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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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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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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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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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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88. 패스워드 2

DUMMY

4.


보던 장부를 다시 서랍 안에 넣고 몸을 숙였다.


책상이 컸기에 의자가 들어가는 공간에는 두 사람이 몸을 숨기고도 남았다.


숨을 삼킨 채 출입문 앞에서 어른대는 불빛을 주시하던 신 기자가 조용히 속삭였다.


“저게 누구죠?”

“나도 몰라···.”


스나이퍼 박도 속삭인다고는 하는데 소리가 너무 컸다.


신 기자는 또 손짓으로 조용히 말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차가 여러 대였어요. 한두 명이 아닌 거 같은데요. 여기 들어오는 거 아닌가요?”

“나도 몰라···.”


스나이퍼 박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나도 모른다!


여기까지 자기를 믿고 따라온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위기상황에 의지할 곳이 사라져 버린 것 같자 신 기자는 또 심장이 요동쳤다.


저벅저벅!


어지러운 발소리에 이어 도어락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지금까지 그렇게 담담하던 스나이퍼 박의 음성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 어떡하죠?”


신 기자는 온몸에 경련이 이는 것 같았다.


띠리링-!


문이 열렸고, 불이 켜졌다.


순간 주변이 밝아지자 어둠에 익어있던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 웅크린 몸을 맞댄 채 기도했다.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제발 이쪽으로는 오지 말라고.


그런데···.


들이닥친 사람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수가 많았다.


“aㅁxsㅇㄹ5$@#*yuㅅㄷ···.”

“erㅇㄱ*&#TTᅟᅩᆨㅈㅂhhㄴ···.”


게다가 주고받는 말은 중국어.


이렇게 낯선 공간에서, 낯선 말을 쓰는, 낯선 사람들에게 들키기 직전의 상황은···.


충분히 공포, 그 자체였다.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입을 굳게 닫은 채 서로의 눈만을 바라보며 바들바들 떨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이어졌다.


또 사무실 한가운데 뭔가가 펼쳐지는 소리도 들렸다.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를 보니 크고 둥근 테이블이었다.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몸을 놀리면서 테이블을 세팅했고, 일정 간격으로 의자도 붙였다.


중화요리집에서 볼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아니었다.


한 남자는 테이블 중앙에 트럼프 카드 한 벌을 부채처럼 펼쳤다.


도박!


이제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알았다는 듯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눈짓을 교환했다.


세팅을 마친 남자들이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숨을 죽이고 있던 두 사람은 겨우 웅크렸던 몸을 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떠나는 소리에 이어 다시 불이 꺼졌다.


고요와 어둠이 찾아들자 스나이퍼 박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휴우···!”


신 기자도 벌겋게 달은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일어선다.


“불법도박장이었군요!”


스나이퍼 박은 민머리를 긁적이며 입맛을 다셨다.


“구 씨 이 친구, 몸 사린다고 하더니··· 아니었네.”

“이런 사설 하우스··· 돈세탁하기에 딱이긴 하죠.”


신 기자는 과거 정치인들의 불법 자금출처를 캐 들어가다 이런 하우스와 연계된 걸 밝혀낸 적이 있었다.


해당 정치인이 쇠고랑 차는 건 당연했고, 하우스 운영자도 중형을 선고받았었다.


“자, 다시 시작하자고!”

“네, 그러죠!”


두 사람은 원형 테이블에서 눈을 떼더니 다시 서랍을 열었다.


두 번째 서랍 안은 영수증 뭉치로 가득했다.


이런 곳에 패스워드를 기록해 뒀을 리는 없다.


“흠, 이건 볼 필요 없겠군.”

“그래요. 시간 벌었네요.”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둘은 마지막 세 번째 서랍을 당겨 연다.


왼쪽 서랍에는 카드나 칩 같은 도박 관련 물품들이 오른 쪽에는 두툼한 다이어리 네 권이 채워져 있었다.


본능적인 촉이 다이어리 쪽으로 향했다.


당연했다.


패스워드를 도박 물품에 적어놓을 리는 없다.


신 기자는 스나이퍼 박 쪽으로 기어갔다.


