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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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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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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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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1. 식신 vs 식신 2

DUMMY

4.


눈앞에 쏟아져 들어오는 건 새카만 들쥐 떼였다.


그 수로 보아 아마도 지하철 전역에 흩어져 있던 들쥐들이 이곳에 모여든 것처럼 보였다.


설마, 운천의 냄새를 맡고 온 것일까?


건우는 피하라는 운천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포의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모든 감각은 마비되어 버린다더니.


건우가 지금 바로, 그 꼴이었다.


보다 못한 운천이 건우의 목덜미를 붙들더니 끌어당겼다.


승강장에 나동그라지는 건우는 본체만체, 운천은 바로 식신으로 삼은 동물들에게 손짓했다.


“막아라!”


스크린 도어 안으로 고양이, 여우, 족제비, 너구리, 삵, 스라소니가 뛰어들었다.


찌익-!

컹-!

케에엑!

찍!

크르르르-!

켁!


서로 한데 얽혀 물고 물리고, 할퀴고 긁히는 동안 괴성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스크린 도어와 천장에 빽빽하게 붙어있는 수리부엉이, 말똥가리는 밖으로 튀어나오는 들쥐를 볼 때마다 부리로 쪼아댔다.


이번 싸움에서 운천 측은 조금 전처럼 그렇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못했다.


일단 숫자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들쥐들은 각각의 식신들을 여럿이서 에워싸고 공격했다.


쉼 없이 앞발을 휘두르던 고양이, 족제비, 너구리는 귀와 턱을 물렸고.


들쥐의 목덜미를 공격하던 여우, 삵, 스라소니는 꼬리와 허리를 물렸다.


식신들이 파괴될 때마다 비닐봉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펑-!

퍼엉-!

파바방-!

팡-!

퍼벙!


스크린 도어 안은 금세 연기로 자욱해졌다.


도어 안이 밀리면서 밖으로까지 나온 들쥐들이 이번에는 수리부엉이와 말똥가리까지 공격했다.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다는 이점을 잘 활용하는 새들!


초반에는 어느 정도 선전하는 듯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온 들쥐들이 천장에 새까맣게 달라붙으면서 점프 공격까지 시도하자,


펑-!

퍼벙-!

펑-!

퍼퍼펑-!

퍼엉!


역시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느긋하던 운천과 건우의 얼굴이 빠르게 일그러졌다.


운천은 사역시킨 동물들이 한순간에 삼분의 일 정도가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걸 보고는 두 손을 치켜들었다.


“하아압!”


손바닥에서 불꽃이 일었다.


동시에 짧고 가는 불길 여러 가닥이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콰악-!

촤아악-!

콱-!

촤악!


휴대용 화염방사기 같은 불길에 덴 들쥐들이 천장에 붙어있다가 떨어졌다.


후드득!

툭!

후득!

턱!


서너 번밖에 안 쏜 것 같은데 떨어진 들쥐를 보니 그 수가 수백은 되는 것 같았다.


승강장 바닥은 검게 그은 쥐의 사체가 풍기는 고기 타는 냄새로 가득 채워졌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건우도 거들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이고 운천의 곁에 섰다.


하지만 운천은 고개를 젓는다.


“안된다! 자칫 잘못하면 전선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너는 물러나 있어라!”


트레이닝 때 정철과 철산이 말하던 바로 그 ‘힘 조절’이었다.


확실히 운천이 쏘는 화공을 보니 섬세하고도 정확했다.


천장에 드리워진 전선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면서도 들쥐는 정확하게 때려 떨어뜨리는 솜씨!


이게 바로 노련함이구나, 하는 생각에 건우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운천이 화공으로 들쥐를 한바탕 뒤흔들어 놓은 사이 식신들은 기운을 차렸다.


잔뜩 밀려났던 고양이, 족제비, 너구리가 다시 들쥐를 스크린 도어 안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또 여우, 삵, 스라소니도 더는 밀리지 않고 들쥐들을 물어뜯었다.


운천은 이런 기세에 순풍을 더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스크린 도어 안에 장풍을 한번 쏘아주었다.


화아악-!


거친 바람이 뭉쳐있던 들쥐들을 때렸다.


앞줄이 발라당 넘어가자 도미노처럼 그 뒤에도 충격이 전해졌다.


어리둥절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식신들이 더욱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잔뜩 밀려나 있던 수리부엉이와 말똥가리까지 들어와 합세했다.


퍼드덕!

휘익!

퍼덕!


연기는 사라지고, 핏물이 다시 흥건하게 바닥을 적셔갔다.


승기는 이제 완전히 운천 쪽으로 넘어온 듯 보였다.



5.


