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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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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808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19 17:00
조회
402
추천
4
글자
12쪽

115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15화




진입로에 가까이 서 있던 천마군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헛, 저놈들이 저길 통과하면 안 되는데!”

군사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놀라는 순간, 적사풍의 달파랑이 소리를 질렀다.

“불어라, 붉은 사막의 적색 돌풍이여, 더러운 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리자!!”

크아아아-

어둠짙은숲과 더원의 바로 뒤에 있던 적사풍 길드원들이 달파랑의 구호에 맞추어 괴성을 지르며 앞서 있던 두 길드를 제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월도를 빼어든 아나크가 있었다.

“개새끼들, 눈알까지 다 씹어 먹어줄게!!”

그녀의 살벌한 외침에 뒤이어 달리던 다른 대원들이 다함께 그 말을 받았다.

“예의상 구워는 드릴게!! 크하하하~.”

마흔명 가량의 적사풍 길드원들이 서로 웃으며 달려 나가자, 뒤이어 어둠짙은숲의 엘프 무리들도 땅을 박차며 풀쩍풀쩍 특유의 껑충걸음으로 쫓아갔다. 그들은 적사풍과는 다르게 일체의 소리도 없이 조용히 달려 나갔지만 그 나름의 경쾌함과 신속함이 돋보였다.

그러자 그만 본의 아니게 세 번째로 밀려버린 더원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자, 더 원!! 월드 넘버원!!”

더원의 마스터, 크로우의 중저음의 보이스가 시원하게 울려 퍼지자, 앞선 두 길드를 따라 더원도 묵직한 기세를 떨치며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앞선 세 길드의 그런 모습에 뒤를 이어 다른 길드와 공격대들도 저마다 힘을 북돋는 환호와 기합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마 일행은... 가장 앞선 선두 무리에 휩쓸려 엉겁결에 뛰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왜 뛰는데?!”

슬기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빌이 헐떡이며 답했다.

“안 그럼 깔려 죽을 걸?”

앞뒤 좌우가 모두 적사풍, 어둠짙은숲, 더원의 유저들로 가득 차 있어서 도저히 같이 보조를 맞추어 달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야, 니네 사부 어디갔냐?”

슬기가 이번에는 오른편의 광개토를 돌아보며 물었지만, 그녀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달리는 중이었던 광개토는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저기 진입로를 막아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입로를 시온군이 먼저 차지해야만 그나마 그들에게 생존의 가능성이 있다고 이미 군사가 수차례 강조했었다. 지금 상황으로선 다른 거 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야만 시온군이 겨우 한발 먼저 도착할까말까 한 상황이었다.

“야, 내가 그것도 모를까봐!? 그러니까 아저씨를 찾는 거 아냐!!”

슬기가 빼액-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생각에는 이렇게 졸라 빡세게 달릴 것 없이 천마가 슝~하고 날아가서 떡!하고 막아서면, 그야말로 만사형통하겠는데, 문제는 이 급박한 와중에 천마의 행방이 갑자기 묘연해졌다는 것이었다.

천마의 갑작스런 부재를 아쉬워하며 슬기가 다시 외쳤다.

“야, 아슬아슬하겠는데? 개토야, 네가 먼저 좀 가야겠는데?”

그러자 광개토가 슬기를 쳐다보며 외쳤다.

“레이디 퍼스트지 말입니다!!”

“그래, 꼬맹이랑 같이 둘이서 사이좋게 퍼스트, 세컨드 해, 먼저 가, 얼른!”

슬기의 나름 노련한 대처에 실리엔과 광개토가 (속으로 욕을 하며) 속력을 높였다. 그들은 금세 다른 유저들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곧 가장 선두에 있던 아나크 마저 앞질렀다.

“아닛?”

아나크의 놀란 외침이 들려왔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더욱 속력을 높인 광개토와 실리엔은 순식간에 가장 먼저 내성 진입로에 도달했다.


높이 10미터에 이르는 돌로 된 성벽이 내성 주변을 둘러친 가운데, 오직 한가운데에만 12~13미터 폭으로 내성을 향한 진입로가 뚫려 있었다.

진입로의 길이는 성벽의 높이와 마찬가지로 10미터. 이 공간을 막아내면, 시온군에게 그나마 생존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요, 뚫리면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다 전멸해버리고 말 것이었다.

