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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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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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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77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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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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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24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반문하려던 광개토는 슬기의 진지하게 못생긴 얼굴을 쳐다보다가 그만 천마군의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크억!! 이 더럽게 아픈 새끼!!”

광개토가 그의 옆구리를 가격한 봉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리고 딸려 온 천마군의 머리를 붙잡고 재빠르게 두 무릎으로 번갈아가며 니킥을 날렸다.

“무슨 소리 하시는거지 말입니다?”

박살나버린 천마군의 머리를 던지며 광개토가 다시 묻자, 슬기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몰라, 나도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지난 두 달 여간 천마와 생활하며 이상하게 여겼던 그의 수많은 기행들, 불가해한 강함, 단 한번이었지만 그녀 앞에서 폭주하던 그의 모습, 그리고 부서진 네 개의 봉인과 부서진 네 개의 구슬.

애써 부인하고 외면해왔던 것들이 뒤죽박죽 섞이더니 그녀의 머릿속을 마구 헝클어뜨리며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쨌든 난 이왕이면 봉인이 안 깨졌으면 좋겠어.”

천마군을 향해 쉴 새 없이 손과 발을 놀리며 슬기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저희가 가봐야 어쩌겠습니까? 저 무지막지한 것들은 어차피 사부님 밖에 못 막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여기서 버티는 것만도 힘들어 죽겠습니다!”

광개토의 말마따나 적들의 수장이 봉인을 깨러가든 말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곳에서 버티는 것뿐이었다. 슬기가 생각하기로 유일한 해결책인 천마는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팔짱이나 끼고 구경이나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순식간에 끝날 것 같았던 전투는 예상과 달리 밤 늦도록 끝나지 않았다.

봉화를 지키고 선 더원의 다섯 공격대는 그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염마를 이미 한 번 겪었고, 검마의 무시무시함도 천마와의 대결을 통해 간접적으로 겪었던 바 치밀하게 대비책을 마련해온 것이었다.

염마의 화염 공격이 ‘더 원’을 한 차례 휩쓸었지만,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유저는 단 한명도 없었다. 염마의 화염 공격에 이미 패배를 맛본 바 있었던 ‘더 원’이 이번에는 화염저항 아이템으로 중무장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검마가 움직이려는 순간, 메인 탱커들의 도발이 먼저 시전 되었다.

“퍼런 머리, 나잇살이나 처먹어가지고, 머리색이 그게 뭐냐? 아들딸들한테 쪽팔리지도 않냐?”

한 탱커가 검마의 청발을 비꼬자 내심 시온군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려던 검마의 생각이 바뀌었다.

“본마는 자식이 없다!! 비겁한 놈들아!!”

무릇 가족을 욕하는 게 제일 화난다지만, 욕 들을 가족마저 없는 검마는 그 이상으로 기분이 상했다.

마치 동시에 두 명이 존재하기라도 하듯이 환상적인 몸놀림을 선보이며 검마가 그의 머리를 비꼰 탱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거대한 대형 사각방패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던 탱커는 그 공격을 버텨내었다.

“천근추(千斤錘)!!”

하마터면 뒤로 날아갈 뻔했던 탱커가 재빨리 천근추를 시전 해 버텼다. 그리고 두 명의 근접 딜러가 밀려나려는 탱커의 등을 지지했다.

자신의 공격이 저지당하자 검마의 표정이 놀랍도록 싸늘해졌다. 곧이어 레이드 보스에게 주어진 메커니즘에 따라 검마는 그를 도발하는 탱커들을 공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탱커가 방어하고, 딜러들이 공격하는 전형적인 레이드 보스 패턴의 전투가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검마는 결코 쉬운 보스가 아니었다. 아니, 쉽기는커녕 버겁기 그지없는 보스였다.

탱커가 까딱하고 방심하여 궁극기 수준의 탱킹 기술을 시전하지 않았다가는 바로 즉사할 정도의 공격력에, 어찌나 신법이 재빠른지 웬만한 공격은 통하지 않아 공략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쳐가는 건 공격대쪽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더 원’은 ‘더 원’이었다.

서끝별의 성좌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수십 차례나 앗아갔던 염마와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것이나, 서열상 염마보다 윗줄에 속하는 검마를 상대로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는 모습이나, 여타 길드나 공격대에 비해 분명히 한 수 위의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라!! 우린 ‘더 원’이다!!”