스나이퍼 박은 다이어리 두 권을 빼더니 신 기자에게 내밀었다.


“왠지 느낌이 좋은데. 분명히 여기 있을 거 같아.”


그런 생각은 나도 했네요.


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신 기자는 그 말을 뱉지는 않았다.



5.


다이어리에는 확실히 은밀한 기록이 많았다.


불법 계모임 명단.

사채 이자 이율표

불법 환전소에서 거래되는 화폐 현황

심지어는 불륜 커플들이 자주 찾는 산의 등산코스까지.


중국어로 적혔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한글이었다.


어쩌면 현지 누군가에게 보고하는 목적으로 보관하는 다이어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장 한 장 주옥같은 정보들에 놀란 신 기자는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그러자 그걸 본 스나이퍼 박은 웬일로 보채는 말을 한다.


“뭐해? 서두르라고!”


벌써 한 권을 거의 다 보고 있는 그의 얼굴에선 다급함이 보였다.


신 기자가 이젠 정말로 찾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막 느낄 때였다.


갑자기 출입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났다.


띠리링-!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굳었다.


둘은 조용히 다이어리를 품에 품었다.


저벅저벅!


다가오는 발소리가 이번에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통화 소리.


“*&bnㅁㄴ$#sdㄱㄹ···.”


역시 중국어로 시작된 소리는 중간에 갑자기···,


“아니 와 전화를 아니 받음요오? ··· 오데요? ··· 서랍 안?”


우리말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말에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서랍 안을 보려면···.


책상 뒤로 돌아와야 한다.


꼴깍-!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소리가 나지 않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여기서 잡히는 건가?


아니다!


한 놈이면, 둘이서 어떻게든 해치울 만하다.


해치우지는 못해도 쥐어패고서 도망치는 건 가능할지도 모른다.


생각은 이러했지만,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을 저런 스나이퍼 박이랑 함께 한다?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는 일이라는 걸 직감한 신 기자는 돌연 절망감에 휩싸인다.


그런데···.


다가오던 남자가 책상 모퉁이를 막 돌아서려던 순간이었다.


“어어···엇!”


뭔가에 걸린 듯 휘청하더니 바닥에 고꾸라지는 게 아닌가.


고개를 숙여 책상 밑을 보니 남자가 걸린 건 바닥에 얽혀 있던 전선 뭉치였다.


그때였다.


스나이퍼 박이 신 기자의 얼굴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튀어!”


그와 동시에 스나이퍼 박이 먼저 벌떡 일어나서는 출입문을 향해 뛰었다.


놀란 신 기자는 엉겁결에 그의 뒤를 따른다.


품에 안은 다이어리를 더욱 바짝 끌어안고서 두 사람은 미친 듯이 달렸다.


짧은 순간 엎어진 남자의 얼굴이 얼핏 보였던 것도 같았다.


전선에 걸렸던 발목을 어루만지던 남자!


그는 쏜살같이 지나치는 두 사람에 놀라 뒤로 나동그라졌다.


출입문을 벗어난 후 차가 세워져 있던 반찬가게 옆 공사장으로 달렸다.


스나이퍼 박은 믿기 힘든 스피드로 자동차 스마트키를 누르더니 운전석에 뛰어들었다.


뒤따르던 신 기자는 그때까지만 해도 성공한 줄 알았다.


운전석에서 히죽 웃으며 시동을 거는 스나이퍼 박의 모습이 그렇게 근사해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bgㄷㄴ$#ㅁdㅕiu···.”


어디선가 갑자기 거친 중국말이 쏟아짐과 동시에 낯선 남자들이 K3 앞으로 몰려들었다.


신 기자가 조수석 문을 막 열려던 찰나였다.


“어이··· 정지!”


길림물류 출입문이 열리면서 전선에 걸려 넘어졌던 남자가 나왔다.


“거··· 머하는 아새끼들인감?”



6.


신 기자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손이 떨려서 차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벌어진 입 사이로 이가 덜덜 떨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귓전이 다 울릴 정도였다.


남자가 K3 앞으로 다가왔다.


죽었구나!


이 생각만이 하얘진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스나이퍼 박이 조수석 창문을 내리면서 소리쳤다.


