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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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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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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85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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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135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35화






아이를 비롯하여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자들이 언덕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슬기 일행의 구성을 보자마자 목숨을 건지 자들 중 몇몇이 눈을 빛내며 나지막히 탄성을 내질렀다.

곧이어 리더인 아이가 대표하여 앞으로 나섰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하마터면 전멸할 뻔 했네요.”

아이의 말에 광개토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러게, 약한 분들께서 천마군은 왜 건드리고..”

광개토의 이어진 뒷말, “지랄이십니까?”는 작게 말한 탓에 다행히 상대의 귀까지 닿지 않았다.

아이가 이어서 밝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여러분들이 그, 악마의 자식들이라는...맞죠?”

예쁜 얼굴을 하고서 천연덕스럽게 물어오는 아이의 모습에 슬기 일행들의 표정이 확 찌푸려졌다.

“어맛, 제가 잘못 짚었나요? 악마가 뜨면 천마도 도망간다! 무서운 악마에게는 자식이 네 놈이 있는데, 첫째는 활을 쏘고..”

여전히 표정이 좋지 못한 슬기 일행의 반응에도 아이는 손가락으로 활을 든 빌부터 가리키며 제 할 말을 계속 했다.

“둘째랑 셋째는 주먹을 쓰고..”

아이의 손이 슬기와 광개토를 차례대로 가리키고 지나가더니 실리엔 앞에서 멈췄다.

“넷째는 손톱을 쓴다던데.. 넷째의 모습이 그렇게 천사같이 예쁘다죠? 정말로 소문대로 천사처럼 아름다우시군요.”

가만히 듣고 있던 슬기가 입을 열었다.

“성격이 지랄맞더라는 소문도 들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 그것까진! 하지만 당신들이 천마군을 상대로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얘기는 여러 번 들었답니다.”

그리고 이어서 아이의 입술이 조그맣게 달싹거렸는데, 슬기가 그런 건 또 놓치는 여자가 아니었다. 분명히 아이의 입모양은 “둘째가 대단히 못생겼다는 말은 들었어요.” 라고 했다.

그러나 못생겼다는 말을 양쪽 귀에서 피가 나도록 들어왔던 그녀인지라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슬기와 광개토의 분위기가 슬슬 뜨끈하게 달아오르려 하자, 빌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진화에 나섰다.

“젊은 숙녀가 말조심도 할 줄 알아야지. 우스개로 뒤에선 대통령 욕도 한다지만, 그 말인즉, 감히 대놓고 앞에서 욕하지는 않는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악마니 뭐니, 그런 안 좋은 표현들을 당사자 앞에서 하는 건 위험하다는 말이지요. 특히 우리 동생들은 성격이 특히 더러워서..”

“형님!”

“오빠!”

광개토와 슬기가 일제히 빽 소리를 지르자, 빌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것 봐요. 앞에서 말하는 건 위험하다고요. 알겠죠, 숙녀분?”

천마 없이 이 주간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어느덧 슬기 일행 네 명은 나이에 따라 형, 오빠, 누님, 동생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중천에 뜬 해를 보며 광개토가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이렇게 한가하게 노가리나 까고 있을 때가 아니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일분일초라도 빨리 배를 타야 하는데, 오빠가 이쪽에 바다가 있다고 했잖아. 일 똑바로 안 해?”

슬기가 호칭만 오빠일 뿐이지, 무슨 종놈한테 말하듯 빌을 다그쳤다. 하지만 빌 역시도 숱한 인간 군상들을 겪어 온 베테랑인지라 슬기의 말을 능숙하게 받았다.

“하하, 저기만 넘어가면 바로 항구야.”

빌이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남쪽 산등성이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링링과 아이도 냉큼 맞다며 입을 거들었다.

“맞아요. 저 산만 넘어가면 ‘바셍’ 항이에요.”

“사우스랜드로 가신다면 ‘바셍’에서 배를 타셔야죠.”

그때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히로가 갑자기 슬기 일행에게 소리쳤다.

“저랑 정령사님을 그쪽 일행으로 거둬주십시오!”

그 말에 아이를 비롯한 다섯 일행과 슬기 일행이 모두 깜짝 놀랐다.

