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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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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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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81. 대머리가 그놈이다 3

DUMMY

7.


땡초가 <산장모텔>에 도착한 건 도로에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기 시작할 때였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빼 건물을 훑어보니 객실 수는 스무 개도 안 되어 보였다.


형편없이 낡고 허름한 외관에···.


찾아가기 불편한 길까지.


“이러니 지도에도 안 보이고, 내비에도 안 찍히지.”


찾느라 애를 먹었던 땡초는 잔뜩 짜증 섞인 푸념을 쏟지만,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과 반대인, 숨는 입장에서는 이만한 좋은 곳이 또 어디에 있으랴!


모텔을 노려보던 땡초는 안에 미리 들어가 놈들을 기다리려던 계획을 바꾸기로 한다.


“그래, 저런 작은 모텔에 일하는 직원이 많을 리 없지. 주인 하나에··· 아니, 어쩌면 부부가 단둘이 운영할 수도 있고.”


한적한 모텔에 불쑥 나타난 손님!


그런 손님은 적은 수의 직원 눈에 바로 띄게 마련이란 걸 땡초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주목을 받으면서까지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땡초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텔 주변에 차를 숨길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땡초는 다시 차를 진입로 초입까지 빼서 근처에 나무 여러 그루가 쓰러져 있는 곳 뒤쪽에 붙였다.


산사태라도 난 건지 위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가 주변에 가득했고, 바닥도 무른 게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여기만큼 차를 숨기기에 적절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품에 칼을 숨긴 땡초는 트렁크에서 우비를 꺼내 몸에 둘렀다.


다시 모텔로 들어서는 진입로를 따라 막 걸으려던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차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얼른 길옆 숲으로 뛰어들어 몸을 숨긴 후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다.


두 대였다.


하나는 작은 엔진소리.


다른 하나는 그보다는 큰···.


수풀 속에서 가만히 기다리던 땡초는 차가 지나가자 눈을 부릅떴다.


“아반떼!”


앞선 차는 분명 자신이 쫓건 바로 그 아반떼였다.


그리고 뒤따르는 건 벤츠.


아마도 저건 YF 소나타를 탔던 그 지배인이 갈아탄 차일 수도 있었다.


놈들이 다시 여기서 접선하는 거라고 확신한 땡초는 몸에 힘이 들어갔다.


깡수의 원수!


그리고 정 의원님의 돈, 삼십억!


“두고 보자···!”


땡초는 차가 서는 걸 지켜보다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습기와 수증기로 흐릿해 보이는 모텔 정문 앞에 세 사람이 보였다.


그들은 잠시 뭔가를 얘기하더니 바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땡초는 건물의 뒤로 돌아 창문을 살폈다.


한 오 분쯤 후.


이층의 방 한 곳에서 불이 들어왔다.


“저기구나!”


땡초는 건물의 높이를 보면서 생각했다.


올라갈 수 있겠다!


사시미 칼을 입에 물고 건물벽에 바짝 붙었다.


우비를 벗어 던진 후 일 층의 창문 턱을 밟고 올라서자 이 층까지 손이 겨우 닿았다.


까치발을 세우자 잡고 오를 정도가 되었다.


땡초는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오를 타이밍을 잡았다.


두런대는 소리가 한동안 들리다가 잠잠해졌다.


‘지금이다!’


양팔에 힘을 주고 발끝으로 일 층의 창문 턱을 막 튕기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창문이 활짝 열렸다.


깜짝 놀란 땡초가 급히 양손에 힘을 빼고 몸을 웅크렸다.


“하하하! 우리 천천히··· 우선 담배나 한 대 태우자고!”


걸걸한 목소리.


땡초가 힐끔 고개를 들어보니 슬쩍 창밖으로 드러난 얼굴이 보였다.


대머리!


그놈이었다.


말총머리였다가, 달아나면서 머리를 민 바로 그놈!


열린 창문에 또 한 놈이 얼굴이 비쳤다.


초조하게 방안 한곳을 응시하며 턱을 쓰다듬는 놈.


그래, 저놈은 바로 그 기자다!


땡초는 산속에서 산삼이라도 발견한 양 심장이 벌렁댔다.


그럼 나머지 한 놈은 보나마나 그 지배인일 테다!


칼을 물고 있는 땡초의 입이 가늘게 떨렸다.


흥분.

