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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나라 망친 악녀가 날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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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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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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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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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 악역영애는 마케팅비가 필요해요

DUMMY

결론부터 말해서 엘리제가 기절한 레오를 위해 무릎베개를 해주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논란이 되는 일은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으나 그날 소소한 밀회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기절한 레오를 방으로 옮긴 이들은 물론이고 진찰한 사람까지 전부.


덕분에 물리적으로 목이 잘려서 퇴직하는 일은 없어졌다고 안심하는 레오였다.


그리고 꼭 그게 아니었어도 걱정과 달리 별 얘기 없이 넘어갔을 것이다.


삼왕자가 다녀간 일이나 대련 같은 워낙 커다란 이슈 탓에 적당히 묻혔겠지.


오히려 알려지면 알려진 대로 아가씨가 달라졌다면서 이미지 쇄신의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자신 때문에 무리해서 이름난 기사와 대련하다 기절한 게 미안해서 보살펴주었다. 예전 같았으면 비웃기나 했을 텐데 아가씨가 달라지긴 하셨다.


이런 소리가 솔솔 피어났을 수도 있었을 거다.


같은 이유로 갑작스러운 레오와 카일의 대련도 잘 넘어갔다.


또 아가씨가 카일 경의 실력을 보고 싶다느니 하면서 불쌍한 레오를 희생양 삼았구나.


다들 이러면서 대련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캐묻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입만 잘 다물게 하면 뒤늦은 소란이 생길 일은 없어졌다.


이럴 때는 악명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면서 고소를 짓는 엘리제.


하지만 이럴 때 써먹을 수 있다고 해서 마이너스 이미지가 계속 이어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좋아하는 상대에게 두려움을 사는 게 싫으니까.


조금씩 변하고는 있지만 완전히 변할 때까지 계속 레오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받는 게 엘리제에겐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싫었다. 상대가 다른 사람이라면 상관없다. 증오하든 두려워하든 아무래도 좋았지만, 레오에겐 미움이나 두려움을 사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슬슬 이미지 쇄신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적어도 레오 한 사람 정도는 확실하게 자신을 다시 보게 만들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매번 뒤가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하는 레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서 더는 차근차근 나아지길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혁명군 때문이라도 평민의 환심을 살 필요가 있으니까."


결심을 굳힌 엘리제는 실행할 계획 순서를 조금 바꾸기로 했다.


원래는 자금 확보부터 할 생각이었지만, 급한 대로 ‘공공복지’로 평민들 환심부터 사기로 정했다.


겸사겸사 레오의 명성을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할 테니까 망설일 것 없지.


이게 결과적으로 삼왕자 요슈아의 착각을 키우는 일이 될 거라는 사실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관계를 개선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 아무래도 좋았다.


마음을 정하고 행동을 개시한 엘리제.


그 옆에는 물론 영문도 모른 채 동참하는 레오의 모습이 있었다.


"진심이십니까, 아가씨?"


사실 이 질문은 쓸데없는 사족에 가깝다.


엘리제 버몬트가 진심이라는 건 지금 레오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녀가 12살에 차고 나갔다가 삼왕자에게 립서비스로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은 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게 된 장신구.


너무 소중해서 어지간하면 잘 착용도 안 하고 보관만 하는 그 물건을 팔아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겠다는 시점에서 얼마나 진심인지는 잘 알 수밖에 없지.


그래서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최근 엘리제 아가씨가 달라진 건 알았지만··· 이 정도였다니.


갑자기 패물을 팔아 그 돈으로 후작령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말에 레오는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가씨의 기행과 변덕에 휘말리는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아마 마지막도 아니겠지만, 이건 스케일이 좀 크군.


‘선행이라니.’


세상에서 가장 엘리제 버몬트 후작영애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남을 돕는 착한 일이다. 아무리 전보다 사람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던 레오는 나중에 괜히 팔았다고 다시 사 오라며 시달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엘리제를 따라나섰다.


