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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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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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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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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80. 대머리가 그놈이다 2

DUMMY

4.


“일어나!”


칼끝이 남자의 목을 건드렸다.


“일어나라고!”


반응이 없자 땡초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날카로운 칼끝은 남자의 목 위로 보기 싫게 자리 잡은 주름 근처에 작은 상처를 냈다.


“흐으읔···.”


곯아떨어졌던 남자는 소리에 놀란 건지, 아니면 고통에 반응한 건지 벌떡 일어나 앉는다.


그리고 한 손으로 목을 움켜잡았다.


손에 피가 흥건히 묻어나오자 남자의 얼굴은 금세 사색이 되었다.


당황한 그의 눈이 땡초를 응시했다.


“누··· 누구···야?”


그리고 다시 땡초가 쥔 칼끝으로 떨어진다.


잠이 달아난 그의 눈은 금세 공포로 가득 차올랐다.


땡초는 교체용 범퍼가 쌓여있는 곳 옆에 엎어진 접이식 의자 하나를 가져와 세웠다.


그리고 그 위에 걸터앉아 남자를 노려보았다.


손에 들린 사시미칼은 여전히 어딘가를 노리고 있는 것처럼 흔들거렸다.


“내가 누군지 알잖아?”


차가운 땡초의 음성이 어둑한 바닥에 깔렸다.


남자는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하지만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땡초는 피식 웃은 후 자신이 넘어온 화장실 쪽을 돌아보았다.


“지리산 바비큐!”


식당의 이름을 대자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시 기억을 더듬는 것 같더니 이내 뭔가가 생각이 난 듯 표정이 살아났다.


“···옆자리?”


땡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까··· 제가··· 실례를 했다면··· 죄송합니다.”


의외의 말에 땡초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눈을 찡그리며 이해 못 하는 얼굴을 하자 남자는 다시 말했다.


“아까··· 소주잔을··· 함부로 가져가서···.”


땡초의 입가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번졌다.


재미있는 놈이네, 하는 생각과 함께 칼끝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한번 쓸어 넘겼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빼 입에 물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일회용 라이터를 집어 불을 붙였다.


주변이 갑자기 확 밝아지면서 땡초의 얼굴이 순간 드러났다.


음산하면서도 위압적인 분위기.


그 분위기는 남자를 움츠러들게 했다.


땡초는 남자의 얼굴을 일방적으로 노려보았다.


일부러 아무 말 없이 보는 게 상대를 더 압박한다는 걸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다가 불쑥 묻고 싶은 말을 던진다.


“아반떼 박살 내고 찾아온 새끼들··· 지금 어디 있어?”


땡초는 타들어 가는 담배를 털었다.


재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빨간 불꽃이 깜빡였다.


남자는 마른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꿈틀대면서 한 손으로 누르고 있던 부위에서 피가 조금 배어 나왔다.


“무··· 무슨··· 말씀인··· 지···.”


남자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이었다.


땡초는 빙글빙글 돌리고 있던 칼로 빠르게 남자의 종아리를 지른다.


“허어엌···.”


남자의 몸이 앞으로 굽혀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댄 자세가 되었다.


목을 쥔 손에 이어 나머지 한 손도 종아리의 상처 부위를 감싸는 게 애처로워 보였다.


“장난해?”


땡초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뱉은 후 남자에게 바싹 다가가 쪼그리고 앉았다.


“다 알고 왔어. 네놈이 몰래 수리해 준 거. 똑바로 말 안 하면 토막 내서 묻어버릴 거야.”


남자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 저는 모··· 모릅···.”


다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번엔 땡초의 손에 들린 담배꽁초가 그대로 남자의 어깨로 날아들었다.


치지이이익!


“하으으으으읔···.”


남자는 고통에 괴로워하며 바닥을 굴렀다.


땡초는 입가에 흐린 미소를 그리며 남자의 몸을 계속 따라간다.


손에 들린 사시미칼은 언제든 돌진할 준비가 된 양 깔딱거렸다.


남자의 머리 위로 땡초의 한쪽 발이 올라갔다.


