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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야 님의 서재입니다.

일곱 개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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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야
작품등록일 :
2018.08.22 17:21
최근연재일 :
2019.05.15 02:5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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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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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글자수 :
577,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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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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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32장 마지막 질문 (1부 최종화)

DUMMY

“박재열이 뭐라고 답했습니까?”

곽 경사의 눈빛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차에 맨날 먹는 오메가-3 약이 있어. 식전 식후 가리지 않고 차에 타면 습관적으로 먹는 약이야. 그걸 먹으면 피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거든. 조카는 아직 젊어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 나이에는 그런 게 습관이 되는 법이지. 한알 두알 먹다 보니 오늘이 마지막이더군. 그런데 말이야. 알약이 약간 커졌나, 목에 꿀꺽 걸리면서 넘어가더라고. 아까 전화 받기 직전에 먹었거든. 그런데 조카, 그 녹음 파일 들어봤다고 하지 않았나? 그 일본 여자가 들고 왔다는 알약 말이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내가 먹은 약이 바로 그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야. 그게 아니라면 안 실장이 내가 준 차 키를 땅에 떨어뜨리며 날 비웃을 리가 있겠나? 집사람이 유언장 쓰라고 할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은행금고에서 뭐가 나오든 내게 주겠다면서 아버지처럼 유언장을 적으라고 하길래 의심 없이 적었는데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니 내용이 문제가 아니었어. 내 손으로 유서를 쓴 꼴인 게 문제지. 이대로라면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로 모두 오해하지 않겠나? 웃기지 않나? 내 손으로 유서를 쓰고 내 손으로 약을 먹었다는 게 말이야. 난 전혀 죽을 생각이 없었는데. 하아~”


“왜 토하지 않으시고요? 지금이라도 당장 차 세우고 억지로라도 토해내세요.”

규진은 상황에 몰입하며 혼자 1인 2역을 연기했다. 너무 섬뜩한 재현에 놀란 시노가 볼살에 돋은 소름을 쓸어내렸다.


“조카는 아직도 내가 걱정되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구먼.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일 조카를 처리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내가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할까? 이미 가족이 날 버렸는데, 달리 살 방법이 있겠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호텔 생활은 접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야. 마지막엔 동물들도 집으로 간다지, 수구초심인가? 10분만 더 운전하면 집에 도착할 것 같은데,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유엔은요? 유엔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알려주세요. 부탁입니다.”

규진은 1인 2역에 깊이 몰입하며 상황을 재현했다.


“미안하네. 가족이 날 버렸다고, 내가 가족을 버릴 수야 없지 않겠나.”


“전 그 얘기까지만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규진은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곽 경사는 이제야 의문이 풀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는 곧바로 세 엄마에게 모두 전화를 걸었습니다. 최대한 용건만 간단히 제 할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지영이 박재열에게 약을 먹였습니다. 박재열은 직접 운전해서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유엔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규진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숨을 죽이고 규진을 응시했지만, 굳게 닫힌 입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곽 경사는 놀라는 얼굴이라기보다는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이지영 진술에 허점이 뭔지 분명히 알겠습니다.”


“이상해.”

시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엄마는 그 시간에 이미 유엔의 신발을 신고 벌꿀까지 한 통 마신 상태로 박재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엄마는 어떻게 미리 알고 거기 있었던 거지?”


“전화 받기 전까지는 박재열이 온다는 걸 몰랐겠지. 규진이 전화를 받고 마음을 바꾸신 거야.”

유엔이 대답했다.


“그런데 엄마가 왜 거기 있었냐니까?”

시노는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유엔을 쏘아붙였다.


“이지영을 노리고 거기 매복하고 있었던 거야. 박재열이 아니라 이지영이 진짜 악마라는 걸 알았으니까.”

유엔은 간명하고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

동시에 곽 경사와 규진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도대체 김여원 씨는 그걸 어떻게 아는 겁니까? 최대식 씨 검안 결과도 김여원 씨 진술과 일치했습니다. 다발성 외상.”

시노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곽 경사의 질문에 유엔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설명해드릴 수는 있는데, 정말 듣고 싶으세요?”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곽 경사는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뇌 의학 얘기라면 다시 안 하셔도 됩니다.”



유엔이 뭔가 말하려다 무겁게 입을 닫았다. 최대식이 묻힌 자리를 유엔에게 알려 준 건 정 대리였다. 유엔은 어색한 방향으로 입술을 내밀었다. 그런 비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귀신이 가르쳐 준 거라고 경찰이 믿겠다는데 일부러 정 대리의 존재를 노출할 필요는 없겠지? 유엔은 묘한 표정 뒤에 진실을 숨겼다.


