줘도 그렇지, 독도는 우리민족 땅인데 일본에 뺏기면 안 되잖아. 북한도 일본한테 뭐라고 해야지. 아니, 같이 싸워야지.”

“저희도 독도 뺏기는 건 싫어요. 더구나 일본 놈들에게는요. 더더욱.”

승호가 오늘 은미의 일이 떠올라 목소리가 커졌다.



요즘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2011년 쓰나미로 인한 피해와 원전폭발의 여파는 일본 정치권을 휩쓸었다. 모든 책임을 지고 총리가 사임을 한 이후, 정치권도 지각변동이 있었다.

새롭게 총리로 지명된 우베는 이미 이전에 짧게 총리직을 수행했던 경험이 있었다. 중간에 물러난 이유는 일본의 군국화에 대한 자신의 섣부른 우경화 행보 때문이었다.

우베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통한 옛 영광의 재현, 그리고 동북아의 맹주로써 세계무대에서의 영향력 확대. 마지막으로 미국처럼 일본이 세계를 직접 호령하는 국가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을 실현하려면 군사대국화를 이뤄야했다 그러나 일본은 패전국으로서 군사재무장 금지라는 평화헌법의 굴레에 묶여있다. 우베로서는 반드시 평화헌법을 바꿔야 자신의 목표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때의 실패를 경험삼아 긴 시간을 음으로 양으로 준비를 착실히 해오고 있었는데 천종사건으로 인하여 자신의 확실한 지지기반이 꺾였다. 천종이 무너지며 종주가 사라지고 군부의 지지세력 중 상당수가 물러났다. 이대로 뜻을 이뤄보지도 못하고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음 해,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그리고 원전파괴로 인한 정부의 부실대응을 잡고 늘어진 덕분에 총리자리를 자신이 꿰찰 수 있었다.

우베는 자신의 패를 모두 꺼냈다. 이십 년 가까이 지속된 일본의 경기침체를 끌어 올려야했고 국민의 관심을 돌릴 이슈도 필요했다. 미국의 동의하에 무제한 양적완화조치를 취하며 돈을 찍어냈고, 그 돈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며 과감한 구조개혁을 실시했다.

세계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우베노믹스라고 부르며 실패할 것이라고도 비꼬기도 하고, 어떤 자들은 잘 나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재 우베는 이 모든 상황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모든 일들이 자신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대천종의 몰락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나 오히려 종주의 부재가 자신을 중심으로 모든 국수주의자들을 끌어 모으는 효과를 발휘해 이젠 자신의 의도대로 모든 일을 끌고 갈 수 있었다.

센카쿠 해역에서의 중국과의 마찰, 독도를 둘러싼 한일갈등, 위안부문제, 일본의 군사대국화지향 등 이러한 것들은 한국이나 중국의 국민감정을 자극해 일본에 대한 성토로 이어지고, 결국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좁혀 외교적으로는 오히려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을 하며 급속히 가까워졌지만 일본과는 아직 접촉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베 자신은 여러 차례에 걸쳐 만나서 대화를 나누자는 제스처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담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금지, 교과서왜곡 철회, 위안부문제 사과 및 보상, 평화헌법 개정금지 등 두 나라가 요구하는 것은 모두 일본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일이었고 잘하면 국민들을 쉽사리 선동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한국대통령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미국이 평화헌법 수정을 바라고 있으니 그걸로 된 것이다. 당장 중국을 견제해야하는 미국으로서는 일본의 군사무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거기다가 중국과 한국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일본국민들의 불안도 가중될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강한 군사력으로 무장한 일본]을 만들자는 주장은 우익으로 대변되는 지지 세력들이 바람을 잡으며 선동을 하자, 곧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도 들려왔지만 언론과 대부분의 지역 정치인들을 손아귀에 넣은 우베의 작전으로 곧 힘없이 사그라졌다.

중국이나 한국이 일본에 대해 성토를 하면 할수록, 그것은 일본국민들을 자극하여 반감을 가지게 하는 결과를 나으며 우베의 정책을 지지하게 만든 것이다. 물론 우익 강경파들의 선동이 사실은 더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대다수의 먹고살기 바쁜 일본국민은 뉴스로 접하는 과장되고 일방적인 보도에 손쉽게 넘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고립된 북한은 작은 당근만으로도 손쉽게 딸려왔다. 중국마저 그들을 버렸으니 이제 러시아만을 의존해야하는 북한으로서는 일본의 손길이 더없이 반가웠다.

