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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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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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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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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87. 패스워드 1

DUMMY

1.


경부고속도로.


차를 버리고 새로 빌린 게 잘한 건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분명, 이렇지 않았다.


“박살 났던 차는 아무리 감쪽같이 고쳐도 티가 난다니까!”


운전석의 스나이퍼 박은 설득인지 협박인지, 애매한 말을 계속 지껄여댔다.


신 기자는 톨게이트 근처 야산에 버리고 온 아반떼가 자꾸만 눈에 어른댔다.


“렌터카 반납일자가 이번 토요일까지니까 아직 삼 일이 남았어. 그때까지 일 다 마치고 이 나라 뜨면 되는 거라고!”


시체 둘을 모텔에 방치하고 나왔기에 심란한 와중이었다.


그런데 신경 쓸 게 또 하나 생기자 골이 지끈거렸다.


국장에게 가짜 업부보고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스나이퍼 박은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 렌트한 차의 전장 스크린을 만지작대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K3! 좋잖아~.”


신 기자는 그 철없는 얼굴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러는 게 다 우리 흔적을 남기는 거고··· 언젠가는 꼬리가 밟힐 거라고요.”


말을 듣기는 하는 건지 스나이퍼 박은 액셀 위에 올린 발끝에 힘을 줘 속력을 냈다.


부웅-!


힘을 받은 K3가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돌진했다.


조선족 환전상, 구 씨!


핸드폰을 뒤져보니 그의 사무실은 수원이었다.


사실, 다시 수도권 안으로 진입하는 게 두려웠지만, 오백억이면···,


오백억이면···,


오백억이면···,


그래, 오백억이면···,


리스크를 감당할 만했기에 미친 척 눈 딱 감고 스나이퍼 박을 따랐다.


하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여전했다.


수원 길거리를 걷고 있다가 앞에서 불쑥 정 의원을 마주칠 것만 같았다.


그의 똘마니들에게 납치되어 머리만 내놓고 몸이 묻히는 일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었다.


정 의원은 아직도 두 사람을 찾고 있을 것이다.


눈에 불을 켜고서 말이다.


신 기자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자꾸만 물을 마시다 담배를 피우기를 반복했다.


벌써 출발한 지 두 시간 반이 흘렀다.


쉬지 않고 운전했으면 피곤할 법도 한데,


“다음 휴게소에서 잠깐 세우죠. 내가 교대해 줄게요.”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스나이퍼 박은 계속 운전대를 잡기를 고집했다.


새 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탄 차는 그렇게 한 시간을 더 달려 수원에 도착했다.


수원신갈 톨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기름을 넣고, 근처 식당 한곳에 들어가 밥을 시켰다.


사람이 가장 없어 보이는 등갈비 맛집이었다.


“사장님, 여기 3인분하고··· 소주도 하나요.”


항상 시선을 끄는 그의 걸걸한 목소리!


신 기자는 손짓으로 목소리를 낮추라고 신호를 보냈다.


움직임 하나하나 매사에 조심하는 신 기자와는 달리 스나이퍼 박은 거리낌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배짱인 걸까.


게다가 가뜩이나 눈에 띄는 대머리는 또 어떻고.


저렇게 드러내고 다니면 위험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 기자는 노점에서 비니를 하나 사서 그의 머리에 씌웠다.


선글라스는 계속 없는 편이 나을 듯싶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스나이퍼 박이 술을 마셔버린 탓에 어쩔 수 없이 시내 주행은 신 기자가 해야 했다.


“구 씨 주소, 내비에 좀 찍어줘요.”


신 기자가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며 말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코 고는 소리였다.


소주 한 병을 단숨에 혼자 다 들이켤 때 불안하더니.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저리 곯아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신 기자는 자기 쪽으로 기운 스나이퍼 박의 머리를 창문 쪽으로 확 밀어버렸다.


구 씨가 배달앱에 등록해 둔 주소를 다시 확인한 신 기자는 내비에 ‘정조로 XXX번길, 길림물류’를 입력했다.


“정조로면··· 장안문 근처 아닌가?”


차가 출발하자 스나이퍼 박의 코고는 소리가 다시 요란해졌다.



2.


장안문이 보이는 교차로에서 차를 틀어 정조로 XXX번 길로 들어섰다.


땅거미가 깔린 시간이어서 가로등과 상점 간판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음식점이 늘어선 번화가를 지나자 생활편의시설이 밀집된 골목이 나왔다.


구 씨의 「길림물류」는 그 골목의 제일 끝자락 즘에 붙어 있었다.