정 대리는 유엔이 실종된 9월 10일부터 줄곧 이지영을 미행했다. 숨어 버린 박재열을 찾을 단서가 이지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박재열은 유엔을 구할 유일한 단서였다. 정 대리의 예상대로 3일 만에 박재열은 이지영 앞에 나타났다. 뜻밖의 사건이 생기는 바람에 유엔이 감금된 장소는 추적하지 못했지만, 정 대리는 최대식이 살해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창고에서 풀려나 병원에 있을 때 이희경은 정 대리의 쪽지를 유엔에게 슬쩍 보여주었다.



유엔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곽 경사는 다른 질문으로 화제를 옮겼다.

“그것보다 김여원 씨는 어떻게 다마루 나나미 씨를 설득했습니까? 고통스럽더라도 안락사를 택하지 않고 경찰에 자수하라고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최대식 씨가 남긴 유언을 전했습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살아있는 동안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부탁해. 우리의 소중한 딸 시노를 위해.”

유엔은 최대식의 속마음을 대신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최대식이 어떻게 유언을 남겼지? 최대식이 죽을 때 유엔은 창고에 갇혀 있었는데, 어떻게 최대식의 유언을 전하나? 곽 경사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하긴 물어볼 필요도 없다. 남들이 못 보는 걸 본다는 사람에게 무슨 논리가 통하겠나. 곽 경사는 더 이상의 질문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도, 유엔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건 처음 보았다. 감정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네. 곽 경사는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눈치만 보았다. 자수하라고 설득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칭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유엔이 흘리는 눈물의 온도를 시노는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 마. 장례식이 끝나면 더는 울지 않기로 엄마랑 약속했거든. 시노가 묘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이제 이지영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직 수사 중인 단계라 저도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럼 말할 수 있는 것만 말씀하세요. 아시죠? 우리 세 명 모두 이지영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다는 거. 그 정도 말한다고 저희가 뭐 어디 정보를 흘릴 것도 아니고.”

시노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더니 곽 경사를 곁눈질했다. 규진이가 저렇게 열심히 설명해줬으면 뭔가 오가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시노의 속마음이 그대로 읽혔다.


“일단 가장 유력한 혐의는 입증되었습니다. 돌아가신 김여원 씨 부친을 살인 교사한 혐의로 구속기소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나머지는 좀 복잡합니다. 박재열 씨 사건에는 살인예비음모나 살인미수 혐의가 되겠지만, 좀 복잡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박재열의 재산은 이지영에게 상속되지 않을 겁니다. 고의로 피상속인을 살해하려 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는 법조항이 있거든요. 지능범죄수사대 사람들 말로는 아마 아들 박규태가 동광무역의 최대 주주가 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대식 씨 사건은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그건 좀 더 시간이 걸릴 겁니다.”

곽 경사의 대답을 들은 시노는 무겁게 울먹이며 감사합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까?

굳이 친일파 재산 환수에 관한 얘기는 안 해도 되겠죠? 이미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뜬 기사는 읽었을 테고, 주간지에 특집 기획 기사도 나온다고 하던데. 제목이 끝나지 않은 친일파의 만행이라고 했던가요? 언론 돌아가는 상황은 저보다 그쪽에서 더 잘 아실 테니 더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곽 경사는 작심한 표정으로 유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사흘 동안 고민했지만,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기브 앤드 테이크라고 했던가요? 이제 제 차롑니다. 곽 경사는 잠시 뜸 들인 후 말을 이었다.

“임신 30주, 게다가 말기 암 환자가 건장한 남자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산을 넘고 자전거를 타고 도주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살인 사건 용의자로 위장해 김여원 씨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서? 그 정도 동기만으로는 임신부가 목숨을 걸고 그렇게 위험한 일을 벌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약물에 중독되어 죽기 전에 제 손으로 먼저 죽이겠다고? 살인 사건 용의자로 둔갑해 실종된 유엔을 찾겠다고? 세상에 그런 살인을 미리 계획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말이 됩니까, 그게? 도대체 무슨 비밀을 그렇게 숨기고 있는 겁니까?


곽 경사의 날카로운 눈빛을 슬그머니 피하며 유엔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실종신고를 했다면 경찰에서 절 찾을 수 있었을까요? 죽기 전에.”