전율.

환희.

기대.

격정.


마침내 놈들을 찾아낸 땡초는 눈을 반짝이며 도약할 순간을 노린다.


기다려라, 이놈들!


차례로··· 목을 따 주마!


다시 대머리가 창에서 멀어졌다.


다행인지 창문은 닫지 않았다.


이러면 땡초가 단박에 창문 안으로 뛰어들 수 있다.


땡초는 놈들의 소리를 들으며 몸에 힘을 주었다.


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땡초의 몸이 솟았다.



8.


“야 이··· 쓰벌 새끼들아···!”


방안으로 뛰어든 땡초는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쉬익!

쉬이익!

쉬익!


턱···!


그런데 가장 먼저 그의 칼끝에 걸려든 건 둔탁한 무언가였다.


칼의 움직임이 멎자 방안의 모든 소리도 사라졌다.


땡초는 전깃불이 환한 방안에 눈이 익지 않은지 자꾸만 낯을 찡그렸다.


그러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잠시 후 그의 동공에 방안의 전경이 천천히 살아났다.


공포에 질린 기자의 얼굴


그 옆에서 입을 벌리고 선 대머리.


그의 손에 들린 사과박스.


박스의 표면에는 땡초의 칼이 박혀있었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있는 낯선 남자.


얼굴에 칼자국이 난 남자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상황 파악이 된 건지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한쪽 바짓가랑이를 들더니 그 안에서 장도리를 꺼냈다.


순식간에 땡초에게 달려들며 장도리를 휘두르는 남자!


“너 뭐야··· 이 새끼야!”


땡초는 박스에 박힌 칼을 거칠게 비틀어 빼내더니 남자를 겨누었다.


챙!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이어서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의 비명이 터졌다.


두 사람은 구 씨와 땡초의 싸움을 피해 벽 쪽으로 몸을 날렸다.


땡초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남자가 지배인이 아닌 걸 알고는 의아해한다.


그 때문인지 창문을 넘어올 때의 그 살기가 순간 식어버렸다.


칼을 휘두르는 손도 떨리고 있었다.


반면, 구 씨는 이 모든 게 다 자신을 죽이려는 계략이라고 생각한 건지 발악을 한다.


그가 휘두르는 장도리가 거칠어졌다.


휙!

쉬이익!

휙!

쉭!


사시미 칼과 장도리!


팽팽하던 균형이 깨진 건 땡초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또 다른 사과박스에 걸려 넘어지면서였다.


옳다구나, 하면서 기회를 포착한 구 씨는 냅다 몸을 날려 땡초의 위로 올라탔다.


그러고는 사정없이 풀스윙을 휘두른다.


퍽!

퍼억!


장도리에 정수리와 관자놀이를 정확히 강타당한 땡초의 눈이 허옇게 뒤집혔다.


남은 힘을 짜내 사시미칼을 휘둘러 보지만, 찌르는 곳은 허공이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상대의 눈이 뒤집힌 걸 본 구 씨가 장도리를 천천히 거두었다.


한동안 식식대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서늘한 눈빛은 두 사람을 향했다.


“너··· 이··· 씨벌 잡노무 쉐이끼들···!”


구 씨는 다시 장도리를 들고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서 다 죽었다가 살아난 자의 억울함과 분노가 읽혔다.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바들바들 떨면서 양팔을 휘저었다.


“저··· 오해가···.”

“우리는··· 모르는··· 사람입니··· 다.”


하지만 그 말이 구 씨의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구 씨의 장도리가 다시 하늘로 떠올랐다.


“개··· 호로··· 새끼··· 들!”


험악한 얼굴이 아예 금수의 낯으로 변하면서 파르르 떨렸다.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허어엌!”


장도리를 치켜든 구 씨가 갑자기 무릎을 꺾더니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그의 얼굴 주위는 금세 핏물로 젖어 들었다.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무슨 일인가 싶어 실눈을 떠보았다.


그런데···.


“아···!”

“저··· 저···.”


죽은 줄로 알았던 땡초.


그가 다시 일어나 구 씨의 목에 칼을 꽂은 후 휘청대고 있는 게 아닌가.


구 씨를 한 방에 제압한 땡초가 다시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을 노려보았다.


“새끼들··· 드디어··· 잡았···.”


뭔가 말을 잇던 땡초의 눈빛이 흐려진다.


