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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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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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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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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DUMMY

1.


마포 광역수사대


파견 나온 지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


조 팀장은 당장이라도 정 의원을 덮칠 것 같더니만, 왠지 계속 뜸만 들이고 있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신중히 처리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조 팀장 자체의 업무 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지나친 완벽주의자!


김 경장은 자기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파티션 너머 조 팀장을 보았다.


확보한 자료를 보고 또 보고.


검증된 증거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물어봤던 걸 묻고 또 물어보고···.


조 팀장은 오늘도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김 경장은 다시 자리에 앉아 전산망에 올라온 업데이트 정보를 쭉 훑어보았다.



=======


<산장모텔 살인사건>

1. 사망자

- 구천회(42, 조선족 환전상, 수원 길림물류 운영). 모텔 정문 출입 기록

- 땡초(37, 정일도 의원 수행직원). 모텔 창문 진입 흔적


2. 사망원인

- 구천회: 목 부위 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 땡초: 둔기에 의한 후두부 가격


3. 살해흉기

- 장도리(구천회 지문 다수)

- 사시미칼(땡초 지문 다수)


4. 투숙객

- 남성 2인(평범남1, 민머리1 / 숙박부 가명 사용)

- 외출 통보하고 사라짐. 도주 경로 파악 중


5. 모텔 주변 확보 증거

- 벤츠(흰색): 모텔 앞. 차주 구천회

- BMW(검정): 모텔 진입로 초입. 차주 땡초

- 우비 1벌: 모텔 건물 뒤편 바닥. 땡초 DNA 일치



<바비큐 식당 부근 차량 충돌사고>

1. 사망자

- 깡수(33, 땡초 부하)


2. 사망원인

- 차량 충돌과 추락으로 인한 두부 손상 및 심장 쇼크 추정(부검 의뢰 중)


3. 사고차량

- 가운데 차: YF 소나타(차주: 김화식. 사라져서 위치 추적 중. 블랙박스 분실)

- 충돌 차: 확인 중

- 추돌 차: 벤츠(차주: 깡수, 블랙박스 X)


4. 충돌상황

- 가운데 차를 앞(충돌차)ㆍ뒤(추돌차)에서 동시에 들이받은 것으로 보임



<입산금지구역 부근 버려진 차>

1. 차종: K3(렌터카)

2. 렌트 거래자: 박종팔(48, 프리랜서 사진사, 추적 중)

3. 특이사항: 트렁크에서 20억 상당 현금 발견(사과박스 2개)



<토사에 쓸려 내려온 돈>

1. 금액: 7억가량

2. 특이사항: 이마트 비닐봉지에 소분 밀봉. K3 사과박스 돈과 같은 띠지



<충돌사고 근처 시신 발견>

1. 신원: 미상(지문&DNA 확인 불가)

2. 사망원인: 총상(가슴1, 배1)

3. 사용탄환: 수렵용 엽총탄

4. 특이사항: 승복, 긴 머리, 현금이 든 가방(3억 원 가량)과 핸드폰 지님(총격으로 인한 파손, 복구 불가)



<수원 길림물류 앞 현금 살포 사건>

1. CCTV 정밀분석 중

2. 당시 현장 있었던 사람 추적 중

3. 특이사항: 돈의 띠지 모양이 상기 증거와 동일

4. 사무실 증거확보: 갬블 테이블, 갬블칩, 거래장부 다수

5. 사장 구천회 명의의 금융&가상자산 계좌: 동결조치


=========



“에고··· 오늘도 그대로군!”


하품을 늘어지게 한 김 경장은 인터넷을 접속해 포털 연예뉴스를 읽었다.


그동안 조 팀장이 물어봤던 건 성심성의껏 다 대답해 주었다.


그래, 제법 사이즈가 크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사건이다.


젊은 나이에 이런 사건 한번 제대로 리딩해서 윗선에 눈도장 찍히고 고속승진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나···.


김 경장은 상상을 하다말고 고개를 젓는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지원 목적으로 파견 나와 있는 시골 경찰.


괜히 큰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건 바라지 않는다.


그는 그저 안전한 민물에서 유유자적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복지부동의 공무원이다.


김 경장은 아직도 자신의 ‘워라벨’을 무참히 깨뜨린 소장을 생각하면 머리가 뜨거워진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적당히 삐대다가 서울에서 좋은 거 많이 구경하고, 또 맛난 거도 많이 먹고, 그러다 돌아가면 되는 거지 뭐···.”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니 답답하던 마음도 홀가분해졌다.


