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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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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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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97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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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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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22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22화




천마군은 세 수장의 수신호에 따라 성좌로 거침없는 파상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경공에 일가견이 있는 권마의 군대는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라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캄캄한 밤에 천마군이 하늘을 가득 메우니 시온군으로서는 가뜩이나 잘 안보이던 시야가 아예 가려질 지경이었다.

“화망 구축!!”

성벽 위에 배치되어있던 시온군들이 일제히 기합을 지르며 하늘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적군이었지만, 잘 안보이기에 오히려 적의 움직임에 현혹되지 않고, 각자 맡은 공간을 향해 공격을 전념할 수 있었다.

투타타타타탕-

슈슈슈슈슉-

화르르 펑펑-

각종 탄환과 화살, 그리고 마법 공격이 허공을 가르자, 수십 수백의 천마군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공격을 받고 추락하면서도 한마디 신음조차 내뱉지 않았다. 실로 기묘하면서도 섬뜩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바닥으로 추락하는 중에도 반 수 이상의 천마군이 성벽 위에 안착했다. 그 수만 대략 기백 명은 되었다. 성벽을 밟은 천마군이 매섭게 손을 놀리자, 곧 원거리 딜러 병력들에게서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크악!! 살려줘!”

“씨발, 아군 때문에 공격할 수가 없어.”

원거리 공격의 특성상 이미 그들 가운데 들이닥친 천마군을 함부로 공격하기 어려웠다. 자칫 잘못하다간 아군을 공격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때 원거리 딜러들 사이에 있던 근접 계열들이 빛을 발했다.

검과 방패를 들고서 안정적으로 천마군을 공략해 나가는 검방 전사, 신성한 빛으로 감싸인 양손 도리깨를 거침없이 휘두르는 전투 성기사, 강철같이 단단한 두 주먹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권사 등 근접 계열들이 천마군을 향해 격렬히 저항해 나갔다.

염력을 가졌거나, 정지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은 적의 움직임을 제어하려 안간힘을 썼고, 비행술이나 공간이동술을 가진 초능력자들은 여기저기로 움직이며 적의 시선을 끌었다.

정령술사들 역시 저마다 소환할 수 있는 정령들을 불러내어 전투에 가담했다.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정령들은 슬픔, 공포, 외로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천마군에게 전달했고, 분노, 용기, 희망 등의 감정은 아군에게 전달했다. 일부 강력한 원소 계열 정령들은 직접적인 타격으로 천마군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힐러들도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각 교단의 사제들은 저마다의 버프, 치료 주문으로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부어 아군을 지원했다. 사제들과 신성기사, 그리고 치유 정령사들의 정신력이 치유력으로 치환되어 환한 빛을 내뿜으며 아군들 사이로 속속들이 스며들어갔다.

하지만 여기 한 사제만은 치유력이 아닌 공격력으로 활약했다. 바로 천마교의 사제, 광개토였다. 사실 아무도 그가 사제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주변의 시온군들에게 지극히 당연하게도 권사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광개토의 앞차기가 호쾌하게 공간을 가르며 천마군의 턱주가리에 적중하자, 단 한방에 천마군은 성벽 너머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와!”

주변 사람들의 감탄사에 광개토는 더욱 힘을 내어 몸을 놀렸다.

다른 근접 딜러들은 아무리 세차게 공격해도 천마군을 두어 걸음 밀쳐내는 게 고작인데, 광개토는 쳤다 하면 최소 2루타였다. 사실 성벽의 폭이 좁은 탓에 살짝만 밀쳐내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데, 어쨌든 시각적 효과는 그랬다.

슬기도 괜찮은 활약을 펼치는 중이었다. 그녀가 휘두르는 주먹과 발차기는 모두 기묘한 궤적을 그리며 천마군의 몸에 적중했다. 천마군들은 방어하려고 애썼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슬기의 강철 주먹이 적중할 때면, 쾅 소리와 함께 역시나 훨훨 날아가는 천마군을 볼 수가 있었다. 강철 장갑 ‘파금강’을 장착한 후 놀랍도록 상승한 공격력이었다.

“우와, 괴물이 괴물한다!!”