“빨리 말해! 말하면 여기서 끝내고 조용히 돌아갈 거야. 안 그러면 너 손가락부터 하나하나 자르기 시작할 거고···.”


칼이 남자의 얼굴 옆으로 다가왔다.


강한 경련과 함께 흐느끼는 소리가 남자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사··· 살려··· 살려 주십시오!”


땡초는 남자의 머리채를 쥐고 일으켜 앉혔다.


반쯤 실성한 눈빛에서 생기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땡초는 거의 꽁초만 남은 담배를 힘껏 빨더니 연기를 남자의 얼굴에 뿜었다.


칼이 다시 남자의 목으로 다가왔다.


“자··· 잠깐만요! 모··· 모텔에 있어요. 여기서··· 반대편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등산 금지구역 푯말이 나오는데··· 그 근처에 산장모텔이요···.”


땡초의 입이 가로로 길게 찢어졌다.



5.


카센터를 나오자 비는 그쳐 있었다.


반대편 국도를 타고 차를 달리는데 남자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괜히 살려뒀나?”


잔뜩 겁을 주긴 했지만, 놈들에게 다시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또 수포로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땡초가 남자를 살려준 건 뜻밖의 정보 하나를 더 말해줘서였다.


‘사과 박스요? 네··· 있었어요. 두 개! 두 개였어요··· 틀림없이 두 개요! 대머리가 손수레에 실어서 옮겼어요.’


땡초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핸들을 슬슬 흔들면서 생각했다.


왜 두 개일까?


하나는 어디로 간 거지?


지배인이라는 놈하고 나눈 건가?


박스가 셋이니까, 한 놈당 하나씩···.


그렇게 나누기로 하고 만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깡수가 나타나서 죽여버린 건가.


아니면···.


어쩌면 돈 외에 다른 목적이 또 있어서 지리산에서 만났던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이어지자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산장모텔을 벗어나자마자 스나이퍼 박은 전화를 걸었다.


“구 씨! 지금 어디요?”


운전대를 쥔 채로 통화까지 하면서 부주의하게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이 불안하기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코너 길에서 급회전할 때마다 신 기자는 조수석 손잡이를 꼭 붙든 채 기겁한다.


여러 번 째려보면서 눈치를 줬음에도 전혀 반응이 없자 신 기자의 짜증이 마침내 폭발한다.


“아니, 운전하는 사람이 자꾸 어딜 돌아봐요? 우리가 들이받은 그놈처럼 벼랑 밑으로 굴러떨어지고 싶어요?”


하지만 들은 건지 아닌지, 스나이퍼 박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다.


“도착했다는군. 아까 문자로 보낸 장소에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있으라는데···.”


잔뜩 기대에 찬 스나이퍼 박의 얼굴에서는 광채가 발했다.


마치 환전을 무사히 마치고서 희망의 도시 블라디보스토크 향 배를 타러 항구로 달려가는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저런 식의 오버액션으로 일을 그르친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신 기자는 예전부터 자꾸만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상념을 또 떠올렸다.


조선족 환전상!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정말로 조선족인지도 모르고.


모르는 것투성이의 남자··· 아니, 어쩌면 여자?


신 기자는 스나이퍼 박을 돌아보았다.


“그 사람이요··· 정말로 믿을 만 한 사람인가요?”


여전히 주의 산만하게 운전하는 스나이퍼 박은 웬일로 바로 대답을 한다.


“하아··· 또 왜 이러시나? 걱정 붙들어 매시라니까···.”


신 기자의 고개가 다시 창 쪽으로 돌았다.


히유.


소리가 나지 않게 긴 한숨을 내쉬자 창문이 뽀얗게 흐려졌다.


그래도 모텔을 나서기 전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져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킨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의견이란 게 바로, 일단 현금 일억만 들고 나가자는 것.


혹시라도 두루뭉술한 안개 같은 환전상에게 뒤통수를 맞아 있는 걸 다 털리느니···.


이렇게라도 해서 리스크를 피하자는 신 기자의 생각은 스나이퍼 박의 비웃음을 샀다.


사내답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환전상이 먼저 밀당을 던지며 간을 보고 있었기에, 이쪽에서도 어떻게든 대응은 해야 했다.


