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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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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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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96. 연결고리 1

DUMMY

1.


산내파출소.


오전 열 시가 넘자 술이 덜 깬 얼굴의 소장이 비틀대며 들어왔다.


김인창 경장은 의자에서 엉덩이만 살짝 떼고서 머리를 까닥한다.


소장은 한 손을 가볍게 들었다가 내리다 말고 눈이 커졌다.


“이 사람들은 뭐여?”


소장이 말한 ‘이 사람들’이란···.


담요를 둘러쓰고서 김 경장의 앞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말한다.


출입통제된 차 사고 현장에서 현장을 훼손하다가 잡힌 사람들.


한 명은 산발에 몸 여기저기가 타박상으로 가득하고, 나머지 한 명은 스님 복장에 대머리다.


김 경장은 작성 중인 조서의 화면을 슬쩍 보여주며 난감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상한 소리만 중얼대고, 물어보는 질문에는 답을 안 하네요.”


소장이 모니터를 힐끔 보더니 눈을 치떴다.


“거기 산사태 난 데 아니여?”

“네, 맞습니다.”

“거길 워떠케 들어갔데에?”

“그거게요. 길도 다 허물어져서 난린데.”

“왜 들어간기여?”

“글쎄, 대답을···.”

“아··· 묵비라 혔지.”


김 경장 앞에 놓인 자판기 커피를 집어 든 소장.


한 모금 마시더니 다시 묻는다.


“국과수는 오늘 온다고 혔나?”

“네, 그래서 제가 어제 오후 늦게 현장에 잠깐 가 본 거였는데···.”

“어제 오후? 아따 그럼 그때 잡혀 와서 아직 이러고 있는겨어?”

“네···.”


소장은 앞의 두 사람을 힐끔 보더니 자기 자리로 갔다.


소장에게 커피를 빼앗긴 김 경장은 인상을 구기며 다시 새로 한 잔을 뽑아온다.


자리에 털썩 앉는 모양새에서 짜증이 잔뜩 느껴졌다.


탕!


그 짜증을 책상에다 쏟아붓겠다는 듯 내리치는 게 매서운 김 경장!


“보세요, 선생님들! 협조 안 하시면 집에 못 돌아가십니다.”


여전히 대답이 없다.


김 경장은 두 사람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연기를 하는 건가?


저러면 그냥 보내줄 줄 알고?


“어제 갑자기 어두워졌을 때 도깨비불을 봤다고 했죠? 그걸 따라 거기까지 들어간 거였나요? 귀신한테 잡혀서 공중을 날다가 떨어진 건 무슨 말이죠? 자세히 좀 설명해 보세요.”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주는데 저게 무슨 막돼먹은 반응이란 말인가?


초점 없이 풀어진 눈이 사람을 미치게 할 것만 같았다.


그것도 둘이 똑같이.


치미는 화를 꾹 누른 김 경장이 아직 식지 않는 커피를 들이켰다.


식도가 타는 것 같았지만, 그냥 눌러 참았다.


“몸 다시 뒤져 보세요. 신분증 제시해 주셔야 합니다. 일부러 안 보여주시면 곤란합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조금도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마우스를 요란하게 딸깍대다 멈춘 김 경장.


양손의 손가락 관절을 우두둑 소리를 내 꺾더니 다시 말한다.


“좋아요, 그럼 성함이 뭐예요?”

“······.”

“······.”

“나이는요?”

“······.”

“······.”

“사는 곳 주소 좀 불러줘 봐요.”

“······.”

“······.”


김 경장의 입에서 한숨이 터졌다.


“소지품을 다 분실하신 건가요? 맞으면 맞는다고 아니면 아니라고 얘기를 하셔야죠···. 핸드폰도 없으세요?”


벌떡 일어서서 머리를 벅벅 긁을 때였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스님 복장을 한 사람의 품 안에서 전화벨이 울었다.


그러자 돌연, 아차 싶은 얼굴로 몸을 움츠리는 스님 복장의 남자.


김 경장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아니, 이 사람들이···.”



2.


스나이퍼 박은 경찰에 붙들려오기 전 김 지배인과 맞췄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자고요.


귀신한테 붙들려 공중을 날아왔고··· 또 도깨비불을 봐서··· 완전히 맛이 간 사람 말이에요.