그때 갑자기···.


조 팀장의 자리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뭐? 지금 위치 어디야? 알았어··· 야, 다들 출동해!”


한 무리의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는 통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무슨 일이냐고 물을까 하다가, 그들을 이끄는 조 팀장이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 같자, 그만두었다.


김 경장은 다시 조용히 연예뉴스에 눈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안빈낙도···.”



2.


퇴근 시간 무렵.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경찰들이 돌아왔다.


조용하던 광수대는 그들이 들어오자 다시 왁자지껄 시장바닥처럼 변했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조 팀장은 수갑을 채워 온 누군가를 자기 자리 앞에 앉히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김 경장의 자리에서 벨이 울렸다.


그가 전화한 걸 뻔히 알고 있었지만, 그쪽을 보지 않고 수화기를 들었다.


“네, 김인창 경장입니다.”


좀 보자는 말이었다.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지는 게 뭔가 큰 거 하나를 문 모양이었다.


그때야 김 경장도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궁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조 팀장이 잡아 온 자는 길림물류 직원이었다.


“돈 뿌린 날 말이에요··· CCTV도 흐리고, 뿌린 놈들뿐 아니라 주운 놈들도 순식간에 사라져서 애를 먹었는데, 이놈이 바로 그 주운 놈들 중 하나네요.”


하얗게 탈색한 머리에 하얀 피부, 또 희미한 눈썹에 생기 없는 눈동자.


그런 외모 때문인지 다소 환자처럼 보이는 놈이었다.


수갑 찬 손은 손수건 같은 걸로 가리고 있어서 특유의 번쩍임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름은 황재정, 27살. 길림 출신. 일하러 들어왔는데, 비자만료 후에도 안 나가고 버티는 중이네요.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서 대마를 피우고 행패를 부리다가 잡혔어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 얼굴이어서인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김 경장은 그의 눈동자 주위가 살짝 발그스름한 걸 확인한다.


“신분증을 제시하는데 길에서 주운 걸 내밀었대요. 사진이랑 안 맞고, 또 조회해 보니까 이상해서 질문이 계속 이어지던 중에 경찰을 밀치고 도주했어요.”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지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 경장은 반바지 차림인 그의 무릎에 난 상처를 보았다.


아마도 검거 중에 다친 것일 테다.


“잡고 보니까 이놈 몸에서 명함이 나왔는데, 길림물류 구천회 명함이었어요. 그리고 핸드폰 통화기록 조회를 해보니까···.”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 경장은 눈썹이 꿈틀댔다.


뭐야?


우르르 몰려 나가더니만, 달랑 얘 하나 잡아 온 거였어?


아니지··· 직접 잡은 것도 아니고 다른 데서 잡아서 조사한 거 그냥 인계만 해온 거지.


그리고 뭐가 이리 오래 걸려?


예산과 인력이 충분한 곳에서 이러고 있는 모습이 좀 어이없었다.


속으로 혀를 차는데, 조 팀장은 그걸 느끼지 못하는 건지 계속 말을 잇는다.


“···흐음, 대부분 다 구천회하고의 연락이었어요.”


김 경장의 얼굴이 짜증으로 막 굳어지려 할 때였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추가 취조를 하려고 합니다. 분명히 여죄가 더 나올 거라고 봐요. 저희랑 함께 취조에 협조해 주십시오.”


뜨끔, 놀란 김 경장이 저도요? 라고 막 물어보려던 찰나였다.


조 팀장이 빠른 움직임으로 옆에서 의자를 하나 당겨와 자기 옆에 붙였다.


“어···!”


당황한 김 경장은 어쩔 수 없이 옆에 붙어 앉는다.


근 보름만이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수사에 개입시킨 게.


이전까지는 그저, 파견 나온 차원에서 정보나 공유하고 지원이나 하는 정도였는데···.


그리고 김 경장도 딱 그 정도까지만 생각하고 임하고 있었는데···.


돌아갈 날만을 생각하며···.


유유자적과 안빈낙도를 꿈꾸며 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태세전환일까?


김 경장이 의아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데, 조 팀장은 어느새 그의 앞에 노트북까지 놔주었다.


가벼운 한숨과 함께 그룹웨어에 로그인하자 바로 조 팀장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저놈이 숨기고 있는 결정적인 증거들을 최대한 털어내야 합니다.]


김 경장의 눈앞에서 산내의 아름다운 전경이 빠르게 허물어졌다.