슬기는 이 감탄인지 욕인지 모를 소리를 듣고서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꾸 듣다 보니 자기를 지칭하는 말인 거 같아서 살짝 기분이 더러워지는 중이었다.

“님 지금 나보고 괴물?”

천마군 한 놈을 날리고서 잠시 생긴 여유 동안에 슬기가 묻자 그 말을 했던 유저가 슬기의 얼굴을 바라보고선 놀라 소리를 질렀다.

“으악!!!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 반응이 더 기분 나빴던 슬기는 이어서 들이닥친 천마군을 공격하는 척 하면서 그 유저를 성벽 밖으로 날려 버렸다.

“으악!! 괴물이 괴물한다!!”

“씨발, 맞잖아. 내 욕!”

슬기는 다시 부지런히 천마군들을 공략해 나갔다.


“버텨라!! 무조건 버텨야 돼!!”

불꽃 머리 아나크가 낭랑한 목소리로 아군을 독려하자, 온몸으로 성문을 버티고 섰던 적사풍 길드원들이 다시금 기합을 내지르며 성문을 부여잡았다.

쿵- 쿵-

건너편에서 천마군들이 성문을 두드릴 때마다 이쪽 시온군들의 몸이 들썩들썩 거렸다. 하지만 이들이 몸으로 버텨준 덕에 성문은 이번에도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었다.

“여기가 뚫리면 끝장이야, 무조건 버티라고!!”

아나크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고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적사풍 길드원들의 얼굴에는 피곤과 땀이 가득했다. 그만큼 성벽을 통해 전해지는 천마군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길드원들이 힘든 기색을 보일수록 아나크의 격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져 갔다.

“버텨라!! 우리가 누구냐, 사막의 붉은 바람 아니냐!! 적사풍의 기개를 보여주자!”

“우와악!!”

길드원들이 아나크의 격려에 괴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다시 한 번 천마군들이 성벽을 강하게 두드렸지만, 이번에도 적사풍은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었다.

내성 상층 발코니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더원의 마스터가 군사에게 물었다.

“이렇게 버텨내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나?”

“없지.”

미스란디르는 단번에 고개를 흔들었다.

고개를 든 미스란디르에 눈에 하늘 높이 떠 있는 천마의 모습이 보였다. 컴컴한 밤하늘에 까만 흑의를 입은 그의 모습은 여간해선 찾기 힘들었지만, 뜨거운 증오를 담은 그의 두 눈에는 아주 똑똑히 보였다. 한참 천마를 바라보던 미스란디르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저 놈이 도와주지 않는 이상, 못 이겨.”

“그런데도 우리가 이곳을 지키고 있는 건 뭔가?”

크로우의 질문에 미스란디르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켜야 하니까.”

“우리의 책임이자 임무이기 때문이겠지.”

둘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어쨌거나 둘은, 아니 더원이라는 길드는 지난 10여 년간 시온 제일의 길드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왔었다.

비록 지금 불가항력 수준으로 강대한 적인 천마군과 불가해한 괴물, 천마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넘버 원 길드라는 자부심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도전은 이겨낼 것이고, 위기는 극복할 것이었다.


그때, 쿠와아앙— 하는 엄청난 굉음이 북쪽 성문에서 터져 나왔다. 마치 천둥벼락이 떨어진 듯한 그 소리에 크로우와 미스란디르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북문의 강철 성문이 터질 듯이 찢겨져 나가 있었다.

형편없이 찢겨 나간 채로 위태롭게 서있던 성문은 이윽고, 그그그그 소리와 함께 점점 기울어지더니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

그 주변에는 이미 이백 여명의 시온군들이 쓰러져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성문을 방어하고 있다가 성문이 터져나가는 충격에 형편없이 날아가 내동댕이쳐진 적사풍 길드원들이었다. 일부는 성문이 터져 나갈 때의 충격으로 강제 로그아웃을 당하기도 했다.

쓰러진 강철 성문 사이로 한 거구의 남자가 우뚝 서있었다.

상황을 보아 그 거구의 사내가 성문을 찢어발기며 성 안으로 들어온 듯 했는데, 일부 시온군들은 그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바로 천마의 다섯 번째 제자이자 하늘을 부수는 주먹을 가진 천마군의 수장, 권마였다.

