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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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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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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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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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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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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3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13화




‘저 자가 처벌하겠다면 그것은 그저 목숨만으로 그칠 수준이 아닐 터!’

아니나 다를까, 천마가 냉기가 풀풀 풍기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털이란 털은 다 뽑아버리고, 온 몸이 새까맣게 다 타도록 칠주야를 땡볕 아래 세워놔야겠다.”

천마의 위협에 미스란디르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괜히 책임을 이장(제2공격대장)에게 넘겼다가 그가 봉변을 당하게 생겼다.

그 처벌 내용을 가만히 듣던 슬기는 뭔가 미묘하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뭐라고 딱 꼬집을 수가 없었다(둘은 2공격대장 에릭이 원래 흑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슬기가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가 계약을 어겼다 쳐요. 목걸이는.. 포기하면 되는 건가요?”

말을 하면서도 슬기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 목걸이를 포기한다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가 있는 거지? 그게 어떤 목걸이인데!’

하지만 웬일인지 ‘노스텔지어의 목걸이’에 대한 그녀의 갈망은 이전만 못했다. 애절한 마음은 여전했지만, 예전의 마음이 갈망이었다면 지금의 마음은 뭐랄까, 그리움? 그런 느낌이었다.

그 목걸이를 찾으려고 눈물을 흘리며 미친 듯이 더원을 쫓아갔던 예전의 일들이 그저 추억의 한 장면같이 느껴졌다.

‘왜? 왜 마음이 변한거지? 이러면 안 되잖아. 내가 아니면 아무도 그를 기억해주지 못 할 텐데.. 아무도 그를 알지조차 못 할 텐데. 내가 놓으면 안 되는 거잖아.’

목걸이 속의 그 사람은 고아였었다. 슬기만이 세상에 그가 있었다는 유일한 흔적. 그녀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한편 목걸이를 포기한다는 슬기의 말에 군사는 깜짝 놀랐다. 목걸이를 빌미로 천마와 동맹을 맺어야 하는 이 판국에 그녀의 말은 너무나도 뜻밖이면서도 무서운 말이었다.

군사는 슬기의 마음을 돌리려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 안돌려 주겠다는 말이 아닌데, 젊은 처자가 시련이 많았나 보군요.”

저런 얼굴로 살아왔다면 그동안 세상에서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많았을 터였다. 그래서 매사 쉽게 포기했을지도 몰랐다.

“필요 없다잖느냐.”

천마가 말하면서 한 걸음 내딛자, 군사는 주춤하며 두 걸음을 물러섰다. 하지만 물러서면서도 군사는 할 말을 했다.

“목걸이는 곧 돌려 드리겠소. 그저 한 가지 부탁만 들어주면 됩니다.”

그 말에 천마가 코웃음을 쳤다.

“거봐라. 이것들은 계속 한 가지 한 가지 타령할 놈들이다. 그래서 본좌가 그때 떠났던 것이야.”

천마가 스스로의 선견지명을 자화자찬하는 와중에도 슬기의 눈치를 살피던 군사는 슬기가 입을 열려하자 재빨리 먼저 말했다.

“저는 더 이상..”

“딱 일 주일만 성좌를 지켜주시오!”

그리고 군사는 재빨리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것은 이 늙은이만의 염원이 아니라, 여기 이곳에 모인 모두의 염원이라오. 당신들도 유저라면 알고 있을 거요. 지금 시온은 큰 위기에 처해 있소. 저 악적 천마군은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정의를 위해 일어선 우리 시온군은 연전연패하고 있소! 이대로 계속 천마군이 봉인을 풀어낸다면 곧 이 아름다운 시온의 세상은 멸망을 피하지 못할 것이오!”

군사의 말에 모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지만, 정작 군사가 설득해야 할 단 두 명, 슬기와 천마는 생뚱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둘은 지금 군사가 하는 얘기가 무언지 도통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자신들에게 뭔가 심각한 정보의 부재가 있음을 깨달은 슬기가 군사에게 물었다.

“잠깐만요. 지금... 이 세상이 망한다고 얘기한건가요?”

슬기의 그 한마디에 군사 역시도 이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이건 뭐지? 마치 히키코모리처럼 세상 돌아가는 걸 전혀 모르고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이들과 우리 사이에 큰 오해가 있는듯한데, 잘만 하면 이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군사의 그런 생각은 단번에 천마에게 저지당해버렸다.

