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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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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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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834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26 07:00
조회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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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3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34화






고개를 돌린 히로의 눈에 남자 둘과 여자 둘의 모습이 들어왔다. 히로는 궁수답게 예리한 눈썰미로 빠르게 네 명의 특징을 눈에 담았다.

훤칠한 키에 탄탄한 체격의 잘생긴 20대 초반의 동아시아계 남자와 금발에 턱수염이 덥수룩한 40대 후반의 중년 유럽계 백인 남자, 그리고 마치 유럽의 귀족 영애같은 모습의 10대 후반 숙녀와 30대인지 40대인지 알 수 없는 억척스럽게 생긴 동아시아계 아줌마로 총 네 명이었다.

파티가 당장 전멸할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인데도 히로는 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왠지 얼마 전부터 들어왔던 그 소문의 조합인 것 같기도 했고, 또 이 위기의 순간에 전혀 위기감 없는 대화를 나누며 등장한 그 태도에 왠지 기대고 싶어지기도 한 까닭이었다.

지나가던 고수가 악당의 습격을 받은 정의의 편을 구해주는 플롯은 이미 고래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끓이고 끓이고, 몇 천 년이고 끓이다 못해 아예 뼈가 녹아 없어질 정도로 우려먹던 사골 클리셰가 아니었던가!

기대에 찬 히로가 광개토와 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아마도 이들 중에 리더는 잘생긴 청년 아니면 노련한 중년 남성이겠지?’

“이보쇼. 그쪽 편들 좀 많이 위험한 거 같은데 안 도와줘요?”

광개토가 대뜸 히로에게 말하며 한창 위기에 빠져 있는 도적 쪽을 가리켰다.

“아!”

그말에 깜짝 놀란 히로가 급히 화살을 꺼내 활에 거는 순간,

슈슈슈슈슈슈슉-

섬뜩한 광풍과 함께 히로의 바로 옆으로 예닐곱 개의 화살이 줄지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날아간 화살들은 히로의 동료를 공격하려던 천마군의 몸통에 여지없이 박혀버렸고, 그 충격으로 천마군은 멀리 뒤쪽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히로는 그의 화살을 손쉽게 튕겨내어 버려 그에게 가슴 답답한 안타까움을 안겨줬던 천마군이 저렇듯 바닥을 나뒹굴자 가슴 한켠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다.

히로는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제 우린 살았어!!’

그의 예상대로 이들은 지나가던 강자가 맞았다. 그것도 약자를 서슴없이 도와주는 정의로운 강자!!

그런데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자, 일단 이건 맛보기고, 인당 1골드예요.”

귓가에 들려온 이해 못할 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히로의 눈앞에 어느새 그야말로 상대하기 싫을 정도로 못생긴 여자가 다가와 있었다.

“...?”

일순간 히로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어깨만 움찔대자, 슬기는 그가 못 들었나 싶어 다시 말했다.

“구해주는데 인당 1골드라고요.”

“뭐...뭣이요?”

당최 이게 무슨 소린지? 어안이 벙벙해진 히로가 말을 더듬는데, 슬기가 언덕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다시 말했다.

“어이쿠! 다 죽겠네, 다 죽겠어. 이보세요. 멍 때리는 동안 댁네 일행들 다 죽는다고요. 보아하니 손에 반지도 없는 거 같은데, 죽으면 아까워서 어쩌나? 본 아가씨라면 목숨 값으로 그냥 1골드 내고 말겠네.”

“그건 너무 비싸잖아요!”

히로 옆에 넘어져 있던 링링이 슬기의 요구가 부당하다며 소리쳤다. 하지만 슬기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날 것 같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원래 생명은 비싼거야. 싫음 말던가.”

히로는 슬기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다른 일행들이 가만히 있는 걸 보고서, 이 여자가 일행의 리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빌이 다시 한 번 칠살연발사를 날렸다. 그 화살 공격에 재차 도적을 죽이려던 천마군이 다시 뒤로 나가떨어졌다.

“특별히 한 번 더 살려 준거야. 이제 더 이상 공짜 서비스는 없어. 선불이니까 얼른 6골드 내놔.”

