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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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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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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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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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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DUMMY

7.


블라인드 틈을 살짝 벌려 밖을 내다보는 정 의원의 표정이 어둡다.


시동을 거는 소리.


바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


가볍게 경적이 울리는 소리.


그런 소리와 함께 광수대 경찰들이 타고 온 차는 멀어졌다.


정 의원은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블라인드에서 손을 뗐다.


그 손은 다시 지끈거리는 이마로 가서 닿았다.


검사들과 피 말리는 기 싸움을 하느라 진이 다 빠져가던 나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저놈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불쑥 전화를 해서는 신원확인이 필요한 주변 사람이 있다는 애매한 말을 던져 궁금증을 유발하더니···.


별거 아닌 줄 알고 만나줬더니만, 결국 저거였어···.


땡초와 깡수가 죽은 건 놀랄 일이지만, 놈들이 사과박스를 언급한 건 충격적인 일이었다.


금액까지 삼십억이라고 특정한 걸 보면 벌써 꼬리를 밟은 게 틀림없다.


정 의원은 눈앞이 침침해지자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큰일이다··· 이 일을 어쩐다?”


지금 수사받고 있는 건 어렵게 구한 전관 변호사가 실력이 좋아 그럭저럭 막아낼 수 있을 테다.


물론 그사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런데 만약···.


저 광수대 놈들이 냄새 맡은 걸 구체적인 실체와 함께 드러내는 날에는···.


어지럽던 정 의원의 머릿속에서 조금 전에 봤던 제일 마지막 사진이 떠올랐다.


흐릿해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 조수석에 앉은 사람.


얼굴 윤곽이 분명, 그놈이었다.


신 기자!


“놈들이 겁 없이 수원까지 들어와서 구 사장의 장부까지 털어갔단 말인가?”


정 의원은 답답한지 목에 감겨있던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돈도 훔쳐 가고, 우리 애들도 죽이고, 이젠 날 협박하기 위해 장부까지 확보했다?”


반쯤 남은 차를 들어 들이켜는데 벌컥벌컥 소리가 났다.


“그래,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


정 의원이 주먹을 불끈 쥐며 일어선다.


“그 세 놈을 빨리 없애야 해! 안 그러면, 결국 내가 위험해져···.”


정 의원은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누굴 보내나?


놈들을 잡으러 보냈던 땡초와 깡수까지 죽었다.


게다가 구천회까지 죽었다니···.


놈들이 달아나 숨었다는 지리산에서 죽었으면 분명, 놈들이 손을 쓴 게 틀림없다.


대체 어떤 놈들이기에···.


남들 구린 뒤나 캐면서 몰래 사진이나 찍어 협박하는 한심한 놈들인 줄 알았건만···.


내가 놈들을 너무 우습게 본 거였나.


하긴 그러니 감히 나한테까지 와서 서슴없이 딜(Deal)을 치지···.


정 의원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사무실 안에서 여러 차례 전화벨이 울었다.


또 보좌관의 노크 소리도 여러 번 들렸다.


하지만 그 모두를 무시하고 생각에 잠겨 있던 정 의원.


그렇게 한 시간가량이 흘렀을 때였다.


그의 눈이 다시 떠졌다.


“아···!”


후다닥.


갑자기 보좌관에게 달려가 차 키를 빼앗은 정 의원이 의원실 문을 박차고 나간다.


어디 가시냐는 보좌관의 물음에,


“그냥,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고 오늘 일정 잡힌 거 다 취소해!”


대뜸 이렇게 말한 정 의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멍한 표정의 보좌관이 망부석처럼 서서 움직일 줄 모른다.


부르으응-!

끼이이잌-!


시동이 걸린 세단이 거칠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정 의원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처럼 몸부림을 쳤다.



8.


서울 외곽 정 의원의 아지트.


오래간만에 와서 그런지 눅눅한 먼지 냄새가 인상을 쓰게 했다.


정 의원은 얼른 땡초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언제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육중한 체격의 땡초가 벌떡 일어나서 꾸벅 인사를 하곤 했는데···.