“봐라, 별것 아니야!! 저들의 공격은 우리에게 안 통한다!!”

“이길 수 있어!! 좀만 더 버티면 돼!!”

크로우가 악을 쓰며 길드원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소리 지르는 크로우가 가장 생각이 복잡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고민은 더욱 커져갔다.

‘더 버텨서 뭐? 그래봤자 이기지도 못할 텐데 계속 버텨서 뭐하려고?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야 하는 거지?’

마지막 질문이 크로우에게 비수처럼 꽂혀왔다.

‘퇴근은 언제 하지?’


자정을 넘어감에 따라 슬기 일행에게도 급 피로가 몰려왔다. 아니, 아직 이십대 초반에 불과한 광개토는 여전히 쌩생했지만, 30대인 슬기나 50대를 바라보는 빌은 죽을 맛이었다.

특히나 초절한 집중력으로 지극히 섬세한 운용을 해야하는 ‘직목의 수법’이 점점 파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묘한 팔놀림으로 천마군의 정권 찌르기 공격을 튕겨내려던 슬기는 그만 팔을 휘두르는 중에 잠깐 졸고 말았고, 그 바람에 통렬한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맛!!”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슬기가 성탑 안쪽으로 데굴데굴 나뒹굴었다. 주먹으로 제대로 강타당한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헉, 숨 쉴수가 없어..숨쉬기가 어려워...아..숨을...쉬지 말까, 그냥.’

숨쉬기가 힘들었던 슬기는 그냥 그대로 자려고 했다. 숨쉬기도 힘들었지만, 졸음을 참기가 더 힘들었다. 그녀는 몰랐지만, 현실의 나약한 육체가 수면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는 참이었다.

다행히 슬기의 빈 구멍은 원거리 딜러들의 집중포화가 훌륭하게 메워 주었다. 각종 탄환과 화살, 그리고 마법 주문들이 발사되자, 감히 그곳으로 발을 들이미는 천마군이 없었다.

쓰러진 채로 그냥 팔 다리를 대자로 벌린 슬기가 중얼거렸다.

“졸려 죽겠네. 진짜 이젠 더 이상 못 싸우겠어. 그냥 자고 싶어.”

슬기의 눈이 거의 반쯤 감겨가고 있었다.

“아저씨...오늘은 그만...하면 안...될까? 졸려 죽겠거든?”


“크하하, 재밌구나, 재밌어!! 좀 더 버텨 보거라!”

권마가 광폭하게 주먹을 휘두르며 괴성을 질렀다. 그를 저지하려 나섰던 삼사백 명에 이르던 시온군들 중에 아직 두발로 서있는 이들은 불과 백여 명도 되지 않았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두려움에 떨던 몇몇 시온군들이 도망치려고 해봤지만, 권마의 명령에 따라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천마군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에잇, 이 괴물 자식아!!”

남아있던 근접 딜러들이 동시에 권마에게 달려들었다. 도발 능력이 깃들지 않은 그들의 욕설은 권마의 흥미를 잡아 두기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권마는 용감히 그에게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을 가상히 여겨 상대해주기로 하였다.

도적의 단검이 권마의 옆구리를 지나쳐 발목을 끊어쳤다.(기분만 냈다)

권사의 강력한 오른발 로우킥이 권마의 두터운 허벅지를 부러질 듯이 강타했다.(권사의 발이 부러졌다)

검사가 눈부신 빛을 내뿜는 검으로 권마의 옆구리에 일격필살의 찌르기를 꽂아 넣었다.(꽂기는 했지만 넣지는 못했다)

하지만 권마는 그 모든 공격을 그저 몸으로 때우면서도 전혀 타격받은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싱글싱글 웃기까지 했다.

“저녁도 못 먹었느냐? 왜 이렇게 흐느적거리는 것이냐?”

‘저녁 먹은 지가 언젠데!! 너 때문에 야식 먹을 시간도 지났어!’

근접딜러들이 속으로 불만을 표하며 계속 공격을 이어나갔다.

초능력자가 권마의 몸을 터치하며 그의 몸을 제어하려 했다.(성공할 리가 없었다)

도적이 클로로 권마의 등을 날카롭게 긁었다.(권마가 시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성기사가 신성력이 깃든 양손검으로 권마의 정수리를 강하게 내리쳤다.(감히!?)

