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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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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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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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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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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1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31화






도플갱어 효과라는 말이 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에 대하여 무한한 적대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금 욕잘 천마와 욕못 천마의 감정이 그러했다.

둘 중 누구도 이 자리를 피한다거나 도망친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오직 상대를 세상에서 지워버려야겠다는 일념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한편, 소천마는 ‘욕 잘하는 천마’를 알아보지 못했다. 천마의 데이터가 만겁돌파의 망토로 인해 이미 상당 부분 변질되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천마의 대전으로 들어온 소천마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타니움 석으로 만든 천마의 대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에 부서지고 금간 흔적이 가득했다. 이 정도의 충돌이 대전 밖에서 일어났더라면 틀림없이 이곳 천마성은 몇몇 요처를 제외하고선 모두 파괴되었을 것이었다.

“사부님.”

소천마가 한걸음 더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이며, 욕못 천마를 부르더니 그 자세 그대로 멈추었다. 천마의 응답이 있을 때까지 그저 그렇게만 있을 것만 같은 동작이었다.

“무엇이냐?”

욕못 천마가 소천마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그렇게 입을 여는 순간, 욕잘 천마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감히 본좌와의 전투 중에 다른 것에 신경을 쓰다니!!’

욕잘 천마는 그 파렴치한 행동에 도저히 ‘정의의 응징’을 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쿠웅-

욕잘 천마의 날랜 찍어차기에 두 팔로 막은 욕못 천마의 두 발이 발목까지 땅으로 파고들었다.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타니움 바닥이 이번에도 쩍 갈라지고 움푹 꺼졌다.

“큭, 이놈이 어른 말씀하시는데..”

“뒈진 다음에나 실컷 씨부려라!!”

욕잘 천마가 남은 한발로 연달아 일곱 번을 걷어차자, 사지가 아래위로 묶인 욕못 천마가 그 공격들을 모두 고스란히 몸에 허용하고 말았다.

퍼퍼퍼퍼퍼퍼퍽-

워낙 빠르고 다양한 각도로 걷어 찬 터라, 욕못 천마의 몸은 어느 한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려댔다.

“크학!!”

처 맞던 욕못 천마가 괴성을 지르며 발을 차올리자, 발 주변에 있다가 부서진 타니움 파편들이 함께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개되는 수십 개의 기공탄!

신나게 발길질을 하던 욕잘 천마가 그 수십 개의 공격을 감지하고 급히 허공으로 몸을 날리며 공중제비를 하자, 대부분의 공격들이 허공을 격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 욕잘 천마의 등 뒤로 소리 없이 소천마가 다가왔다. 빠르게 전세를 파악하고서 욕잘 천마를 적으로 간주한 소천마가 전투에 난입한 것이었다.

천마의 등에 자리한 소천마는 번개같이 주먹을 휘둘렀다. 원래 단 두 개뿐일 주먹들이, 어찌나 빠르게 움직여대는지 순식간에 열 개 이상으로 불어나 천마의 등을 노리고 들어왔다.

턱턱-

하지만 천마의 양손이 더욱 빠르게 움직여 소천마의 주먹을 붙잡아버리자, 열 개가 넘어 보이던 소천마의 주먹들이 삽시간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놀람으로 살짝 입이 벌어진 소천마에게 욕잘 천마가 으르렁거렸다.

“솜털 같은 꼬맹이가 어른들 대화 나누시는데 끼어들면 곤란하지, 안 그렇느냐?”

쑤욱, 콱-!!!

잡은 두 손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냅다 쳐 올린 천마의 오른쪽 무릎에 소천마의 왼쪽 어깨가 단번에 바스러졌다.

“...!!”

분명히 엄청 아팠을 것인데도 소천마는 인상 한번, 신음 하나 내지 않고, 욕잘 천마를 노려보았다. 천마 역시도 살짝 놀라 한마디 했다.

“그 와중에도 몸을 틀다니, 나름 실력이 괜찮은 애새끼였구나.”

본래 단 한방에 심장을 터뜨려 버리려고 했지만, 소천마가 신속한 몸놀림으로 가슴 대신 어깨를 내주고 목숨을 건진 것이었다. 소천마의 빠른 판단과 신속한 몸놀림에 천마는 적잖이 감탄했다.

그 때 등 뒤로 섬뜩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감촉은 그대로 천마의 등을 뚫고 들어왔다. 아니, 들어오려는 순간 천마가 엄청난 속도로 몸을 틀며 전진하는 바람에 검첨은 등을 뚫지 못하고, 길게 등 한가운데서부터 왼쪽 어깨에 이르기 까지 긴 검상을 남기는데 그쳤다.

