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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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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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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94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2.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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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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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12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12화




“신을 걷어차다니, 거짓말이야!!”

“그걸 왜 찢어!? 당신이 왜!! 무슨 자격으로!!”

“아,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어!! 역시 저건 악마였어, 악마였다구!!”

경악으로 물든 얼굴을 하고서 주변의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마가 한 말, 즉 희망을 없애버렸다는 그 말에, 그가 신을 걷어 차버릴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망각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보던 크로우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당신의 말은 믿기가 힘들군요..”

“믿든 말든 그건 네놈들 자유고, 동맹을 원한다면서? 본좌에게 뭘 해줄 거냐?”

앞머리에 가려 겨우 입만 보였지만, 그 입매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비열함을 다 담은 듯한 천마의 모습에 크로우는 말문이 막혔다.

대등한 위치에 서보려 했건만, 신을 걷어차고 신의 한수를 찢어버렸다는, 천마의 진위를 알 수 없는 말 한마디에 그 계획은 단번에 무산되어버렸다.

크로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시온군에는 귀한 무구와 각종 물약 등 진기하고 값비싼 아이템들이 많이 있지요. 분명 당신에게 걸 맞는 아이템들이 많이 있을 거요.”

하지만 천마는 조그마한 바위에 걸터앉아서는 그저 귀만 후볐다.

“죽이고 뺏으면 그만인 것을 뭘 또 주겠다 그러는지..”

천마의 혼잣말을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주변의 시온군 유저들에게 똑똑히 들렸다.

천마가 주변을 휙 둘러보더니 말했다.

“좋은 거 있으면 어디 한번 꺼내 보거라.”

“......”

방금 막 천마의 위험한 혼잣말을 들었던 터라 아무도 섣부르게 각자의 아이템을 꺼내들지 못했다. 왠지 꺼냈다가는 분명히 목숨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없지 않느냐, 꼰대야...아니다. 보아하니 분명 네놈한테 많이 있으니까 그런 소리를 한 것이겠지? 내놔보아라.”

천마의 말에 크로우가 뒤로 주춤 물러서려는데, 천마가 손을 뻗자 크로우는 순식간에 천마 앞으로 잡아 당겨져 끌려왔다.

“내놓아보라.”

“잠, 잠깐. 우리, 말로 하는 게 어떻겠소. 여긴 전장이오. 전장에 누가 귀한 걸 들고 다닌단 말이오?”

그러자 천마가 크로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금속으로 된 양쪽 목보호대가 천마의 손아귀 속에서 마치 천쪼가리라도 되는 냥 와락 구겨졌다.

“본좌 앞에서 허언하는 자는 목숨으로 그 죗값을 치러야 할 터. 네놈은 정녕 목숨을 버리고자 하는 것이냐?”

만인 앞에서 더원 마스터의 체면이 실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구겨지자 보다 못한 더원 군사가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목걸이!”

그 한마디에 멱살 쥔 그 상태로 손아귀의 힘만으로 크로우를 죽이려던 천마가 행동을 멈췄다.

“뭔 목걸이?”늙은이가 대단한 양 외치며 튀어나온 만큼 뭔가 있는 거 같아 천마가 되물었다. 주변의 사람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여서 모두 천마와 미스란디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당신의 여자가 원하던 목걸이 말이오. 기억 안 나시오?”미스란디르의 말에 과거, 목걸이를 찾아달라며 눈물을 흘리던 슬기가 천마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 그래, 그랬지. 늙은이. 진즉 내놨어야 할 목걸이가 있었지?”

이번에는 미스란디르가 천마 앞으로 강제로 끌려왔다. 더원의 마스터에 이어 군사까지 강제적으로 끌어당기는 천마의 위세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늙은이, 본좌는 긴말을 즐기지 않느니라. 내놓아라, 목걸이.”

“그건...”

천마의 코앞에 서자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가공할 기세가 느껴졌다. 미스란디르는 그 기세에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지만,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직.. 줄 수.. 헉!!”

‘없소’라는 말은 갑자기 천마가 강하게 멱살을 움켜잡는 바람에 입 밖으로 내지도 못했다.

군사가 컥컥 거리는데, 천마가 아랑곳하지 않고 이죽거렸다.

“분명히 본좌가 긴말을 즐기지 않는다고 했건만, 늙은이가 오래 살긴 살았나 보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거지?”

