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넘기 방.

천하무식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무협

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82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19 12:00
조회
407
추천
3
글자
12쪽

11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14화




천마 일행은 서두르지 않았다. 시온군의 남은 이천여 명이 재정비하고, 진열을 가다듬는 시간동안 천마는 일행들을 다시 지상으로 내려 보냈고, 곧 남아 있던 이백여명 천마군의 웨이브 공격이 재개되었다.

“대체 언제까지 잡아야 합니까!!”

힘겹게 전투를 벌이던 광개토가 휴식을 취하는 시온군들의 모습을 힐끗 보고서 천마에게 성토했지만, 천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죽지 않고, 다 죽일 때까지.”

치열한 전투를 펼치면서도 광개토는 땀으로 범벅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구태여 땀내까지 구현한 시온의 변태스러울 정도로 디테일한 현실 구현에 감탄했다.

“이것도 디지털 신호일텐데...과연 누구 냄새를 가지고 이렇게 적용한 건지 궁금하지 말입니다! 이 냄새는 남자, 여자 중에 누구 냄새겠습니까?”

광개토의 헐떡이는 말에 슬기가 잔뜩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죽어라, 변태야!!”

“헉, 제 별명을 어찌...”

광개토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슬기를 쳐다보자, 슬기도 당황했다.

“뭐, 너 진짜 변태였어?”

하긴, 그러고 보면 슬기가 목격했던 것만 해도, 미성숙했던 실리엔에게 집착하듯 애정을 보였던 거 하며, 유독 고통을 잘 참는 모습하며, 생각하면 할수록 변태 끼가 다분했던 광개토의 요모조모였다.

“아닙니다! 그냥 제 현실 이름이 병태라서...그래서 별명이 변태였던 겁니다.”

현실 이름까지 들먹여 가며 해명하는 광개토의 모습에 슬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진짜 변태는 아닌 거지?”

‘변태라도 대놓고 변태 짓을 하지는 않겠다는 거지?’

슬기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변태가 아니라며 자신을 변호하는 광개토의 모습에 기꺼워했다.

그때 한차례 웨이브가 끝이 나고, 이번에도 몸 한곳에 상처를 입은 빌이 광개토에게 다가왔다.

“아구구, 늙으면 그저 죽어야 하는 건데,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거리려니 몸이 성하지가 않네.”

아직 늙은이 취급 받을 만큼 늙어 보이지는 않는 빌이었지만, 괜한 엄살을 부리며 허벅지의 상처를 광개토에게 들이밀었다.

광개토는 이미 대여섯 번 같은 상황을 겪었었기에 별 말 없이 바로 자연 치유력 강화를 시전했다.

“몸도 튼튼...”

그런데 빌이 막 주문을 시작하려는 광개토의 어깨를 턱 붙잡았다.

“이봐, 광개토. 이게 나쁜 건 아닌데, 치유 속도가 좀 느리단 말이지. 이거 말고 딴 거 있잖아, 빨리 치료 되는 거. 나도 그거 써주면 안될까?”

뭘 말하는 거지, 하며 빌을 가만히 쳐다보던 광개토가 갑자기 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됩니다!!”

광개토가 보아하니, 빌이 말하는 건 그의 또 다른 사제 스킬 ‘상처 전이’를 말하는 듯 했다.

광개토는 자신이 다칠 때면 상처 전이를 통해 그 상처들을 실리엔에게 전이하곤 했었다. 그러면 광개토로서는 상처가 나아서 좋고, 실리엔으로선 상처에 깃든 천마기를 먹고 성장할 수 있어 좋았었다.

그렇지만 광개토는 실리엔에게 다른 사람의 불결한 상처를 전이하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우리 리엔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건, 저..저뿐이란 말입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벌게진 얼굴로 광개토가 절대 불가를 선언했다.

그 모습에 슬기는 역시나,라고 생각했다.

‘변태 맞네. 변태!’


웨이브가 다섯 번째 돌고 있을 무렵, 시온군이 이동을 시작했다. 그 모습에 빌이 소리쳤다.

“우리도 가야 하는 것 아니오?”

하지만 공중에 뜬 천마는 그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러자 광개토가 다시 외쳤다.

“사부님! 우리도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가야 합니다.”

실리엔이 광개토의 말을 조그맣게 따라했다.

하지만 “주둥아리 밀봉한다.”라는 천마의 짤막한 경고에 광개토와 실리엔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슬기가 외쳤다.

“도와주기로 했는데 함께 움직여야 하는 거 아냐? 절대 지금 힘들어서 그러는 거 아니거든?”

슬기의 말에 일행들의 몸이 모두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아가씨 말발이 최곱니다!!”

광개토가 엄지 척을 하며 슬기를 치켜세웠고, 빌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일행들이 하늘로 떠오르는 걸 멀뚱히 쳐다보던 천마군 다섯이 따라올 기색을 보이자, 천마가 천마군 백오십 여 놈들에게 명령했다.

