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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101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9.08 00:05
조회
1,582
추천
53
글자
11쪽

제11장 역류(3)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그렇게 초인은 치명적인 총상을 입은 후, 자신의 죽음을 남기길 원하지 않았는지 원전상공에서 뛰어내림으로써 사라졌습니다. 초인은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닐 수는 없었습니다. 뒤따르던 헬기기장의 보고로는 폭발상공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방사능 때문에 접근이 어렵지만 여러 방법을 동원해 조사한 결과 죽었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초인의 죽음을 얘기하는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음을 준영이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힘이 든 듯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방안을 서성이다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이 다시 열리며 젖은 목소리가 좁은 방안에 잔잔히 울렸다.

“제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기구한 한 여자의 안타까운 현실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서 이렇게 용기를 냈습니다. 그녀를 살려주세요, 그녀의... 그녀의 이름은 김 자영입니다.”

한순간 겐조의 눈동자가 이슬이 맺힌 듯 반짝였다.

곧 준영의 가슴이 터질듯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겐조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눈물이 앞을 가렸다. 터져 나오려는 통곡소리를 참으려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겐조의 눈도 촉촉이 젖어갔다.


겐조가 이모를 다시 대면하게 된 것은 일주일이 흐른 후였다. 사망한 미우라와 대원의 장례를 치르고 사건에 대한 진술, 보고서 작성, 그리고 원전현장 확인 등 사건의 뒤처리에 바빴기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수사과에서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수사과에서 겐조를 부른 것은 현 상황에서 핵심적인 진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모라는 여자가 입을 다물고 진술을 거부하며 겐조중위만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겐조중위가 나타날 때까지는 물 한모금도 입에 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는데 안 가볼 수가 없었다.

별 생각 없이 겐조가 이모 앞에 섰을 때, 겐조를 알아 본 그녀가 미친 듯 악을 써가며 달려들었다. 그녀의 눈은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고 철천지원수를 만난 듯 겐조를 대했다.

그제야 겐조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자신이 그들을 사지로 내 몬 것이다. 자신의 입장에서야 임무를 수행한 것이었지만, 저들을, 특히 이모라는 저 여자를 안심시킨 건 자신이었다.

그 사람의 죽음이 확정된 이후, 겐조 역시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듯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었다. 그저 습관처럼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숱하게 이어지는 회의도 핑계를 대며 가급적 참석하지 않았다. 이제 그만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이모를 만나며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모를 설득하여 진술을 하도록 했다. 이모가 내 건 조건은 하나였다. 김자영의 생사확인 및 그녀 곁으로 자신을 보내주면 아는 것을 모두 대답하겠다는.

겐조의 노력으로 그들은 재회를 했다. 비밀리에 유지되고 있는 연구소의 한 병상에서 자영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배는 홀쭉해져 있었고, 상태도 좋지 않아 보였다.

연구소에 물어봐도 그녀에 대한 모든 기록은 비밀이었다. 이모는 도착 즉시 자영과 함께 구금되었고 병실의 출입도 일정시간만 겐조에게 허락되었다.

다음날 겐조가 그들을 찾았을 때 그들은 더욱 단호해져 있었다. 진술은 물론이고 모든 협조를 거부하였다. 자영은 거의 폐인이 되어있었고 음식과 치료마저 거부하였다.

이모가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아기였다. 자영으로부터 아기를 빼앗겼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겐조가 유일하였다. 수사과의 거듭된 요청에 연구소에서도 겐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겐조는 그들의 대변인이 되었다.

결국, 겐조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윗사람들을 설득한 끝에 연구소로부터 그들이 요구하던 자영의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그 즈음에 아기에 대한 실험은 이미 모두 끝이 난 상태였다.

초인의 아이일 것으로 생각되는 아기에 대해 연구소에서는 온갖 조사와 실험을 자행했지만 특별한 점은 찾지 못했다. 일반 아이와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를 이용한 실험이었던지라 아이의 상태는 상당히 나빴다. 뒤늦게 아이를 품에 안은 자영은 이미 실어증에 걸린 듯 말을 잃어버렸다.

약속한 이모의 진술로 수사의 모든 의문점은 해결되었다. 그리고 관련된 자들도 줄줄이 끌려와 조사를 받았다. 거기엔 백곰도 포함되어 있었다.

드디어 천종사건, 아니 초인사건은 그렇게 결말을 맺었다. 결국 건진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초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국가단위에서 파악했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어느 선까지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윗선에서는 이제 그만 이 사건을 덮으라 하였다.

거창하게 연구소까지 구성하여 광범위한 연구를 하였는데 별로 알아낸 건 없으면서 돈만 잡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는 생존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처리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위해 그들의 진술이 필요했었지만, 다 알고 난 지금은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그들을 제거하려한다는 것을 겐조가 알 게 되었다. 겐조의 고민이 깊어갔다.

결국 겐조가 선택한 것은 비밀리에 촬영 장비를 가지고 병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자신의 군복을 변형하여 녹화를 할 수 있도록 카메라를 숨긴 후 자영과 이모, 그리고 아기를 촬영했다.

병실에 설치된 CCTV를 피해 이모에게 편지도 건넸다. 이모의 진술을 편한 상태에서 들어야한다는 핑계로 이모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이모의 진술을 녹화할 수 있었다. 자영이 연구소라는 곳에 끌려와 당한 내용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알려지게 되면 일본은 또다시 전 세계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겐조가 파악한 바로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보고서작성을 핑계로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급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저들의 가까운 사람은 한국식당 뿐이었다. 할 수 없이 그 곳의 여사장을 찾아 은밀히 접촉을 했다.

