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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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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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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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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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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2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32화






“오리지널이 천마성을 떠났어요.”

차은혜의 보고에 이준혁이 들고있던 서류철을 책상 위로 강하게 집어 던져다.

“못 나가게 하라니까!!”

“이미 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만.”

벌게진 이준혁의 얼굴과 대조적으로 차은혜의 낯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문을 꼭 닫아 놓으라고 했잖아!”

“어차피 천마의 봉인이 풀려 버려 강제할 수단이 없었다는 건 알고 있지 않나요? 그동안 그 문을 막고 있었던 건 빗장 따위가 아니라 일곱신의 봉인이었었죠. 그게 깨졌는데, 대체 무엇으로 천마를 막는단 말인가요.”

낯빛 하나 바뀌지 않고 조목조목 따지고 드는 차은혜의 태도는 이준혁을 질리게 만들었다.

“다리라도 잘라버렸어야지!”

“네? 그게 가능하긴 한 방법인가요?”

이준혁이 홧김에 되는대로 내뱉자, 차은혜가 차갑게 대꾸했다. 시온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합당한 인과가 성립되어야만 했다. 시온의 직원이라면, 특히 이벤트 관리부서의 팀원이라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는 기초 상식이었다.

즉, 천마의 다리를 자르기 위해서는 다리가 잘릴만한 사건이 전제되어야만 했고, 차은혜는 그걸 짚은 것이었다.

‘성격이 저딴 식이니 아직 결혼도 못했지.’

‘하아, 이 남자는 얼마나 철밥통이길래 아직도 팀장 자리에서 안 쫓겨났나 몰라.’

이준혁이 보기에 차은혜는 수석부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해내었지만, 부하직원으로서 상관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딱딱하기 그지 없었다.

차은혜가 보기에는 이준혁이라는 작자는 이벤트 관리부서 팀장을 할 만한 재목이 아닌데도 여태 버티고 있는 것이 세계 8대 불가사의처럼 여겨졌다.

‘아니지, 로비 능력은 나름 괜찮은 것 같기도...’

어쩌면 외교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그런 능력이야말로 팀장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차은혜의 머릿속에 퍼뜩 스쳐갔다.

차은혜를 상대하기 싫어진 이준혁이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부하직원들에게로 다가갔다.

“그 놈이 어디로 가는 거 같아?”

“천마가 천마를 쫓아 가는 게 아닐까요?”

부하 남직원의 말에 이준혁이 살짝 인상을 썼다.

“천마가 천마를 쫓는다고? 이거야 원.”

이준혁에게 무시당한 탓에 입술을 깨물고 서있던 차은혜가 다가왔다.

“그래서 제가 일단은 오리지널 천마와 카피 천마라고 명명해봤는데요.”

“뭔 오리지널, 카피야. 좋은 우리말 두고. 그냥 원본이랑 복사본이라고 하면 되지.”

“..네. 원본 천마가 복사본 천마를 쫓아가고 있어요.”

차은혜가 즉시 이준혁이 지적한대로 명칭을 정정해서 다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준혁이 잠시 가만히 있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을 하다시피 중얼거렸다.

“근데 원본을 과연 원본이라고 불러야 하나 좀 고민이군.”

이준혁의 말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차은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주변의 부하 직원들 중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이들도 몇몇 있었다.

그런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이준혁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원본이 해킹당했었다는건 다들 알고 있겠지? NPC 관리팀에서 그러는데 그 과정에서 원본의 데이터가 심하게 손상되고 변질되었다고 하더라고. 물론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니까 어디 가서 얘기하면 안 된다.”

이준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입 여직원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해킹 데이터만 지운다거나, 혹은 캐릭터를 삭제할 수는 없는 건가요?”

여직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옆에 서있던 차석 부팀장 조현우가 여직원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시늉을 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꾸중했다.

“야, 넌 몇 주 전에도 헛소리를 하더니, 또 그 소리냐? 내가 말했지,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없애는 건 더 어렵다고! 신입이 자꾸 정신줄 놓고 다닐래?”

그제야 신입은 이 주 전에 똑같은 말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 그럼 삭제 말고, 그냥 변질된 부분만 제거하는 거는요?”

“없앤다는 건 다 똑같아. 합당한 이유나 원인이 있어야 해. 얘를 들면 심한 충격을 받아 기억 상실증이 걸린다거나, 아니면 큰 사고를 당해 몸의 일부분이 사라진다거나. 무슨 일이든 반드시 원인이 되는 일이나 사고가 있어야 한다고. 그게 바로 인과율이고, 시온의 모든 사건, 사고는 반드시 이런 인과 관계가 있어야만 하는 거지.”