슬기가 감정 하나 없는 차가운 어조로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1실버가 한화 일 만 원에 해당하고, 100실버가 1골드인 바, 1골드는 한화로 약 백만 원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게임 목숨 한번 부지하겠다고 1골드나 소비하는 건 웬만한 고레벨 유저, 혹은 미처 더미 반지를 챙기지 못해 사망시에 귀중한 장비를 드랍할 가능성이 높은 유저들이나 고려해볼만한 수준의 낭비였다.

아니, 후자의 경우는 아이템의 가치에 따라 어쩌면 1골드가 푼돈 취급을 받을 수도 있긴 했다.

빠르게 머리를 회전한 히로가 결국 주머니에서 2골드를 꺼냈다.

“나랑 이 분만 살려주세요. 다른 사람들은...제가 돈이 없어서.”

히로가 링링을 가리키자, 링링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쳐다보던 히로가 다시 고개를 들려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2골드가 슬기의 손으로 쉬릭, 하고 들어갔다.

‘헉!! 빠..빠르다!!’

“아놔, 아직 뱃삯이 빠듯한데. 할 수 없지. 개토야, 고고~.”

슬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광개토가 언덕 아래로 훌쩍 몸을 날렸다.


족히 3미터 가량 높이에서 뛰어내린 광개토의 발이 착지한 곳은 땅바닥이 아닌, 기어코 아이의 손에서 창날을 뽑아 들고서 아이의 목을 쳐 내려던 천마군의 어깨였다.

콰직-

천마기가 가득 실린 광개토의 발뒤꿈치에 천마군의 어깨가 그대로 부서지듯 내려앉았다.

“크하...컥!”

숨소리하나 내지 않던 천마군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 순간 어깨를 밟은 반동으로 살포시 몸이 떠올랐던 광개토의 오른쪽 팔꿈치가 녀석의 정수리를 그대로 깨부셔 버렸다.

“한 놈.”

광개토가 나지막이 카운터를 세며 이번에는 남자 전사의 갑옷을 거의 다 벗겨 내버린 천마군의 등 뒤로 튕기듯 날아들며 중얼거렸다.

“남자 옷을 왜 벗겨, 변태냐?!”

광개토의 접근을 알아차린 천마군이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지만, 살짝 고개를 숙이며 검을 피한 광개토가 곧장 몸을 세우며 천마군의 턱에 어퍼컷을 명중 시켰다.

덜컥-

턱이 반쯤 부서지며 고개가 들린 천마군의 가슴과 옆구리, 복부에 이르기까지 광개토의 주먹이 연달아 파고들었다.

퍼퍼퍼퍽

광개토의 자비 없는 주먹질에 선 채로 절명해버린 천마군이 천천히 뒤로 넘어갔다.

“두 놈.”

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린 광개토가 쉴 틈 없이 다음 상대를 향해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도적을 한 차원 높은 속도로 요리하듯 공략하던 천마군이었다.

“치졸스러운 새끼!”

진작부터 약자를 괴롭히는 녀석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광개토는 아예 작정을 하고 몸의 스피드를 끌어 올렸다.

평소 빠르다고 자부하던 도적을 더 빠른 속도로 괴롭히던 천마군을, 보다 뛰어난 스피드로 광개토가 공략해 들어갔다.

천마군이 칼로 재빠르게 광개토를 그어버리자, 그보다 한발 먼저 천마군의 등 뒤로 이동해 있던 광개토가 천마군의 목을 툭툭 건드렸다. 이에 녀석이 황급히 놀라며 팔꿈치를 등 뒤로 휘두르자, 그새 고개를 숙이며 칼을 피한 광개토가 녀석의 다리를 강하게 걷어차 버렸다.

쿵-

바닥에 등짝부터 떨어진 녀석이 급히 뒤로 덤블링을 하며 일어서려 했지만, 이미 녀석의 등 뒤에 자리 잡고 있던 광개토가 막 몸을 세우려는 녀석의 등을 강하게 밀자, 녀석은 다시 앞으로 거꾸러지듯이 넘어지고 말았다.

“일어나, 느려터진 까마귀 새끼야.”

광개토가 차가운 어조로 이죽거리며 넘어져 있는 녀석의 발을 툭, 하고 걷어찼다.

화들짝 놀란 녀석이 전방으로 몸을 날리다시피 하며 겨우 일어났지만, 그 눈빛은 이미 많이 죽은 상태였다.