천마의 경고와 으름장에도 군사는 할 말을 해야 했다. 군사는 온 힘을 동원해 억지로 목구멍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입에서 단어 하나가 겨우 새어 나왔다.

“..계..약이..”

계약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천마의 표정이 돌변했다. 분노한 느낌은 여전했지만, 일순간 뜨겁던 용암이 차갑디 차가운 빙산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털썩

천마가 손을 내리자, 크로우와 미스란디르는 모두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천마는 마음 같아서는 내놓으라는 목걸이는 안 내놓고, 말만 늘어놓는 늙은이를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늙은이의 입에서 ‘계약’이라는 단어가 나온 이상, 그저 마음에 안 든다고 죽여 버릴 수는 없게 되었다.

미스란디르 역시, 강자들의 습성 상, 언뜻 보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다니는 그들일지라도, 그들이 직접 한 약속이니 계약이니 하는 것들, 즉 자신의 체면과 위신이 걸린 일에는 일반인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파고들었다.

설마하니 던져본 것이 천마에게도 통해 겨우 한시름을 놓았다.

가만히 군사를 내려다보며 과거를 더듬던 천마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래, 계약이 있었지. 계약이 뭐였던고?”

“삼 일간 성좌를 지켜주면 목걸이를 주겠다는 게 계약의 내용이었소. 하지만 그대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소!”

만에 하나, 이번에도 멱살을 잡힐까봐, 군사는 속사포 랩처럼 할 말을 빠르게 쏟아내고는 천마를 쳐다보았다.

그런 미스란디르의 눈이 살짝 부담스러워진 천마는 헛기침을 하고는 대답했다.

“험험, 그때는...”

그때는 분명 계속해서 늙은이에게 휘둘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 천마의 판단 아래 자리를 피했던 것이었는데, 이제 와서 그런 변명을 하려하니 매우 궁색 맞고, 체면이 상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본좌는 잘 모르겠으니, 아가씨랑 얘기를 해보도록 하라.”

결국 천마는 회피하기로 결정했다. 천마가 손을 들며 집중하자, 저 멀리서 천마군을 상대하고 있던 슬기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더니 쏜살같이 이쪽으로 날아왔다.

꺄악!!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싶은 순간, 이미 비명의 당사자 슬기는 천마 앞에 당도했다.

“허억?!”

바로 직전까지 눈앞의 천마군을 상대로 맹렬하게 싸움을 전개해나가던 슬기는 갑작스레 돌변한 환경, 수십 수백의 시온군 무리의 한가운데 선 이 상황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슬기는 이윽고 뒤에 서 있던 천마를 발견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며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야, 갑자기 마음대로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부르면 어떡해? 화장도 안했는데.”

“허억!!”

천마의 배를 정통으로 가격한 슬기의 주먹질에 주변 일대의 모든 사람들이 대경실색했다.

“저..저 괴물같은 것이 악마를 공격했어!!”

“악마와 악마의 전투인가?!”

그런 소란속에서 미스란디르가 슬기에게 인사를 건냈다.

“오랜만이군요. 슬기양.”

그간 모아왔던 정보를 바탕으로 군사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슬기도 이내 군사를 알아보았다.

“아, 영감이랑.. 꼰대도 같이 있네요.”

슬기의 말에 미스란디르와 크로우의 미간이 동시에 살짝 좁혀졌다.

그리고 슬기가 왜 불렀냐는 듯 천마를 쳐다보자 천마가 대꾸했다.

“늙은이가 너의 목걸이를 주겠다는구나.”

“아, 이제야 주시겠다고?”

슬기가 해맑게 웃으며 군사를 쳐다보자, 군사를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그 웃음이 그렇게 못나 보일 수가 없었다.

비위가 상하는 걸 억지로 참으며 미스란디르가 화답의 미소를 보냈다.

“허허, 그쪽도 알다시피 계약이 있었었죠. 성슈드의 성좌를 삼 일간 지켜달라는 계약이었는데, 어찌되었나요?”

그간 말이 안 통하는 천마와 대화하다가 대상이 슬기로 바뀌자 군사는 혀가 점점 풀리는 것을 느꼈다.

“삼 일을 안 채우셨지요?”

확인하듯 묻는 군사의 말에 슬기가 항변했다.

“아니죠, 그때 거기 책임자분이 분명히 이틀만 하면 된다고 확답을 했었어요.”

