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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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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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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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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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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5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25화




밤 12시 29분, 시온의 이벤트 관리부서실.

이십 여명에 이르는 팀원들이 부서실 전방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동끝별의 성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를 보고 있었다.

저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천마군과 시온군의 전투. 하지만 너무 먼 탓에 정황을 살피기가 쉽지 않았다.

“햐, 나 때는 진짜 목숨 내놓고 뛰어들었었는데, 요새 것들은 제 목숨 사리기 급급해서 가까이 가지를 않네, 거참.”

과거 시온 내 기자 생활을 했던 팀원이 스크린을 보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온 내에서 기자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 기자만 소유할 수 있는 ‘카메라’라는 아이템을 통해 게임 상황을 영상으로 전달하는데, 이번 영상의 경우에 기자들이 어찌나 몸을 사리는지 멀리서만 찍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목숨 안 소중한 사람 있겠어요?”

“그래도 기자는 그러면 안 되는 거야.”

후배 팀원의 말에 기자 이력이 있는 팀원이 대꾸했다.

그때 관리팀의 전체팀장인 이준혁이 소리쳤다.

“야, 고정 5번으로 바꿔 봐!”

그러자 곧 내성 북쪽 출입구 위에 달린 투명 고정 카메라 5번을 통해 내성 앞 공터의 모습이 스크린에 가득 송출되었다.

천마군과 시온군이 어지럽게 맞붙는 가운데, 천마군이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였다. 특히 화면 한 구석에서 펼쳐지는 권마의 원맨쇼는 가히 레이드 보스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야, 더 가까운 거 없어?!”

“이게 제일 가까운 겁니다만!”

이준혁은 혀를 차며 카메라 앵글 조정을 지시했다. 그리고 한동안 권마의 활약(?)을 지켜보던 그가 중얼거렸다.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왜 시온군만 들이대고 있는 거냐고?”

이벤트 관리부서라고 해서 시온의 돌아가는 모든 상황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수많은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어 엄청난 사회적 이슈를 몰고왔던 ‘BJ 화이트래빗 사건’ 이후, 무차별적인 엿보기는 시스템 상에서 근원적으로 봉쇄되었고, 게임 내의 상황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단 두 가지만의 창구가 있을 뿐이었다.

첫 번째는 시온 내에서 소위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 찍은 영상을 보는 것이었다. 시온에는 전 세계의 수많은 방송국에서 파견한 기자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전사, 마법사 등의 계열과 별개로 ‘모험가’, ‘사기꾼’, ‘요리사’처럼 직업으로서 ‘기자’를 선택하여 게임 내에서의 각종 사건, 모험 등을 보도하곤 했다. 시온에서 이른바 공인된 수단을 통해서만 적법하게 영상을 촬영, 배포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기자들은 기자의 전용 직업 아이템인 ‘카메라’를 들고서 역시나 직업의 특수 기술인 ‘영상 녹화’를 사용하여 현장을 취재했다. 이벤트 관리부서는 종종 이런 생생한 영상들을 여러 방송국으로부터 제공받고 있었다.

두 번째 방법은 여러 주요 위치에 고정 설치되어 있는 투명 카메라를 통한 정보 입수였다.

천마성이나 성좌의 성채 같은 경우는 수십여 대의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이벤트 관리부서에게 영상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놈들은 어디 있어? 다른 카메라도 다 띄워봐!”

이준혁의 지시에 곧 전방의 거대하던 스크린은 스물네 개의 작은 스크린으로 분할되어 성채의 여기저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이벤트 관리부서 수석부팀장이자, 천마군 이벤트의 팀장인 차은혜가 소리쳤다.

“어! 저기 보세요. 그들입니다!”

차은혜가 가리킨 곳에는 빌헬름과 실리엔, 그리고 광개토와 슬기가 적나라하게 찍히고 있었다. 문제의 그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입술을 깨문 이준혁이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저것들, 어떻게 왔는지 확인했어?!”


이벤트 관리부서의 화면에 천마 일행이 처음 잡힌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여섯 시간 전, 오랜만에 성좌를 탈환했다는 소식에 화면을 열었던 이벤트 관리부의 팀원들은 갑자기 등장한 낯익은 얼굴들을 보고 크게 당황했었다.

“형이 거기서 왜 나와?”이준혁이 클로즈업된 천마의 얼굴을 보고서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대책회의를 하면서 사흘 밤낮동안 지겹도록 보고 또 봤던 그 얼굴. 틀림없는 그 얼굴들이었다. 특히 못생긴 여자는 분명 유일무이한 그녀가 분명했다.

