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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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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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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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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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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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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7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27화






댕댕댕댕-

성탑 위 망루에서 긴급한 경종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면 으레 그렇듯이 천마군이 진격해오고, 시온군은 그에 맞서 수성전을 펼치는 게 지난 닷새간, 매일 같이 반복되어지던 일상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종 소리가 유난히 빠르고 다급했다.

“성격 급한 놈이 치는가 본데?”

다급한 경종 소리가 그저 관측병의 성향 탓이라고 생각하던 시온군들은 곧 어마어마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북쪽 외성문 너머로 이어진 넓은 평원, 그 아름다운 초원이 지금 천마군들로 인해 새까맣게 뒤덮여져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거의 육, 칠천은 되어 보이는 것이, 평소의 두 배는 족히 될 듯한 어마어마한 수였다.

“후아, 이것들이 간밤에 거사라도 치뤘나? 왜 이렇게 새끼를 많이 쳤어?”

고레벨 유저들이 애써 농담을 하며 긴장을 풀려 했지만, 그런 노력들도 이 살벌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흔들지 못했다.


북서 성탑의 망루에 서 있던 광개토도 두 배로 늘어난 천마군의 군세를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말입니까? 어떻게 병력이 하룻밤 만에 두 배로 늡니까?”

“새벽에 배꼽별이 깨졌다더니, 그 쪽 애들이 다 온 거 같은데?”

세상 돌아가는 정세에 밝은 빌헬름이 아는 체를 했다.

“와, 새벽에 말입니까? 진짜 천마군 이 새끼들은 낮밤도 없지 말입니다!”

“아니지, 배꼽별이 위치한 미들랜드는 우리랑 시차가 8시간 정도 나니까, 자정 전이었던 셈이지.”

“어쨌든 밤에 잠도 못 자게 하는건 사실이지 말입니다.”

광개토의 주장에 빌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광개토가 빌이 처한 상황을 전혀 모르기에 이런 말을 하지 싶었다. 빌은 천마 일행과 함께 플레이 하려고, 요즘 들어 밤낮의 구분이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의 현실 위치인 오스트리아는 대한민국보다 7시간이나 느렸다.

‘난 니들 땜에 최근에 밤에 잔 적이 없어, 인마!’

특히나 최근에는 천마일행의 플레이 패턴이 6시간 더 느려지는 바람에 빌헬름은 정말 적응하느라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왔었다. 게다가 나이가 드니 확실히 젊었을 때보다 신체가 시차 변화에 빠릿하게 반응하질 못했다.

“그런데 미들랜드라면 그냥 듣기에도 바다 건너 다른 대륙 같은데, 새벽에 거길 점령했다던 시온군들이 어떻게 몇 시간도 되지 않아서 여기에 나타납니까? 저 놈들은 순간이동이라도 쓰는 겁니까?”

“맞아, 잘 아는데!?”

“으잉? 정말이지 말입니까? 완전 사기지 말입니다!!”

천마군들이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귀신같이 출몰하면서 세계 각지에 흩어진 성좌를 공략하고, 때때로 연합을 이루는 비결은 바로 그들만의 전용 이동 스킬 때문이었다.

지난 두 달 여간 지속되어 온 전쟁을 통해 천마군들이 자기네 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천여 명에 이르는 군단이 한꺼번에 단체 순간이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스킬의 명칭이 진체소환술이라는 것은 최근에 밝혀졌다.

비록 쿨타임이 일주일이었지만, 어짜피 봉인을 깨뜨리는데도 일주일이 소요되는 바, 그들은 성좌를 하나씩 점령해 나갈 때 마다 단체 순간이동을 통해 군세를 불려가며 다음 성좌를 공략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천마군의 일곱 군단 중 세 군단은 이곳 동끝별을, 그리고 나머지 세 군단는 배꼽별을 공략하고 있었었다. 소천마가 이끄는 제1 천마군만이 아직 천마성에 머무르고 있었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슬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여섯 개의 군대가 이곳에 있다면...천마의 제자도 여섯 놈이 와있다는 건데...”