가지고 있는 소지품은 다 던져 버려요.


신분증, 핸드폰 죄다···.


우리가 시체랑, 또 돈이랑 연관된 게 조금이라도 나오면···.


어떻게 엮여 들어갈지 모른다고요.


그땐, 정말 끝이에요···.


밤새 같은 질문을 반복하던 경찰이 지쳐가는 걸 보면서 됐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라니!


혹시 몰라 그냥 몰래 가지고 있었던 거였는데, 무음으로 돌리는 걸 깜빡했구나!


힐끔 곁눈질로 보니 김 지배인도 망했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김인창’이라는 이름의 ‘경장’계급을 단 경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화 받으시죠!”


빈정대는 말투에서 이제 더는 봐줄 수 없다고 마음을 다잡은 게 느껴졌다.


스나이퍼 박은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보았다.


쩍 갈라져 깨진 액정 화면 위에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


신 기자!


살짝 눈빛이 흔들리더니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대출광고··· 하하하!”


도로 품 안에 핸드폰을 넣는 그는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김 경장은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질문을 시작한다.


“선생님은 스님, 아니지요?”

“하하··· 아, 그게···.”

“그리고 선생님은, 몸에 그게 다 무슨 상처인가요?”

“······.”


그런데 그때 갑자기 김 지배인이 입을 열었다.


“변호사! 변호사가 올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할 겁니다.”


김 경장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진다.


“이 사람들이 진짜···.”


팔짱을 낀 채로 두 사람을 노려보던 김 경장이 벌떡 일어선다.


“그럼 유치장에 가둡니다. 사건 현장 무단 침입해서 훼손하셨죠? 변호사 오면 다시 얘기 하자고요.”


스나이퍼 박과 김 지배인이 다시 서로를 힐끔 돌아보며 표정이 얼어붙었다.


입창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졸지에 철창 안에 갇힌 두 사람은 서로 상대 탓을 하는 눈빛을 교환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한 마디도 뱉지 않았다.


혹시라도 불리한 진술로 기록될 만한 말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잔뜩 지친 얼굴로 자리에 털썩 앉은 김 경장은 지끈대는 머리에 물수건을 올렸다.


가뜩이나 장마철이라 덥고 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저런 이상한 것들까지 속 썩이면 정말이지, 대책이 없다.


그새 식어버린 커피를 쏟아버리고 시원한 냉수를 한 잔 따라왔다.


조만간 들이닥칠 국과수에 건네줄 사건 관련 파일철을 다시 한번 정리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동시에 울었다.


“네, 산내파출소입니다. 잠시만요···.”


소장의 자리를 돌아보니 비어있었다.


막내 순경의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막내야 순찰을 나갔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소장 저 인간은···.


그새 또 어디로 마실을 나간 걸까.


하는 수 없이 김 경장은 메뚜기처럼 이 책상 저 책상을 옮겨 다니며 전화를 하나하나 집어 든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걸 느낀다.


갑자기 쏟아지는 사건 신고!


전화를 끊으면 바로 이어서 또 벨이 울리고.


그게 다가 아니었다.


파출소 홈페이지에도 신고접수가 줄을 이었다.


불과 십 분 만에 전화로 접수한 것만 열다섯 건이었다.


뭐지?


한적한 시골 동네의 파출소.


파출소가 생긴 이래로 이렇게 많은 접수가 한순간에 쏟아진 적은 없었다.


졸린 눈을 끔뻑이는 김 경장.


접수 내용을 가만히 읽어 본다.



=======

도깨비불 신고.

귀신 소리 신고.

버려진 차량 신고.

모텔 투숙객 사망신고.

총소리 신고.

총상 입은 시신 발견.

토사에 쓸려 내려온 비닐봉지 안에 든 현금 뭉치 발견.

.

.

.

.

=======



눈꺼풀이 느릿느릿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던 중이었다.


김 경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선다.


그가 득달같이 달려가 멈춰 선 곳은 벽에 붙은 지도 앞이었다.


“뭐야! 가깝네. 사건 발생 시간대도 다 최근이고···.”


김 경장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3.


국과수 책임자는 심하게 오염되어 버린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얼마만큼 쓰일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절차는 절차이니 증거는 채취해 간다고 말하는 표정에서 귀찮음이 보였다.


이해가 되었다.


