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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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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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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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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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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8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38화






“지금 이건 점심이냐? 이 요리를 만든 자가 누구냐?”

천마가 쫄아있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묻자, 국자를 들고 있던 마법사가 조심스레 국자를 들어 보였다.

“제가 만들었습니다.”

“육수를 내면서 멸치 똥은 왜 안 걸렀느냐?”

“헉!”

마법사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멸치 똥이 아니라 내장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했다간 그 역시도 탱커처럼 목이 달아날지도 몰랐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간신히 내뱉은 대답에 천마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천마는 꽤나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스스로 말해놓고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 태반인 것이 일단 이상했고,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자신의 언행이나, 자신도 모르는 본인의 기이한 능력들 때문에 더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천마의 이런 고민과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저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다. 천마는 곧 고민도 생각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애초에 그는 생각이란 걸 별로 하지 않는 존재였다.

어쨌든 때마침 점심때였고, 이 시간은 오랜 기간 삼시 세끼를 챙겨먹는 습관을 유지해왔던 천마에게는 뭔가 먹어야 할 시간이었다. 거기에다 허기진 그의 코가 냄새를 맡은 것은 그가 좋아해 마지않는 칼국수!!

허기진 점심시간에 칼국수 냄새의 근원을 향해 미친 듯이 추척하다 보니 천마는 어느새 그가 원수를 갚기 위해 쫓는 중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사실 원수에 대한 것들도 그가 이리저리 끼워 맞춘 것일 뿐, 처음 부활할 당시의 분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미 상당 부분이 소실된 상태였다.

팔짱을 끼고 앉은 천마가 물었다.

“다음 식사는 언제 하느냐?”

방금 6인분의 칼국수를 혼자 다 처먹은 천마가 다시 밥 타령을 하자, 일행들은 다른 의미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녁에나 먹게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리더가 재빨리 대답하자, 천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럼 그때까지 무엇을 할 것이냐?”

맛있는 걸 먹은 천마의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들자, 일행들이 조심스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신의 조각을 찾아 다녀야죠.”

“우리도 세상을 살리기 위해 노력중이에요.”

“천마의 파편도 부수고 말이죠.”

마지막 말이 천마의 심기를 건드렸다.

“천마? 본좌가 천만데?”

하지만 일행들은 천마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동명이인이시구나.”

“제 친구들 중에도 천마라는 이름을 가진 유저가 몇몇 있어요.”

무엇보다 유저들이 알고 있는 확장팩의 보스 천마는 광고를 통해 공개된 모습으로, 지금 그들의 칼국수나 뺏어 먹는 천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분위기의 유사성을 인지할 테지만, 광고로는 분위기까지 전달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했다.

천마가 아무 말이 없자, 일행들은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배에서 허기를 느꼈지만, 여기서 음식을 만들었다가는 저녁만을 간절히 기다리는(왠지 그렇게 보였다) 천마가 또다시 다 뺏어 먹을 것만 같아 그러지도 못했다.

금세 자리를 정리한 일행들이 조심스레 천마의 눈치를 살피더니 꾸벅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떴다. 천천히, 그리고 재빨리 발을 놀리면서도 그들은 천마가 더 이상 그들을 부르지 않기를 바랐다.

난데없이 갑자기 나타난 신출귀몰한 모습,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홀로 음식을 독점하는 탐욕스러운 모습, 그리고 가차 없이 인명을 거둬버리는 잔인한 성품과 가공할 힘까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서운 존재가 바로 천마였다.


그들은 입을 꾹 다물고서 한참을 걸었다. 어차피 마을에서 산 퀘스트 지도에 퀘스트 거점이 표시되어 있어서 갈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푸르른 신록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따사로이 내려쬐는 아름다운 숲속의 소로였지만, 혹시나 천마라는 작자가 쫓아올까 하는 두려움에 일행들은 그런 경관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렇게 20여분을 부지런히 걸었을 무렵, 죽었던 탱커가 리더 옆에 부활해 나타났다.

부활하자마자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탱커는 주변에 천마의 모습이 없자 이윽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갑자기 왠 괴물같은 놈이 나타나 가지고선!”

그래도 조심스러운지 탱커는 목소리를 낮춰서 불평했다.

그러자 곧 다른 일행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입을 열었다.

“대체 그 자는 계열이 뭐였을까?”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왜 우리한테 온 거지?”

