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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엘프 빼고 다 나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boss1126
작품등록일 :
2021.08.26 21:04
최근연재일 :
2021.10.15 2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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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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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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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번째 복수 (4)

DUMMY

검이라는 것은 형태가 분명해, 휘두르거나 찌를 때마다 각도의 제한이 있다. 하지만 라인츠가드에 검은 그러하지 않았다.

분홍빛의 검화가 형태가 없이 나풀거리며 검날이 꺾여 예측할 수 없는 각도에서 영롱한 칼날의 자태를 보여준다.

그녀의 오러의 최종단계인 개화 종식.

수많은 칼날의 꽃잎들이 형태를 계속 유지해 자유자재로 검날의 모양을 변형한다.


“류이준. 그러니까 간수를 잘하지, 그랬으면 내 손에 네놈의 고양이가 죽을 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야.”


라인츠가드가 이준을 압박하며 비웃었다. 그녀의 칼날은 너무나 다채롭다.

또한, 그녀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칼날의 꽃잎들이 사방으로 튀어 분홍빛의 참격이 전신을 갈가리 찢기게 만든다.

그렇듯. 공격을 막는다고 해도 흩날리는 칼날로 인해 막을 수 없는 검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준은 그녀의 공격을 잘 무마시키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벌써 갈가리 찢기고도 남을 것인데, 그는 쏟아지는 칼날은 외류오러로 무마시키고, 본체의 칼날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막고 있는 것이다.

막는 데에 급급하지만 말이다.

물론 저런 식의 싸움은 오러를 각성한 자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권능은 권능끼리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루그니카의 상식이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자신의 외류오러가 저 여파로 쏟아지는 칼날보다 강도를 높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오러의 소모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러의 양은 한정된 만큼,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러의 소모가 많아지며 스스로 죽음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대한 양을 가지고 있는 이준만이 할 수 있는 전법이다.

이준은 인상을 쓰며 다양한 각도에서 나오는 칼날들을 받아치며 반격의 틈을 찾고 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라인츠가드의 수많은 꽃잎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이준은 참격을 날려 그 해일을 파헤쳐 틈을 만든다.


“하지만 확실히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거 같아.”


라인츠가드가 검을 역수로 쥐었다. 이내 흩어진 해일이 다시 변형하여 지면을 찢어발기며 모래쓰나미가 되어 덮쳐온다.

이준은 원을 그리며 보랏빛의 예리한 권능을 쏘아낸다.


“네년한테만큼은 복수는 그저 서두일 뿐이고 내 개인적인 감정이 더 앞서는 것을.”


콰콰콰쾅!

파괴와 파괴가 만나 주변을 헤집어 놓는다. 거의 천재지변이 왔다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파괴는 라인츠가드가 우세했다.

이준은 저 멀리 날아가 경갑이 전체적으로 손상을 입고 온 전신이 자상의 상처들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크윽.”


신음을 흘리며 그가 얼굴에서 조금씩 흐르는 피를 닦으며 일어난다.

라인츠가드는 비릿한 표정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네놈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별로였나? 개인적인 감정이 이리 약해서야. 그때 네가 보는 앞에서 난도질했으면 상황이 살짝 달라졌으려나? 하하하하하!”


이준의 눈빛이 살기로 뒤덮였다.

고양이 하나로 이런 악연이 되었고 그것이 개인적인 악감정이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분명 이해 못 할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누가 봤을 때는 정말 필요 없는 물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물품이 아주 소중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이라고 하지만 누군가에는 감정을 건드리는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듯. 라인츠가드의 행동이 이준의 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가족같이 키우는 반려묘를 자신이 싫다고 직접 죽이는 행위를 존중해야 하는가?

즉 라인츠가드는 정상적인 사람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굳이 존중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가치관이 다르면 사람이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분명 라인츠가드와 이준의 싸움은 언젠가는 또 발생했을 것이다.


“정말. 화를 잘 돋구는구나.”


이준은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그래. 이유 따위가 너한테는 이해 못 할 상황일 수 있지.”


공감을 할 수 없다면 당연하다.

하지만 과연 이 같은 상황을 똑같이 겪으면 과연 이해 못 할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

인간은 항상 만약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그럼 당연히 질문자에 눈치를 살피며 자신을 최대한 깎아내리지 않는 선에서 위선적인 대답을 한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실제로 같은 상황에 부딪히면 더하면 더했을 것이다.