이젠 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땡초의 책상에 앉은 정 의원은 서랍을 열었다.


잡다한 서류뭉치 사이에서 대포폰 세 개를 찾았다.


그중 정 의원과 같은 기종인 것의 전원을 켰다.


배터리가 충분한 걸 확인하고 주소록을 뒤졌다.


거의 아랫단쯤에서 눈에 익은 이름 하나가 나왔다.


“황 사장···!”


땡초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업무 지시를 받았을 때 버겁거나 손이 많이 가는 게 있으면 종종 의뢰하는데 일 처리가 깔끔하다고.


무엇보다도 맘에 드는 건, 빠른 일 처리라고···.


황 사장이라는 것 빼고는 그에 대해 알려진 게 아무것도 없어 그게 흠이지만···


그럼에도 일을 그르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정 의원은 황 사장의 번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땡초와 깡수를 동시에 잡은 놈들이다. 아무나 보낼 수는 없지!”


결심이 섰는지 그는 곧 통화 아이콘을 터치한다.


잠시 후.


통화 연결이 되는 소리는 났는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황 사장님!”


정 의원이 먼저 자신을 드러내자 상대의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넘어왔다.


아무래도 평소 익숙하던 음성이 아닌 걸 이상하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대로 끊길 것 같자 정 의원이 다급하게 붙들 듯 말을 잇는다.


“땡초의 상관이요···.”


‘상관’이란 단어 사용이 적절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대는 계속 들어줄 의향이 있는 듯싶었다.


숨소리는 계속 넘어왔다.


“사고로 땡초가 죽어서 이렇게 내가 대신 뭐 좀 의뢰를 하는 거요.”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놀라는 기색이라도 보일 줄 알았는데.


상대는 차갑고도, 평온했다.


잠시 생각을 하며 또 단어를 고르고 고른 정 의원은 다시 말했다.


“땡초를 그렇게 한 놈들을 찾아서 제거하려고 하오.”


그 말이 끝나자마자였다.


드디어 상대의 음성이 들렸다.


- 난 사람을 죽이는 일은 하지 않소.


차갑고도, 평온한 목소리였다.


목소리만 듣고서도 상대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깊은 물 속에 자리 잡고 앉아 이끼로 뒤덮이는 것도 감내하며 꼼짝하지 않는 바윗덩어리.


그는 그런 바위 같은 사람일 것이다.


바위는 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동요하지 않고 침묵만을 지킨다.


그저 필요할 때만 잠깐 모습을 드러내고는 다시 사라질 뿐.


부탁하는 것도, 타협하는 것도, 그렇다고 협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사람.


그런 바위 같은 사람이 내 말을 듣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물을 다 빼 버리는 것!


“황 사장님! 땡초를 죽인 놈들이 경찰에 먼저 잡히면, 좀 골치 아파집니다. 나도 그렇고, 그쪽도요···.”


의미심장한 미끼를 던지자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다.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는 듯한 숨소리가 고르게 넘어온다.


“그놈들··· 내 뒤통수를 치는 것도 모자라 내 돈도 들고 튄 놈들인데, 이번에 내 거래처 사장 장부까지 털어간 모양이오. 그런데 그 장부에 말이오···.”


잠시 말을 끊고 귀를 쫑긋 세워보았다.


상대는 확실히 낚싯줄에 걸린 활어처럼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나랑 직접 거래한 것만 적힌 게 아니고, 내가 땡초한테 시켜서 한 거래도 들어가 있을 거요.”


그런 일이 한둘이 아닐 테고, 땡초는 황 사장에게도 종종 일을 의뢰했으니···


경찰에서 장부를 털다 보면 당신도 결국 무사하지 못할 거란 무언의 압력.


황 사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고르던 숨소리가 간간이 뚝뚝 끊기더니 갈라진 목소리가 넘어왔다.


- 그 거래처 사장이··· 구천회요?


정 의원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이런··· 구 사장 이름까지 알고 있으면 당신도 빼박인데··· 하하하!”


기분 나쁠 법도 한데, 황 사장은 그 웃음소리를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 그놈들 정보를 보내주시오.