“니들끼리 놀아라.”

그러자, 주술의 대종사, 천마의 주술이 깃든 명령에 천마군들은 곧 자기네들끼리 병장기를 겨누며 격렬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뒤로하며, 천마 일행은 유유히 날아가서 시온군에 합류했다.


천마 곁에서 함께 날던 슬기는 저 아래쪽에서 군사 미스란디르가 손짓 하는 것을 보고, 천마에게 내려가자고 얘기했다.

곧 천마 일행은 미스란디르 옆에 내려섰고, 마침 그들이 위치한 곳은 시온군 지도부 진영이었다. 그들은 다른 시온군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정북 방향을 향해 걸어서 가고 있었다.

미스란디르가 천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공략하실 생각이시오?”

성좌를 어떻게 탈환하겠냐고 질문하면서도 내심 ‘그냥, 님 혼자 가서 개박살 내셈! 파이팅!’, 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천마와 시온군의 관계는 동맹 내지는 협력 관계였기에 시온군도 열심히 동참하고 동역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천마가 그런 군사를 멀뚱히 쳐다보자, 군사는 보이지도 않는 천마의 눈 탓에 도무지 그의 생각을 추측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자신의 전략을 꺼내놓았다.

“우리 군의 병력은 1,988명이고, 이중에서 천마군과 대등하거나 앞서는 전력을 가진 병력은 314명이오. 성좌의 내성 중심부, 봉화가 있는 봉화당은 한 번에 십여 명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출입구가 두 곳인데, 우리는 이 곳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소수 대 소수가 맞붙는 형국으로 전세를 이끌어가야만 합니다.”

“들어가지도 않고, 나가지도 않겠단 말인가요?”슬기가 묻자, 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죠. 넓은 곳에서 싸웠다간 대부분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고, 그런 후에는 결국 남아 있던 소수의 강자도 전멸해버리고 말테니까.”

“그렇게 전선만 유지하면 성좌 탈환은 누가 합니까? 봉화는 누가 피우는 겁니까?”

광개토가 질문하자, 옆에 선 빌이 대신 대답했다.

“누구긴, 우리가 하는 거지. 아니면 천마님이 혼자 하시던지.”

“부끄럽게도 그 말이 맞소. 우리는 겨우 전선이나 유지할 정도지요.”

군사가 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잠자코 듣기만 하던 천마가 입을 열었다.

“어쨌든 성좌를 탈환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것이 너희가 내건 조건이었을 텐데.”

아무리 들어도 적응할 수 없는 한기에 군사는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천마님. 우리가 당신에게 부탁하는 바는 바로 그것입니다.”

“알겠으니,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말아라.”

천마는 그 한마디 이후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자, 그의 차갑고도 냉엄한 기운에 눌린 이들 역시도 더 이상 입을 벌리기가 어렵게 되었다.

자연스레 천마 일행 주변은 침묵에 빠져들었고, 군사는 이내 자리를 피하여 시온군의 지도부들과 앞으로 있을 전투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먼저 적군의 동태를 살피고 돌아온 첨병의 보고를 받는 순간, 시온군의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뭐? 그들이 성좌 밖에 나와 있다고?”

봉화당 내부에 모여 있을 줄 알았던 천마군들이 봉화당이 있는 내성 바깥에 진을 치고 있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군사는 계획했던 ‘두 출입구를 이용한 전선구축’ 전술이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이제 시온군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내성 앞 공터에서 대규모 전투를 펼치던지, 외성에서 내성으로 들어가는 진입통로를 이용하여 전선을 구축하던지 하는 두 가지 방법 뿐이었다.

“그래도 진입통로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지.”

한 번에 스무 명 이상의 인원이 출입할 수 있고, 통로의 높이도 높아서 공중 침투를 즐기는 천마군들이 활용할 여지가 많은 내성 통로였지만, 시온군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할 상황이었다.

원래는 두 팀으로 나누어 각각 한 출입구씩을 맡은 다음, 십수 명으로 구성된 팀들을 차륜방식으로 돌려 전선을 유지하려고 했었지만, 원래의 전술을 쓸 수 없게 된 군사는 지도부들을 불러 다시 전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두 팀으로 나누기로 했던 계획은 백지화되었소. 이제 우리는 단일팀으로 진입할 것이며, 고렙 유저분들께서 전방에서 전선을 형성해 주셔야 하겠소. 게다가 천마군들이 공중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까닭에 뒤에 있다고 해서 꼭 안전을 보장해줄 수는 없는 바, 다들 결사 항전의 각오로 전투에 임해야 할 것이오.”

‘합동 훈련할 여유만 있었더라도..’

군사의 마음에 안타까움이 가득했지만 이들에게 그런 여유는 없었고, 그랬기에 이들에게 유기적인 전술적 움직임을 기대하기란 애시당초 무리였다.