곽 경사는 대답을 하려고 입을 떼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하는 총력전을 벌이고도 굶어 죽기 직전에 겨우 유엔을 발견했다. 그리고, 곽 경사는 강민수가 들고 있던 큼지막한 벌목도가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공식 수사에서는 벌목도의 목적이 뭐라고 쓰였든 간에.


“억지로 대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 동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유엔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시노 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그게 무슨 신호라도 되었는지, 시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대로 말해도 좋다는 신호를 확인하고 유엔은 말을 이었다.

“아마 박재열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마비가 시작되었을 테니 말입니다. 게다가 살겠다는 의지를 이미 포기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규진이 유엔의 말허리를 자르고 들어왔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게 하나 있어요. 제 의붓형 마에다 히데오는 올해 2월 박재열의 수하 김일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마에다 가문은 다마루 나나미 씨의 집안과 인연이 깊은 관계입니다. 히데오는 시노를 지키려다 대신 목숨을 잃었습니다.”

복수 같은 살벌한 단어는 굳이 제 입으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는 의미로 규진은 말에 여운을 남겼다.


그다음은 시노가 직접 설명해 줄래? 하는 의미로 규진이 시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숨겨진 비밀을 말하려는 건가? 곽 경사의 눈이 반짝 빛났다.


“비밀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말씀드릴게요.”

시노는 곽 경사의 눈을 응시하며 진심이 담긴 대답을 기다렸다.


“경찰이 수사 중에 얻은 정보는 공익에 반하지 않으면 비밀을 보장합니···.”

곽 경사가 사무적으로 대답하자, 시노가 바로 말허리를 잘랐다.

“말 돌리지 마시고요, 경찰 수사 기록에 남기지 않고 곽 경사님만 알고 계시겠다고 약속하면 말씀드리겠다는 말입니다.”


곽 경사는 난처한 얼굴로 입을 삐죽거리다가 별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주미는 제 하프 시스터에요. 우리말로는 이부동생(異父--)이라고 하나요?”


시노의 설명에 곽 경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그러면 누가?”


“제 입장에서 보면 주미는 사촌 동생입니다.”

규진의 대답에 곽 경사의 놀란 입이 더 커졌다.


“태어날 딸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바로 이지영이었습니다. 나나미는 죽기 전에 주미의 안전을 지키고 싶었던 겁니다.”

유엔이 나나미의 마음을 대변하여 설명했다.


모든 의문이 풀렸다는 표정으로 곽 경사는 수사일지와 펜을 내려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살인 동기를 들으며 곽 경사는 긴 숨을 내쉬었다.


* * *


이제는 새로운 사건을 위해 질문을 던질 시간이다.


곽 경사는 고심 끝에 주머니에서 사진을 하나 꺼내더니 탁자 위로 내밀었다. 예닐곱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 사진이었다.

“혹시 이렇게 생긴 아이 본 적 있으신가요?”


사진을 들여다본 세 친구는 모두 고개를 저으며 서로의 표정을 살폈다. 전혀, 모르겠는데요.


당연히 모르시겠지요. 그게 정상입니다. 곽 경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 하나만 해주시겠어요? 나중에라도 이 아이를 보게 되면 꼭 저한테 알려 주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저도 아까 들은 비밀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곽 경사의 제안에 세 친구는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세 친구는 흔쾌히 약속했다.




<2018.09.22 토요일 / 경기도 용인>


아침 일찍 규진은 대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할아버지가 남긴 메모에 적힌 강원도 영월을 향해 나서는 길이었다.


대문을 닫자 길 건너에서 크락션 소리가 울렸다. 자동차 운전석에는 유엔이 앉아 있었다.

“너 운전면허 있었어?”


“당연하지. 뒤에 타. 거기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유엔이 대답하는 동안 조수석에 앉은 시노가 바람개비처럼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하루 만에 또 봐도 반갑지? 나 이제 너희들 여행 가는데 빠지지 않으려고.”


규진이 헛웃음을 지으며 뒷좌석 문을 열었다.

“운전할 줄 알았으면 진작 말을 하지. 반년 동안 괜히 걸어 다녔잖아.”


“나한테 체력 훈련받은 덕분에 가평에서 용문까지 잘 달렸잖아. 약골 남자는 딱 질색이라고.”

유엔이 엄마 차에 시동을 걸며 씩씩하게 소리쳤다.


“혹시 힘들면 나한테 말해. 난 좀 다른 방법으로 체력 훈련 시켜줄 테니까.”