이모를 촬영한 동영상만으로도 여사장은 통곡을 하며 도와달라고 매달렸다. 그러나 겐조가 보기에 일개 한국식당의 사장이 이런 일을 매끄럽게 처리 할 능력은 애초에 없어 보였다. 망설이고 있을 때 여사장은 다른 사람을 내세웠고 다음날 김자영의 동생을 데리고 왔다. 그나마 조금의 가능성이 보였다.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스스로 증언을 했다. 저들이 풀려 날 수만 있다면...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겐조는 생각했다.



정신없이 한국으로 돌아온 준영이 내용을 살피며 고민하고 있을 때 지희가 찾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지희에게 전말을 이야기 해 줬다.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가장 비밀스럽게 국가의 이름을 걸고 일본과 협상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 외부에 알려지면 일본으로서는 자신들의 치부가 들어날 것이므로 무조건 발뺌을 할 것이다. 일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둘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지희의 아버님을 찾아갔다.

지희아버님을 설득하여 아버님이 알고 있는 지인들을 통해 내용이 청와대에 들어간 후 외교부에서 준영을 불렀다.

준영은 즉시 일본주재 한국대사관으로 날아갔고 거기서 미야시다란 일본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지루한 협상 끝에 자영과 아기를 돌려받기로 하였다. 초인에 관련된 이야기나 실험에 관한 말은 아예 꺼내질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자영과 아기, 그리고 이모가 지내고 있는 모습만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정을 했다.

일본과 한국 사이는 요 근래 큰 문제가 없었다. 지금 일본은 쓰나미의 여파로 인한 어려움이 많았는데 총리는 책임자였지만 이 초인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알지 못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내문제만 해도 총리자리는 곧 물러나야 할 지경이었다.

미야시다라는 인물은 일이 확대되는 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이건 한국이건 더 이상 윗선에서 언급하지 않기를 바랐다.

준영은 심력을 짜내어 사정을 했고 언론을 입에 올리며 약하게 협박성 멘트도 섞었다. 결국 미야시다는 자영과 아기는 한국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이모는 어차피 일본국적자이니 풀어주기는 하겠지만 일본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검진결과 자영은 심신박약으로 인한 기억상실 및 실어증이 걸린 정신이상자로 판명이 났고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는 아는 내용이 없을 것이니 풀어줘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모의 문제는 서약서를 받고 일본 내에 머물게 하며 감시를 하면 될 일이었다. 조금만 시일이 지나면 아무리 떠들어봐야 들어 줄 사람도 없을 것이라 판단되니 지금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준영은 자영과 아기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5년 후쿠시마 원전.

아직도 방사능에 대한 공포로 원전주변은 출입이 금지되어있었다. 방사능 보호복을 착용한 작업자들이 수시로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원전운영은 당연히 더 이상 불가능했고 뒤처리만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동안 냉각수처리문제만으로도 말들이 많았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방사능 오염물질로 인하여 일본에서 출하되는 수산물은 자국 내에서도 유통되지 못했고 수입을 금지하는 나라도 많았다.

현재 원전주변은 냉각수 보관탱크들이 즐비하게 설치되어있었다. 오염수를 함부로 흘려보낼 수도 없으니 우선 보관탱크들을 설치하여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보관탱크들이 조금씩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콰콰쾅!

그리고 이미 파괴된 원전1호기에서 다시 큰 폭발이 발생했다. 일본열도가 다시 한 번 방사능공포에 떨어야하는 순간이었다.

후두두둑!

폭발의 파편으로 보이는 물체들이 사방으로 비산하였고 파편의 일부는 오염수 보관탱크를 직격하였다.

그때, 파편으로 보이는 물체가 보관탱크의 위로 떨어지는 듯하더니, 보관탱크에 부딪치며 다시 날아올랐다. 그 물체는 더 높이 날아오르며 순식간에 저 멀리 숲으로 날아갔다.



원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을.

원전 폭발이후 마을사람들은 모두 대피하고 빈집들만 남겨졌다. 아직 방사능 제거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하여 사람들이 돌아 올 수는 없었고, 원전폭발 이후 4년이 지난 지금은 결국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진 동네가 되었다.

그렇게 흉가로 변해버려 을씨년스러운 마을의 한 집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먼지가 가득 쌓인 어두운 집안을 헤매고 다니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는 이상하게도 벌거벗고 있었다.

집안을 돌아다니며 옷장을 들여다보던 남자가 이것저것 옷을 꺼내어 입어보더니 결국은 아래위 모두 옷을 대충 챙겨 입었다. 옷을 입은 남자는 깜깜한 어둠속에서도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내부를 유심히 살폈다. 냉장고도 열어보고 가스레인지도 돌려보고 TV리모컨도 능숙하게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작동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곧 흥미를 잃은 듯 남자가 리모컨을 던져버리고 밖으로 나섰다. 휘황한 달빛에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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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제11장 역류(5) +4 14.09.15 1,732 58 11쪽
87 제11장 역류(4) +4 14.09.11 1,542 54 11쪽
» 제11장 역류(3) +2 14.09.08 1,583 53 11쪽
85 제11장 역류(2) +4 14.09.04 2,555 67 12쪽
84 제11장 역류(1) +8 14.09.01 2,846 63 11쪽
83 제10장 위기(13) +6 14.08.28 2,525 70 12쪽
82 제10장 위기(12) +4 14.08.25 1,653 61 11쪽
81 제10장 위기(11) +6 14.08.21 1,841 65 12쪽
80 제10장 위기(10) +8 14.08.19 1,669 63 11쪽
79 제10장 위기(9) +6 14.08.14 1,833 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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