사실, 시간도 많이 흘렀고, 완벽한 통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산사태까지.


김 경장이 내민 사건 파일철을 받아 든 책임자는 읽어보지도 않고 부하직원에게 건넸다.


그는 오히려 김 경장이 슬쩍 지나가는 말로 해준 어젯밤 사건ㆍ사고 내용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도깨비불이니, 귀신 소리니··· 이런 게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넓은 광대뼈 때문에 얼굴이 커 보이는 그는 자꾸만 볼살을 옆으로 당기면서 말했다.


“맥락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도··· 범인이 현장에 증거를 지우기 위해 다시 나타나서 작업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진지하게 말할 건 또 뭐람.


김 경장은 괜한 얘기를 꺼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저 이상한 놈들 때문에 잠도 못 자고 고생했는데···.


“또 총상 입은 시신은 그 와중에 사건 관계자가 희생된 것일 수도 있고.”

“흐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김 경장은 예의상 진지하게 들어주는 척 해주었다.


“시신에서 실탄은 확보한 건가요?”

“아직요.”

“그럼 군용탄인지, 엽총탄인지, 공기총탄인지··· 아직 모르겠군요?”

“그렇습니다.”


이쯤에서 끝내자는 투로 돌아서는데 그는 아직도 할 말이 더 남은 모양이었다.


“저희가 추가로 좀 더 협조 요청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훼손된 현장을 한 번 더 본다는 말씀인가요?”

“아뇨! 어제 발견된 시신이요.”


젠장!


김 경장의 얼굴에서 먹구름이 번졌다.


말없이 콧등 뼈를 주무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참 성가시게 됐다는 푸념이 보였다.


국과수 직원들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어디선가 또 낮술을 한잔 걸친 소장이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김 경장을 불렀다.


“예!”


소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식식대며 말했다.


“아따··· 시방 우에서 연락이 왔는디···.”


뭔가 불길했다.


소장이 언급한 ‘우(위)’는 보통 일선 경찰들을 장기판의 말 정도로 보고 쥐락펴락하는 곳을 말한다.


그런 데서 이런 시골 파출소에 직접 연락을 때렸다니···.


“니를··· 서울 광수대로 파견 보내달라는디···.”


김 경장은 뒷목이 뜨끔하면서 눈앞이 아득해졌다.


겨우 정신을 차린 김 경장이 묻는다.


“왜요?”

“이 동네 사건이··· 우에서 쫓는 큰 사건하고 무신··· 연관이 있어보인다 카는디···.”

“무슨 연관요?”

“내도 모르지···. 머라드라? AI(인공지능)로 돌리보니깐··· 퍼즐이 맞춰졌다카등가···.”

“그런데 왜 제가 가야하죠?”

“이쪽에 오래 있어서··· 잘 아는 사람이 니 아이가···.”

“오래된 건 소장님 아닌가요? 여기가 고향이시잖아요? 저는 고작 삼 년밖에 안 됐는데요.”

“그라도, 현장으··· 경찰 일은 니가 더 잘 알재···.”


자기는 도장이나 찍는 무능한 간부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건가.


김 경장은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버텨봤자 문책만 당할 것이다.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고프네요. 밥 좀 먹고 오겠습니다.”


삐닥, 고개를 끄덕이자 소장은 또 한 손을 슬쩍 들었다가 내렸다.


“그라믄··· 바로 떠나는 걸루 보고서 올리는 걸루 하지잉···.”


김 경장은 대답 없이 파출소를 걸어 나왔다.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해는 다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비는 내리지 않는데 습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자 불쾌지수가 높아졌다.


순찰 나갔던 차가 돌아오는 게 보였다.


막내 순경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인사를 한다.


“다녀왔습니다.”


김 경장은 인사는 받지도 않고 할 말을 쏘아댄다.


“나 서울 광수대로 파견 간다. 아침 먹고 바로 짐 챙겨서 떠난다고 소장한테 전해라. 그리고 유치장 안에 있는 놈들은 신원 확인 안 되면 절대로 빼주지 말고!”


갑작스러운 통보에 놀란 순경이 멀뚱멀뚱 보기만 한다.


걸어 나가려던 김 경장이 다시 돌아서서 손을 내밀었다.


“야, 차 키 줘라. 다리 아프다. 차는 이따가 순댓국집에서 찾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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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6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8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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