광개토가 순식간에 천마군 두 놈을 처리하고 세 놈 째한테 달려가는 모습에, 바람의 정령을 힘으로 꺾었던 마지막 천마군이 광개토 쪽으로 발을 옮기려 했다. 그때 녀석의 뒤쪽에서 웬 목소리가 들려왔다.

“덩치야, 넌 나랑 놀아야지.”

그 곳에는 슬기가 무식하게 생긴 강철 장갑을 이리저리 만지며 서 있었다.

“쿠왁!”

천마군이 무섭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슬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슬기가 더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제 삼자가 보았더라면 기세 면에서 슬기에게 손을 들어주었음이 분명했다.

두 괴물의 양손이 거세게 맞부딪혔다. 그리고 곧 서로의 손가락이 상대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본래 슬기의 손은 여자 치고도 작은 편이라 도저히 상대가 안 될 것이었지만, 강철로 된 장갑을 끼고 있는 바람에 손의 굵기와 크기가 많이 뻥튀기 되어서 큰 손을 가진 천마군과 충분히 깍지 껴 볼만 했다.

그렇게 단단하게 양손이 엉겨 붙자, 곧 둘은 상대의 팔을 꺾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으아아아!!”

슬기가 기합을 불어넣기 위해 괴성을 지르자, 그 주름진 얼굴이 그렇게 위협적일 수가 없었다.

“크아아아!!”

하지만 이에 질세라 더 큰 괴성을 내지르며 슬기의 팔을 꺾으려드는 천마군은 태생적으로 공포를 모르는 존재였다. 웬만한 강심장이라 할지라도 보는 것 만으로도 두려움에 떨었을 ‘인상 쓴 슬기의 얼굴’을 보고도 녀석은 아무 공포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

녀석은 바람의 정령을 힘으로 꺾었듯이 이번에도 오롯이 힘으로 슬기를 제압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190이 넘는 거구의 천마군이 165도 되지 않는 슬기를 짓누르듯 압박해 들어가자 슬기의 허리가 점점 뒤로 꺾이기 시작했다.

강하게 압박해 들어오는 천마군의 기세에 점점 밀려나는 걸 느끼자, 슬기는 전략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은 공력이 부족해. 이 삼 주 남짓 수련한 소요공으로는 이게 한계야.’

생각을 끝낸 순간, 슬기는 갑자기 파금강에서 손을 빼내면서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고개를 숙여 천마군의 몸통으로 파고들었다. 직목의 수법으로 찰나간에 상대방의 힘을 몇 차례 흐트러뜨렸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갑자기 힘을 겨루던 상대가 사라지자 천마군은 앞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그리고 그때 적의 사타구니 사이로 빠져나가던 슬기가 날카롭게 세운 양 팔꿈치로 적의 양 허벅지를 사정없이 찔러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일어서며 적의 양 무릎을 들어 올리자, 190이 넘는 거구의 천마군이 그대로 공중으로 들리면서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바닥으로 추락!

쿵-

“우와.”

실상은 앞으로 전진 하려는 천마군의 힘을 상당 부분 빌려서 한 것이었지만 작은 체구의 여성이 거구의 남성을 공중으로 날려 버리자, 그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바닥에 두 손을 쳐든 채 넘어진 천마군에게 다가간 슬기가 빠른 속도로 적의 양손에 깍지 껴져있던 파금강에 손을 끼워 넣었다. 그러면서 적의 손을 뿌리친 슬기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콰콰콰쾅-

그리고 이어진 강력한 주먹질의 연타에 천마군은 누워있던 그 자세 그대로 머리가 완전히 땅에 파묻히고 말았다. 몇 차례 꿈틀거리던 천마군은 곧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슬기가 친절하게 천마군을 땅에 묻어주고서 고개를 들자, 때마침 광개토도 마음껏 희롱하던 천마군을 결국 죽여 버린 참이었다.

그렇게 모든 천마군을 처리한 슬기와 광개토가 히로와 일행에게로 돌아왔다.

히로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저는 저희 두 명 분 밖에 못 냈었는데요..?”

슬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 우리는 정의의 사도니까.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네? 방금... 2골드..”

“뭐?”

금세 험악하게 돌변한 슬기의 표정에 히로는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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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5화 19.12.19 40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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