특히나 히로에게 지목당한 정령사, 링링의 놀람이 가장 컸다.

“악마의 자..아니 죄송합니다, 그.. 여러분은 네 분이서 같이 다니시는 거죠? 그럼 저랑 이분을 파티에 끼워 주시면 안 될까요?”

히로가 보기에 기존 일행은 리더부터 개념이 없어서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그동안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 같이 다녔는데, 운 좋게 파티를 옮길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미안해요. 우린 이미 풀파(인원이 가득찬 파티)라..”

슬기가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냉랭하게 대꾸하자, 히로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여섯 명이 풀파이지 않나요? 제가 보기엔 네 분밖에 안 되어 보이시는데..”

히로가 항의하자, 슬기가 더욱 냉랭해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있어요. 두 사람 같은 한 새끼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못된 새끼가 있다고요.”

그 말에 빌이 씁씁할 미소를 지으며 슬그머니 파티창을 열었다.


파티장:

슬기

전사-권사

Lv. 275

파티원:

빌헬름 텔

궁수

Lv. 323


광개토

사제-천마

Lv. 226


실리엔

언데드 군주

Lv. 301



그토록 원하던 정식 파티원이 되었지만, 정작 원했던 천마의 정보는 구할 수 없었다. 천마가 있었을 때 정식 파티원이 되었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빌이 슬기를 비롯한 광개토 등과 제대로 친분을 맺게 된 건 천마가 사라지고 난 이후였다.

그렇지만, 천마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파티창의 정보는 빌에게 큰 충격과 놀람을 선사했다.

일단 첫 째로 광개토의 직업이 정말로 사제였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물론 광개토가 치유주문을 사용하는 걸 보았기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냥 알고 있는 것과 정보창을 통해 팩트를 확인하는 것은 별개였다.

게다가 사제도 그냥 평범한 신을 믿는 사제가 아니라 천마의 사제였다! 천마의 사제? 그럼 신 중에 ‘천마’라는 이름을 가진 신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것은 시온에 여덟 번째 신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된다. 어쩌면 천마교는 정말로 종교일지도 모른다.

두 번 째로, 실리엔은 한술 더 떠서 아예 ‘언데드 군주’란다. 저 아름다운 소녀와 도저히 매칭이 되지 않는 직업이기도 하거니와, 언데드의 군주라는 것은 저 아름다운 소녀도 언데드라는 것을 의미했다.

하긴 전투 중에 말도 안 되게 뻗어 나온 손톱을 보며 어쩌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앞선 놀라운 점들은 사실 이미 어느 정도 예견한 부분들이었다. 천마가 경천동지할 능력을 발휘함에 따라 점점 바로 그 ‘천마’처럼 의심될 때부터 언데드 군주니, 천마의 사제니 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예상의 범주 안에 들어 있던 것이었다.

정작 가장 놀라웠던 것은,

‘레벨업이 너무 빨라!! 젠장할!!’

광개토의 미칠 듯한 렙업 속도를 보자니 질투심과 더불어 상대적 박탈감마저 드는 빌이었다. 200레벨도 되지 않던 광개토가 불과 2주만에 30레벨 이상을 렙업했다.

‘시온이 무슨 모바일 게임이냐!! 현질이라도 하는거냐!! 과금 유저야, 뭐야!?’

시온은 결코 레벨업이 빠른 게임이 아니었다.

100렙 이전 구간에서도 한 달에 10업 하기가 쉽지 않고, 100에서 200레벨 사이 구간은 한 달에 5업 하기도 힘들었으며, 200레벨을 넘어가서부터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겠지만, 한 달에 2업 정도 한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었다.

250레벨을 넘어서면 그 속도는 더욱 느려져 일반적으로 한 달에 1업을 하면 잘했다고 하며, 300레벨을 넘어서서는 두세 달 동안 하루 종일 시온에 매달려도 두세 달에 1업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광개토는 이런 상식에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레벨업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사실 저레벨이 고레벨 몬스터를 사냥할 수만 있다면 저 레벨업 속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저레벨이 고레벨을 사냥하는 것이 지극히 어려웠을 뿐.