마지막으로, 천마가 권마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꾸엑!!”

팔짱을 끼고 느긋한 표정으로 서 있던 권마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철퍼덕 쓰러졌다.

갑자기 볼썽사나운 포즈로 엎어진 권마의 모습에 공격하던 근접 딜러들이 깜짝 놀라 공격을 멈췄다.

“쿠아, 누구냐?!!”

허겁지겁 일어나며 땅에 처박힌 체면을 추스르던 권마가 그의 앞에 선 괴물, 천마를 보고서 입을 쩍 벌렸다.

“아, 아니.. 계속 안.. 계시더니 귀하가 어쩐 일이시..오니이까?”

“오늘은 이만 하거라.”

“아니, 이런 법이 어디 있소, 언제는 당신이 내건 두 가지 경우 외에는 무조건 싸우라더니!!” 라고 권마가 말하려고 했지만, “아니, 이런 법이...” 까지 말하다가 천마의 뒷말에 빠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뒈지기 싫으면.”

“..알았소.”

언행일치의 천마를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던 권마는 두말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그러자 권마의 이동에 따라 주위를 에워쌌던 천마군들도 분분이 몸을 날려 성 밖으로 나갔다.

성탑을 열심히 공략하던 천마군들 역시도 전투를 멈추고 성을 떠났다.

그 모습에 광개토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환호를 지르기도 하고, 큰 한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모두 자리에 주저앉았다.


권마에게 좋은 말로 권고했던 천마가 내성에 들렀을 때는 오백이던 ‘더 원’의 길드원이 대략 사백 정도로 줄어든 시점이었다. 아직까지는 근근히 버텨왔지만 곧, 죽어버린 백인의 구멍으로 급격히 무너질 형편이었다.

그렇게 승기를 잡은 검마와 염마가 다시 한 번 매섭게 공격해 들어가려는 순간, 천마가 둘의 뒤에서 서서 그들을 불렀다.

“오늘은 끝났다.”

“끝 같은 소리하고 있네!”

시온군 쪽으로 시선을 향한 채 불같은 성정으로 받아치던 염마는 곧 직전의 목소리가 아주 싸늘하고 차갑고 저릿저릿한 것이 꽤나 익숙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허커럭!!”

헛바람과 헛기침이 동시에 나오다보니 염마의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고, 그 반응에 검마도 천마의 출현을 알아차렸다.

“분명히 귀하께서 두 가지 조건을 말씀하신 걸로 압니다만.”

“한 가지 더 생겼느니라.”

천마가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말하자, 검마와 염마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셋의 대화로 전투가 끊기자 사백여명의 시온군의 얼굴에도 의아한 빛이 어렸다.

“악마가 천마의 제자와 아는 사이였나?”

“왠지 악마가 천마군들을 위협하는 거 같은데?”

“그럼 역시 악마가 더 악한 걸까?”

어쨌든 힘겹던 싸움이 멈추자 ‘더 원’으로서는 한숨 돌릴 기회를 얻었다.

천마의 세 번째 조건에 대해 들은 검마가 힘겹게 반문했다.

“..그러니까, 잠은 보장되어야..한다 그 소리요? 다시 말해서 아무리 전쟁이고 전투고 간에 잠을 잘 때는 무조건 휴전이시다?”

“머리가 파래서 곰팡이라도 피었나 싶었더니 보기보다 대가리를 잘 굴리는 놈이었구나.”

생각보다 잘 알아듣는 검마의 반응에 천마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흐뭇해했다.

“..다른 조건은 더 없소?”

“일단은.”

“허! 뭐 이딴 전쟁이 다 있소?”

염마가 분통을 터뜨리며 외쳤다. 상대의 편의를 다 봐 줘가며 하는 전쟁이라니, 이딴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거니와 어불성설, 내로남불의 극치였다.

“싫으면 그냥 뒈지던가.”

역시나 천마의 마지막 말은 반박불가의 명언이었다.

검마와 염마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먹음직스럽기 그지없는 ‘더 원’의 남은 인원들을 잠시 쳐다보다가 홀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렇게 성좌를 재탈환한 첫째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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