곧 그의 등이 벽에 기대어졌고, 그의 몸은 다시 서서히 허물어진다.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공포에 질려덜덜 떨기만 했다.


이 와중에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신 기자였다.


소지품을 챙긴 신 기자는 얼른 사과 박스까지 손수레에 싣더니 스나이퍼 박을 돌아보았다.


“빨리··· 여기서 나가요!”


그때까지 멍한 상태이던 스나이퍼 박도 신 기자의 움직임을 보고는 반응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긴 스나이퍼 박은 벌써 문밖으로 나서는 신 기자를 따라 뛰다가 갑자기 멈칫한다.


“잠깐만!”



9.


부릉-!


거칠게 시동을 거는 소리가 모텔 앞을 울렸다.


두 사람이 탄 아반떼는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재빨리 진입로를 벗어났다.


“그런데···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거야?”


스나이퍼 박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하지만 신 기자는 무표정이다.


운전대를 잡은 그는 정면을 주시한 채 입술만 오물댔다.


“모텔 주인한테는 급하게 사업 미팅이 잡혀서 다녀온다고 했어요. 방안에 보안문서가 있으니까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청소하러 들어오지 말라고도 했고요.”

“아···!”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휴우··· 며칠이나 끌 수 있을까?”

“글쎄요···. 불안하면 빨리 뜨는 수밖에요···.”


스나이퍼 박은 안색이 어두웠지만, 뒷좌석에 사과 박스를 본 후 다시 안도의 표정을 되찾는다.


“아니, 그런데···.”


신 기자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조수석을 돌아보았다.


“아까 나오다가 왜 갑자기 다시 돌아들어 간 거죠?”

“아! 이거 땜에···.”


부스럭대며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스나이퍼 박.


신 기자는 그의 손에 들린 걸 보더니 눈이 가늘어졌다.


핸드폰이었다!


그런데 스나이퍼 박이 쓰는 모델이 아니었다.


“그거··· 뭐예요?”

“구 씨··· 그놈 거야!”

“네에?”

“아까 봤지?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뜨악하는 얼굴이 된 신 기자는 잠시 차를 세우더니 언성을 높였다.


“미쳤어요?”

“어차피 죽은 놈이야. 그리고··· 저런 일 하는 놈이 제 이름으로 계좌를 가지고 있을 리는 없어.”

“아니··· 정 의원 하나한테 얽힌 거로도 이 난린데··· 또 무슨 일에 얼마나 더 엮여 들려고요?”

“허허허···.”


의기소침하던 스나이퍼 박의 얼굴에서 갑자기 활력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역시 이 사람은 돈 얘기만 하면···.


“이봐, 신 기자! 이 안에 얼마가 들어있는 줄 알아?”


진지한 스나이퍼 박의 얼굴을 보고 신 기자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그놈 말이··· 자그마치 오백억이라고 했어!”


신 기자는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차분히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에 정신줄이 비틀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백억이면···.


정 의원한테 슈킹한 거보다 열 배 이상이나 많다.


중간에 십억을 잃어버려 가슴이 쓰렸던 걸 아예 잊어버리고도 남을 만큼.


어쩌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숨어 지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예전엔 미처 몰랐었는데···.


가지고 있는 돈의 단위가 커지면 용기도 점점 커지나 보다.


간땡이가 배 밖으로 나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아무 말 없던 신 기자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크흠··· 그런데 그거··· 잠금 걸려있지 않나요?”

“헤헤헤···.”


스나이퍼 박은 능글맞게 웃더니 신 기자를 돌아보았다.


“저놈 아까 차 안에서 핸드폰 내밀기 전에 패스워드 찍을 때 말이야··· 내가 슬쩍 봐뒀지!”

“하아···!”


그 짧은 순간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선생님! 그럼 그거··· 바로 찾을 수 있죠?”

“흐음··· 그게 말이야···.”

“왜요?”

“···비트코인 패스워드는 못 봤다고. 나도 몰라. 아마, 이놈 사무실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뭐, 뭐라고요?”

“예전에 나랑 술 마시면서 한 얘기가 있어. 자기는 비밀번호 같은 건 죄다 어떤 장부에 적어둔다고. 그걸 찾아야 해!”


신 기자의 미간에 굵은 주름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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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NEW 8시간 전 1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2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2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6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9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9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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