다른 장신구는 팔더라도 최소한 삼왕자가 칭찬했다는 이유로 가장 아끼던 건 그냥 챙겨두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남겨둘 필요가 없답니다."


시니컬한 얼굴로, 마치 흑역사 노트라도 보는 것처럼 장신구를 처분하려는 엘리제.


굳은 결심은 잘 알겠다.


더는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레오는 만류하는 걸 관두기로 했는데 대신 직접 환전하러 가는 거라도 막고 싶었다.


마음은 알겠지만, 품위라는 게 있잖은가.


가세가 기운 것도 아닌데 장신구를 처분하는 영애라니.


그것도 그걸 저택으로 상인 불러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직접 팔 거 챙겨서 찾아간다?


이건 폭포수가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엘리제의 속을 알 수가 없는 레오였다.


10년을 곁에서 보필하면서 엘리제에 대해선 어지간한 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은근한 자존심이 갈수록 박살 나는 기분이다.


보통 다른 집안 영애나 영식이 이런 일을 하려고 하면 그냥 가문의 돈을 가져다 쓴다거나 하지 절대 이런 행동을 하진 않는다.


가문이 도와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한들 상인 불러서 값을 받고 처분하지, 한 푼이 아쉬운 사람처럼 직접 찾아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그 있을 수 없는 일은 다른 누구보다 프라이드 높은 엘리제가 하려고 한다.


무슨 이유로 이러는 건가 묻지 않을 수가 없는 레오.


그런 레오에게 엘리제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대에게 숨길 게 뭐 있겠냐는 듯 웃으며 답해주었다.


"널리 알릴 생각이거든요."


저 이렇게 착한 일 하려고 합니다.


온 세상에 그렇게 소리칠 기세로 일을 진행하겠다는 엘리제의 말에 레오는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과연···.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의 이유는 공명심이었나?’


다만 단서가 부족했던 탓에 수단은 알았으나 진짜 목적까지는 유추하는 데 실패한 레오였다.


설마 엘리제가 자신에게 밉보이는 게 싫어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이러는 거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엘리제가 지금까지와 달리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려고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게 한계였다.


사람들에게 두려움이라면 잔뜩 사서 이제 질렸으니 칭송하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실제로는 이 모든 기행이 오직 자기 한 사람을 위해서라는 걸 모른 채 레오는 절반의 정답에 만족한 채 엘리제와 같이 상단을 방문했다.


루스벨트 상단.


그랑시아 왕국 제일로 꼽히는 상단으로 그들이 취급하는 상품보다 취급하지 않는 상품을 헤아리는 게 더 빠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폭넓은 수완을 자랑한다.


대부업 같은 금융도 예외는 아니었고 모험가를 상대로 여러 몬스터 전리품을 사들이는 일도 하고 있다.


그만큼 실력 좋은 감정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고 어지간한 물품은 전부 소화해낼 자금력도 훌륭해서 더는 용건 없는 장신구를 처분할 거래 상대로서는 이만한 곳이 없다.


물론 찾아보면 좀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곳도 있긴 하겠지만, 대신 루스벨트 상단과 거래하면 왕국 각지에 지점을 둔 만큼 소문이 널리 널리 빠르게 퍼질 테니까.


훗날 혁명군의 살생부에 오르는 걸 피한다는 의미도 있는 일인 만큼 일종의 정보 창구로서도 루스벨트 상단이 유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엘리제는 알고 있었으니까.


루스벨트 상단의 배후에 누가 있고 또 은밀하게 어떤 세력을 후원하고 있는지 아주 잘 말이다.


"오늘은 당점을 방문해주셔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후작영애가 왔다.


그 소식을 접하기 무섭게 후작령에 위치한 루스벨트 상단 지점의 책임자가 튀어나왔다.


자신들이 누구 땅에서 장사하고 있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면 다른 일반 점원에게 접객을 맡기는 건 언어도단.