슬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북 평원의 어마어마하게 펼쳐진 천마군의 군세 사이로 여섯 인영이 걸어 나왔다.

그 중 세 명은 익히 낯이 익다 못해 이제 징글징글까지 한 검마, 권마, 염마인 데다가 남은 셋 중에서도 낯이 익은 한 놈, 괴마가 있는 걸로 보아 그들은 분명 천마의 여섯 제자였다.

처음에 그들이 걸어 나올 때 만 하더라도 시온군 진영은 온통 수군거리는 소리들로 시끌벅적했지만, 단 여섯에 불과한 그들이 곧 수천의 천마군들 보다 더한 포스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양진영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수천의 천마군 앞에 우뚝 선 여섯 명이 갑자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들이 저마다 특색있는 음성으로 입을 열자, 그리 크지 않은 소리임에도 모든 시온군의 귓가에 똑똑히 들려왔다.(이렇게 레이드 보스가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유저들 중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시온에는 NPC들의 이름표가 따로 머리 위에 뜨지 않기 때문에 레이드 보스들은 종종 이처럼 스스로를 소개하곤 했었다).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이 제자, 혈마가 바로 본마니라.”

피처럼 붉게 물든 산발 머리의 노인이 볼품없는 외모와 체구에 적수공권赤手空拳, 즉 맨손과 맨주먹 임에도 불구하고, 저릿한 살기를 뿜어냈다.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삼 제자, 괴마가 바로 본마니라.”

단 한 토씨만 틀리고 나머지는 꼭 같은 자기소개가, 비쩍 마른 꺽다리에 기묘한 주술 무구를 든 괴마의 입에서 나왔다.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의 사 제자, 검마가 바로 본마니라.”

이번에도 마치 복붙이기라도 한 듯, 청발의 중년 검수, 검마의 입에서 거의 앞선 소개와 똑같은 문구가 나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서열대로 이어지는 제자들의 소개.

가장 거대한 덩치에 폭발할 것 같은 근육미를 자랑하는 오 제자, 권마.

붉은 부채를 등에 쥐고 금새라도 터질 것 같은 화약통과도 같은 육 제자, 염마.

그리고 바늘 하나도 들어갈 것 같지 않은 혹한의 분위기를 풍기는 학자 같은 칠 제자, 시마.


“이상한데...?”

“네? 뭐가 말입니까?”

제자들의 소개를 감상하던 슬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광개토가 물었다.

“정말 이상하지 않아? 저렇게 일곱 놈이 한 세트면 적어도 당연히 한둘은 여자여야 하는 거 아냐? 아니지, 이제는 여권이 많이 신장 되어서 한둘로는 모자라. 반수는 차지해야지. 안 그래? 못해도 세 명은 여자여야 하는 거 아니니?”

슬기의 때 아닌 여성 인권 제기에 광개토는 말문이 막혔다.

“어... 그건?”

“혹시 천마는 여자를 싫어하는 걸까? 아님, 취향이 이상한 걸까?”

“못된 짓도 남녀 비율 맞춰가면서 해야 하는 겁니까?”

“아, 맞다. 저 놈들 나쁜 편이지? 나쁜 편이라면 뭐.”

“어엇, 그게 더 이상하지 말입니다! 나쁜 편은 남자들이 다 해먹어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나쁜 것은 성비 안 맞춰도 된다 이 말씀이십니까?”

“난 그런 말은 안 했는데?”

그때, 시온군들이 와- 하고 함성을 내질렀다.

홀연히 하늘에서 천마가 나타나더니 나란히 선 천마군의 여섯 수장 앞으로 내려 선 것이었다.

“우와, 우리 악마가 어쩐 일로 벌써 등장을?!”