3.


끈질기게 버티던 놈이 입을 연 건 자정을 넘길 때쯤이었다.


김 경장은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면서 황재정을 부드럽게 타일렀다.


“이봐! 우리한테 협조하면 중국으로 추방할 때 서류에서 대마 관련 기록은 삭제해 줄 수도 있어. 공안에서 그걸 알면 넌 어떻게 될까? 잘 생각하라고!”


자판기에서 커피도 한잔 빼 와 내밀었다.


그리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도 언급하면서 마음을 흔들기도 했다.


“하는 거에 따라서 내가 성금을 좀 모아 줄 수도 있어. 양친이 다 편찮으시다면서? 병원에 모셔야 할 거 아니야?”


양친을 언급할 때였다.


그의 어깨가 꿈틀대더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 경장은 말없이 크리넥스 여러 장을 뽑아 내밀었다.


황재정은 그걸 두 손으로 받아 들더니 주섬주섬 얼굴을 닦았다.


울음을 가까스로 멈춘 그가 커피를 반쯤 마시더니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약속은 지키셔야 합니다···.”


말끔한 서울말이었다.


사투리의 흔적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김 경장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턱을 주억댔다.


“얼마 전에 배송 심부름을 한 적 있습니다. 사과박스 세 개였나···.”


화장실에서 세수를 마치고 온 조 팀장이 뛰어왔다.


황재정의 입이 열린 걸 본 것이다.


거칠게 옆자리에 앉은 조 팀장이 헉헉대며 진술에 귀를 기울였다.


“···하여튼 그걸 어느 호텔 쓰레기 분리수거장 안에 놔두고 오라고 했어요.”

“어느 호텔인지는 기억나나?”


황재정이 한참 기억을 더듬더니 다시 말했다.


“블루호텔이던가? 인덕원 근처였어요.”

“사과박스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몰랐고?”

“길림물류에서 하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런 거란 걸··· 직원들은 다 알아요.”

“······.”

“그날도 박스 보고 바로 직감했죠. 아! 또 돈 배달이구나···.”


김 경장과 조 팀장이 서로 힐끗 눈을 마주쳤다.


황재정은 또 구천회가 최근에 벌이던 신사업에 대해서도 말했다.


“얼마 전부터 길림물류를 사설 도박장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조 팀장은 자기 팀원이 작성한 현장조사 보고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김 경장은 뭔가 의문이 드는지 자세히 물었다.


“그런 동네에서 도박장을 만들면 눈에 띄지 않나?”

“그런 개념이 아니라··· 으으음··· 뭐랄까? 온-오프라인이 연결된 그런 도박장이랄까요?”

“자세히 좀 설명해 봐!”

“플레이어가 도박하는 게 온라인으로 중계가 돼요. 카메라는 테이블만 비춰주고··· 테이블에 펼쳐진 패만 보고 온라인 접속자들이 플레이어한테 베팅을 하는 거죠.”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 김 경장과 조 팀장이 느리게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루 베팅 금액이 엄청나서 여기저기서 이 사업에 관심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가상화폐로 세탁하는 놈들부터 해서··· 제가 듣기로는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도 있다고···.”


정치인 얘기가 나오자 조 팀장이 강한 관심을 보였다.


상체를 뒤로 젖혀 뻣뻣해진 허리와 목을 풀려던 그가 다시 몸을 앞으로 바짝 웅크렸다.


“구 사장님이 예전에 술을 마시면서 전화하는 걸 들었는데··· 무슨 무슨 의원님! 하면서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요.”

“누군지 기억나나?”


황재정은 기억을 더듬어 몇몇 이름을 읊었다.


대부분 낯선 이름인 게, 수도권 밖 의의원이거나 지금은 은퇴한 의원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가 뱉은 이름은 귀에 익었다.


“···그리고 또 정일도 의원이라던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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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132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3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128 128. 운천의 최후 1 24.05.28 3 0 12쪽
127 127. 국가비상사태 4 24.05.27 4 0 12쪽
126 126. 국가비상사태 3 24.05.26 6 0 12쪽
125 125. 국가비상사태 2 24.05.25 4 0 12쪽
124 124. 국가비상사태 1 24.05.24 7 0 11쪽
123 123. 쫓기는 일성 3 24.05.23 4 0 11쪽
122 122. 쫓기는 일성 2 24.05.22 4 0 11쪽
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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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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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4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5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6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5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4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4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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