“크크, 세상이 망해도 네놈들이나 망하는 것이지, 본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느니라.”

천마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흔히들 말하는 ‘세상이 망한다’는 표현은 정말로 세상 자체가 붕괴된다는 의미보다는 ‘삶의 터전이 무너진다’, 혹은 ‘살기 힘든 세상이 된다’는 뜻으로 쓰였고, 천마 역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천마가 호기롭게 외쳤다.

“고금 최강의 절대 고수인 본좌를 감히 누가 망하게 한단 말이냐.”

천마는 그 어떤 위기와 악재라도 다 격파할 자신이 있었고, 설혹 그렇지 못한 상황에 처한다 해도 제 한 몸 빼내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뉴스도 안보셨소? 개발자가 그랬잖습니까? 이대로 두면 망한다고. 그러니까 신을 찾으라고! 그래서 신을 찾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했었는데..”

‘니가 파토를 냈잖아, 개새끼야!!’

마지막 한마디는 군사의 머릿속에서만 쩌렁쩌렁 울려댔다.

“우린 몰랐어요. 그럼 우리가..읍, 읍?”

슬기가 협조하겠다는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멀쩡하던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녀가 천마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입을 막았음이 분명한 천마는 그런 그녀를 거들떠도 안보고 군사에게 말했다.

“본좌가 두말하는 새끼들을 제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으렷다.”

슬기가 속으로 생각했다.

‘욕하는 새끼들을 제일 싫어하잖아.’

슬기의 생각이 들릴 리 없는 천마가 군사에게 선언하듯 고했다.

“늙은이, 본좌가 네놈들의 불쌍하고 탁한 사정을 고려하여, 백번 양보하도록 하마. 하여 네가 말한 대로 일주일동안 도와주겠다. 본좌가 넓은 아량으로 들어주는 것이니 일주일후에 늙은이는 반드시 그 목걸이를 아가씨의 손에 쥐어 줘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천마의 말에 군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여자를 잘 공략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일단 소기의 목적은 이루었다고 생각하니 나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수많은 다른 길드의 인사들이 보는 가운데, 군사 자신이 직접 나서서 악마같은 자를 상대로 괜찮은 협상을 해내었다는 만족감이 컸다.

일주일이라는 기한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요즘처럼 제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일주일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그때 또 다른 조건으로 그의 도움을 요청하면 그만이었다.

슬기가 말없이 천마를 쳐다보자 곧 천마의 전음이 그녀의 머릿속을 울렸다.

-입 다물고 있어라. 도와줄 땐 도와주더라도 받을 건 또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마터면 아무 대가없이 도와주겠다고 말할 뻔 했던 슬기는 천마의 전음에 해연히 놀랐다. 요즘 들어 그가 생각이란 걸 좀 하고 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내심까지 읽어내었을 줄이야!

“아저씨, 짱인데?”

감탄 섞인 칭찬을 내뱉던 슬기는 어느새 입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서 군사가 천천히 다가왔다. 일단 같은 편이 된 이상, 마냥 천마를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군사가 천마의 눈치를 살피며 나름 공손하게 말을 시작했다.

“도와주시기로 한 이상, 가장 먼저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천마가 침묵하자, 그 모습을 긍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인 군사가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서 정북 방향으로 동끝별의 성좌가 있지요. 천마의 세 제자가 죽은 이상, 지금 그곳을 지키고 있는 것은 천마군 천삼백여 마리뿐! 지금 바로 그곳에 있는 천마군들을 모두 죽이고 성좌를 탈환해야 하오. 이미 사흘이나 천마군의 수중에 있었던 성좌요. 얼른 움직여야만 합니다.”

천마군이 점령한 성좌는 일주일이 경과하는 순간 그 봉인의 힘이 완전히 해체되어 버리고 만다. 동끝별의 성좌의 경우 이미 점령당한지 사흘이나 지났기 때문에 필히 재탈환을 해야만 했다.

슬기가 물었다.

“지금 봉인이 깨진 게 몇 개죠?”

군사는 그것도 모르냐는 눈빛으로 잠시 그녀를 쳐다봤지만, 이내 천마의 서슬퍼런 시선을 눈치 채고 순순히 대답했다.

“남끝별, 새벽별, 서끝별, 그리고 북끝별. 이렇게 총 네 개의 성좌가 무너졌지요.”