이준은 말을 이었다.


“그래. 여기서 그 끝을 맺자.”


그의 몸에서 보라색 오러가 폭발하듯이 넘쳐 파문을 형성한다.

라인츠가드도 분홍색 오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증오다! 그 증오를 나에게 보여달라고 류이준! 갈기갈기 찢어 발겨주마!”



&


루그니카의 명문 검가, 템페스트 가문에서 태어난 라인츠가드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검술을 배웠다.

그녀의 아버지 베른텔이야말로 검성이라는 칭호가 어울릴 만큼 엄청난 검술의 천재였기 때문이었다.

라인츠가드는 그렇게 어린나이에도 불과하고 엄청난 실력을 자랑했다.

모든 귀족이 새로운 제2의 검성이 탄생했다는 말이 오갔다.

하지만 그녀의 실력에는 남모를 비밀이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라인츠가드를 낳고 그 자리에서 생을 다했다. 물론 라인츠가드의 아버지는 명가인 만큼 다른 가문에게 재혼 권유가 많이 들어왔다.

그는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오직 그녀. 한 사람만을 품겠소.


원래 귀족이라면 첩을 데리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인데 그는 진정한 명문 검가 다운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베른텔은 가문을 이을 사람은 자신의 딸. 라인츠가드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혹독하게 딸을 교육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라인츠가드는 그저 꽃을 보고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나 다름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잖니 한심스럽고도 딸이 점점 밉기 시작했다.

그렇듯. 라인츠가드는 검가에 태어나 평범한 여자다운 삶을 가지는 것은 절대 가능할 리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훈련이 혹독했기 때문이다.

베른텔은 절대 자신의 가문에 흠집을 만들 수 없었다.

또한 그는 라인츠가드를 보살피고 훈련을 시키며 깨달았다.

자신은 딸을 사랑하지 않다는 것을.

또한, 라인츠가드를 보고 있으면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그것이 분노로 바뀐다는 사실을.

그저 자신의 딸이 아닌, 아내의 부산물인 것처럼 생각하였다.

베른텔은 그렇게 외로움을 달래려고 어느새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라인츠가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안 느낄 수가 없었다.

항상 자신을 딸이 아닌 남을 보는 듯한 눈으로 대했으며, 오히려 고양이를 보는 눈이 더 자식을 대하는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라인츠가드는 아버지가 키우는 고양이를 만지다 자신의 몸에 알레르기가 일어난 것으로 앓아누웠다.

그녀는 내심 아버지가 걱정하는 시늉이라도 바랬지만 그런 것은 일절 없었다.

이 한 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그 육체는 검가에 어울리지 않는구나. 한심스럽기 짝이 없구나.


허탈했다.

자신은 아버지 베른텔이 하자고 하면 다 했다. 그 힘든 훈련도 불만 없이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은 차갑게 대하며 그 한낱 동물 따위를 따뜻하게 여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라인츠가드는 어느덧 아버지를 뒤이을 만큼의 검술 실력이 되었다.

하지만 점점 베른텔은 폐인이 되듯 방 안에 들어가 고양이들만 보며 지냈다.

라인츠가드는 점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살의가 끓어올랐다.

물론 후레자식이나 할 생각이지만 당연한 결과다 베른텔은 라인츠가드를 딸처럼 대하지 않았고, 그녀를 평범하게 돌봐주는 것은 가문에 있는 하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여태껏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켰다.


‘여태껏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있어서 도대체 무엇입니까!?’


베른텔은 영혼 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마. 나의 아내를 다시 살릴 수야 있다면 너 따위 낳지도 않았다. 넌 그저 하나의 부산물일 뿐이다. 어서 방에서 나가라 훈련 이외에는 보기도 싫다.’


그전까지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육체단련과 검술에 관한 것들만 얘기해주었다. 본심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라인츠가드는 아버지가 왜 계속해서 남을 보는 듯한 눈빛을 하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너무나 한심스러워 보였다.

검성이라는 사람의 뒷모습은 너무나 바보스러웠기 때문이다.

또한, 그토록 말하는 검가의 본모습은 너무나 추해 보이기 짝이 없었다.

순간 방에 있던 고양이가 라인츠가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잽싸게 손으로 쳐버렸다.

고양이는 신음을 흘리며 땅바닥에 처박혔다.

베른텔은 순간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딸에게 일격을 가했다.