“크크크, 어디서 종잇장 같은 쇠 쪼가리 하나로 본마의 길을 막고 섰느냐, 가소로운 것들이!!”

권마의 가공할 기세에 시온군들은 감히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서 그저 바라만 보고 서있었다.

“아직도 본마는 배가 고프구나!”

파천마권 칠성의 공력으로 어른의 한 뼘 수준에 이르는 두께의 쇠문을 거침없이 찢고 들어온

그는 그럼에도 아직 남아 몸속을 맴도는 천마기의 여력에 주체할 수 없는 허기를 느끼며 곧장 시온군에게 달려들었다.

권마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아나크였다.

이미 월도를 꺼내 들고 있었던 아나크는 권마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자, 그에 맞서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으며 월도를 휘둘렀다. 그녀의 월도는 살짝 미리 휘둘러진 감이 있었지만, 권마의 가공할 속도와 어우러지자, 그야말로 딱 알맞은 공격 타이밍이 되었다.

‘칫, 그래봐야 힘세고, 덩치만 큰 멍청이일 뿐이야!!’

권마의 진면목을 잘 몰랐던 그녀는 몰랐기에 용감했다. 사실 그녀의 탓만을 할 수도 없는 게 그녀가 본 권마의 모습은, 하필이면 천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던 그 모습뿐이었었다.

비록 강철 대문을 찢어발기며 들어왔지만, 그것은 뭔가 특별한 장치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여겼을 뿐, 설마하니 권마가 본신의 힘만으로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나크는 그녀의 월도가 권마의 몸에 닿는 순간 벌어지는 광경에 눈과 입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맹렬하게 휘둘렀던 그녀의 월도가 권마의 몸에 닿는 순간, 마치 종이로 만든 칼인 마냥 흐느적 휘어져 버리고 만 것이었다.

‘쉬리케가?!’

그녀의 월도 ‘쉬리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답게 수십에 이르는 천마군들을 베어냈던 명도였다.

하지만 이제 쉬리케는 더 이상 폭포가 아니었다. 그저 아지랑이에 불과했고, 이슬만도 못하게 구겨져 버렸다.

쿠앙-

아나크의 월도가 형편없이 찌그러지는 동안, 권마의 주먹이 그녀의 몸뚱아리를 강하게 격타했다. 고레벨 특유의 초감각이 발휘되었지만, 그럼에도 아나크는 권마의 주먹을 피해내지 못했다.

단 한 방에 아나크는 10여 미터를 직선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고, 그대로 강제 로그아웃을 당했다. 로그아웃 당하기 직전의 그녀는 표현 그대로 쥐포처럼 납작하게 눌린 채로 고통에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이어서 권마는 친히 걸음을 행사하며 주변에 서 있는 시온군들을 하나하나 직접 주먹으로 타격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변은 권마의 가공할 위력에 의해 쥐포처럼 납작하게 눌린 채로 죽어가는 시온군들로 가득했다.

“우아!! 괴물이다, 괴물이야!!”

“저건 이길 수 없어!! 상대할 수 없다고!!”

그 강력하고도 무자비한 권격에 시온군들은 하나같이 몸을 떨었고, 권마는 그런 그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게 바로 본마의 모습이야. 이게 정상이라고.’

“크헝!! 본마가 바로 권마니라!!”

권마가 끓어오르는 투기에 사로잡혀 천마후를 질러대자, 그 소리가 온 성좌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 순간 그는 잠시나마 천마의 존재를 잊었다.


“오사형이 잘못 말한 거 같소만. ‘본마가 바보 권마니라’ 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요?”

외성 밖에 서 있던 염마가 성좌를 쩌렁쩌렁 울려대는 권마의 천마후를 듣고서 한소리하자, 검마가 정색했다.

“염사제, 자꾸 그렇게 서열을 무시하는 소리를 해댄다면, 이 사형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

“흐흐흐. 틀린 말은 아닌 듯한데, 어쨌든 알겠소.”

염마는 짐짓 검마의 권위를 인정하는 척 고개를 숙였지만, 그는 여전히 소천마를 제외하고선 사형제들 누구도 무섭지 않았다. 그가 무서운 건 스승인 천마와 대사형 소천마, 그리고 또 한명의 천마 이렇게 셋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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