그런데 그 어려운 걸 광개토가 해내고 있는 것이다.

“형님, 정신 차리시고 가시지 말입니다.”

그 광개토가 빌을 상념의 세계에서 현실로 호출했다.

“아, 미안. 나이가 들면 이렇게 한 번씩 과거를 회상할 때가..”

“객쩍은 소리 말고 얼른 가자고.”

슬기가 빌의 말을 자르며 언덕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러자 광개토와 실리엔도 곧 그녀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빌은 그를 바라보고선 히로와 링링 등의 시선을 느꼈지만,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보다시피 쓸모없는 할배 취급을 받고 있어서, 도와줄 수가 없군요.”

300레벨이 넘는 고레벨 궁수 유저의 자기 비하 발언에 아이가 고소하다는 듯 히로를 쳐다보았다.

그동안 해체된 갑옷을 모두 챙겨 입은 준열이 언덕 아래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천마군이 두고간 저 상자는..”

“그건 당신네들 거죠.”

어느새 저만치 달려나간 빌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뛰는 속도를 늦추지 않더니 금세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슬기 일행이 사라진 숲속을 바라보면서 쓴 입맛을 다시며 우두커니 서있던 히로가 천천히 파티의 리더 아이를 돌아보았다.

‘차라리 말을 꺼내질 말걸.’

아직은 같은 파티지만, 아무래도 이번 임무만 마치고 나면 서로 다른 길을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산을 벗어나자, 곧 깎아내린 듯한 낭떠러지 아래로 곧장 푸른 바다가 저기 멀리 하늘과 맞닿은 세상 끝까지 펼쳐진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피오르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조금 이동하자, 인구가 5만 이상은 되어 보이는 꽤 큰 항구 도시가 나타났다.

항구도시 ‘바셍’시 였다.

슬기 일행이 왔던 쪽으로는 성문이 없어 그들은 할수 없이 북쪽으로 조금 돌아가서야 북문을 통해 도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배를 타기 위해 곧장 선착장으로 향한 일행은 곧 어려움에 봉착했다.

“어쩌지? 너무 비싼데?”

사우스랜드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배의 선장과 흥정하던 빌이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며 일행들에게 다가왔다.

“인당 1골드는 받아야 겠다는데?”

“아니, 씨발. 이것들이 돈독이 올랐나? 뭐, 1골드? 백 실버, 아니 만 브론으로 바꿔서 배때지에 가득 찰 때까지 쑤셔 박아 버릴까!”

슬기가 으르렁 거리자, 빌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양손을 들어 보였다.

“왜 그렇게 비싸답니까?”

“수요와 공급 때문이지. 공급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많으니 자연히 비싸질 수밖에.”

빌의 말마따나 선착장은 사우스랜드로 넘어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아놔, 목숨값을 다 받았어야 하는건데..”

슬기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아쉬워하자, 그런 그녀의 모습에 광개토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가 기억하기로 슬기는 돈이 많았다.

“저기, 누님. 부자이지 않습니까?”

몇 골드쯤이야 우습게 내던 그녀의 옛 모습을 기억하며 광개토가 물었다.

“그래서?”

슬기가 착 깔린 어조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광개토가 되려 당황했다.

“아니, 뭐, 그게.. 부자시면.. 몇 골드 정도야.. 아닙니까?”

“개토야, 그딴 식으로 생각하면 넌 부자되기 글렀어, 인마.”

그렇게 툴툴거리던 슬기가 결국에는 돈을 풀고 말았다. 3골드를 꺼내 빌에게 건네자, 빌이 슬기를 쳐다보았다.

“뭘 봐? 우리 3명. 3골드.”

슬기의 야박한 말에 빌은 야속함을 느끼면서 자기 주머니에서 마저 1골드를 꺼내어 선장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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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32화 19.12.25 386 4 13쪽
131 131화 19.12.25 378 4 13쪽
130 130화 19.12.24 38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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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화 19.12.24 380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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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19.12.20 399 4 12쪽
115 115화 19.12.19 402 4 12쪽
114 114화 19.12.19 408 3 12쪽
113 113화 19.12.19 40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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