당시에 시온군의 책임자였던 ‘에릭’이 분명히 그랬었다. 천마가 상대하려던 괴마를 천마로부터 더원의 공격대가 인계받는 조건으로 삼 일이라는 계약기간을 이틀로 줄여주겠노라고.

하지만 군사는 가만히 고개를 내젓고는 두 손가락을 들며 반론을 펼쳤다.

“당신들은 두 가지 잘못을 범했소.”

의기양양한 미소를 띄우며 슬기에게 말하던 군사는 실수로 천마를 쳐다봤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앞머리로 인해 그의 눈을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절대로, 단언컨대 천마의 눈은 분명히 군사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 눈빛이 전달하는 의미는 분명했다.

‘죽고 싶나?’

깜짝 놀란 군사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눈앞에 있는 슬기만 쳐다보았다. 차마 쳐다보기 싫은 그녀의 못생긴 얼굴이었지만, 천마의 살기어린 시선보다는 백 번 나은 얼굴이었다. 아니.. 열 번 정도만 나았다.

한 차례 헛기침한 군사는 천마의 살기 어렸던 시선을 황급히 머릿속에서 지우고 할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흐음, 첫 번째는 계약의 당사자가 당신과 여기 눈앞에선 바로 나, 본인이었다는 점이오. 비록 우리 길드의 제2 공격대장님이 사흘을 이틀로 줄이자는 제안을 했다 할지라도, 계약 당사자인 본인으로선 듣도 보도 못했던 일. 계약의 내용을 바꾸거나 파기하려면 제 삼자가 아닌 바로 본인과 의논했어야 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때 분명히 그 할배가..”

“그리고!”

미스란디르는 슬기의 항변을 단칼에 잘라버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둘째!! 비록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천마의 제자에 대한 처우권을 더원의 제2공격대에게 넘긴 이상, 그를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우리 더원에게 있는 것인데, 정작 그자, 괴마를 죽인 것은 누구였나요? 우리 길드였나요? 아니죠. 당신들이 괴마를 죽였었죠.”

미스란디르의 말에 주변에서 살짝 술렁임이 있었다.

“한 달 전에 천마의 제자를 죽인 팀이 있다더니 저들이었군.”

“헛소문인줄 알았는데, 진짜였어. 저들이 그 전설의 주인공이었어.”

주변의 그런 말들에 아랑곳 않고 미스란디르가 말을 이었다.

“계약내용도 제 삼자랑 마음대로 바꿔, 그래놓고선 또 그 바뀐 계약 내용마저도 지키지 않아!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 이렇듯 당당하게 마치 계약을 충실하게 이행하기라도 한 마냥 목걸이를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미스란디르의 말에는 묘한 박력이 있어 슬기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그의 논리에 마구 휩쓸려 갔다.

미스란디르가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당신들은 분명히 성슈드의 성좌를 삼일간 지켜주기로 본인과 계약을 맺었지만, 보고 받기로 약속한 삼 일은커녕, 이틀째 밤에 사라져버렸다고 들었지요. 맞나요, 틀린가요?”

뚫어져라 쳐다보는 미스란디르의 시선에 슬기가 견디지 못하고 대답했다.

“..맞아요.”

풀이 죽은 슬기에게 미스란디르가 선심 쓰듯 말했다.

“본인과 당신과의 계약을 마음대로 바꿔 주겠다고 허언한 우리 길드의 공격대장에게는 내가 적절한 징계 처벌을 내리도록 하겠어요. 그러니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세요.”

미스란디르는 어느새 자애로운 옆집 할아버지의 표정을 하고선 슬기를 위로했다.

그때 천마가 입을 열었다.

“지랄을 하는구나.”

천마는 사실 계약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건 그다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슬기와 군사의 대화에 일절 끼어들지 않고, 군사만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 그 증거였다.

다만, 대화의 말미에 제2 공격대장의 처벌을 자기네들이 하겠다는 말에 빈정이 상했다.

“자격도 없으면서 함부로 입을 놀린 그 자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봤는데, 왜 늙은이가 처벌을 하겠다는 거냐?”

“우리도 피해를 봤지요.”

군사가 얼른 대답하자, 천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우리가 먼저 처벌할테니, 그 후에 너희도 처벌하거라. 꼭 하거라.”

제2공격대장 ‘에릭’에게 가벼운 꾸지람 정도만 할 생각이었던 군사는 천마의 말에 입이 떡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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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19.12.20 399 4 12쪽
115 115화 19.12.19 40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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