“저 자가 등장했다는 건 이제 쉬는 시간이라는 거잖아!!”

“설마하니 오늘은 공휴일? 오늘 공휴일인 나라가 어디지?”

천마의 등장과 함께 무겁게 가라앉았던 시온군의 분위기가 갑자기 들뜨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천마의 등장은 곧 전투의 종료를 의미했다. 그가 나타나면 그걸로 싸움이 멈췄고, 천마군들이 물러갔던 것이었다.

땅에 내려선 천마가 목걸이에 걸린 남은 두 개의 구슬을 조물락 거리며 여섯 제자를 돌아보았다. 천마의 손에 끼워진 여덟 개의 반지와 두 개의 구슬이 마찰을 일으키며 달그락 거리는 가운데, 천마와 제자들 사이에선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여섯 제자들은 일제히 천마를 노려보면서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흐흐, 세 놈일 때는 감히 눈도 못 마주치던 것들이 세 좀 불렸다고 이제는 아예 본좌를 노려보는구나.”

천마의 말에 검마와 권마, 염마는 아무 말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천마를 바라보던 충혈된 시선을 돌리지는 않았다.

“이 놈은 괴상한 짓거리를 하던 놈이었는데...역시나 다시 살아났구나.”

천마의 손가락질을 받은 괴마가 지팡이로 한차례 땅을 두들기며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천마는 그런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어서 천마의 시선이 닿은 곳은 혈마와 시마였다. 그들을 보자 천마가 대뜸 손가락질을 하며 입을 열었다.

“너희 중에 시마가 누구냐?”

천마의 질문에도 핏빛의 산발 머리를 한 혈마와 차가운 냉기를 흘리는 학자같은 시마는 한 치의 미동도 없이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렇게 그의 질문이 씹히자, 곧 ‘읽씹’당한 천마의 분위기가 만년빙같이 돌변하였다.

“누.구.냐.고 물었느니라.”

일대를 꽁공 얼려버릴 것만 같은 차가운 천마의 목소리에 권마가 혈마와 시마에게 슬쩍 입을 열었다.

“그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

“닥쳐라, 오 사제!!”

천마의 질문에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침묵을 지키던 혈마가 권마의 말에는 즉각 매섭게 반응했다.

“멍청한 것이!! 지금 누구의 말을 듣고, 누구에게 협박을 하는 것이냐!”

혈마의 일갈에 그 큰 덩치가 찔끔하며 움츠러 들었다.

“그는 정말 장난이 아니오.”

“..삼 사제, 너마저..?”

믿었던 검마마저 그렇게 말하자 분노한 혈마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자 혈마의 산발한 핏빛 머리카락도 함께 부산하게 떨려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혈마가 크크큭, 하고 웃으며 염마를 돌아보았다.

“육 사제는 뭐 할 말 없는가?”

“이 사형의 늙은 몸뚱이가 제대로 버틸까 걱정이긴 하오.”

염마의 이죽거리는 언행은 혈마가 기대(?)하던 딱 그 모습 그대로였지만,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 사제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제 우리 여섯 사형제가 모였으니, 이자의 무릎을...!!”

그 순간 어느새 혈마 앞으로 이동한 천마가 혈마의 붉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헉!!”

그 모습에 다섯 제자는 깜짝 놀랐고, 특히나 머리채를 휘어 잡힌 혈마는 깜짝 놀라면서도 그와 동시에 격하게 분노하고 말았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분노한 그는 거칠게 콧김을 내뿜으며 치켜뜬 눈으로 천마를 노려보았다.

‘감히!!!! 이놈이!!!???’

하지만 그들의 반응 따윈 천마에게 하등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이봐, 늙은이? 대체 귀가 들리는 것이냐, 아닌 것이냐? 본좌가 하문을 한지가 언젠데 여지껏 답이 없는 것이냐?”

