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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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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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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93. 마주선 두 사람 2

DUMMY

4.


일성은 유정의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뜬금없는 말에 잠시 야릇한 표정을 짓다가 또 유정이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뭔 헛소리냐? 이제 보니 널 속세로 끌어낼 조력자가 하나인 줄 알았는데 둘이로구나.”


일성은 유정을 죽이기 전에 이놈들을 먼저 손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김 지배인과 스나이퍼 박을 향해 동시에 손을 들어 올리는 일성!


그의 눈이 이글대며 타올랐다.


하지만 유정은 이들 둘을 그냥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박스에 붙은 자물쇠를 여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놈들.


그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놈의 행방을 찾으려면 데리고 온 저놈도 여전히 필요할지 모른다.


열쇠를 찾아야 한다.


열쇠를!


돈을 찾아야 한다.


삼십억을!


일성이 수인을 맺으며 불을 뿜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빨랐던 유정이 먼저 강한 바람을 쏘아 보낸다.


푸슝!

퍼억!


힘이 실린 장풍은 일성의 한쪽 옆구리에 꽂혔다.


예상치 못했던 빠른 공격!


일성은 그대로 나동그라진다.


영화의 특수효과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걸 목도한 김 지배인과 스나이퍼 박은 팔뚝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신기한지 자꾸만 힐끔힐끔 훔쳐본다.


옷이 진흙탕에 엉망이 된 일성은 험해진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뭐냐? 이 조력자들에게 뭘 얼마나 주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냐? 설마 미약한 법사 주제에··· 몰래 재산이라도 숨겨둔 게 있는 것이냐?”


비틀린 입술 사이로 쓴웃음이 배어 나왔다.


일성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아니면 속세에 나가 그 도술로 은행이라도 털어먹을 생각인 것이냐? 후훗··· 어찌 되었건 날 배신한 놈은 살려둘 수 없다.”


일성이 유정의 말을 이해 못 하는 것처럼, 유정도 일성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유정은 일성이 일부러 시치미를 떼고서 자기 모가지와 돈을 노린다고 생각했다.


빼앗겨서는 안 된다.


유정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일성의 양손이 하늘로 향하자 숲 주변 나무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후두둑.

툭.

투투둑.

툭툭.


“으으으으···읍!”


기를 쓰며 몸을 떨자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하늘로 떠올랐다가 유정에게로 쏟아진다.


콰르르르르···.

쿠르릉···.

쿵!


유정은 금세 나뭇더미에 뒤덮인다.


엄청난 소음에 이은 파편이 주변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았기에 깔려 죽었을 법도 한데,


후두두두두.

두두두툭!

톼아악!


순간 유정을 덮었던 나뭇더미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후후훗!”


그 안에서 유정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걸어 나온다.


“스승님이 안 계셔서 수련을 게을리 한 모양이오. 실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으니.”


이런 비아냥거림은 일성을 흥분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래야 실수를 끌어낼 수 있으니까.


유정은 잘 알고 있었다.


정면으로 승부를 봐서는 일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금세 버럭 흥분한 일성이 바닥부터 영기를 끌어올린다.


시뻘겋게 달은 얼굴, 손, 그리고 발에서 열기가 발하기 시작했다.


열기는 금세 벌어진 상의 옷자락 사이에서도 흘러나왔다.


일성이 유정을 향해 입김을 불었다.


그의 입에서 붉은 화염이 굵은 사슬처럼 얽힌 채 쏟아져 나왔다.


화염일체*였다.


(*화염일체(火焰一體): 영기를 끌어올려 발한 화염을 내뿜는 술. 화공 중 상급.)



5.


매섭게 날아오는 화염에 놀란 유정이 몸을 날려 피한다.


일성의 몸에서 발한 화기는 주변의 모든 것에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떨어지는 빗줄기는 온천수로 끓었다.


웅덩이로 진창이던 바닥은 금세 증발하더니 모래사장처럼 푸석해졌다.


앞서 유정에게 쏟아졌던 나뭇더미들은 어느새 말라비틀어졌고, 심지어는 불쏘시개처럼 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뜨거운 열기에 놀란 건 김 지배인과 스나이퍼 박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사우나에 온종일 갇혀있다 나온 사람처럼 화기를 피해 숲으로 뛰었다.


