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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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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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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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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식신 vs 식신 1

DUMMY

1.


“건우는 여기서 계속 망을 봐라. 혹시 누가 다가오면 휘파람을 불어라.”


법사들은 건우를 세워두고서 동물원 안으로 들어섰다.


운천은 법사들을 보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천적을 찾는 거다. 천적이 될 만한 놈들을 찾아서 전부 사역시킨 후 다시 분신으로 그 수를 늘릴 것이다.”


이제야 운천의 의도를 이해한 법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정철은 흰개미의 천적인 땅돼지, 천산갑, 아르마딜로, 개미핥기를 찾아 사역시킨 후 우리 밖으로 꺼냈다.


철산은 때까치, 사마귀, 두꺼비, 도마뱀을 끌어내 식신으로 삼았다.


이놈들은 귀뚜라미의 천적들이다.


또 운천은 들쥐의 천적인 고양이, 여우, 족제비, 너구리, 삵, 스라소니, 수리부엉이, 말똥가리를 꺼내 사역시켰다.


약 한 시간가량의 작업을 마친 법사들이 동물들을 이끌고 다시 제1아프리카관 앞으로 모였다.


건우는 법사들이 동물 떼를 몰고 오는 걸 보고는 입이 쩍 하니 벌어진다.


“버··· 버··· 법사님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품에서 부적을 꺼낸 법사들이 그걸 손바닥으로 비벼 종이 가루로 만들고선,


“흐으으으으압!”


기합과 함께 동물들에게 뿌렸다.


그러자,


펑-!

퍼벙-!

퍼버버버버벙-!

퍼버벙-!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사역당한 동물들의 수가 새까맣게 늘어났다.


“아! 분신술까지···.”


운천이 건우를 보고 빙긋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 작전은 천적 관계를 활용한 공략이라 설명하자, 건우는 또 탄성을 내지른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빠진 것 같았는지 건우가 다시 묻는다.


“그런데 스승님··· 빈대는 어떡하나요?”


건우의 말대로 빈대를 잡을 천적은 보이지 않았다.


운천이 잊어버린 걸까?


당연히 그럴 리는 없었다.


“빈대는 딱히 천적이란 게 없는 거로 안다. 요즘엔 속세에서도 독한 살충제를 써도 잘 잡지 못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불찜질을 이용할까 한다.”


불찜질?


건우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운천이 눈썹을 씰룩댄다.


“나중에 설명해 주마!”


법사들이 출구 문을 염력으로 연후 동물들을 밀어냈다.


동물들은 코끼리열차길을 따라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기 시작했다.


“천적들을 다 해치우면 분신들은 자동 소멸하고 사역당한 동물들은 다시 우리로 돌아올 것이다.”


운천이 팔짱을 끼고 동물들을 구경하다가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법사들과 건우도 스승의 뒤에 따라붙었다.


출구를 막 벗어났을 때였다.


“모두 카멜레온으로 변신한다!”


다시 운천의 지시가 떨어진다.


법사들이 변신술을 시도하자 그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펑-!

펑-!

퍼벙-!


건우도 법사들의 도움으로 카멜레온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다.


펑-!


“카멜레온이 보호색을 가진 동물이라서 이렇게 변신하신 건가요?”

“맞다! 또 몸집이 작아 우리 영기를 감추기도 쉽지.”


건우는 흉하게 생긴 외모와 쭈글쭈글한 피부가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작전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으니 그냥 참기로 한다.


군인들도 은밀한 작전을 펼칠 때 보기 싫은 위장크림을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지 않던가.


그런데 문제는···.


움직임이 너무 굼떴다.


이래서야 어디, 동물들을 따라가기나 할까.


걱정이 앞서자 건우는 다시 운천에게 하소연을 한다.


“스승님, 인간적으로 너무 느리지 않나요?”


정철과 철산도 그 점을 지적하려 했었나 보다.


건우와 같이 운천을 돌아보더니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운천도 이 정도까지 느릴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가볍게 혀를 차더니 미안한 듯 말했다.


“그··· 그렇구나! 어쩔 수 없다. 축지술을 쓴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기어가다시피 하던 카멜레온들의 움직임이 돌연 빨라졌다.


휘리릭-!

휘리릭-!

휘릭-!

휙-!