“그자는 우리 음식이 목표였던 걸까?”

특히나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근접 딜러와 탱커가 점심을 먹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했다.

“이미 식사 시간은 지났고, 퀘스트 끝나고서 저녁을 근사한 곳에서 먹자고.”

리더가 그렇게 일행들을 다독일 때, 퀘스트 지도를 들여다보던 마법사가 일행들을 불렀다.

“여기 봐봐, 퀘스트가 또 떴어! 이번에는 천마의 파편이야.”

이미 두 개의 퀘스트를 모두 받아놓은 일행인지라, 근처에 퀘스트가 있으면 이렇게 지도에 뜨는 식이었다. 냉큼 마법사 옆에 붙은 리더가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까만색이니까..”

마법사의 말대로 천마의 파편 퀘스트가 맞았다. 하얀 점은 신의 조각, 까만 점은 천마의 파편이었다.

“저쪽인데? 그리 멀지도 않고.”

리더가 그들이 서 있는 소로길 저편 숲속 너머를 손으로 가리키며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어쩔까? 파편 퀘스트는 고레벨 용이라던데.”

“우리 정도면 확실히 저렙은 아니지. 하자!”

“우리 정도면 확실한 고렙도 아니지. 말자.”

‘하자’는 가슴 뜨거운 탱커와 ‘말자’는 머리 차가운 마법사의 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일행들의 레벨은 270~280렙대. 이 정도면 그렇게 확실히 낮은 레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레벨의 반열에 들었다고도 보기 어려운 레벨대였다.

굳이 따지자면 중상위 정도. 사실 이들은 일반적인 유저들 사이에선 나름 어깨에 힘 넣고 다니는 정도는 되는 수준이었다.

결국 손을 들어 투표를 하기로 했고, 동일표가 나지 않도록 리더가 두 표를 행사하고 나머지 일행이 한 표를 행사하는 다수결 투표를 진행한 결과, 4대 3으로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딱딱하게 얼굴이 굳은 마법사가 리더가 행사한 찬성표에 유감을 표했다.

“설마 형이 그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어.”

그 말에 어깨를 한차례 으쓱한 리더가 마법사의 손에서 지도를 넘겨받더니 탱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소로를 따라 얼마간 걸어가던 일행들은 곧 길을 벗어나 숲 속으로 접어들었고, 지도의 까만점이 가까워짐에 따라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했다.

도적이자 근접딜러 역할을 하는 여성 유저가 긴장을 풀기 위해 농담을 꺼냈다.

“얼마 전에 잡았던 트윈헤드 오우거 기억 안 나? 왼손 오른손도 구분 못하던 멍청이 말이야.”

당시에 마법사가 전열의 뒤에서 ‘왼쪽으로 피해!!’라고 외쳤었는데, 오우거의 머리 두 개가 왼쪽이라는 말에 대해서 서로 방향을 다르게 판단하는 바람에 일행들은 결정적인 승기를 잡을 수 있었었다.

“몹이나 NPC나 다들 오우거나 다를 바 없는 것들이야. 천마군도 마찬가지일걸.”

여성 도적의 말에 일행들은 웃으며 다소 마음의 짐을 덜어내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야에 들어온 천마군 일행. 울창한 나무 사이로 흑의를 입은 남녀 네 명이 함께 힘을 합쳐 흑빛 아지랑이를 뿜어내는 커다란 궤짝을 들고 오는 모습이 언뜻 언뜻 보였다.

지도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천마군들과 맞닥뜨리자 여섯 명은 살짝 당황했다.

말로만 듣던 천마군, 꽤나 무서운 존재라고 소문으로 들어왔던 천마군의 모습에 여섯은 가볍게 긴장하며 전투 대형을 갖췄다.

천마군들도 그들을 발견했는지 걸음을 멈추더니 차분히 궤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궤짝이 땅에 닿는 순간 차분했던 놈들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흉성을 폭발시키며 달려왔다.

“들켰다!! 하던대로 가자.”

리더가 외치자, 탱커가 그 말을 받았다.

“오케이. 내가 저 놈들 한꺼번에 탱킹 할 테니까, 힐 잘 줘야 한다!?”

“네! 걱정마세요.”

엘프이면서 사제인 힐러가 당차게 대답하며 짧은 마법 막대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가까이 들이닥친 천마군을 보며 탱커가 크게 외쳤다.