우베는 한국과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의 역할 확대를 위해서도 북한을 이용해야했다. 북한의 김정운정권이 아직도 동북아에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단 것은 사실 아이러니다.

이데올로기 냉전시대의 산물인 한국과 북한의 대립은 동북아 군사균형이라는 묘한 지리적 작용에 의해 아직껏 정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베는 일본국민의 결속과 올해 통과된 평화헌법개정에 따른 군사진출의 제 일보를 독도에서 실험하기로 하였다.

그 준비를 위해 독도근해에서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하여 한국을 자극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휴전선부근에서 긴장을 조성토록 유도하였다. 대가는 돈으로 지불하면 그만이었다.

아마, 그 정도만으로도 저 냄비근성의 한국인들은 들썩일 것이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일본국민들은 작은 자극만으로도 애국심이 다시 타오르게 될 것이다.

기왕이면 한국해군이 미사일이라도 몇 발 발사하여 일본 해상자위대. 아니, 이젠 일본해군의 함정을 한 척이라도 침몰시킨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고.

우베정권의 술수로 인한 한일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아저씨, 이거 제 전화번호요. 혹시 어려운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승호가 휘에게 메모를 넘기며 일어섰다. 셋은 주변의 한국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한 후,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그만 헤어지기로 한 것이다.

승호가 보기에 아저씨는 자신이 찾는 곳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따라다닐 수도 없었다. 자신들도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번호만 넘겨주고 헤어지기로 하였다.

“그래. 고맙다.”

휘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그러니 얘들한테 밥을 얻어먹은 것이다. 이 세상을 살려면 돈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기억에 있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할 만큼.

“전화는 할 줄 아세요?”

“그래. 그 정도는 할 줄 안다.”

“하하하! 알았어요.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볼게요.”

“아저씨, 구해줘서 고마웠어요.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잘 가라.”

두 아이는 인사를 한 후 발랄한 모습으로 사람들 속으로 달려갔다. 아직 늦은 시간은 아니었기에 모처럼 둘이 시내구경을 하려는 것이었다.

혼자 남겨진 휘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뒷골목으로 걸어갔다. 언젠가 걸어본 기억이 나다가도, 전혀 낯선 곳 같기도 하고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봉황의 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6 제12장 살육(7) +4 14.10.13 1,932 60 11쪽
95 제12장 살육(6) +8 14.10.09 1,918 67 12쪽
94 제12장 살육(5) +4 14.10.06 1,716 58 13쪽
93 제12장 살육(4) +4 14.10.02 1,700 60 11쪽
92 제12장 살육(3) +6 14.09.29 2,000 66 12쪽
91 제12장 살육(2) +9 14.09.25 1,614 54 12쪽
90 제12장 살육(1) +2 14.09.22 1,851 59 11쪽
» 제11장 역류(6) +6 14.09.18 1,660 59 12쪽
88 제11장 역류(5) +4 14.09.15 1,732 58 11쪽
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1 54 11쪽
86 제11장 역류(3) +2 14.09.08 1,582 53 11쪽
85 제11장 역류(2) +4 14.09.04 2,554 67 12쪽
84 제11장 역류(1) +8 14.09.01 2,846 63 11쪽
83 제10장 위기(13) +6 14.08.28 2,525 70 12쪽
82 제10장 위기(12) +4 14.08.25 1,652 61 11쪽
81 제10장 위기(11) +6 14.08.21 1,841 65 12쪽
80 제10장 위기(10) +8 14.08.19 1,669 63 11쪽
79 제10장 위기(9) +6 14.08.14 1,833 87 11쪽
78 제10장 위기(8) +6 14.08.13 1,865 80 11쪽
77 제10장 위기(7) +4 14.08.11 1,663 69 12쪽
76 제10장 위기(6) +4 14.08.07 1,660 66 11쪽
75 제10장 위기(5) +10 14.08.04 1,635 64 10쪽
74 제10장 위기(4) +4 14.08.01 1,664 63 12쪽
73 제10장 위기(3) +6 14.07.30 1,757 65 12쪽
72 제10장 위기(2) +4 14.07.28 2,172 74 12쪽
71 제10장 위기(1) +6 14.07.24 2,182 84 11쪽
70 제9장 흔적(8) +6 14.07.22 2,234 98 12쪽
69 제9장 흔적(7) +9 14.07.19 2,212 82 11쪽
68 제9장 흔적(6) +8 14.07.17 2,250 86 11쪽
67 제9장 흔적(5) +6 14.07.15 2,597 9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