잽싸게 진입로로 진입한 광개토와 실리엔이 진입로의 중앙을 지날 무렵, 천마군의 선두도 진입로의 건너편 입구로 막 들어서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먼저 도착한 것이 무색하게도 동시에 도착한 전력의 양에 있어서는 광개토 쪽이 단 두 명인 것에 반해 저쪽은 무려 일곱이었다.

빠르게 적군과 아군을 저울질한 광개토가 실리엔에게 외쳤다.

“잠시만 버티면 돼. 어차피 우리는 얘네들 발목만 잡으면 되는 거야.”

“발목만 잡습니다.”

실리엔이 짤막하게 광개토의 말을 따라했다. 그 순간 광개토는 섬뜩한 상상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속으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정말 발목만 잡고 있을 건 아니지, 리엔?!’

다행히 실리엔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

광개토가 가장 앞서 있던 천마군에게 주먹을 치켜들었다가 때리는 척만 하고 오른쪽으로 몸을 날릴 즈음에, 실리엔 역시 길다랗게 빼낸 손톱으로 그녀 앞에 선 천마군들에게 찌르는 시늉만 하면서 이리저리 몸을 피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페이크 동작만 펼치는데도 광개토와 실리엔의 움직임은 천마군에게 상당히 위협적이어서 천마군들의 전진하던 기세는 한풀 꺾여버리고 말았다.

몇 번의 공방 아닌 공방이 이루어진 후, 갑자기 적들의 검과 도, 그리고 창날이 짜 맞춘 것처럼 동시에 들이닥치자 광개토는 살짝 당황했다. 게다가 창날의 공격루트가 광개토의 심기를 꽤나 건드렸다.

“으이! 씨발~ 어딜 노려, 이 새끼가!!”

사타구니 사이를 바람같이 찌르고 지나가는 천마군의 창질에 욕설을 내뱉던 광개토는 곧 그의 입에서 나온 입에 착 달라붙는 자연스러운 욕설에 스스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욕을 잘했지? 생전 욕 한마디 안하고 살았었는데, 씨발. 이건 다 사부님과 아가씨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개새끼야!!”

광개토가 욕을 내지르며 천마군이 회수하던 창대를 발로 거세게 짓밟아버렸다. 그러자 창대가 단박에 부러지며 그 여파로 창대만 든 천마군이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하지만 광개토의 그 필요 이상으로 컸던 동작은 대번에 수비의 구멍으로 작용했다.

광개토의 허리가 창을 밟느라 앞으로 빠진 순간에 적의 검첨과 칼날이 그의 허벅지와 옆구리를 노리며 매섭게 날아 들어왔다.

광개토가 이성을 차렸을 무렵에는 이미 관성의 법칙에 의해 몸이 앞으로 쏠리고 있었던 까닭에 뒤로 물러서며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처지였다.

‘씨발, 열나 아프겠지?’

곧이어 닥칠 고통의 순간을 대비하며 광개토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정작 고통은 예상하고 있던 그 두 곳이 아니라 생뚱맞게도 등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콰콰콱-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강한 충격이 연달아 등을 강타하자, 광개토는 그만 단숨에 앞으로 거꾸러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적들의 무기도 광개토를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으악, 아파!!”

원래 아픔은 대비하지 않고 당했을 때 더 아픈 법. 애써 옆구리와 허벅지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던 광개토로서는 너무 아파서 차라리 뜨겁게 느껴지는 등짝의 그 고통에 잔뜩 인상을 썼다.

이어서 또다시 무언가가 날아왔다.

슈슈슈슉-

광개토에게 낯익은 그 공격들은 바로 빌의 화살들이었다.

순식간에 날아온 일곱 발의 화살에 천마군은 열심히 검을 휘둘렀지만, 결국 네발의 화살이 가슴과 목에 박혀들고 말았다.

‘우와, 디게 아프겠다. 사실은 별로 안 세지만.’

그랬다. 빌의 연사 공격은 위협적으로 보이는 그 이펙트에 반해 단번에 천마군을 쓰러뜨릴 정도의 공격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게 단점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 화살 공격으로 인해 광개토는 위기의 순간을 한차례 모면했다. 빌의 공격에 천마군들이 주춤해하자 광개토는 날래게 몸을 피했다.