“스으으읍··· 후우우우우!”


일성이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뿜었다.


더 강해진 화염이 일성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화염은 달아나는 유정을 따라가며 끈질기게 지글댔다.


이 상태로라면 조만간 온 세상이 다 타오를 것만 같았다.


순간 유정은 괜히 일성의 화를 돋웠나 후회하며 허둥댄다.


도망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언젠가 멈추는 때가 있을 테고, 그 순간 자기 몸도 저 불길에 휩쓸리리라.


다른 것도 아니고 화공 중 최고 수위라 칭하는 화염일체다.


유정은 화공에 맞설만한 도술을 생각하다 마침내 두 손을 내민다.


“화염에는 얼음이다. 빙벽첩첩*!”


(*빙벽첩첩(氷壁疊疊): 주변의 모든 열기를 날리고 세운 얼음기둥을 병풍처럼 펼치는 도술. 방어술의 최고봉 중 하나이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빙글빙글 돌던 손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흐으읍···!”


이어 유정의 입에서 찬바람이 쏟아진다.


가마솥처럼 끓던 열기가 순간 사그라지는 게 느껴졌다.


일성이 쏟아내는 화염과 유정이 뿜어내는 냉기.


그 둘이 만나는 가운데 지점에서 강한 물보라가 일었다.


물보라는 쏟아지는 빗줄기보다 더 강한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일성이 기를 쓰면 화염이 냉기를 밀어냈다.


또 유정이 몸부림을 치면 불길은 잦아들었다.


그렇게 팽팽한 대치는 일성 쪽이 조금씩 밀리면서 깨지기 시작한다.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초반에 영기를 너무 집중적으로 쏟은 탓이었다.


하늘도 일성의 편은 아닌지 바람까지 일성을 밀어내고 있었다.


“왜 그러시나? 벌써 기운이 쇠한 건가? 청운당의 후계자라고··· 아니, 운천을 제거하고 청운당을 재건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사람이 왜 그 모양인가?”


일성이 뒷걸음질 치는 걸 본 유정은 계속 자극적인 말을 쏟아냈다.


더해서 그간의 냉기를 모아 기둥을 하나씩 세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일성의 앞과 좌우에 하나씩.


맨홀 뚜껑만 한 지름의 얼음기둥이 불쑥불쑥 내리꽂혔다.


기둥에 둘러싸인 일성은 급속히 힘을 잃어갔다.


“쳇···.”


뒤로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새롭게 생긴 틈에 또 내리꽂히는 얼음기둥들.


일성이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상대의 수세를 확인한 유정은 더욱 기세를 몰아갔다.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냉기가 강렬해졌다.


하지만 일성은 일성이었다.


수세로 몰리는가 싶던 일성은 다시 몸을 추스르더니 영기를 끌어 올려 반격한다.


“흐아아아압···!”


수인의 모양을 보건대 화염을 더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상함을 직감한 유정.


변칙 공격에 대비하려 두 손을 거두어들였으나, 이번에는 일성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콰앙-!


일성의 양손이 갑자기 바닥을 향하면서 땅이 흔들렸다.


“도지축!”


얼음기둥에 열기로 맞서지 않고 땅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지축이 뒤틀리면서 금이 갔다.


쩌억!

쩍!


얼어있던 국도가 갈라지고 깨지면서 틈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우뚝 서있던 얼음기둥들이 하나둘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토록 위압적이던 얼음기둥은 기반이 허물어지자 허무하게 쓰러져 박살 나 버린다.


“만봉을 죽일 때 네놈도 같이 죽였어야 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게 그땐 뭔가에 쓰였었나 보다.”


얼음기둥이 사라지자 화염의 열기가 다시 기세를 회복했다.


잠시 힘을 빼고 있던 유정은 밀려드는 열기에 몸을 웅크렸다.


주변에 남아 있던 냉기와 빗줄기를 끌어모아 방어벽을 쳐보았다.


하지만 전보다 더 거세진 화염은 거침없이 유정을 몰아붙였다.


열세를 다시 우세로 바꾼 일성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달려들었다.


아주 맹렬히···.