지점장은 갑작스러운 엘리제의 방문을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고 생각하며 손수 대응했다.


"사람을 보내 호출하시지 않고 영애께서 직접 행차하셨다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뜻이겠지요. 엘리제님의 소망에 응하기 위해 당점── 아니, 상단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혀는 설탕이요 입술은 꿀일지니.


마치 그런 주문이라도 건 것처럼 자연스럽게 아부를 섞어가면서 발언하는 지점장.


그런 지점장에게 엘리제는 시큰둥한 얼굴을 하며 레오에게 눈짓했다.


그 시선에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보석상자를 꺼내 지점장 앞에 내려놓는 레오.


딸깍 소리를 내며 열린 보석상자 안에는 후작영애의 장신구답게 미술품이 따로 없는 아름답고 값진 것이 가득했다.


"오래돼서 질린 장신구를 전부 처분하고 싶어."


상대는 지점장이라고 해도 결국 평민.


후작가의 가신조차 아니기에 예의 차릴 필요도 없는 상대.


신분의 격차를 고려해 존중은 하지만 존대는 하지 않는 엘리제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점장은 놀란 눈치였다.


후작령에서 일하는 주제에 엘리제의 악명을 모를 지점장이 아니다. 그녀가 얼마나 망나니고 아랫것을 무시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예전에 한 번 마주쳤을 때 하대 수준이 아니라 천대했던 엘리제의 태도를 떠올리면 이건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였다.


‘최근 사람이 좀 변했다고 하더니···.’


이채를 발하면서 지점장이 엘리제의 말을 받는다.


"알겠습니다. 보관 상태부터 품질까지 하나같이 틀림없는 상등품. 당점이 책임지고 최고가로 매입해드리겠습니다."


이건 빈말이 아니다.


엘리제는 오래 써서 질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평가절하당할 물건들이 아니었으니까.


시간을 들여 경매를 통해 판다면 아마 후작영애가 사용했다는 프리미엄이 붙어 오히려 원금보다 비싸게 받을 수도 있을 물건들이다.


진정한 예술품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이런 장신구면 유행을 타지도 않는다.


그래서 내심 지점장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이 궁할 사람도 아닌데 이걸 팔아 대체 어디다 쓰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탓이다.


아무래도 최근 엘리제 버몬트의 행보는 예측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10년을 곁에서 모신 레오조차 엉뚱하다는 생각을 금치 못하는데 아무렴 외부에서 볼 땐 오죽하겠는가.


후작영애에 대한 관심과 정보 우선순위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지점장은 가벼운 탐색전을 시도했다.


"괜찮으시다면 판매 사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사유에 따라선 저희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속이 뻔히 보이는 그 발언에 피식 실소를 흘리는 엘리제.


예전 같았으면 장사치 주제에 시키는 대로나 할 것이지 말이 많다고 호통을 쳤겠지.


하지만 지금은 원하던 질문이기도 했고 옆에 레오가 있다.


"자선사업이라도 해볼까 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친절하게 답해주는 엘리제였다.


문제는 모처럼 사람이 친절하게 진실을 말해줘도 상대가 전혀 믿는 기색이 아니라는 점이겠다.


"그, 그렇습니까? 좋은 일을 계획하시는군요."


세상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리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는 지점장의 반응에 순간 엘리제 안에서 짜증이 고개를 쳐든다.


옛날 성격 나오려는 걸 자제하면서 엘리제는 다른 방식으로 지점장에게 갚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가문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투자도 좀 하고 싶어서."


"투자··· 말씀입니까?"


"그래, 투자."


더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기색인 지점장.


15살 평생 사업이니 투자니 하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보내온 엘리제가 투자를 논하니까 이런 반응도 어쩔 수 없지.


물론 그걸 표정에 드러내는 하수 같은 짓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지점장의 표정도,


"너희 루스벨트 상단이 찾아다니는 에테리움 광맥에 말이야."


이어지는 영애의 발언 앞에선 초짜 상인마냥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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