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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엘프 빼고 다 나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boss1126
작품등록일 :
2021.08.26 21:04
최근연재일 :
2021.10.15 20: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084
추천수 :
35
글자수 :
199,397

작성
21.08.27 20:00
조회
167
추천
2
글자
12쪽

파렴치한.

DUMMY

이준은 달리며 주위를 둘러봤다.자신이 제일 높다고 판단한 거목 위에 쏜살같이 올라갔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작은 나무의 가지에 매달리는 것조차 힘들었겠지만, 이준은 절벽을 오르는 산양마냥 능숙했다.


“허허벌판이구만. 일단은 밤이 되기 전에 이곳을 빠져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군.”


이준의 눈앞에 끝없는 자연이 펼쳐졌다.

다시 나무로 내려온 이준은 냇가를 발견, 물이 흐르는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중······.


“배고프다.”


인간의 3대 욕구를 그 누가 이기리.


“숲이니까 뭐 야생의 짐승 하나쯤은 있겠지.”


말을 끝낸 후 나무 위로 올라가 나뭇가지를 밟으면서 다른 나뭇가지로 이동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에 인간의 중량을 버틸 수 없는 얇은 나뭇가지도 있었지만, 이준이 밟자 그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육체는 무수히 단련을 거듭하여 인간이 범주를 넘어선 것이었다.


“응! 저거는 머더 보어(murder boar)잖아!”


파르메라 대륙에서는 오러와 마력을 쓰는 야생의 동물들을 마수라고 불렀다.

마수들은 농작물의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위협하고, 심지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하였다.

그런 와중에 루그니카 왕국에서 산만 올라가면 자주 보이는, 저 마수가 나타났다는 것은 이준이 가지고 있는 복수심에 불을 지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류이준은 재빨리 나무에서 내려와 전투자세를 갖췄다.


“꾸르릉!”


머더 보어가 이준을 보더니 먹이감을 본 것에 희열을 느껴 포효를 했다. 몸길이 3m쯤 돼 보이며 입 주위에는 커다란 송곳니가 삐져나와 평범한 짐승이 아님을 알게 했다.


‘멧돼지처럼 생긴 것이 하는 행동은 황소나 다름없으니······.’


이준의 생각과 동시에 머더 보어의 입주위에 무형의 기운이 송곳니를 감싼다.

이내 앞발로 지면을 몇 번 긁더니 육중한 몸을 날리듯이 달려온다.

류이준은 안정감 있게 두 다리의 스탠스를 벌렸다.


“꾸르릉!”


또 한 번의 포효와 함께 점점 거리를 좁히는 머더 보어.

전투자세를 잡은 이준. 그의 자세는 일류의 무인처럼 아주 깔끔하고 정교한 자세였다.


“하압!”


기합과 함께 이준은 다가오는 머더 보어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정말 투박한 펀치였다.


퍼억!

일반인도 그냥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내지르기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그의 자세는 일류의 무인이 따로 없을 정도의 정교하며, 고품(高品)스러운 자세였는데 그런 자세에서 저런 펀치가 나오다니.

만약 이준에게 무술을 가르쳐준 스승이 있었다면, 저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흥! 잽도 안 되는 것이.”


이준은 재빨리 정성스레 잡은 머더 보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손에 예기를 담아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먹기 편하게 자르며, 강한 육체로 돌과 돌을 빠르게 비며 마찰을 이용해 불씨를 만들어,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고기가 이준의 입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류이준의 눈은 다른 곳에 있있다.


“음···. 뭐야 하얀티셔츠에 핏물이 묻어버렸잖아!”


이 남자, 딴 건 몰라도 빨래에 만큼은 진심인 남자였다.


‘나중에 계곡에 가면 표백초(漂白草)나 뜯어서 빨아야겠다.’


그렇게 대충 끼니를 채우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거목에서 본 계곡이랑 점차 가까워지자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하게 들리는 인간들의 목소리는 분명 파르메라 대륙 공통언어 포르테인 어 였다.

류이준의 표정은 점점 변했다.


‘여기는 파르메라 대륙, 즉 루그니카 왕국이 있는 곳이 맞다.’


그렇게 인간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기척을 최대한 숨기고 움직였다.

숲의 능선을 지나고 나무 위에 자리를 잡아 이준은 지켜보았다.


‘병사들이 대략 15명 정도로 보이네? 거대 마수를 잡기 위해 왔나?’


이준이 눈을 돌리자 다른 것이 보였고, 바로 표정이 굳었다.

그곳에는 여성 엘프 네 명과 남성 엘프 다섯 명이 밧줄로 손과 발이 묶인 채 수레에 실려 있었다.