그리고 몸을 바로 세우던 광개토는 갑자기 드는 어떤 생각에 설마하는 심정으로 등을 만져보았다. 그러자 정말로 그의 예상대로 등에 일곱 개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아니, 이 영감이?”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빌이 그를 쏜 것이었다. 물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그를 구하기 위해 쏜 것이었겠지만 광개토는 꽤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그 즈음하여 아군들이 진입로에 들이닥쳤다. 광개토와 실리엔이 헌신적으로 천마군들의 발걸음을 붙잡아준 덕에 시온군은 목표한대로 진입로 안에서 천마군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곧 병장기를 든 시온군들이 저마다 천마군을 한명씩 대인마크하며 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빌님, 저 광개토입니다. 아군이지 말입니다?”

천마군과 시온군의 균형 덕에 슬쩍 뒤로 물러선 광개토가 등짝에 박힌 일곱 개의 화살을 하나하나 뽑아들며 빌에게 다가오자, 빌이 특유의 느물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변명했다.

“알지, 다만 상황이, 적은 둘이고 내 활은 하나다 보니 그게 최선이었어.”

빌은 ‘적의 손에 고통 받느니, 내가 마무리 지어줄게’라는 그의 진심을 절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빌님은 천마기도 없잖습니까?”

빌에게 받은 상처인지라 실리엔에게 아무 이득도 없이 ‘상처 전이’하기도 그랬던 광개토는 하는 수 없이 자신에게 자연 치유력 강화를 시전했다.

아무튼 그런 광개토의 모습을 보며 빌은 살짝 충격을 받았다. 그의 ‘칠살연발사’는 마치 유성들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펙트와 더불어 그에 걸맞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해서 ‘유성우’라는 별칭으로 불리우기도 하는 그의 대표적인 공격 스킬이었는다.

과거에는 이거 한 발(이라쓰고 일곱발이라 읽는다)에 제대로 버텨내는 적들이 없었건만, 요즘 들어서는 예전과 반대로 한 발만 먹여서는 천마군이고, 광개토고 모두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니니 빌의 자신감은 나날이 위축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빌은 치유에 전념하고 있는 광개토에게 슬쩍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너, 레벨이 얼마냐?”

여전히 게스트로 파티에 참가중인 까닭에 빌은 자신의 필살기를 거뜬히 버텨냈던 광개토의 레벨이 갑자기 매우 간절하게 궁금해졌다.

그런 빌의 질문에 광개토는 전혀 거리낌 없이 상태창을 열어보며 대답했다.

“보자, 어?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152렙이었는데, 그새 162레벨이 되었지 말입니다? 우와, 천마군이 경치를 엄청나게 쏴주는 모양입니다!”

광개토의 감격에 찬 외침을 들으며, 빌은 지금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허, 씨발. 내 유성우가 200랩도 안된 중렙 유저를 못 죽인다고? 농담도 과하군. 꿈이 과해. 개꿈이야 이건.’

하지만 현실 감각이 뛰어난 빌은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다만 광개토의 말이 믿기지가 않았을 뿐이었다.

“허허. 262레벨이라고? 300레벨도 안되었는데 대단한 맷집이군 그래.”

자체적으로 입력된 정보를 수정한 빌이 놀랍다는 듯이 말하자, 광개토가 그런 빌의 무의식적 자동방어시스템을 팩트로 후두려 팼다.

“무슨 소리십니까? 162레벨이라고 말씀드렸지 말입니다.”

광개토가 “아직 그 정도로 나이드신 건 아니실 텐데”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빌은 팩트폭행에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 말은 듣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즈음하여, 전선에서 한발 물러섰던 광개토의 주변으로도 천마군의 적대적인 손길이 미치기 시작했다. 최전선을 뛰어넘어 허공을 가로지르며 들이닥친 천마군들이 최전선의 바로 뒤에 서 있던 시온군들에게 달려든 것이었다.

곧 광개토와 슬기, 실리엔이 전투에 휩쓸렸고, 빌도 역시 습관적으로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비록 정신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있어도, 클로즈 베타 유저이자, 10년째 시온 한길만을 판데다, 시온의 특수 요원으로 수많은 임무를 완수했던 그답게 그의 육체는 본능적으로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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