그런 살기는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그대로 그 일격을 맞고 쓰러졌다.

베른텔은 순간 정신이 제대로 돌아왔는지 입을 열었다.


‘방을 나가라고 하지 않았더냐!’


라인츠가드는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친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괜찮냐고 하는 모습을.

딸이라는 사람에게 살기를 들어내 때리고서 고작 하는 행동이 고양이의 걱정이라니···.

라인츠가드는 가문의 성에서 사는 동안 고양이 때문에 앓아누운 적이 많았다.

물론 한 마리라면 넓은 성이라 어떻게든 조심하면 되는 것인데 점점 여러 마리로 늘어나 조심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작 자신은 앓아누웠는데도 신경 써주지 않고 그저 저 눈에 거슬리는 동물 따위를 더 아끼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오히려 괜찮아. 죄책감이 없을 거 같으니 말이야.’


그 일이 있었던 후 베른텔은 집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물론 고양이들도 사체로 말이다.

모든 것은 라인츠가드가 한 짓이었다.

루그니카 전역에 검성이 죽었다는 얘기가 퍼졌다.

국가의 엄연한 전력손실이라도 해도 되겠다.

또한, 다른 귀족들이 믿을 수 없는 소리라고 했지만 금방 수그러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인한 검성이 누구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그렇다면 자살밖에 없는데. 베른텔은 아내를 못 잊어 마음의 병이 생긴 것은 다 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아주 심했다는 것도 말이다.

시신의 경우는 라인츠가드가 직접 처리했다.

마지막 가는 길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해주고 싶다고 하면서 말이다.

귀족들은 라인츠가드를 보며 진정한 검가의 영애다운 모습이라고 극찬을 하였다.

검가의 이미지, 자신의 이미지를 모두 지켜낸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아버지를 죽이고서 많은 것을 얻었다.

오러라는 것을 각성하고, 왕국의 기사단장이라는 막중한 신분까지 말이다.


&


라인츠가드의 분홍빛 검화가 이준의 사방을 점유해 공격을 끊임없이 퍼붓고 있었다.


“곧이다. 곧! 이 자리에서 넌 사지를 잘리고 살려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네놈의 동료가 잔인하게 죽는 모습을 보면서!”


분홍빛 잔날들이 허공을 수놓아 닿는 부위를 도려내려고 한다.

이준은 전신의 외류오러를 강화시킨다.

그의 전신을 덮는 보랏빛 막이 더욱더 일렁거렸다.

저 정도의 오러가 몸을 잔류하려면 엄청난 소비가 필요하며 장기간 전투시 막대한 손해를 가져다주는 것인데 이준은 서슴없이 권능을 낭비라고 할 정도로 뿜어내고 있다.


“넌 날 절대 못 이겨. 상성상 내가 유리하거든.”


이준은 라인츠가드의 검격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간다.


“반월참!”


이내 허공에 검격을 그어 초승달 형태의 참격이 뻗어나간다.

그 일격과 함께 그가 달려든다.

형태가 없는 오러의 칼날이 초승달을 잘게 잘게 썰어버리고 이어 달려오는 이준을 향해 번뜩인다.

하지만 라인츠가드의 흩날리는 칼날들은 이준의 몸을 상처입히지 못했다.

이어 보랏빛 섬광이 라인츠가드의 심장을 노린다.


캉!

금속음이 울리며 갑옷의 파편이 흩날리며 라인츠가드가 저 멀리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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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뜻하지 않은 만남. 21.09.23 27 1 10쪽
21 라고니아 호수. 21.09.22 31 1 12쪽
20 지룡 토벌. 21.09.21 35 1 11쪽
19 연구결과. 21.09.20 34 1 12쪽
18 라인츠가드. 21.09.17 33 1 13쪽
17 가위바위보. 21.09.16 37 0 12쪽
16 자치령에 영주. 21.09.15 34 1 11쪽
15 아틸란 자치령. +1 21.09.14 40 1 15쪽
14 꿀밤 딱 대! 21.09.13 41 1 11쪽
13 마을로 들어가자. 21.09.10 43 1 11쪽
12 무릇 기사란 정의의 편에 서는 것. 21.09.09 46 1 13쪽
11 구해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21.09.08 51 1 12쪽
10 초기자금. 21.09.07 55 1 10쪽
9 따라가 볼게요. 21.09.06 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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