이내 인간의 병사 한 명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너희 같은 노란머리 짐승을 살려주는 것을 감사히 여겨라.”


노란머리 짐승. 대부분 엘프는 금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어, 루그니카 왕국 전쟁 당시 엘프를 비하할 때 쓰는 말이었다.


“자 그럼 감사를 받아야 하니까 너!”


그 인간의 병사는 여성엘프 한 명을 지목했다. 쉬고 있던 병사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엘른. 그냥 조용히 있자. 프라틴 님이 오면 한소리 하실 거다.”


“테갈스. 프라틴 님이 그랬잖아.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테갈스는 비릿한 웃음을 보였다.


“에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한소리 하실 거다. 그러니 한소리 듣고, 그런 재밌는 건 같이 하자고 말하려고 하는데 왜 말을 끊는 거야.”


이내 테갈스가 엘른의 옆으로 이동하였다. 나머지 병사들은 상급자들의 눈치를 보듯이,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내 엘른과 테갈스는 각각 여성 엘프에게 일어서라고 손짓했다.

그 엘프는 자존심을 내세웠다.


“닥쳐라! 이 귀축같은 놈들아! 너희들은 병사가 되어 가지고서는 수치심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이냐!”


테갈스 그 엘프를 보며 비웃었다.


“하하하! 그래. 수치심? 네 말대로 귀축이니까 수치심이라는 것도 당연히 모르지. 그리고 지금 너희는 포로야. 승리자의 귀중품 같은 것이지. 입만 나불댄다고 뭐 이 상황이 바뀔 줄 알아? 흠! 표정을 보아하니 누가 구해줄 것 같은 표정이군.”


“퉷! 엘프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년이!?”


퍼억!


“이제 좀 조용해 지실려나? 나보고 귀축이랬지? 인간은 다 이래. 그러고 보니 네놈들을 구해주고 다녔던 인간도 있었지? 그 놈도 본성은 이랬을 거야! 그놈은 인간의 배신자니까! 카하하!”


“너희들은 배신이란 것을 밥 먹듯이 하듯 말하는구나!. 경멸스러운 족속들이야.”


“테갈스, 고작 엘프 따위와 뭔 얘기를 그렇게 즐겁게 해? 진짜 재미를 빨리 보자고.”


“이 년이 자꾸 자존심을 세우잖아. 마음 한 켠에선 도움을 외치고 있으면서 말이지. 크큭.”


이내 테갈스는 여성 엘프의 머리채를 잡았다.


“크윽!”


“엘프들이 예쁘긴 예쁘군. 그 놈이 구하러 다닐 만도 해. 어때 아직도 이 상황에 영웅이 나타나길 원해?”


“···우린 영웅 따윈. ······원하지 않아! 그리고 얼굴도 본 적도 없는 영웅에 기대지 않는다!”


“크크큭, 아직도 자존심 세우긴. 그 놈이 어떻게 생겼더라? 엘른, 자네 그놈 본적 있나?”


“아, 전쟁 중에 그 놈 부대에 배치된 적이 있지. 그렇게 특징 있게 생긴 놈은 아니었어. 비실거리게 생겼더군. 어떻게 생겼더라······.”


“그 배신자 놈은 인상에도 안 남는 얼굴이었나 보군?”


“그랬지. 키도 평범했고······. 얼굴은 우리랑 좀 다르게 생겼었지.”


“그거 좀 흥미롭네.”


“빨래에 환장하는 놈이었는데, 옷에 피 묻는 걸 싫어하면서, 늘 피칠갑하면서 나타났다고. 그래서 얼굴이 잘 기억 안 나는군.”


둘은 엘프의 옷을 천천히 벗기면서 즐겁게 수다를 떨어대고 있었다. 그때였다.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수다에 정신이 팔려 테갈스와 엘른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 이제야 생각나는 군! 별다른 특징은 없는데 말이야!”


“뭔데? 기가 막힌 특징이라도 있나?”


“머리카락이 검었어! 보기 드문 색이었는데···. 이런 야밤에 보면 숨기 좋은 색이더군. 그래 마치 저 수풀 사이에 칠해진 저 색깔 처······.”


엘른은 너무 놀라 그 다음 말을 내뱉지 못했다.

야밤도 아닌데 수풀 사이에 검은 머리에 붉은 피로 피칠갑을 한 사내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테갈스는 엘른이 경직된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엘른. 뭘 봤기에 그러냐? 히이익!”


테갈스는 엘른이 바라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기겁했다. 뒤에 서 있던 사내가 머리가 까매서 놀란 것도 아니었고 생김새가 특이해서도 아니었다. 이 대낮에 수풀 속에서 피칠갑해서 엘프와 군대에 나타나는 놈은 미친놈이거나 미친놈이 될 예정인 놈 밖에 없다는 게 테갈스의 가치관이었다.