둘이 ‘인과’에 대해 소곤거리는 동안, 이준혁의 발언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천마를 처리할 아이템이 이윽고 완성되었다는 소식이다.”

한 달 보름 전에 천마대책위가 열렸었고, 그를 통해 세계 유수의 크래프팅 팀에게 의뢰했던 대 천마용 아이템이 이제 완성되었다고 이준혁이 밝혔다.

시온의 부서가 사내 아이템 부서가 아닌 외부의 사설 크래프팅 팀에게 아이템 제작을 의뢰한 것은 이른바 불법이었다. 물론 아이템 제작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천마를 대적하는 아이템은 확실히 불법적인 아이템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원본 천마는, 그 존재 자체가 합법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합법적으로 처리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합법적으로 처리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천마대책위원회는 사설 팀에게 의뢰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빠르게 외부 크래프팅 팀과 미팅을 가졌다.

그만큼 원본 천마를 없애는 일은 비공식적으로 조용하고 빠르게 처리되어야 할 급선무였다.

“빨리 이 아이템들을 실전에 투입해서 원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속히 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해당 팀은 조금만 더 고생해서 꼭 유종의 미를 거둬줬으면 한다.”

이준혁의 말에 한켠에 서 있던 천마대책위원회 소속의 팀원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역시나 차은혜였다. 하지만 그녀가 허튼 소리, 혹은 반대를 위한 반대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걸 잘 아는 이준혁은 애써 마음을 가다듬으며 발언을 허락했다.

“키클립스에서 자기네들도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합니다.”

“안 된다 그래.”

“이미 알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차은혜의 도를 넘은 답변에 이준혁은 그만 눈앞의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고 말았다.

쾅-

“야! 차팀장! 니가 뭔데 답변해!”

“제가 팀장님께서 임명하신 천마대책위원회 의장입니다.”

차은혜의 반박불가의 깔끔한 대답에 이준혁은 그만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말았다. 매사 귀찮아서 부하직원에게 감투를 씌웠던 것이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줄이야!

“의장인 제가 답변하는 게 맞지 않나요?”

“..맞아. 그래서, 기껏 아이템 밖에 만들 줄 모르는 중국 놈들이 작전에 참여하시겠다?”

“저도 말렸지만, 그것이 그들이 우리의 아이템을 만들어 주는 유일한 조건이었어요.”

“뭐? 그럼 왜 그걸 진작에 말 안했어?”

“했는데요. 기억 안 나세요?”

막 화를 내려던 이준혁이 그말에 멈칫 했다.

‘그랬었나?’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외부 인사들과의 만남에 주력할 뿐, 내부의 일들은 대부분 차은혜 수석부팀장에게 맡기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결재도 대충대충 했던 그였다.

“아, 그래. 그랬었지. 그 자식들, 아이템이나 잘 만들 것이지, 기술자 놈들이 뭔 작전 요원이 되겠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이준혁은 마치 생각난 척 하면서 중국의 아이템 크래프팅 팀 ‘키클립스’의 기술자들을 욕했다.


*


“이게 목걸이야, 목줄이야?”

천마가 그의 목에 걸린 ‘줄만 남은 목걸이’를 한차례 잡아당겨보더니 이내 뭔가를 깨달은 듯 인상을 쓰며 으르렁거렸다.

“감히 누가 본좌의 목에 목줄을 걸어 놓았는가?”

걸어 줄려면 좀 멋있거나, 예쁜 걸 걸어줄 것이지 고작 낡아빠진 끈 쪼가리나 걸어주다니!! 천마는 줄만 남은 목걸이를 그대로 잡아 뜯어 버렸다.

그러고 보니 뭔가 허전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분명히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해주는 망토 같은 게 등에 달려 있었던 거 같은데 없고, 허리춤에도 손에 착 달라붙는 기분 좋은 느낌의 검 같은 게 달려 있었던 거 같은데, 없었다.

“흐음, 뭐가 많이 없어진 거 같은데?”

가만히 생각하던 천마는 급기야 원래부터 없던 것까지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분명히 장갑도 있었던 거 같고...”

반지를 여덟 개나 끼고도 그 위에 다시 장갑을 끼고 있었을 거라고 천마는 생각했다.

“허리띠도 없군. 가만! 모자도 있었던 거 같은데?”

생전 둘러본 적 없는 허리띠와 써본 적 없는 모자를 찾았다.