한강공원.


철산이 썰렁한 한강 변에 도착해 변신술을 풀었다.


철산을 따르던 때까치, 사마귀, 두꺼비, 도마뱀 무리도 움직임을 멈췄다.


놈들은 당장이라도 풀숲을 헤치며 귀뚜라미를 잡을 것 같았지만, 막상 움직임은 조심스러웠다.


먹이가 있는 곳까지 최대한 기척을 내지 않고 살금살금 다가가는 게 이놈들 습성인 건 잘 알고 있는데.


“하, 이놈들! 그렇게 조심스러워서야 언제 다 잡아먹냐?”


아마도 사역을 걸어 식신으로 삼을 때 그 부분까지는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았다.


철산은 한강 변을 살피며 생각했다.


도대체 몇 마리나 여기에 숨어있는 건가?


이 한강 변에 모여있는 놈들이 과연 전부일까?


벌써 다른 곳에도 자리를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여러 생각이 이어지다가 답답했는지, 막대기 하나를 주워 풀숲과 잔디를 휘저어보았다.


하지만 놈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라!”


철산은 그 길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았다.


막대기를 휘젓는 손동작도 더 커졌다.


그렇게 물가에 거의 다 다다랐을 즈음이었다.


조용하던 놈들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아흐으으으앜···!”


철산은 고막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에 귀를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그런데 그 피해는 철산에게만 쏟아지는 게 아니었다.


한강 변 아파트 단지에서, 그리고 또 한강을 가로지르던 유람선 위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뿐이 아니었다.


두꺼비와 도마뱀, 또 사마귀와 때까치 무리도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부르르 몸을 떨더니 눈이 빠지고 입이 비틀리는 놈들···.


그러고는 갑자기···.


펑-!

퍼벙-!

퍼버벙!

퍼엉!


그중 맨 앞줄에 있던 수십 마리의 몸이 한순간에 소멸했다.


주변은 순식간에 연기로 자욱해졌다.


“아! 소음이 너무 강렬해서 식신이 이렇게 소멸해 버리기까지 하는구나···.”


귀뚜라미 한 마리가 내는 울음이야 별것 아니라지만, 그게 수백, 수천 마리가 모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엄청난 주파수의 파장은 법사들의 영기를 흩트릴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안 되겠다.”


철산은 얼른 식신들을 물러서 한강 변 바깥쪽으로 벗어난다.


귀뚜라미에게서 멀어지니 식신들은 다시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울음소리가 끔찍하군!”


그냥 조금 큰 귀뚜라미의 울음 정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철산.


방심한 채 들어갔다가 된통 당하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어떻게든 뭉쳐있는 저놈들을 떼어놔야겠다!.”


울음소리가 집중되지 못하게 하려면 그 수밖에는 없었다.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던 철산은 마침내 식신들을 펼쳐서 풀숲을 에워싸게 했다.


그러고는 그들 앞에 한강 변 음식물 쓰레기들을 조금씩 던져두었다.


“다가가면 죽을힘을 다해 울어대니 우리가 이렇게 유인해 내는 수밖에···.”


잡식성인 귀뚜라미들은 저렇게 에너지를 소모하다가 언젠가 먹이를 먹으러 나올 것이다.


그렇게 철산은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꼼짝도 안 하고 기다리기만 한다.


마침내 해가 떨어졌다.


밝을 때는 철산 쪽의 모습을 의식해서인지 꼼짝도 안 하던 귀뚜라미들.


주변이 어두워지자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뚜라미들은 슬금슬금 앞으로 기어 나왔고, 음식물 찌꺼기를 조금씩 더듬었다.


그때 이를 지켜보고 있던 철산의 손이 휙 하니 올라갔다.


그 순간!


식신들이 귀뚜라미들에게 달려들었다.


휙-!

휘릭!

휙-!

휘리릭!


두꺼비와 도마뱀들은 혀를 날름대며 귀뚜라미들을 집어삼켰다.


사마귀 무리는 귀뚜라미의 목과 허리를 분질렀고.


또 때까치 떼는 발톱으로 귀뚜라미의 몸체를 짓이기더니 그 파편을 삼켰다.


놀란 귀뚜라미들이 요란한 울음과 함께 물러났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전보다 훨씬 약했다.



6.


기세를 잡은 철산은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다시 포위망을 차분히 구축한 그는 또 음식물을 미끼로 뿌렸다.


이전 것보다 더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라면, 피자, 떡볶이, 튀김의 잔해들이었다.


그렇게 또 네 시간 정도를 흘려보냈을 때였다.


슬금슬금.

슬금슬금.

슬금슬금.

슬금슬금.