벌써 대공원을 벗어나 도로로 나간 동물들의 꽁무니를 법사들이 따라붙었다.


다들 한시름 놓은 듯 긴 혓바닥을 연신 날름거렸다.



2.


사당역 앞에 도착할 때까지 작은 싸움이 여러 번 있었다.


싸움이라 했지만, 사실 싸움이랄 것도 없는 일방적인 물리침이었다.


일단 놈들의 세력이 집중되지 않았던 게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었고.


또 우리 측 동물들의 조합이 다양한 것도 효과적인 공격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도심 한가운데로 들어서고 있다. 지금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운천의 말에 시시한 작은 승리에 취해있던 법사들과 건우는 마음을 다잡았다.


도로는 여전히 한산했다.


간혹 식료품을 사러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보이긴 했지만, 다들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앞서 도시를 한순간에 엉망으로 만든 흰개미, 빈대, 귀뚜라미, 들쥐도 그렇지만.


도로에 쏟아져 나온 동물원의 동물들도 사람들을 겁먹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벌써 방송국에서는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는 속보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안타깝긴 했지만, 그래도 법사들에게는 다행이었다.


싸움을 벌이다가 민간인 피해라도 발생하면 아무래도 움직임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운천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놈들의 움직임을 보니 아무래도 한곳에 모이기 전까지는 협공을 할 것 같지 않구나. 각자 흩어져서 놈들의 이동로를 막고 최대한 각개격파 한 후에 BW 앞에서 모이도록 하자!”


정철과 철산은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놈들이 당장 협공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미 서울의 중심지에 진입한 후였기에···.


서로 가까운 거리만 유지하면, 설사 협공을 당할지라도 빠르게 지원할 수도 있을 듯싶었다.


스승 운천도 그 점을 고려하고 한 말이었을까?


이견이 있어 보이던 두 법사가 잠시 고민 후 다시 수긍하는 것 같자, 운천은 다시 지시를 내렸다.


“정철은 흰개미를 막아라!”


이어 철산에게는 한강 변에 모여있는 귀뚜라미를 저지하라고 한다.


그리고 서로 간의 신호는 휘파람!


각자 사역시킨 동물들을 앞세워 길을 나서는 모습이 양 떼를 몰고 가는 목동 같았다.


운천은 이들이 멀어지는 걸 지켜보다가 건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두 사람의 변신술이 풀렸다.


“···그리고 넌 나랑 같이 들쥐를 잡자!”


건우는 살짝 겁이 났다.


들쥐는, 흰개미나 귀뚜라미에 비해 훨씬 다루기 힘들고 공격적인 게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일단 그 크기나 외형만으로도 상대를 움츠러들게 하지 않나?


하지만 운천은 이런 건우의 걱정을 알기나 하는 건지.


사당역사 안으로 성큼성큼 앞장서서 들어섰다.


운천이 움직이자 그 뒤로 사역시킨 동물들이 따랐다.


고양이, 여우, 족제비, 너구리, 삵, 스라소니, 수리부엉이, 말똥가리···.


이들은 제식훈련을 잘 받은 신병들처럼 오와 열을 맞춰 착착 움직였다.


“뭐하냐? 빨리 안 내려오고?”


지하철 출구 앞에서 우물쭈물 서 있는 건우를 운천이 돌아보았다.


건우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얼른 안 오면 놓고 그냥 가버린다!”


놀리는 듯한 운천의 말이 들렸다.


“자··· 잠··· 잠깐만요!”


후다닥!


건우의 걸음이 빨라졌다.


들쥐와의 첫 만남은 자동매표기 앞에서였다.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어야 할 스크린 화면이 이상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운천과 건우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곳의 전기는 전부 멀쩡히 들어오고 있었다.


배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지는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 물어보려 매표소에 다가갔는데, 역무원은 보이지 않았다.


휑한 지하철 안!


마치 운천과 건우만 모르는 무언가가 은밀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다시 자동매표기 앞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끼릭!

끽!


하는 소리가 매표기 안에서 들렸다.


운천이 한쪽 귀를 내밀면서 한 걸음 다가갔다.


끽!

끼이익!


다시 한 걸음.


끽!

끽!


또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운천이 다리를 막 드는 순간이었다.


퉁-!

콰아아아악!