결국에 그는 뾰로통한 낯으로 마지못해 응하고 만다.


쇠통바위와 약수터, 그리고 터미널로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하자 스나이퍼 박은 잠시 차를 세웠다.


도로 바닥을 때리는 빗물에 생긴 수증기가 전방 시야를 잔뜩 가리고 있었다.


“이 근처인데···.”


스나이퍼 박은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더니 쇠통바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접선 장소로 보이는 곳에 도착한 건 그로부터 십여 분 후였다.


입산통제구역 푯말이 보이는 으슥한 막다른 길에는 큰 나무의 그림자가 주변 빛을 다 차단하고 있었다.


스나이퍼 박은 그 그림자의 끝자락에 차를 대더니 바로 좌회전 깜빡이를 켰다.



6.


안개를 뚫고 상향등 빛이 두 번 깜빡였다.


긴장 속에 있던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왔나 보네요.”


신 기자가 속삭이자 스나이퍼 박이 천천히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다가오는 차는 흰색 벤츠였다.


마침 이렇게 접선할 때 안개가 낄 거라는 걸 알고서 나온 듯 차의 색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벤츠는 천천히 다가와 두 사람이 탄 차에 붙었다.


그쪽도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환전상의 얼굴이 드러났다.


순간, 뜨끔 놀란 신 기자는 몸을 움찔 떨었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짙은 눈썹 문신.


얼굴 전체를 비스듬히 가르는 칼자국.


그리고 한쪽 눈이 이어야 할 자리엔 말간 유리구슬이 박혀있었다.


일단 이 정도만으로도 상대에게 공포를 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평범한 외모는 아닐 거라 예상은 했었는데, 저 정도일 줄이야.


신 기자는 자꾸만 마른침을 삼켰다.


반면, 스나이퍼 박은 죽마고우라도 오래간만에 만난 듯 호들갑이다.


“구 씨! 오랜만이요. 신수가 훤해졌어. 전보다 더 젊어진 거 같은데··· 하하핫!”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니··· 뭘 보고서 저런 말을 지껄이는 걸까.


신 기자는 머리를 흔들면서 시선을 돌려 버렸다.


구 씨라는 환전상은 신 기자와 같은 생각인지, 상대의 쓸데없는 말을 바로 끊어 버린다.


“돈 좀 봅시다.”


서늘한 음성.


말미의 미묘한 떨림.


조선족이라고 하더니 사투리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 생활을 꽤 오래 했다는 얘긴데···.


남자의 이러저러한 배경을 추리하던 중에, 스나이퍼 박은 또 호들갑을 떤다.


“아이··· 뭐 그리 급하시나. 인사나 좀 하고 안부나 좀 묻고···.”


그러자 구 씨가 또 말을 끊는다.


“내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요.”


하는 수없이 스나이퍼 박은 신 기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 기자는 뒷좌석에 있던 봉투를 건네주었다.


스나이퍼 박은 그 봉투의 주둥이를 열어 운전석 창밖으로 내밀었다.


상대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뭐야? 왜 이거밖에 없어? 스무 개라면서?”

“하하하··· 아이, 놀라지 마요. 그게 보기보다 꽤 양이 돼서··· 가지고 다니기가 좀 그래요···. 나머지는 우리하고 같이 가서 보면 돼요.”


스나이퍼 박이 봉투를 든 손을 잠시 치우자 구 씨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원래 험악하던 얼굴이 더 흉악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뭐야? 지금 나하고···.”


이번에는 스나이퍼 박이 구 씨의 말을 자르면서 맞섰다.


“돈은 확실하니까 걱정 마시고··· 그나저나 그쪽도 비트코인이나 보여줘요.”


생글대는 스나이퍼 박의 얼굴을 노려보며 구 씨가 뭔가를 중얼거렸다.


입 모양을 보니 욕설인 듯했다.


구 씨는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보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는 엄지로 화면 어딘가를 연신 눌러댔고, 곧 두 사람 앞에 숫자와 영어가 섞인 화면을 들이댔다.


스나이퍼 박의 눈썹이 꿈틀 춤을 췄다.


“자, 그럼 우리하고 같이 가실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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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6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5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8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1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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