몸을 돌려 욕못 천마를 쳐다본 욕잘 천마는 곧 욕못 천마의 손에 들린 천마검을 보았다.

“이 새끼가!! 적수공권이라더니!!”

“너야말로 본좌더러 한눈 팔지 말라더니, 너는 하면 되고, 본좌는 하면 안되는 것이더냐?”

욕잘 천마가 소천마에게 신경쓰는 동안, 바닥에 놓인 천마검을 허공섭물로 움켜쥐고서 그대로 공격해 들어왔던 욕못 천마가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욕못 천마가 들고 있는 천마검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 검은 아무래도 본좌 것인가 보구나. 손에 감기는 촉감하며, 본좌의 기운과 상성도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로구나.”

“지랄하고 처 자빠졌구나, 아주!!”

얼굴이 벌게지도록 분노한 욕잘 천마가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괜히 검을 몸에서 떼어놓았다고 크게 후회했다.

‘그래도 일대 종사라고 믿었건만, 저런 간사하고 야비한 개X끼였을 줄이야!!’

설마하니 끌러놓은 검을 저렇게 가져가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미 빼앗겨버린 그의 검은 후회해도 이미 늦고 말았다.

등에서부터 왼쪽 어깨로까지 길게 그어진 검상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웬일인지 상처가 쉽사리 아물지도 않았다. 아니, 애초에 검에 베여서 상처난 적이 있기나 했던가? 욕잘 천마는 자신의 무기에 자신이 상처를 입은 이 현실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하지만, 그 이후의 전투 양상은 욕잘 천마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기력의 회복 속도에서 생겨난 약간의 전투력 차이가 둘의 격차를 점점 벌어지게 만든 것이었다. 대등하던 공격과 수비의 균형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너져 버렸다.

일방적인 공격을 받던 끝에 화가 난 욕잘 천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정당당하게 주먹 대 주먹, 남자 대 남자, 천마 대 천마로 제대로 붙자꾸나!!”

“뭐라더라, 지라..? 지리? 자랄? 암튼, 웃기지 말라고 전해라!! 크크크”

욕설을 따라 해보려던 욕못 천마가 시스템의 저항으로 욕설에는 실패했지만, 특유의 기분 나쁜 표정과 간사한 미소로 욕잘 천마의 기분을 충분히 더럽게 만들었다.

곧이어 허공에 그어진 수십 개의 검은 선! 욕못 천마의 손짓에 따라 천마검이 허공을 가르며 만들어 낸 그 검은 선들이 삽시간에 욕잘 천마의 주변을 에워싸더니 빠른 속도로 그를 조여 오기 시작했다.

“이딴 것들 쯤이야!”

욕잘 천마가 조급한 속마음과 다르게 호기롭게 소리치며 그 선들을 쳐내려고 손을 뻗었다가 섬뜩한 통증에 그만 손을 움츠리고 말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하마터면 손가락이 잘려나갈 뻔한 순간이었다.

‘제기랄, 기운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

욕잘 천마는 이딴 허접한 검망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크게 분노했다.

비록 천마검이 만든 검은 선들 하나 하나가 실체화된 검강이라지만, 그의 기력이 정상이었더라면 쉽게 부숴버릴 수 있었을 터였다.

대등한 실력이라 언제까지고 신나게 맞붙을 줄 알았건만, 기력회복 속도가 딸리는 바람에 결국 지게 되다니, 욕잘 천마는 그만 허탈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래도 끝날 때까진 끝난 것이 아니지.”

욕잘 천마의 눈에 검망의 한구석에 허술한 부분이 들어왔다.

‘저기다!’

욕잘 천마는 얼마 남지 않은 천마기를 사용하여 그 허점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검망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소천마가 들어오느라 열어놓은 문을 통해 그대로 내뺄 생각이었다.

자고로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했다.

“어설픈 놈..”

어설프게 완성된 검망에 대해 한마디 비웃음을 남기며 그곳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욕잘 천마의 앞으로 불쑥 그림자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끼어든 그림자, 소천마가 강력한 쌍장으로 막 검망을 빠져나오려는 천마의 가슴을 강타했다.

“큭!”

소천마가 혼신의 힘을 담아 내뻗은 그 공격에 욕잘 천마는 그만 검망 안으로 다시 튕겨 들어가 버렸다. 게다가 욕잘 천마는 가슴이 진탕되는 고통에 그만 검망을 빠져 나올 동력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검강으로 된 검의 그물이 욕잘 천마의 온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제..엔장할..”

짤막한 욕설 한마디와 함께 검강의 그물에 온 몸을 관통당한 욕잘 천마는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부활한 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온 몸이 조각조각 난 욕잘 천마의 시체가 곧 사라지자, 홀로 남은 천마가 소천마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더냐?”