“야이, 천마군, X새끼들아!! 니들같은 X새끼들한테는 몽둥이가 약이야! 다 덤벼, 이 새끼들아!!”

탱커의 욕설 섞인 강력한 도발에 천마군 넷이 눈을 까뒤집으며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천마가 콧김을 내뿜으며 나타났다.

“X새끼? 그거 본좌한테 한 욕이렷다?”

갑자기 등장한 천마의 모습에 탱커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점심시간에 하늘에서 갑자기 뚝하고 떨어진 것 이상으로 신출귀몰한 천마의 등장이었다.

‘아니, 형이 거기서 왜 나와?’

남이 제 욕이라도 한다 싶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죽여 버리는 천마의 습성을 모르는 탱커로서는 도무지 맥락이 이해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사실 그건 천마도 마찬가지였다.

멍하니 서 있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에게 ‘식사 대접’을 한 일행의 흔적을 쫓아 걸어오던 천마는 가공할 청력 탓에 안 들어도 될 욕설을 듣게 되었고, 듣자마자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욕설의 현장 이었다.

“감히 본좌에게 X새끼라고 욕을 해?”

“아닙니다. 형님!”

탱커의 입에서 급한 나머지 엉겁결에 형님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천마의 노기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

천마의 손이 천천히 들렸다. 가벼운 손 튕김으로 탱커의 머리를 날려버렸던 바로 그 손이었다.

천마가 천천히, 그리고 또렷한 어조로 말했다.

“방금 분명 천마 X새끼라고..”

“천마군!! 천마군 X새끼라고 했습니다!!”

또다시 영문도 모른 채 죽고 싶지 않았던 탱커가 다급히 변명을 하는데, 천마의 양 옆에서 천마군들이 매섭게 지나쳐갔다.

그 속도 그대로 손에 들린 검과 창, 도 등의 무기가 매섭게 허공을 가르며 탱커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네 천마군의 가공할 움직임에 이은 흉험하게 이를데없는 합격 공격은 이미 탱커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은 수준이었다.

‘설상가상, 산 너머 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천마 이름 달고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왜 이렇게 빠르고 무서운 거야!!!?’

천마군의 들이닥치는 기세는 탱커가 기대했던 것보다 월등히 빠르고 흉험 스러웠다.

닥쳐올 아픔과 고통에 탱커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 그 때, 네 천마군이 일으킨 가공하고도 흉험한 기세를 뚫고 차갑디 차가운 천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라. 까마귀 새끼들아.”

천마의 명령에 거짓말처럼 네 천마군이 동작을 우뚝 멈추고 말았다. 광포하기 이를 데 없던 천마군들의 기세가 순식간에 산들바람처럼 허공에 흩날리다 사라졌다.

말 한마디로 천마군을 멈춰 세워버린 천마의 모습에 일행은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할 정도의 압박감을 느꼈다.

탱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형..형님은 대체 누구십니까?”

“잡소리 말고, 좀 전에 분명히 본좌에게 욕을 했으렷다?”

“아닙니다! 저는 이놈들한테 욕을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우리 일행의 목숨을 걸고 맹세합니다!!”

‘아니, 우리 목숨은 왜 걸고 넘어지는데?!’

탱커의 어처구니없는 맹세에 남은 다섯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그때 뒤에 있던 마법사가 엉거주춤하게 멈춰버린 천마군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한 가지 소문을 떠올리고 말았다.

천마군과 천마가 공포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요즈음, 유일한 희망처럼 들려오던 소식이었다.

마법사가 천천히 입을 열어 그 희망을 언급했다.

“..악마가 뜨면 천마도 도망간다! 무서운 악마의 이름도 역시 천마라 한다...당신, 당신이 바로 소문의 그 악마군요. 그렇죠? 당신이 바로 그 분이시죠?”

“천마라니까.”

천마는 그의 이름을 몇 번이나 물으면서도 아직 악마와 천마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이 요괴 새끼들이 살짝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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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화 19.12.24 380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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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6화 19.12.23 383 4 12쪽
125 125화 19.12.23 404 4 13쪽
124 124화 19.12.22 383 5 12쪽
123 123화 19.12.22 405 5 14쪽
122 122화 19.12.22 40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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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19.12.21 408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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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19.12.20 399 4 12쪽
115 115화 19.12.19 402 4 12쪽
114 114화 19.12.19 4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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