시노의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모를 모두 잃었지만, 시노는 슬픔을 희망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엄마의 죽음이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가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유엔 눈에는 아빠가 보인다고 하니 어딘가에서 다른 모습으로 잘 있겠거니 믿기로 했다. 게다가 자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아빠다.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도리다. 시노는 평소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주미는 누가 돌보고?”

규진이 안전벨트를 매며 시노에게 물었다.

“엄마들이 돌볼 거야. 우리 앞으로 엄마를 공유하기로 했거든.”


미숙아로 태어난 이부동생을 돌보는 건 시노에게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동생의 친부가 누군지 떠오를 때마다 시노는 몸서리가 났다. 시노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눈치챈 오은명이 주미 걱정은 하지 말라고 먼저 말해 주었다. 나나미에게 큰 빚을 진 오은명과 이희경은 주미의 엄마 노릇을 자청했다.


“엄마 둘에, 아들 하나 딸 셋. 난 좋아.”

규진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오누이 될 생각 없다니까. 시노 내비 찍어줘. 강원도 영월군 솔말안길 107.”


“그런데 여기 맞아? 가재리 새덕마을? 폐광의 아픔을 이겨낸 마을의 변신. 신비로운 푸른빛의 천연 염색? 규진, 우리 여기 가는 거 확실해?”

시노는 뒷좌석에 앉은 규진에게 핸드폰 검색 결과를 보여주며 물었다.


“나도 몰라. 일단 가보면 알겠지. 거기에 뭐가 있는지.”


“벌써부터 두근두근 떨리는 기분이야. 이번 기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않을 거야, 규진.”

시노의 웃음소리는 어둔마을의 아침을 환하게 밝히며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그동안 일곱 개의 바다, 첫번째 이야기 '염곡동 살인 사건'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단편 외전 몇 편을 올린 다음 2부 연재를 이어가겠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새덕마을의 비밀”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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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2부 5화. 다락방 비밀의 문 19.05.15 53 1 14쪽
102 2부 4화. 새덕 마을의 비밀 19.05.13 54 1 15쪽
101 2부 3화. 푸른 곤룡포 19.05.09 47 1 12쪽
100 2부 2화. 광산의 실 소유주 19.05.08 52 0 15쪽
99 2부 1화. 사고로 위장한 살인 19.05.07 57 0 13쪽
98 단편 외전-4. 유엔의 각성 19.05.02 60 1 13쪽
97 단편 외전-3. 사악한 빙의 (하) ※공포 주의※ 19.04.30 52 1 13쪽
96 단편 외전-3. 사악한 빙의 (상) ※공포 주의※ 19.04.29 62 1 13쪽
95 외전-2. 크고 예쁜 도토리 19.04.28 56 1 13쪽
94 외전-1. 죽은 자의 혼령 19.04.26 66 1 12쪽
» 32장 마지막 질문 (1부 최종화) 19.04.25 72 2 16쪽
92 31장 그녀가 있던 자리 (2) 19.04.24 72 2 14쪽
91 31장 그녀가 있던 자리 (1) 19.04.23 70 2 15쪽
90 30장 풀잎에 달린 이슬 (2) 19.04.21 71 2 15쪽
89 30장 풀잎에 달린 이슬 (1) 19.04.20 69 1 14쪽
88 29장 사건의 전말 (3) 19.04.19 83 1 12쪽
87 29장 사건의 전말 (2) 19.04.17 67 0 11쪽
86 29장 사건의 전말 (1) 19.04.15 73 1 12쪽
85 28장 염곡동 살인사건 (9) 19.04.12 76 0 13쪽
84 28장 염곡동 살인사건 (8) 19.04.10 64 0 13쪽
83 27장 박쥐 사냥 (3) 19.04.08 72 1 13쪽
82 27장 박쥐 사냥 (2) 19.04.05 83 0 12쪽
81 27장 박쥐 사냥 (1) 19.04.03 77 0 11쪽
80 26장 위험한 갈림길 (2) 19.04.01 73 0 13쪽
79 26장 위험한 갈림길 (1) 19.03.29 79 1 13쪽
78 25장 볼모가 된 세자 (3) 19.03.27 74 0 11쪽
77 25장 볼모가 된 세자 (2) 19.03.25 78 1 13쪽
76 25장 볼모가 된 세자 (1) 19.03.23 87 0 12쪽
75 24장 가짜 열쇠 (3) 19.03.20 8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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