9.


마포 광수대.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이버 수사 담당 경찰이 다가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매칭되는 인물을 특정했습니다.”


종이를 받아 든 조 팀장은 눈을 찡그리고 들여다보다가 김 경장을 돌아본다.


“길림물류 앞에서 돈 뿌리고 달아난 놈들이요···.”


김 경장의 눈이 커졌다.


“누군지 파악이 됐네요. 이거 보세요.”


조 팀장이 내미는 종이를 받아 든 김 경장은 맨 마지막쯤에 적힌 이름 두 개와 관련 신상정보를 조용히 읽는다.


“뭐야? 이 사람들··· 그때 그 사람들 아닌가요? 뭐더라? 연예인 ‘줄리 한’ 사생활 폭로한다고 기자회견 열었다가···.”


조 팀장이 아! 하는 표정이 되더니 얼른 인터넷을 검색한다.


“맞네요, 이 사람이 신 기자. 그리고 옆에 이 사람이 박종팔, 일명 스나이퍼 박!”


이제 뭐가 좀 풀리는구나, 라고 생각한 건지 조 팀장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그는 당장 두 사람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메아리처럼 이어질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근무하는 <예스패치>에 전화를 걸어 그의 행방을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취재요? ···지리산?”


조 팀장이 김 경장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지만,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취재는 핑계고, 지리산에는 다른 목적으로 갔을 것이다.


조 팀장은 아까 정 의원의 사무실에서 네 번째 사진을 보여줬을 때를 회상했다.


앞의 세 사진을 내밀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


그래, 놀라는 게 아니라, 뭔가 불편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 반응이었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김 경장이 갑자기 재미있는 말을 했다.


“지리산이 짱 박히기 좋기는 하죠.”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도 같은 생각으로 목적지를 그리로 정했을까.


장부를 훔쳐 지리산에 숨어든 후 정 의원을 협박하기 위해서?


아니, 어쩌면 세 사람이 공범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정 의원이 자신의 구린 구석을 잘 아는 구 사장을 미리 제거하고 두 사람에게 장부은닉을 지시한 거라면?


그래서 지리산에 숨어든 거라면?


어느 게 사실인지는 두 사람을 검거한 후에나 알 수 있을 테다.


조 팀장이 테이블 위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번호판을 누르는 손가락이 힘차 보인다.


“내가 지금 부르는 번호 있잖아. 위치 파악 좀 해!”


그사이 유튜브에서 블라인드 인터뷰 영상을 보고 있던 김 경장이 계속 턱을 쓰다듬는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조 팀장이 그의 곁으로 다가간다.


“왜요?”

“이것 좀 보세요.”


김 경장은 화면을 일시 정지하더니 스나이퍼 박의 얼굴 위쪽을 손톱으로 꾹 눌렀다.


“뭐가 이상해요?”

“CCTV 스냅숏하고 비교해서 보세요.”


김 경장의 말대로 시선을 여러 차례 옮기며 두 얼굴을 비교하는 조 팀장.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러자 김 경장이 바로 차이를 설명한다.


“유튜브 영상 안의 머리는 말총머리인데, CCTV에 찍힌 건 대머리 같지 않아요?”


다시 조 팀장의 시선이 바쁘게 두 얼굴 사이를 오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중요한 발견입니다. 제대로 짱박히려고 위장까지 생각했나 본데요.”


뜻밖에 칭찬까지 듣게 되자 김 경장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 기분은 정말 처음이었다.


경찰 일을 하면서 소장에게 칭찬이란 걸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뿌듯함이 차오른 김 경장은 자기가 또 할 일이 없을까를 생각한다.


CCTV 사진과 사이버 수사 기록을 흐뭇하게 다시 들여다보는 김 경장.


그렇게 십 초 정도가 흘렀을 때였다.


갑자기 뭔가가 퍼뜩 생각난 김 경장의 눈이 서서히 부풀어 오른다.


“아··· 이런! 그··· 그··· 유치장에 가둔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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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1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2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5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5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4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3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5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5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4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3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8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8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6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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