그리고 영상속의 천마는 이벤트관리부서 팀원들의 기대를 역시나 저버리지 않고, 천여 명에 이르는 천마군과 삼백 여명의 천마 용군을 아주 개작살을 내버렸다.


이준혁의 질문에 팀원들이 허둥거리며 대답했다.

“모,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대륙간에 연결된 고속 이동기술은 사용 안 한걸로..그러니까, 에인션트 패쓰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뭐야?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몰라! 엉?! 간밤에만 해도 동남해에 있었던 놈들이 어떻게 한나절 만에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야 할 거 아냐?!”

이준혁의 말마따나 그들의 비밀 요원, 빌헬름의 마지막 보고는 어젯밤 바다에 빠져 죽고 난 다음 오프라인으로 보고한 것이 마지막이었었다.

차은혜가 말을 받았다.

“동남해에서 날아서 가고 있다고 했었죠.”

“그래, 그렇지!! 그러니까 저것들이 지금 육천 킬로미터를 한나절 만에 날아 왔다는 거 아냐? 씨발, 이게 말이 돼? 비행기야? 제트기 타고 온 거야?”

이스트랜드와 사우스랜드를 갈라놓는 거대한 대양, 동남해에서 동끝별의 성좌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거의 육천 킬로미터에 다다랐다. 도저히 개인의, 혹은 한 파티의 역량으로는 하루만에 돌파하기가 불가능한 거리였다.

이준혁의 말대로 비행기라도 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거리이고, 시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나절은커녕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때, 이준혁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그 순간, 스크린 속에서 천마가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난 천마는 순식간에 권마와 검마, 염마를 모두 몰아내었고, 수천에 이르는 천마군들 역시 수장들이 철수하자 같이 철수해버렸다.

별 전투도 없이 수장들끼리 대화나 몇 마디 나누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전투가 종료되자, 이벤트 관리부서에는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한동안 가만히 있던 차은혜가 이준혁에게 조용히 물었다.

“선배님, 천마가 본인의 정체를 제자들에게 밝힌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말 몇 마디로..”

“흐음,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지.”

스승의 위세로 제자들에게 퇴각 명령을 내렸다면, 말 몇 마디로 상황이 종료된 조금 전의 광경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럼 어쩌죠? 천마가 둘이 되어버린 상황인데. 제자들 입장에서는 이 곳에서도 천마가, 천마성에도 천마가 있으니 헷갈리지 않을까요?”

이준혁과 차은혜의 말이 길어지자, 듣고 있던 신참 여자 팀원이 조심스레 차석 부팀장 조현우에게 말했다.

“저, 그냥 천마 둘 중에 하나를 없애버리면 간단한 거 아니에요”

“야, 너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조현우가 이준혁과 차은혜가 들을까봐 작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너 시온에 대해 뭘 알기나 하고, 여기 들어온 거냐?”

막내가 조현우의 위협적인 기세에 우물쭈물 말을 하지 못하자 그가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시온은 말야, 일종의 살아있는 세계야. 그래서 거기에 뭔가 없던 걸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이미 만든 걸 다시 없애는 건 훨씬 더 어려워. 무슨 말인지 알아? 천마를 마치 지우개로 지우듯이 없애버리지 못한단 말이야. ‘삭제’ 명령어를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천마를 죽이려면 죽을만한 일을 만들어 줘야만 한다는 거지. 알아듣겠니, 신참?”

조현우가 말쑥한 얼굴로 으르렁 거리자, 신참은 겨우 “네..”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들은 차은혜가 덧붙여 말했다.

“그런데 더 문제는 없애야할 NPC가 천마라는 거죠. 이게 왜 문제냐면요. 조 부팀장님, 천마가 죽나요, 안 죽나요?”

차은혜의 화살이 조현우에게 돌아가자, 조현우가 얼른 대답했다.

“물론 죽이면...안 죽죠. 설정 상 천마는 안 죽는 존재니까요. 설마하니 죽이면 죽는 대상을 신들이 뭐하러 봉인했겠습니까, 그냥 죽이고 말지. 안 죽기 때문에 봉인되었던 거고, 그래서 지금 제자들이 봉인을 풀려고 하는 것이죠.”

“그렇죠. 그래서 문제인거죠.”

그러면서 차은혜가 흘깃 이준혁을 째려봤다가 힘을 풀었다. 이 모든 건 천마가 사라졌을 때 천마를 다시 만들어버린(적어도 만들기 위해 로비한) 이준혁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워낙 확장팩 공개까지 시일이 임박하여 그녀도 천마의 복제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했었던 바였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일이 벌어지고 둘 중의 하나를 없애려고 하니, 없앨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천마를 봉인하거나 약화시킬 아이템이 필요해. 이걸 하려면 역시나 불법 크래프트 팀이 필요해. 합법적으로는 못 만들어.’