갑자기 매표기의 지폐 반환구에 시커먼 무언가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두운색의 수세미 뭉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 어··· 어··· 어!”


건우는 운천의 앞으로 쏟아져 나오는 들쥐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3.


건우와는 달리 침착한 운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더니 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역사 안에 빙 둘러 서 있던 운천의 식신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여우, 삵, 스라소니 무리가 가장 먼저 운천의 앞으로 나섰다.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이빨을 놀려 물어뜯고, 또 발톱을 휘둘러 할퀴어댔다.


운천의 앞은 금세 피바다가 되었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들쥐들은 선봉이 무너지자 잠시 주춤한다.


그러자 그 틈에 고양이, 족제비, 너구리 무리가 멈춰 서 있던 놈들을 옆에서 덮쳤다.


역사 바닥은 흥건한 피에 더해 여기저기 나뒹구는 들쥐의 머리, 꼬리, 다리로 넘쳐났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운천의 식신들이 제대로 공격이라도 받으면,


펑···!


하며 바로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뒤따라 달려들던 들쥐들은 식신이 소멸할 때 난 자욱한 연기에 놀라 우왕좌왕한다.


그러다 갑자기 달려들기를 포기한 듯 역사의 구석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장에 붙어서 놈들을 노리고 있던 수리부엉이와 말똥가리 떼가 미처 숨을 곳을 찾지 못한 놈들을 하나하나 낚아채 간다.


건우는 끔찍한 장면을 미처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연이어 죽어 나가는 들쥐의 애처로운 괴성이 이어지다가 뼈가 부러지고 잘근잘근 씹히는 소리까지 들렸다.


우드득-!

빠직-!

뽀득-!


그리고 잠시 후.


운천의 음성이 들렸다.


“어서 안으로 가보자.”


운천은 벌써 승강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의 식신들도 일방적인 승리에 고무된 듯 씩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건우는 피로 흥건한 역사 바닥을 조심조심 디디면서 게이트를 넘어갔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불만 켜진 휑한 승강장이 적막하게 드러났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승강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크린 도어마저 활짝 열려있었다.


그 안에서 서늘한 바람이 밀려갔다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놈들··· 별로인데요.”


불과 몇 분 전 벌벌 떨며 고개를 돌리던 자신의 모습을 벌써 다 잊은 걸까.


건우는 그새 기고만장해져서 세상의 모든 악을 혼자 다 물리친 것처럼 거드름을 피운다.


“하···!”


운천은 이런 건우의 모습이 기가 막힌지 천장을 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미소가 번지던 운천의 얼굴이 갑자기 뻣뻣하게 굳더니 사색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에 건우가 당황하며 물었다.


“왜··· 왜 그러세요?”


대답 대신 운천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낸다.


“쉿!”


그의 검지가 빳빳하게 세워져 입술 위에 붙었다.


검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떨림 때문인지 그의 눈동자도 흔들리고 있었다.


운천은 한 손을 가만히 들어 한 쪽 귀에 댔다.


그의 머리가 스크린 도어 안으로 살짝 기울었다.


무슨 소리가 나는 걸까?


궁금한 건 건우도 마찬가지였다.


건우도 귀를 스크린 도어 가까이에 붙이려던 찰나였다.


어디선가···.


미세한 떨림과 함께 뭔가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집중해 보니, 스크린 도어 안쪽이었다.


건우가 얼굴을 안으로 가만히 들이밀어 보았다.


그렇게···.


일초···.

이초···.

삼초···.

사초···

오초···.


···가 지났을 때였다.


작은 떨림은 어느새 웅장해졌고, 공간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그때 운천의 외침이 들렸다.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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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132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3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128 128. 운천의 최후 1 24.05.28 3 0 12쪽
127 127. 국가비상사태 4 24.05.27 4 0 12쪽
126 126. 국가비상사태 3 24.05.26 6 0 12쪽
125 125. 국가비상사태 2 24.05.25 4 0 12쪽
124 124. 국가비상사태 1 24.05.24 7 0 11쪽
123 123. 쫓기는 일성 3 24.05.23 4 0 11쪽
122 122. 쫓기는 일성 2 24.05.22 4 0 11쪽
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3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3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6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5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4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5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5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4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4 0 11쪽
»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4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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