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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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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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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832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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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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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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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9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39화






천마는 도통 마법사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악마라고? 본좌는 천마인데?’

천마는 마법사가 그도 모르는 그의 과거를 언급하며 악마 운운하자 가만히 과거를 돌아보았다.

‘음...’

그리고 천마는 곧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기억 속에서 가장 오래된 과거는 천마성에 눈을 뜬 그 순간이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과거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지 않았다.

도둑질을 당했다고 생각했던 과거도 사실은 기억이 아니라 느낌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과거가 없는 사람이었다!

‘어디선가 머리를 다친 모양이로군.’

믿을 수 없게도 천마는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 심각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말았다. 정상인이라면 결코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없을테지만, 천마는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였다.

원래 인간 외의 동물들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법이다.

한편, 천마가 멍하니 있는 그 동안, 천마가 천마군들을 어떻게 처리하나 지켜보던 일행들로서는 천마가 그 이후로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자, 조금씩 속이 타들어 갔다.

“안..죽이십니까?”

리더가 조심스레 물어오자, 천마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내가 왜?”

“네?”

천마의 대답이 뜻밖이라 일행들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당황한 일행을 대신하여 리더가 대답했다.

“그게.. 천마군이잖습니까?”

하늘은 파랗기 때문에 파란 것이고, 밥은 배고프니까 먹는 것이다. 그리고,

“천마군은 적이니까 죽여야죠.”

그저 ‘왜’냐고 반문을 들었을 뿐인데도 너무 당연한 진실이 괜히 부정당하는 느낌에 리더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어갔다.

그 어색한 표정을 보며 천마가 생각에 잠겼다. 아니, 사실은 생각에 잠기지 않았지만, 주변인들이 보기에는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실상은 그냥 멍을 때렸을 뿐이었다.

두 번의 부활 이후, 아직 천마는 생각이란 걸 제대로 할 깜냥이 되지 못하였다.

장고에 들어간 듯 한참을 그렇게 서 있는 천마의 모습에 일행들을 슬금슬금 천마군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천마군들이 현재는 가만히 있지만, 언제 다시 그 흉성을 드러낼지 모르기에 거리를 두려 한 것이었다.

이윽고 마법사가 답답한 속내를 꺼냈다. 평소 냉철하고 빠른 판단을 내린다는 말을 듣는 그는 눈앞의 천마처럼 의미 없는 사고로 시간 끄는 사람들을 꽤 싫어하는 편이었다.

“당신이 소문의 악마님이시라면 그 누구보다 천마군을 많이 죽이신 분이시잖습니까? 그런 분께서 지금은 왜 천마군을 안 죽이려 하십니까?”

그 말에 천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마법사를 보았다.

“내가?”

“네, 악마님께서는 천마군을 비롯해서 천마의 제자들까지, 무수한 적들을 해치운 시온의 희망이셨습니다. 이런 천마군들 따위야..”

마법사의 말을 들으며 천마는 의문에 빠졌다.

‘이 놈은 왜 이렇게나 죽이지 못해 안달인 걸까?’

천마가 보기에 이 여섯 놈은 요괴였다. 적어도 그들 중 탱커는 죽은 후에 시체가 사라지는 걸로 보아 요괴가 맞았다. 그렇다면 이 요괴놈들은 그를 현혹하여 뭔가 자기들의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걸까?

감히 요괴가 사람을 홀리려 들다니, 천마군이 아닌 이놈들을 다 죽여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났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마법사는 아무래도 천마가 모르는 천마의 과거를 아는 눈치였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천마와 천마군은 결코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흐음...”

천마의 가벼운 한숨에 약간의 갈등이 묻어 나왔다. 그저 요괴의 말 한마디에 요괴의 편을 들기도 그렇고, 그저 요괴라는 이유로 그들의 말을 무시하기도 그랬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찰나, 판세를 결정지을 중요한 한마디가 마법사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악마님, 저희가 당신께 맛있는 칼국수도 대접해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말이 의심 덩어리를 산처럼 쌓았던 천마의 마음을 움직였다.

“네놈들은 착한 편이로구나.”

일단 결정이 나자, 그다음은 신속했다.

일행들의 눈에 갑자기 천마의 모습이 사라진다 싶더니 천마군들의 한가운데에 홀연히 귀신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천마의 상체가 스스슥하고 떨리자, 천마군 네놈의 머리가 동시에 하늘로 떠올랐다.

키와 체격, 성별 모두 다른 천마군들 이었는데, 공중으로 떠오른 대갈통의 높이는 네 개가 모두 동일했다.

그리고 그렇게 떠올랐던 머리들이 일제히 바닥에 떨어졌다.

툭-

그 경이로운 모습에 여섯 일행은 또다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들의 탱커를 손가락질로 죽일 때부터 천마가 초고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강하다고 소문난 천마군들 마저, 그것도 네 놈씩이나 되는데, 이렇게 일수에 죽여 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바였다.

천마군의 목을 딴 천마가 가만히 죽은 천마군의 시체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시체들을 쳐다보고 있던 천마가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역시, 이놈들은 사람이었어.”

루팅이 완료되지 않은 몹의 사체는 원래 빨리 사라지지 않는 법이지만, 그런 진실을 모르는 천마는 단단히 오해하고 말았다.

“요괴의 꾐에 빠져 사람을 죽이고 말았구나...”

목이 사라진 천마군의 시신을 바라보며 천마는 살짝 죄책감을 느꼈다. 이 사람들은 그에게 욕을 하지도, 해꼬지를 하지도 않은 자들이었다. 이들은 억울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악마님, 당신의 정의로운 결단으로 저희가 목숨을 구했군요. 감사합니다.”