천마가 씹어 먹듯이 잘근잘근 말하며 머리를 거칠게 앞뒤로 흔들자, 분노한 혈마의 머리와 몸뚱이가 새로 오픈한 식당 앞의 길다란 풍선 인형처럼 마구 앞뒤로 젖혀지고 꺾여 졌다.

혈마가 분노한 기세로 몸을, 특히 목을 고정하고서 천마를 노려보려 했지만, 천마의 거칠 것 없는 손동작은 혈마의 부러질지언정 꺾이지는 않겠다는 고고한 의지를 가차 없이 뭉개고 짓밟고 휘저었다.

휘적 휘적-

“크아아!!”

천마에게 머리를 붙잡힌 채로 이리저리 휘둘리던 혈마가 괴성과 함께 두 손으로 번개같이 천마를 공격해 들어갔다.

쇠갈고리처럼 날카롭게 세워진 열 개의 손가락이 혈마의 머리칼을 잡고 있던 천마의 팔뚝을 거칠게 채고 지나가자, 부우욱 소리와 함께 천마의 소매가 찢어진 휴지조각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어서 피처럼 붉게 물든 혈마의 열 손가락이 천마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천마의 가슴에 열 손가락을 박아 넣은 다음, 그대로 뜯어내버릴 작정이었다.

부우욱- 이번에도 천마의 가슴팍의 옷이 그대로 갈갈이 찢어지며 천마의 맨 가슴이 훌렁 드러났다. 하지만 거칠게 찢겨나간 옷자락과 달리 천마의 가슴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마사지 한번 거칠게 하는구나..”

여전히 혈마의 머리칼을 붙잡고 있는 천마가 너스레를 떨었다.

“..마사지 비용보다 옷값이 더 비싼데 어쩌지!!”

마지막 한마디를 힘 있게 외치며 천마가 남은 주먹으로 혈마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아니 때리려고 하는 순간, 혈마가 놀라운 대처를 선보였다.

머리카락이 잡혀 꼼짝없이 천마의 일격을 허용해야 했던 혈마가 그 순간에 과감히 그의 머리카락을 포기해버렸던 것이었다.

천마의 주먹에 그의 대갈통이 박살나기 직전에 혈마는 강하게 힘을 주며 고개를 숙였다.

뚜두둑-

“으아아!!”

그렇게 혈마가 비명을 지르며 힘껏 고개를 숙이자 혈마의 머리가 있었어어야 할 허공을 천마의 주먹이 아쉽게 입맛을 다시며 지나갔다.

“허참,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귀할 나이일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구나? 안 그래도 놔주려고 했는데.”

“이 놈아!! 거짓말 하지 말아라!!”

손에 들린 머리카락 한 줌을 털어버리며 이죽거리는 천마의 너스레에 혈마가 혈압이 뻗쳤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작가의말

나이가 들수록 머리카락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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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135화 19.12.26 392 5 11쪽
134 134화 19.12.26 385 5 12쪽
133 133화 +2 19.12.25 402 4 14쪽
132 132화 19.12.25 387 4 13쪽
131 131화 19.12.25 379 4 13쪽
130 130화 19.12.24 385 5 12쪽
129 129화 19.12.24 374 4 12쪽
128 128화 19.12.24 381 4 14쪽
» 127화 19.12.23 384 5 13쪽
126 126화 19.12.23 384 4 12쪽
125 125화 19.12.23 405 4 13쪽
124 124화 19.12.22 383 5 12쪽
123 123화 19.12.22 406 5 14쪽
122 122화 19.12.22 407 4 12쪽
121 121화 19.12.21 402 5 12쪽
120 120화 19.12.21 409 5 14쪽
119 119화 19.12.21 400 4 14쪽
118 118화 19.12.20 401 4 14쪽
117 117화 19.12.20 393 5 13쪽
116 116화 19.12.20 400 4 12쪽
115 115화 19.12.19 403 4 12쪽
114 114화 19.12.19 4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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