그러자 찾아 온지 40여분이나 지난 이제야 소천마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낭랑한 목소리로 천마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사부님, 43분 전에 또 하나의 저주가 깨졌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운명별 단 하나, 바로 제자에게 맡겨진 마지막 봉인만이 남았습니다. 그런 연유로 이제 제자가 출진을 하고자 하오니, 부디 허락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어딨는지는 아느냐?”

“아옵니다. 다행히도 가까워서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 하옵니다.”

소천마의 대답을 들으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천마는 곧 용좌에 앉아 손에 들린 천마검을 이리저리 훑어보기 시작했다.

“역시, 이 검은 그야말로 본좌를 위한 것. 본좌의 검이다.”

그렇게 만족스러워 하는 천마의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소천마는 결국 몸을 돌려 대전을 나왔다. 방금 혈투를 벌였던 사내의 정체를 알고 싶었지만, 스승이 입을 열지 않으니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사실, 욕못 천마 역시도 갑자기 나타난 적과 영문도 모른 체 싸운터라, 결국 그렇게 욕잘 천마의 정체는 어둠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


문득 정신을 차린 천마는 그가 있는 대전이 바로 그가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던 그 곳임을 단번에 알아 차렸다.

비록 대전 안이 모든 벽과 바닥, 천장이 말끔하니 새것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형태와 분위기는 분명히 낯이 익었다. 게다가 그가 앉아 있는 의자. 엉덩이와 등에 꼭 맞는 이 의자의 느낌은 그때 앉았던 그 의자임에 분명했다.

자리에 앉은 천마는 가만히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그의 몸 안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바다와도 같은 천마기의 흐름을 차분히 감상했다.

어느 한곳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모습으로 온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는 그 강대한 기운에 천마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거지. 어디 있느냐? 다시 한 번 붙어보자꾸나.”

하지만, 대전 안은 그만 홀로 있을 뿐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자리에 앉은 채로 천마는 크게 기감을 넓혀 나갔다. 감히 그의 검을 뺏고 목숨을 앗아간 도적놈을 응징하고, 옆에서 날파리처럼 귀찮게 하던 애새끼를 찾기만 한다면 그 즉시 때려죽일 작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감을 넓혀 봐도, 간악한 도적놈과 건방진 애새끼의 기척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아예 없었다. 천마의 기감망이 한계치에 이르도록 넓혀졌지만, 그 가운데 사람이라곤 바로 그 혼자 뿐이었다.

기분이 나빠진 천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갔다. 철문 앞에 선 천마는 굳게 닫힌 그 모습을 보며 왠지 이 문이 아무리 힘을 줘도 열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과거에 언젠가 이 문을 열려고 발버둥친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틀림없이 그랬다. 아니, 그랬었나? 천마는 지금 머릿속에 드는 생각들이 정말 과거에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그저 착각에 빠진 건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천마는 슬쩍 문을 밀었다.

그러자 그 무겁고 육중해 보이는 문이 가벼운 그의 손짓에 그긍 하며 밀려났다.

“호오?”

천마는 그저 가볍게 밀었을 뿐인데도 거대한 문이 밀려나자 자신의 팔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가볍게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의 가벼운 주먹질에 벽이 무너지고, 바위가 부서지는 환상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

“흐음, 이건 또 뭐냐?”

천마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그 환상들에 눈살을 찌푸리며 문을 나섰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건물 내부를 지나 마침내 건물을 벗어나는 순간, 천마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천마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왠지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 이 곳이 감옥 같아서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두 생각이었다.

“흐음, 어쩐다..?”

천마는 잠시 고민하려다가 곧 고민을 멈췄다. 어차피 이 곳에는 그가 복수하려는 대상들이 없었다. 그 간악한 도적놈과 건방진 애새끼를 잡아다 찢어 죽이기 위해서는 그들을 쫓아가야 했다.

“요놈들이 어디로 내뺐을까?”

천마는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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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135화 19.12.26 392 5 11쪽
134 134화 19.12.26 384 5 12쪽
133 133화 +2 19.12.25 401 4 14쪽
132 132화 19.12.25 386 4 13쪽
» 131화 19.12.25 378 4 13쪽
130 130화 19.12.24 385 5 12쪽
129 129화 19.12.24 374 4 12쪽
128 128화 19.12.24 380 4 14쪽
127 127화 19.12.23 383 5 13쪽
126 126화 19.12.23 384 4 12쪽
125 125화 19.12.23 404 4 13쪽
124 124화 19.12.22 383 5 12쪽
123 123화 19.12.22 405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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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19.12.20 399 4 12쪽
115 115화 19.12.19 40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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