그리고 뒤에 서있는 놈은 둘 다 해당했다.


“뭐······뭐야 저 미친놈은!”


사내는 피 묻은 셔츠를 만지작거리며 불만인 듯 툴툴거리며 말했다.


“오랜만에 손질하느라 내장을 터트려버렸잖아? 셔츠가 다 더러워졌군.”


테갈스와 엘른은 사내의 말을 듣고 상상해버렸다.


‘도···도대체 뭘 손질했다고? 내장??’


“근데 너희들은 뭐야? 바쁘지 않으면 표백초 좀 구해다주면 고마울 거 같은데.”


엘프들을 둘러싼 다른 병사들도 추잡한 짓을 멈추고 사내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비실댈 거 같은 외모와 달리 옷 이곳저곳에 검붉게 얼룩진 모습은, 어린아이도 울음을 뚝 그치게 할 정도에 모습이었다.

테갈스는 정신을 차리며 소리쳤다.


“······표백초라고? 세틴산맥에 표백초가 자라날 리가 없잖아!”


“아, 여기 세틴산맥이었어? 그거 고맙군. 근데 표백초가 없으면 곤란한데······. 너희들 팬티도 왜 그렇게 노랗냐? 며칠을 입었기에 세탁 안 해? 남에 팬티 빨아주는 취미는 없는데.”

테갈스와 엘른은 벗었던 바지를 엉거주춤하며 올리며 사내에 대한 경계를 놓치지 않았다.

엘른은 기겁하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검은 머리. 저 얼굴 본 적 있어, 저 놈이다······.”


“저 놈? 저 내장만 보면 흥분할 거 같은 놈과 아는 사이냐?”


“아니, 저놈은 고작 그런 미친놈이 아니야! 폭군에서 이제는 왕국의 왕녀를 유혹하고 잠자리를 가지려고 한 파렴치한이다!”


“뭐!? 그 파렴치한이라고 한다면!”


병사들은 모두 창과 칼을 꺼내들며 임전태세를 갖췄다.


“저놈이 바로 파렴치한 류이준이다!”


류이준은 그 순간 생각했다.

뭐? 왕녀를 유혹하고 덮치려 들었던 파렴치한이라고?

왕녀인지 모르고 말 좀 걸고 했던 게, 어찌 이렇게 와전된 것인가?

물론 처음에 상상은 많이 했었는데······.

루그니카 4세가, 4살짜리 어린애도 안 믿을 거짓말을 퍼트리고 다닌 건가!


“무슨 오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성인이면 4살짜리 어린애도 안 믿을 거짓말을 믿으면 안 되지.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이 대낮에 피범벅이 돼서 나타난 미친놈 말에 귀 기울일 사람이 있겠냐!”


“대낮부터 발정 난 너희 보다 낫지.”


“놈은 파렴치한 류이준이다! 지금 당장 사로잡아라!”


테갈스의 고함에 병사 일부가 몰래 뒤로 돌아 석궁을 쏘았다. 물론 이준은 눈치는 채고 있었다.

그저 신경을 안 썼을 뿐이지.

화살이 이준의 뒤를 노려 날카로운 파공음을 흩뿌린다.


팅!

화살이 이준의 몸에 닿았는데 금속음이 울리며 튕겨져 나가버린다.

무기란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발전하고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 예리한 촉은 인간을 죽이기는커녕 상처하나 만들지 못했다.

다만 옷이 상처 날 뿐.


“이제부터 이 피들을 씻으며 흥겹게 세탁할 생각을 했던 내가 바보였군.”


그는 분노했다.

자신의 빨랫감에 구멍이 뚫려 더 이상, 빨래를 할 가치가 사라진 게 화가 나서도 아니었다.

그런 유치한 이유는 정말 말이 안 된다.

그가 분노 한 이유는······.


“내 빨랫감을 쓰레기통에 넣게 만들다니. 용서할 수 없구나.”


역시 빨랫감에 구멍이 뚫려서가 맞았다.

그는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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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가위바위보. 21.09.16 37 0 12쪽
16 자치령에 영주. 21.09.15 36 1 11쪽
15 아틸란 자치령. +1 21.09.14 42 1 15쪽
14 꿀밤 딱 대! 21.09.13 42 1 11쪽
13 마을로 들어가자. 21.09.10 45 1 11쪽
12 무릇 기사란 정의의 편에 서는 것. 21.09.09 46 1 13쪽
11 구해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21.09.08 5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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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따라가 볼게요. 21.09.06 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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