“그럼 남은 건 이제, 여기 동끝별이랑 배꼽별, 운명의 별.. 세 성좌가 남았군요.”

왕년에 기자 생활을 한 바 있던 슬기는 금세 그녀가 가지고 있던 정보와 새 정보를 취합했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천마의 목에 걸린 목걸이의 구슬들을 쳐다보았다. 원래는 일곱 개였지만, 이제 세 개만 남아버린 그 구슬들을 바라보며 슬기는 성좌가 무너져버린 시점과 천마의 구슬이 깨졌던 시점을 맞춰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단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지금은 급한 일들을 먼저 처리해야 할 때였다.

“그럼 아저씨가 슈퍼맨처럼 쓩 하고 날아가서 다 박살내면 되겠네?”

슬기의 말에 천마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슈퍼맨? 그건 웬 놈이냐?”

군사와 슬기가 천마를 벙찐 표정으로 쳐다보자, 천마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곧 예전에 그 이름을 들었던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예전에 본좌더러 잡음을 어떻게 거르느냐며 놈의 이름을 언급한 적이 있었었지? 흐음, 아무래도 고수인 모양이로군.”(31화)

슬기는 남들 앞에서, 특히 더원의 군사 앞에서 이런 주제로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시끄럽고! 얼른 출발하시지?”

하지만 천마는 미운 일곱 살, 엄마 입맛대로 움직이는 자가 아니었다.

“그 놈은 어딜 가면 만날 수 있느냐, 감히 아가씨의 입에 자꾸 오르내리는걸 보면 나름 고수 소리 듣는 모양인데, 본좌가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려줘야겠노라.”천마에게서 슈퍼맨을 물고 늘어지려는 낌새가 보이자 슬기는 얼른 군사에게 물었다.

“당신네들은 뭐 할 거예요?”

그저 도랑치고 가재나 잡을 거냐는 슬기의 추궁에 군사는 황급히 멍한 표정을 지웠다. 동맹을 맺은 이상 이쪽도 열심히 한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세상을 구해야 한다고 그렇게 울부짖어놓고, ‘그러니까 천마님, 파이팅!!’ 같은 구경꾼 행태를 보였다간 애써 잡은 천마의 마음이 돌아설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우리 시온군도 곧바로 진격할거요!”

“그럼 출발하세요. 우리는 금방 날아가니까.”

슬기의 말에 군사는 황급히 지도부 인사들에게 돌아갔다. 곧 그들 가운데서 파이팅 소리가 흘러나왔고, 조금씩 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온군의 준비과정을 잠시 살핀 슬기가 천마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아저씨, 우리도 이제 출발해야 할 거 같은데?”

“오냐.”

천마의 대답과 함께 둘의 몸이 하늘로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천마가 가볍게 손짓하자 곧이어 광개토와 실리엔, 빌 역시 기진맥진한 모습을 한 채로 그들 곁으로 날아왔다.

광개토가 슬기를 보자 곧 따져 들어왔다.

“아가씨! 갑자기 어딜 가셨지 말입니까? 말도 없이 그렇게 사라지시면 어떡합니까? 그 바람에 우리 리엔이가 졸라 힘들었지 않습니까?”

“졸라 힘들었습니다.”

실리엔이 광개토의 말을 끝만 바꿔서 따라했다.

광개토가 이어서 슬기가 대답할 틈도 없이 계속 쏘아붙였다.

“보십시오. 우리 리엔이가 졸라 힘들었다고 직접 말하지 않습니까?”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실리엔이 따라하자, 광개토가 급히 이번 건 따라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냐, 실리엔. 처음거만 따라하라고 했잖아.” 라며 속삭이는 광개토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슬기가 말했다.

“전장이 바뀌었어.”

그 말에 광개토와 빌의 표정이 동시에 밝아졌고 실리엔도 살짝 그런 낌새가 있었다.

“안 그래도 천마군이 다섯 마리씩 끊임없이 몰려오는데, 와, 1초만 더 있었더라도 미치고 말았을 거야.”

빌이 괴로웠던 순간도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추억거리라고, 방금 겪었던 전장을 마치 노년의 병사가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투로 말했다.

“어디로 갑니까, 아가씨?”

마찬가지로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광개토가 물어오자, 슬기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천마군 천삼백 마리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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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8화 19.12.20 40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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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19.12.20 400 4 12쪽
115 115화 19.12.19 40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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