“자, 그럼 전방에 설 길드 및 공격대를 호명하겠소. 어둠짙은숲, 더원, 적사풍, 정예, 씨오브더문, 베스트오브시온, 외로운산, 더섀도우, 라그나로크 총 9개 길드 산하의 23개 공격대가 방금 호명한 순대로 전진할 것이고, 호명되지 않은 길드와 공격대는 알아서 후방에서 따라오면 될 것이오.”

미스란디르가 호명한 23개의 공격대는 나름 정예로 이루어진 고레벨 공격대였다. 편제상 2,300명 가량의 인원이 있어야겠지만, 그중 반 이상이 죽어 지금 남은 건 겨우 천명 될까 말까였다.

아무튼 일찍이 낙인 찍혀 선두에 서게 된 어둠짙은숲 길드를 제외하고서, 더원이 가장 선두에 서겠다고 선언하니 여타 길드의 지도부들은 군사의 지휘에 가타부타 하지 않고 다들 알겠노라고 대답했다.

이동하면서 천천히 길드와 공격대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잡아갔다. 고레벨이 많은 공격대들은 전방으로, 그렇지 않은 길드와 개별 공격대는 후방으로 이동해갔다.


그런 와중에 잭키와 빅터, 수지는 그들의 길드를 벗어나 전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공격대 ‘이름이긴만큼명줄도긴공격대’는 중저렙 유저들로 이루어진 길드여서 후방으로 자리를 배정 받았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 전방을 향해 전진해 갔다.

한참 앞장서서 인파를 해치던 잭키가 이윽고 그를 따라오는 빅터와 수지에게 으스대듯이 말했다.

“전쟁에서 말야, 가장 안전한 곳이 어딘지 알아? 주인공 옆이야. 주인공 시야에서만 안 벗어나면 안 죽는다고. 주인공이 왜 주인공이겠어? 동료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정의의 사도잖아. 그러니까 주인공인거지.”

이른바, ‘주인공의 오지랖 범위’ 안에 있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공고히 입증된 논리를 잭키가 들먹였다.

잭키의 말이 끝나자 빅터가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그럼 주인공이 누군데?”

빅터의 질문에 수지가 저도 모르게 저 앞에 선 광개토에게 눈을 돌렸고, 잭키 또한 광개토를 가리켰다.

“누구겠냐, 천마군에 맞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나의 영웅, 바로 광개토님이시지.”

잭키가 팬심을 드러내자 수지는 그의 말에 내심 수긍했다.

잭키가 계속 앞으로 인파를 헤쳐 나가며 말했다.

“아까 봤지? 내가 위험했을 때 저분이 구해 주셨던 거. 그런 오지랖이야말로 주인공이라는 빼박캔트 증거 아니겠냐?”

“그럼 저 사람은? 내가 볼 땐 저 사람이 주인공 같은데?”

빅터가 광개토 옆에 선 천마를 가리키자, 잭키가 급히 목소리를 낮추며 대꾸했다.

“원래 어느 세계관이든 주인공이 제일 세면 재미가 없는 법이거든. 저 사람은 주인공은 아닌데, 주인공보다 더 센 놈, 딱 그 포지션인거지. 게다가 저런 잔인하고 포악한 놈이 주인공일 리가 있겠냐? 작가가 미치지 않고서야..”

하지만 수지는 천마군이 판치는 작금의 시온을 생각하며, 이미 이 세상부터가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시온군이 내성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다다랐을 무렵, 선두의 시야에 내성 내 공터에 가득 찬 천마군의 위용이 한가득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천마군들도 시온군의 등장을 눈치 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무식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1 141화 19.12.28 404 6 13쪽
140 140화 19.12.28 404 5 12쪽
139 139화 19.12.27 383 5 11쪽
138 138화 19.12.27 389 4 12쪽
137 137화 19.12.27 378 4 12쪽
136 136화 19.12.26 386 5 12쪽
135 135화 19.12.26 391 5 11쪽
134 134화 19.12.26 384 5 12쪽
133 133화 +2 19.12.25 401 4 14쪽
132 132화 19.12.25 386 4 13쪽
131 131화 19.12.25 378 4 13쪽
130 130화 19.12.24 385 5 12쪽
129 129화 19.12.24 374 4 12쪽
128 128화 19.12.24 380 4 14쪽
127 127화 19.12.23 383 5 13쪽
126 126화 19.12.23 383 4 12쪽
125 125화 19.12.23 404 4 13쪽
124 124화 19.12.22 383 5 12쪽
123 123화 19.12.22 405 5 14쪽
122 122화 19.12.22 406 4 12쪽
121 121화 19.12.21 401 5 12쪽
120 120화 19.12.21 408 5 14쪽
119 119화 19.12.21 399 4 14쪽
118 118화 19.12.20 400 4 14쪽
117 117화 19.12.20 392 5 13쪽
116 116화 19.12.20 399 4 12쪽
115 115화 19.12.19 402 4 12쪽
» 114화 19.12.19 408 3 12쪽
113 113화 19.12.19 400 4 12쪽
112 112화 19.12.18 389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