귀뚜라미의 더듬이가 천천히 다가오는 게 보였다.


철산은 이번에는 조금 더 기다려 주었다.


다리가 라면 면발 사이에 걸리고, 더듬이가 떡볶이 국물에 흠뻑 젖고, 날개가 피자 토핑에 제대로 깔릴 때까지.


귀뚜라미들은 조금 전의 그 끔찍한 참상을 벌써 다 잊은 듯 걸신들린 것처럼 음식 잔해물들과 뒹굴었다.


그렇게 충분히, 넉넉하게,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준 철산.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한 건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지금이다, 덮쳐라!”


철산의 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꺼비와 도마뱀, 사마귀와 때까치가 달려들었다.


식신들은 잔뜩 벼르고 있었다는 듯 매섭게 귀뚜라미를 공격했다.


순식간에 귀뚜라미의 몸이 뚝 잘리고, 갈가리 찢기고, 또 산산이 부서졌다.


잘린 토막들은 그대로 도마뱀과 두꺼비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도마뱀과 두꺼비의 혓바닥이 바쁘게 들락날락하며 연신 쩝쩝 소리를 냈다.


이번에는 울음소리조차 희미하게 들릴 정도로 일방적인 압살이었다.


영리한 때까치는 달아나는 귀뚜라미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놈들의 후방으로 넘어갔다.


일명, 차단작전!


앞뒤에서 끔찍한 공격을 받은 귀뚜라미는 결국 더 이상 전열을 유지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다.


철산은 잔당의 꼬리를 보고 흥분한다.


그는 두꺼비와 도마뱀 일부를 시켜 놈들을 추격하게 했다.


“따라가라! 절대 놓치지 마라!”


하지만 금세 물가에 다다른 놈들은 방향을 휙 틀더니 여객 선착장 쪽으로 냅다 달렸다.


두꺼비와 도마뱀이 거의 따라잡았을 때는 놈들은 이미 유람선 위에 올라탄 뒤였다.


두꺼비와 도마뱀도 유람선 위로 뛰어오르려 했다.


폴짝!

폴짝!


그런데 몇몇 놈은 직접 점프를 하다 바로 한강에 빠져 버린다.


나머지는 서로 넘겨주기를 시도하려는지 목말을 태우고 있었다.


도마뱀과 두꺼비가 서로의 몸을 의지해서 탑을 만들더니 유람선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이를 발견한 승무원이 구명조끼와 밧줄을 마구 휘두르며 저지한다.


“으읔··· 징그러! 저게··· 뭐야? 저런 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저리 안 가! 훠어이··· 훠어이···.”


거기에 얻어맞은 상당수의 두꺼비와 도마뱀이 물에 빠지거나 연기와 함께 소멸했다.


그렇게 유람선이 지나가자 철산은 짧은 탄식을 뱉었다.


아쉽긴 해도 철산은 그쯤에서 그치고 물러나기로 한다.


여전히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썰렁한 한강공원.


한강 변 너머로 여전히 공포에 질려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시원한 강바람이 낮 동안의 열기를 쓸어가고 있지만, 분위기는 아직도 을씨년스러웠다.


아마도 내일 오전쯤에는 귀뚜라미가 소멸했다는 뉴스가 뜰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저 아파트 단지의 창문은 다시 활짝 열 수 있을 것이다.


식신들을 거둬들인 철산은 귀뚜라미 잔해를 밟으며 천천히 한강공원을 벗어났다.


“스승님과 정철은 잘하고 계실까? 또 건우는 무사할까?”


정철이 맡은 흰개미와 스승님이 맞서는 들쥐.


둘 다 만만하지 않은 것들이다.


저만치 앞에서 BW 빌딩의 옥상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철산은 BW 로고를 바라보며 힘껏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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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7. 한강 대첩 5 NEW 12시간 전 1 0 11쪽
136 136. 한강 대첩 4 24.06.06 3 0 11쪽
135 135. 한강 대첩 3 24.06.05 3 0 12쪽
134 134. 한강 대첩 2 24.06.04 3 0 12쪽
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132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3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128 128. 운천의 최후 1 24.05.28 3 0 12쪽
127 127. 국가비상사태 4 24.05.27 4 0 12쪽
126 126. 국가비상사태 3 24.05.26 6 0 12쪽
125 125. 국가비상사태 2 24.05.25 4 0 12쪽
124 124. 국가비상사태 1 24.05.24 7 0 11쪽
123 123. 쫓기는 일성 3 24.05.23 4 0 11쪽
122 122. 쫓기는 일성 2 24.05.22 4 0 11쪽
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3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3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6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5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4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5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6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5 0 12쪽
»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5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4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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