없어진 물건들(애시당초 없었던 물건들도 많았다)을 생각하던 천마는 이윽고 그가 지금 간악한 도적놈을 쫓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옳거니, 도적놈이 왜 도적놈인가 했더니, 본좌의 물건을 훔쳐간 게로구나!!”

천마는 비로소 자신이 왜 도적놈과 싸웠었고, 그를 쫓으려는지 깨달았다. 그 놈이 자신의 물건들을 훔쳐갔고, 특히나 자신의 검을 훔쳐다가 검의 주인인 자신을 공격한 것이었다.

기억이 자꾸만 뒤죽박죽인 게 조금 이상했지만, 천마는 그의 생각에 확신을 담아갔다.

생각을 정리한 천마는 본격적으로 적의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천마는 왠지 이렇게 하면 될거 같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아무도 없던 황량한 대로에 갑자기 수십 개의 희끄무리한 그림자같은 것들이 나타났다. 마치 사람처럼 보이는 그것들은 질서정연하게 천마성 한가운데의 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그림자들의 뒤를 쫓아 걸어가며 천마가 중얼거렸다.

“이놈도 아니고, 이놈도 아니군. 이놈도 아니야...”

천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림자들을 헤집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살아있는 것들이 아니다 보니 기척으로 특정인을 분별할 수가 없어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천마는 인내하며 그림자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렇게 그림자들을 헤치며 앞으로 전진하던 천마는 그림자 행렬의 제일 앞에 도달해서야 그가 찾던 도적놈의 그림자를 찾아냈다.

“여기 있었구나!!”

희끄무리한 그림자 임에도 불구하고, 목에 걸린 일곱 개의 구슬이 달린 목걸이와 손에 끼워진 여덟 개의 반지, 무엇보다 허리춤에 달린 검자루가 무척이나 낯이 익었다.

천마가 그 간악한 도적놈에게 정신을 모으자, 이내 주변의 모든 그림자들은 허물어지듯 사라지고, 도적놈만 남았다. 도적놈은 그렇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 걸음걸이가 자못 위압적이었다.

“도적놈 따위가 왕처럼 행세하는구나.”

천마는 자신의 물건을 훔쳐간 놈이 당당한 자세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기가 찼다. 반드시 쫓아가서 다시는 이딴 식으로 못 걷게 절뚝발이로 만들어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도적놈의 그림자가 천마성 북쪽 통로를 지나 성 바깥으로 빠져 나왔다. 그런 후에 갑자기 도적놈의 그림자가 허공으로 몸을 휙 날리더니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천마가 외쳤다.

“헐!! 날아가? 사람이 어떻게 날아가는 게지?”

한동안 그림자가 날아가 버린 하늘을 응시하며 턱을 괴고 섰던 천마가 이윽고 판단을 내렸다.

“도적놈도 날아다니는 마당에 본좌가 날지 못해서야 말이 안 되는 노릇!!”

‘니가 하면 나도 한다’라는 근자감이 천마의 마음속에 가득 일어났다. 게다가 왠지 자신도 하늘을 날수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과, 마치 하늘을 날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 느낌적인 느낌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든 천마는 강하게 땅을 딛으며 소리쳤다.

“날아라!!”

그 순간 천마가 박찬 땅이 크게 뒤집히며 콰앙- 소리와 함께 천마의 몸이 쏜살같이 하늘로 솟구쳤다.

쿠르르릉-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천마의 몸이 바람과 바람 사이를 헤집고, 대기를 가르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크하하, 당연하지! 당연하고말고!!”

마치 자신의 비행능력을 처음 알아차린 히어로처럼 천마가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실제로 지금의 천마는 비행을 처음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천마의 눈에 곧 앞서 날아가고 있는 도적놈의 희뿌연 그림자가 보였다. 보아하니 북북서 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모양이었다.

그림자에서 눈을 뗀 천마가 북북서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거기 있냐, 도적놈아?”

온 몸의 기운을 일으키자, 비행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순식간에 그림자를 따라잡아 버린 천마는 그대로 더욱 속력을 높여 북북서 방향으로 쾌속하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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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19.12.26 384 5 12쪽
133 133화 +2 19.12.25 40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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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1화 19.12.25 379 4 13쪽
130 130화 19.12.24 38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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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화 19.12.24 381 4 14쪽
127 127화 19.12.23 383 5 13쪽
126 126화 19.12.23 384 4 12쪽
125 125화 19.12.23 404 4 13쪽
124 124화 19.12.22 383 5 12쪽
123 123화 19.12.22 406 5 14쪽
122 122화 19.12.22 40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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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19.12.21 408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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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19.12.20 400 4 12쪽
115 115화 19.12.19 40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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