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6.07 21:10
연재수 :
137 회
조회수 :
3,259
추천수 :
72
글자수 :
707,785

작성
24.05.13 21:10
조회
5
추천
0
글자
11쪽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DUMMY

1.


BW 빌딩 앞.


정오가 조금 지나자 법사들이 모여들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운천과 건우는 일단 식신들을 지하 주차장에 숨겼다.


긴장이 좀 풀어져서인지, 아니면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 때문인지,


“스승님, 어지러워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건우는 그대로 빌딩 앞 벤치에 폴싹 주저앉았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잠시 후 양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오는 건우의 뒤로 철산의 무리가 보였다.


“먼저 와 계셨군요. 건우도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철산도 지하 주차장에 식신들을 몰아넣은 후 건우가 내미는 김밥을 받아들었다.


운천은 생각보다 피해가 적어 보이는 철산을 보며 가슴을 쓸었다.


물론, 들쥐 떼보다야 귀뚜라미 떼가 다루기 쉬워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어찌 되었든 식신으로 부림을 당하는 놈들이란 점에서 다를 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 사람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김밥을 먹으면서 건우의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뉴스에서 어제 일이 계속 나오네요.”


실시간 뉴스 채널에선 대부분 자취를 감춘 들쥐와 귀뚜라미, 그리고 흰개미 떼에 대한 소식이 흐르고 있었다.


“아! 흰개미도 어느 정도 물리친 모양이구나.”


운천은 자신들처럼 고생했을 정철을 생각하며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앵커는 아직 완전히 박멸된 건 아니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여전히 손도 못 대고 있는 빈대로 인한 피해도 계속 언급했다.


시민들은 일상을 회복한 듯 거리로 쏟아져 나오다가 빈대의 공격이 만만치 않은 걸 알고는 다시 몸을 사리는 모드로 돌아섰다.


옷깃만 스쳐도, 지하철 좌석에 앉는 것만으로도, 숙박시설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빈대가 옮겨 올 수 있다는 괴담.


이런 괴담은 빈대가 번지는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퍼져나갔다.


앞서 들쥐나 흰개미, 귀뚜라미가 거리를 덮을 때는 세상과 거리를 두던 사람들이···.


빈대가 번지는 지금은 사람과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갑자기 화면이 바뀌더니 방역담당 직원이 심각한 얼굴로 나타났다.


그의 뒤로 빼곡히 빨간 점이 찍힌 서울시 지도 화면이 떴는데, 그 빨간 점은 점점 크기를 키워 가고 있었다.


그는 화면 한 지점을 손으로 짚더니 빙글빙글 원을 그리면서 말했다.


“이게··· 전역으로 퍼지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이쪽으로 모여들고 있는 겁니다.”


방역담당 직원의 손가락이 닿은 곳은 지금 운천 일행이 있는 지점이었다.


운천은 일성이 자신들을 노리고서 식신들을 보냈다는 걸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도로 건너편에서 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철이 돌아오는 소리였다.


“정철 법사님!”


건우가 벌떡 일어서며 반갑게 정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운천도 제자의 모습이 반가웠다.


하지만 출발할 때에 비해 그 수가 많이 줄어 있어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얼굴도 식은땀에다 흙먼지까지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거로 보아 고전한 게 틀림없었다.


“지하 주차장에 남은 식신들을 대기시키고 있네.”


철산의 안내에 따라 정철도 신식들을 옮기고 나왔다.


운천은 건우가 사 온 김밥과 음료를 정철에 내밀면서 무언의 위로를 했다.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 서로의 성과를 칭찬하는 말을 주고받은 법사들.


회장실에 올라와서는 본격적으로 황금 빈대에 맞설 계획을 세운다.


“일성이 사역한 식신들의 행태를 보건대, 우리를 한 곳에 몰아 가둔 후 협공으로 제압하려 했던 거로 보인다.”


운천은 회장실 벽에 붙어있던 서울시 지도를 떼와 바닥에 펼쳤다.


“즉, 귀뚜라미로는 청력과 집중력을 흔들어 영기를 모으지 못하게 하고, 빈대로는 몸을 가렵게 하고 피를 소모하게 해서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만들고···.”


건우는 운천의 설명을 들으면서 지도 위에 빈대출몰 지역을 빨간펜으로 표시했다.