3미터 거리까지 다가온 마법사와 리더가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했다.

“객쩍은 소리 말고, 본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거든 얘기해 보거라.”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천마는 요괴 놈들로부터 정보나 확실히 뽑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푼의 거짓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니라. 거짓말을 하는 새끼는 혓바닥을 뽑아다가 목을 매달 것이다.”

천마의 섬뜩한 위협에 마법사를 비롯한 일행들은 크게 겁을 먹었지만, 그래도 설마하니 그가 정말 그런 짓을 저지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천마를 잘 알지 못했다.

천마가 살기가 감도는 눈빛으로 일행들을 둘러보자, 엉겁결에 리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악마님은...그러니까...”

그는 일단 입을 열긴 열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호칭부터가 악마인데, 좋은 이야기가 나올려야 나올 수가 없었다. ‘악한 놈들보다 더 악한 놈입니다’라고 말했다간 왠지 정말 혀로 줄넘기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악마는 정말로 잔인하고 흉악한 놈이었다. 그의 잔인한 손속은 피아를 가리지 않아 그의 손에 죽은 천마군의 수만큼, 시온군도 죽어나갔다는 말이 있었다.

특히 그는 잔인한 손속으로 유명했는데, 한때 유저들의 몸뚱이를 땅에 거꾸로 박아 넣어 인간 나무 정원을 만들기도 했다는 소문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지금 영웅처럼 추켜세워지고 있는 것은 순전히, 이제껏 아무도 건들지 못하던 천마의 제자들을 아주 개잡듯이 잡아 죽였고, 아무도 탈환해내지 못했던 성좌를 잠시나마 지켜내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을 꼭 지키는 언행일치로 유명했지!’

마법사의 생각에 거기까지 미쳤을 즈음이었다.

“악마님은 멋지고 좋은 분이세요.”

엘프 남자 사제가 머뭇거리는 리더와 일행들을 보다 못해 한마디 날렸다. 그러자 여자 도적도 애써 생긋 웃으며 말했다.

“악마님은 시온의 영웅이에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둘은 입에 발린 칭찬으로 일단 분위기부터 띄우고 시작할 참이었다.

하지만 곧 분위기가 완전히 싸늘하게 얼어붙다 못해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버렸다.


정말로 혀가 목에 감겨 죽은 두 사람의 최후는 시체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네 일행의 뇌리 속에 절대 지워지지 않을 무서운 장면으로 박혀버리고 말았다.

“또 거짓말 할 새끼?”

천마가 나뭇잎으로 피 묻은 손을 닦으며 남은 사람들에게 묻자, 급기야 딸꾹질을 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레미와 누..메르를 그..렇게 죽이실 것 까지야..”

잿빛처럼 창백하게 죽어버린 안색으로 마법사가 말을 더듬자, 천마가 여전히 살기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분명히 본좌가 거짓을 고할 시에는 죽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본좌의 말과 행동에는 한 푼의 거짓말도 없느니라.”

그렇게 말하는 천마의 눈에는 마치 무생물인냥 단 한 푼의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억울하게 죽은 레미의 모습에 평소 남몰래 그녀를 사모하던 리더가 벌게진 얼굴로 천마에게 따지듯이 외쳤다.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안다. 본좌의 눈에는 다 보이느니라.”

천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거짓말이 뻔히 눈에 들어왔다. 그도 모르게 발동한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눈, 천마안이 발동한 것이었다.

하지만 리더는 천마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억울하게 죽은 레미는 억울해야 했고, 악마는 진실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서 억측으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어야 했다.

“정말 고수님께서 진실을 가리실수 있다면! 저에게 질문을 한번 해보십시오!! 그리고 제 대답을 듣고 진실을 가려보십시오!”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리더의 모습에 천마는 살짝 흥미가 동했다.

“알겠다. 크크크.”

실소를 흘리며 질문할 것을 찾으려던 천마는 곧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던 자에게 막상 질문을 하려고 하니 당최 물어볼 거리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천마가 또다시 장고에 들어갈 기미가 보이자, 마법사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형, 다시 태어나더라도 우리 누나랑 결혼할거야?”

같은 일행이자, 사사롭게는 처남매부 사이인 마법사의 질문에 리더의 입과 눈이 동시에 떡하고 벌어졌다.

“야!”

“대답하라.”

천마가 거들자, 졸지에 그 질문은 공식 질문의 지위를 갖고 말았다.

눈뜨고 코라도 베인 것처럼 리더의 얼굴에 당황하고도 화난 기색이 역력했지만, 천마의 딱딱하게 얼어버린 표정이 그의 빠르고 진실한 대답을 촉구했다.

“당연히 다시 결혼한...케엑!!”

“구라.”

짤막한 천마의 한마디와 함께 천마의 손이 잔인하게 움직였다.

“지..자..라..이..가...(진짜라니까)!!”

리더는 목이 졸린 탓에 유언 한마디도 올바르게 내뱉지 못하고 사망해 버렸다.

하지만 천마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리더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결정짓고 단매에 죽여 버리기까지 하는 그 모습에서는 절대로 자신이 틀릴리 없다는 확고한 신앙마저 느껴졌다.

천마의 시선이 다시 마법사에게 와 닿았다. 바른대로 정보를 제공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마법사는 천천히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악마와 악마의 자식들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악마의 자식?”

천마가 살짝 관심을 보이자, 마법사의 말이 조금씩 빨라져 갔다.

“모르십니까? 악마에게는 부하인지, 제자인지 모를 사람이 네 명이나 있는데...정말 모르세요?”

“계속 말해 보거라.”

전혀 기억은 안 나지만, 왠지 계속 들어보고 싶은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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