유정은 일성의 공격을 하나하나 받아내며 다시 반격의 기회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간파하고 있는 것인지 좀처럼 틈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뒤로 밀리던 유정의 발이 국도변 밖으로 벗어나던 순간이었다.


탕!

타탕!


어디선가 들려온 두 발의 총성에 둘의 움직임이 순간 멎었다.


그리고 곧 한 사람이 무릎을 꺾으면서 꿇어앉는다.


“크엌··· 흡”


가슴과 배에 난 총구멍을 부여잡으면서 피거품을 문 사람.


그는··· 유정이었다.


일성은 놀란 눈으로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총소리가 난 곳은 도로 반대편 쪽이었다.


그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물안개로 흐릿한 숲 안에서 누군가를 발견한다.


“오호! 자네들이었나?”


총을 쏜 자들은 일성이 선발대로 먼저 보냈던 길수와 철민이었다.



6.


길도 없는 숲을 정신없이 뛰던 김 지배인과 스나이퍼 박이 멈춰 섰다.


총소리였다.


그것도 두 발.


소리가 날아온 방향은 그들이 도망쳐 나온 쪽이었다.


빗소리에 좀 묻히긴 했지만 틀림없었다.


둘은 동시에 몸을 떨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비에 흠뻑 젖어 말이 아닌 몰골.


턱까지 차오른 거친 숨.


옷을 다르게 입고 머리 길이만 달랐지, 헉헉대는 얼굴엔 같은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공포였다.


호흡이 먼저 안정을 되찾은 건 스나이퍼 박이었다.


갑자기 눈을 부라린 그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 지배인인가, 아니 박 인가?”


놀란 김 지배인은 아직 거친 숨을 참으며 떠듬거린다.


“기··· 기, 김이요!”

“그래, 김 지배인!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이 새끼야!”

“뭐, 뭐요?”


욕설을 들은 것도 억울한데 다짜고짜 자기 때문이라니.


황당함에 얼굴이 굳어버린 김 지배인은 바닥에 침을 카악 뱉고 몸을 바로 세웠다.


“당신 그 사진사 맞지? 그때 신 기자하고 함께 왔던···. 머리 밀어서 아까 못 알아볼 뻔했네.”

“그래 이 새끼야! 너 가져간 거 빨리 내놔. 네가 그걸 가지고 튀어서 이 난리가 난 거 아니야? 응?”


돈을 가지고 튄 걸 말한다는 걸 알아들은 김 지배인.


얼굴을 비스듬히 치켜들고서 히죽 웃는다.


맞다.


돈을 가져간 건 맞는데, 이 난리의 책임이 오롯이 자신에게만 있다는 거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이봐! 신 기자가 나한테 연락했을 때는 미팅 장소만 빌려달라고 했어. 그런 사과박스가 은밀하게 거래되는 접선이란 건 몰랐다고, 이 양아치 새끼들아!”

“뭐, 양아치···.”


스나이퍼 박의 낯이 달아오르면서 열기가 대머리까지 번진다.


“너희 그거 불법세탁자금이지? 보니까 신 기자 그 새끼··· 연예인이랑 정치인들 뒤나 캐고 다니던데. 맞지?”


스나이퍼 박은 그 돈의 출처에 대해선 사실대로 말해줄 수가 없었다.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귀찮은 입이 하나 더 늘게 되는 것이고.


그 입이 잘못 열리는 순간, 정 의원에게 붙잡힐 확률이 높아지니까.


어떻게든 저 입을 영원히 다물게 하고 돈을 수거해야 했다.


스나이퍼 박은 머리를 굴렸다.


그때였다.


지나온 수풀을 헤치고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가벼운 게 아니라 묵직했다.


사람이었다.


“젠장···.”

“쉿!”


김 지배인은 쇳소리를 내더니 손짓했다.


일단 달아나자는 신호였다.


두 사람은 다시 말없이 뛰기 시작했다.


아직 그치지 않는 비에 길은 미끄럽고 위험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위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친구끼리 조깅이라도 하듯 나란히 발을 맞춰 달렸다.


이 와중에도 두 사람의 머릿속 생각은 똑같았다.


그건 바로···.


‘어떻게 하면 상대가 가지고 있는 돈을 되찾을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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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NEW 4시간 전 1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2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2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9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9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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