“흰개미로는 공간의 구조를 무너뜨려 혼란에 빠지게 한 후, 마지막으로 들쥐를 몰아 우리를 물어뜯게 하는 전략!”


말없이 설명을 듣고 있던 정철과 철산이 운천과 눈을 마주쳤다.


한바탕 싸움을 마치고 왔음에도 그들의 얼굴에선 결연함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나마 다행인 게, 우리가 들쥐나 흰개미, 귀뚜라미 떼가 이동하는 길을 사전에 차단하고 싸워서 상당수를 제압할 수 있었다.”


운천은 지도에서 자신들이 위치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찍었다.


“아직 우리와 마주친 적이 없는 빈대는 그 수를 그대로 보존한 채 이리로 올 것이다. 우리가 꼭대기 층에 있으니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각층을 차지하면서 올라오겠지···.”


잠시 창밖을 내다보던 운천이 다시 지도 위를 손바닥으로 탁, 쳤다.


“우리는 놈들의 바로 그 점을 공략할 것이다.”



2.


정철과 철산이 동시에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아직 운천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듯 보였다.


그건 건우도 마찬가지였다.


운천은 두 법사와 건우를 보며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놈들이 옥상까지 차올라 건물을 꽉 채우는 순간, 우리는 경공으로 뛰어내리면서 건물을 뒤덮는 집열준망을 펼친다.”


즉, 그 얘기는···.


황금 빈대들이 BW 빌딩 안을 꽉 채우는 순간, 빌딩 전체를 뜨거운 열기로 감싸서 쪄 죽인다는 뜻!


어제 운천이 빈대를 잡을 묘책으로 ‘불찜질’을 언급했던 걸 떠올렸다.


열에 취약한 빈대를 공략하는 묘수!


드디어···.


정철과 철산의 입이 벌어졌다.


기발한 발상에 대한 감탄의 반응이기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위험한 시도에 대한 우려의 반응이기도 했다.


건우는 이제 막 집열준망이 무엇인지 깨우친 때이라 이번 작전이 막연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때, 철산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스승님 그런데···.”


모두의 시선이 철산에게로 모였다.


철산은 스승 운천부터 정철, 그리고 건우를 차례로 보면서 말했다.


“건물의 면이 넷입니다. 그럼 한 면당 법사 하나씩, 총 네 명의 법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린 지금 셋 아닙니까?”


법사들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정철은 철산의 말에 수긍하는 듯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하지만, 운천은 동의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건우까지 치면 넷 아니냐?”


철산은 그 얘기라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바로 운천의 말을 받아친다.


“스승님! 건우는 아직 집열준망을 펼치기에는··· 부족합니다.”


운천의 한쪽 눈썹이 꿈틀댔다.


얼굴에서 살짝 역정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하지만 철산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화집멸공을 겨우 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아직 저리 어설픈 아이를 믿고 작전을 펼쳤다가 일을 그르치기라도 한다면···.”


철산의 말대로 건물의 한쪽 면이 화공으로 단단히 메워지지 않는다면···.


그 틈으로 황금 빈대들이 쏟아져 탈출할 테고···.


그러면 그것들이 법사들을 덮친 후 다시 서울 전역으로 번져버릴지도 모른다.


기회를 놓친 법사들은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빈대들에 물어뜯겨 영기를 소모하면서 쇠해 갈 테고.


이를 노리고 있던 일성에 발견된다면 비참하게 살해될 것이다.


정철은 철산의 생각이 마치 진짜로 실현되기라도 한 것처럼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운천은 여전히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왔으니 곁에서 좀 도와주면 되지 않느냐?”


철산은 운천의 뜻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미칠 파장이 어마어마하기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 사이에 불편한 언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건우는 속이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예, 저는 빠지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위기상황!


사람 하나가 아쉬운데 그렇게 기운 빠지는 소리는 할 수가 없었다.


정철도 중간에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철산의 말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스승 운천의 주장도 무시하기는 곤란했으니···.


똑! 똑! 똑!


그런데 그때 갑자기 회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격앙되었던 분위기가 순간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모두의 고개가 문 쪽으로 돌았다.


활짝 문이 열렸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줄리였다.