“자, 이거 받아!”


그가 불쑥 내민 건 돈뭉치였다.


뒷좌석에 있던 그 이십억 중 일부!


신 기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스나이퍼 박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터져 나왔다.


“그거 이 앞에다가 확 뿌려버려!”


잠시 필름이 끊긴 것 같았던 눈앞이 다시 밝아지면서 정신이 돌아온 신 기자가 돈다발을 받아들었다.


이어서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돈다발의 띠지를 풀고 공중에 힘껏 던져버린다.


펄럭!


가벼운 팔랑임과 함께 오만 원권 지폐들이 하늘에서 춤을 췄다.


그리고 그걸 본 남자들이 와! 하는 탄성과 함께 달려들었다.


K3 앞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전선에 발목이 걸렸던 남자는 또 뭐라 중국말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빨리 타! 그만 가자!”


스나이퍼 박이 얼른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두 사람은 재빨리 U턴을 한 후 길림물류 앞을 벗어났다.


부우웅!


골목을 나와 장안문 앞에서 다시 차를 돌렸다.


그때까지 속력을 늦추지 않고 있던 스나이퍼 박은 액셀을 누르고 있던 발에서 천천히 힘을 뺐다.


“휴우우우우···.”


십년감수했다는 생각도 잠시.


신 기자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말한다.


“큰일났네요. 이제 우리 얼굴 다 팔렸다고 봐야 해요.”


하지만 스나이퍼 박은 아무 말 없이 운전에만 집중했다.


신 기자는 백미러 안에 비친 그의 얼굴을 살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아니, 생각이나 있는 걸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를 극복하는 걸 보면···.


이건 무슨 돈키호테 같기도 하고.


또 답답한 순간마다 번쩍하고 꾀를 내놓는 게 그냥 무시해 버리기도 그렇고.


신 기자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스나이퍼 박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 같은 이런 심리상태가 의아했다.


“이제 우리 어떡하죠?”


그러고 보니 일이 이처럼 꼬여버릴 것에 대비해서 플랜B를 생각해 두지 않고 있었다.


오백억!


그 큰돈에만 정신이 팔려서 수원에 들어가는 것만 신경 쓰고 있었던 거다.


수원에선 별 탈 없이 패스워드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바보처럼 확신하면서.


그래···.


다이어리를 확보했으니 패스워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찾고도 붙잡히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스나이퍼 박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신 기자는 다시 백미러 안을 보았다.


“바로 배를 타러 가나요?”


목석같은 얼굴을 보며 답을 기다리는데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했다.


액정화면을 본 신 기자의 턱이 아래로 떨어진다.


“하아! 국장··· 이 인간은 참 지랄맞은 타이밍에 꼭 지랄같이 연락한단 말이야.”


종일 정신이 없어서 보고하는 걸 깜빡 잊은 신 기자였다.


아마도 응징 차원에서 한 전화일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통화 아이콘을 터치하자, 의외로 부드러운 국장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 그래··· 고생이 많지?


뭔가 이상했다.


가뜩이나 지난 보고부터는 거짓말도 한계에 다다라 슬슬 티가 나고 있었다.


아무리 이 바닥 고인물인 신 기자라지만 거짓말이 지속되면 결국 꼬리가 잡히는 법.


그리고 그건 그대로 글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신 기자를 오래 봐온 국장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네, 국장님! 그렇지 않아도 보고 드리려고 했는데···.”

- 아니야, 아니야. 매일 취재하랴 기사 정리하랴 고생 많은데 쉬엄쉬엄해!


신 기자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국장의 의중을 파악하려 촉을 바짝 세웠다.


뭘까?

갑자기 왜 이럴까?


속력을 살짝 줄인 스나이퍼 박도 무슨 일인가 해서 통화에 귀를 기울인다.


국장의 본심은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 다름이 아니라, 내일 말이야. 변호사하는 우리 와이프가 쉬는 날이어서 함께 지리산에 가려는데··· 신 기자가 거기 볼만한 곳하고 괜찮은 맛집 좀 가이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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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6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5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8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 088. 패스워드 2 24.04.18 11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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