차은혜의 생각은 이미 일전에 천마 대책 회의에서 나온 바 있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계획은 한창 실현 중에 있었다.

“그러면 안 죽는다는 게, 아예 죽지를 않는다는 말인가요? 죽어도 다시 부활한다는 말인가요?”

좀 전까지 주눅들어 있던 신참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궁금증이 두려움을 이긴 모양이었다.

차은혜가 친절하게 대답했다.

“다시 부활하죠. 천마성에서.”

“아..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수석부팀장님.”

신참이 언제 두려움에 떨었냐는 듯,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


천마군과 시온군의 전투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지지부진하게 계속 이어진지도 닷새가 지났다.

그동안 잠시 천마군이 성좌를 점령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시온군이 성좌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력으로 보자면 도저히 그럴 수 없는 것인데, 천마의 개입이 그런 균형을 만들었다.

사실 천마는 딱히 전투에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제자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이기기보다는 계속 전쟁이 이어지는 게 바람직했다. 하지만 나흘 전 천마군이 성좌를 재탈환해 가버리고서 깨달았다.

전쟁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천마가 편하게 방관하고 있으려면 반드시 시온군이 성좌를 점령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결국 천마는 시온군이 패배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도움을 제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닷 새 째의 자정을 지난 심야. 불과 30여분 전만 해도 아군과 적들의 비명으로 가득했던 성좌가 이제는 고요한 적막으로 가득 찼다.

천마군들은 이미 자기네들 본거지로 다 돌아갔고, 시온군들도 무시무시한 천마가 있는 성좌에서 물러났다. 어차피 잠이 없는 천마는 그렇게 밤만 되면 홀로 성좌를 거닐곤 했다.

그런데 오늘 밤은 어쩐 일로 슬기가 잠들지 않고, 천마 옆에서 함께 걷고 있었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벽을 천천히 걸었다. 엄밀히 말해 천마가 앞서 걷고, 슬기가 뒤에서 조용히 따라 걷는 중이었다. 한동안 말없이 걷던 그들의 침묵을 깨뜨린 건 천마였다.

“아가씨야, 안 자느냐?”

“아, (간병인) 아줌마한테 말했어. 늦게 잘 거라고.”

“아줌마?”

“아, 아니야. 아무튼 빨리 안 자도 돼. 아저씨, 그보다..”

우뚝 선 천마가 물끄러미 슬기를 내려다보자, 환한 달빛에 슬기의 얼굴이 환하게 빛이 났다. 그러나 제 아무리 보름달의 조명빨이라 한들 원판 불변의 법칙을 거스를 순 없었고, 못난 건 못난 거였다.

천마가 뒷말을 기다리는 기색을 보이자, 한차례 입술을 깨문 슬기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기, 나도 무술 가르쳐 주면 안 될까?”

그러자 천마가 천천히 팔을 움직이며 기묘한 동작을 선보였다. 슬기는 한 눈에 그것이 목공 중에서도 직목의 수법임을 알아차렸다.

와중에 천마의 얼굴을 보니, 길게 늘어뜨린 앞머리 탓에 제대로 표정을 볼 수 없음에도 그의 굳게 다문 입매가 마치, ‘그럼 그동안 배운 건 무술이 아니고 뭐임?’ 하고 묻는 듯 했다.

“그거 말고, 광개토처럼 나도 그거 배우고 싶은데.”

슬기가 욕심을 내는 것은 파천무였다. 파천무를 익힌 광개토가 불과 두 달 만에 두 해 이상 플레이했던 슬기의 무력을 뛰어 넘어 버리자 거침없는 기질로 권사가 된 슬기에게는 그의 그런 발전이 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오늘 전투에서도 그녀는 고작 천마군 한 놈을 상대하기 급급한데, 광개토는 거뜬히 두 놈을 상대했다. 천마군 두 놈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사람은 시온군을 통틀어서도 광개토가 유일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곧 천마가 예전에 했던 경고를 다시 상기시켰다.

“남자가 되어도 좋다는 말이냐?”“그거 구라 아냐? 어떻게 여자가 남자가 돼?”

“규화보전이라는 더러운 무공이 있었지.”

천마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됐고, 나도 강한 걸로 줘. 아니, 남자가 되든 말든 상관없으니 그걸로 줘.”

슬기가 파천무에 대한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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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화 19.12.24 38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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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19.12.20 40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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