“안녕들 하셨어요!”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르는 또 한 사람···.


“스승님! 법사님들!”



3.


모두가 벌떡 일어서면서 입이 벌어졌다.


“여··· 여··· 영일 법사!”


줄리의 뒤를 따라 들어온 사람은 영일 법사였다.


한쪽 눈은 검은 안대로 가린 채이지만, 청운당에서 봤던 그 순진한 웃음은 그대로였다.


법사들의 놀란 표정이 다시 반가움과 기쁨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법사들은 영일 법사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바로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운천은 눈이 그렁대는 게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완전히 회복은 한 것이냐?”


울먹이는 목소리가 모두의 감정을 흔들었다.


“네, 스승님! 스승님의 회복술 덕분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운천은 영일의 얼굴을 쓰다듬다가 손길이 사라진 한쪽 눈 위로 갔다.


마치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를 악물면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는 운천.


그 모습을 본 법사들과 건우도 조용히 훌쩍인다.


그런데 영일은 그런 분위기를 뒤집는 말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


“스승님, 아까 문밖에서 얘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좀 부족하지만, 집열준망에 제가 참여하겠습니다. 저를 시켜 주십시오!”


흐느끼던 모두가 순간 얼음처럼 얼어버린다.


그리고 잠시 후.


냉정을 되찾은 법사들의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평온해졌다.


특히 철산!


그의 시선이 영일의 얼굴에 한동안 머물다가 스승에게로 옮겨갔다.


스승 운천은 철산의 얼굴에서 확신을 읽었다.


운천이 영일의 양어깨에 붙들고 힘껏 흔들었다.


“좋다!”


잠시 후.


회장실 한가운데 모여 앉은 법사들이 다시 작전을 점검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창문 쪽은 내가, 왼쪽은 정철이, 그리고 오른쪽은 철산··· 맞은편 벽면은 영일이 맡는다.”


모두 동의의 끄덕임으로 운천의 말에 답했다.


“그리고 건우는 지하층 소화전 안에 숨어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지원을 해줘라. 네가 식신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할 수 있겠지?”


건우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영일 법사도 건우를 보고 환히 웃었다.


“자 그럼 놈들이 닥칠 때까지 우린 휴식을 좀 취하자. 건우는 TV를 켜놔라. 뉴스를 계속 확인하자꾸나.”


운천이 건우의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가다가 돌연 다시 돌아섰다.


“아, 그리고 줄리 이사님 좀 다시 불러 다오!”


운천은 건우와 함께 다시 들어온 줄리와 조용히 얘기를 나누었다.


“뉴스 보셔서 아시겠지만, 빈대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건물 안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전부 귀가시켜 주십시오. 작전이 끝날 때까지 한 명도 남아있으면 안 됩니다.”


운천의 말에 줄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운천 스승님! 되도록 이 건물에··· 피해가 안 가게 해주세요. 우리 아빠와 인생을 걸고 함께 이룬 회사입니다.”


운천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보도사 나가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7 137. 한강 대첩 5 NEW 4시간 전 1 0 11쪽
136 136. 한강 대첩 4 24.06.06 3 0 11쪽
135 135. 한강 대첩 3 24.06.05 3 0 12쪽
134 134. 한강 대첩 2 24.06.04 3 0 12쪽
133 133. 한강 대첩 1 24.06.03 3 0 12쪽
132 132. 괴수를 막아라 3 24.06.01 3 0 11쪽
131 131. 괴수를 막아라 2 24.05.31 4 0 12쪽
130 130. 괴수를 막아라 1 24.05.30 6 0 12쪽
129 129. 운천의 최후 2 24.05.29 4 0 12쪽
128 128. 운천의 최후 1 24.05.28 3 0 12쪽
127 127. 국가비상사태 4 24.05.27 4 0 12쪽
126 126. 국가비상사태 3 24.05.26 6 0 12쪽
125 125. 국가비상사태 2 24.05.25 4 0 12쪽
124 124. 국가비상사태 1 24.05.24 7 0 11쪽
123 123. 쫓기는 일성 3 24.05.23 4 0 11쪽
122 122. 쫓기는 일성 2 24.05.22 4 0 11쪽
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3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3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6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5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5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4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5 0 11쪽
»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5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5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4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4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