마땅히 주차할 곳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 주변을 여러 차례 돌다가 한 문 닫은 반찬가게 옆 재건축 공사현장에 차를 몰래 대야 했다.


먼저 차에서 내린 스나이퍼 박은 인기척이 없는 걸 확인한 후 구 씨의 가게 앞에 다가갔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한동안 건물 안을 살피던 그가 말했다.


“뭐야?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뒤따라 내린 신 기자도 그의 옆에 섰다.


신 기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시 커졌다.


“간판만 달아놓은 빈 사무실 같은데요. 유령회산가?”


스나이퍼 박이 출입문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대면서 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러자 그때,


삑-!


하며 출입문에 붙은 도어락이 자동으로 반응하며 불이 들어왔다.


놀란 두 사람은 얼른 몸으로 그 불빛을 막고 선다.


“출입문에 도어락이 있네요.”


신 기자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돌리며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지 본다.


“비밀번호 알아요?”

“비밀번호? 알아내면 되는 거지···.”


뭔 생각인지···.


스나이퍼 박은 또 별거 아니란 듯 어깨를 들썩한다.


그는 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얼굴을 도어락에 바짝 댔다.


그렇게 한 일 분여가 흘렀다.


어두운 저녁 시간이어서 망정이지, 누가 보면 도둑으로 오인 당하기 딱 좋은 그림이었다.


심장이 콩닥대는 신 기자는 더는 못 참겠기에 스나이퍼 박에게 속삭인다.


“뭐 하는 거예요?”

“숫자 버튼을 보고 있어.”

“···왜요?”

“자주 눌린 놈은 손때가 묻어 있지 않겠어?”

“아···!”


의도를 알아챈 신 기자는 제법이란 생각과 함께 잠시 긴장을 푼다.


잠시 후.


“휴우···.”


신 기자의 등 뒤에서 스나이퍼 박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뭐예요?”

“2, 4, 5, 8”

“그게 비밀번호예요”

“아니, 이제 이걸로 조합을 해야지?”


이제 한다고?


신 기자의 숨이 다시 가빠졌다.


“그럼 어느 세월에 알아내요?”

“걱정 마! 금방 찾는다고.”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단순한 네 자릿수 조합이라도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황에선 오늘 안에 못 찾을 수도 있다.


분명, 힌트가 될 만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핸드폰 안에 단서가 될 만한 메모 같은 거라도 있는지 찾아봐요.”

“잠깐만 있어봐!”


스나이퍼 박이 건물의 뒤로 돌아갔다.


도어락 불빛에 핸드폰 화면까지 켜지면 곤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다시 한 십여 분 동안 속이 타들어 가는 긴장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몇 개 찾았어! 내가 부르는 거 당신이 눌러봐!”


스나이퍼 박이 비니를 휙 벗더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때 취객 여럿이 어깨동무를 한 채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


둘은 급히 몸을 돌리며 어딘가로 전화하는 시늉을 한다.


알 수 없는 중국 노랫가락을 흥얼대는 그들의 발소리가 멀어져갔다.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던 두 사람은 다시 천천히 도어락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 먼저 8524!”

“그게 뭔데요?”

“여기 가게 전화번호 뒷자리!”


신 기자가 번호를 누르자 띠릭-! 하며 오류를 알리는 소리가 났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일이었다.


요즘 세상에 그렇게 단순한 조합은 위험하다고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2845! 메모장에 거래처 수하고 취급품목 수를 적어놓은 게 있었어.”

“2845!”


신 기자는 숫자를 하나하나 읊으면서 버튼을 눌렀다.


띠릭-!


하지만 이번에도 오류였다.


“이거 입력 오류 자꾸 생기면 보안업체에 연락 가지 않나요?”

“아니길 바라야지···.”


참 무사태평이다.


하긴, 그러니 저렇게 대범하게 큰일을 벌이고 있지.


신 기자는 혼자만 벌벌 떨며 이러고 있는 꼴이 우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다섯 번의 시도가 더 있었고, 전부 입력 오류였다.


하지만 스나이퍼 박은 확실히 운이 넘치는 사람인가 보다.


그가 부른 여섯 번째 번호가 드디어 잭팟을 터뜨린다.


“8425!”


띠리링-!


“어!”


도어락이 풀리면서 문이 열리자 신 기자는 허리를 쭉 펴고 일어선다.


쪼그리고 있어서 저리던 다리에 피가 통하면서 감각이 돌아왔다.


“헤헤헤헷!”


스나이퍼 박이 신 기자를 밀치더니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3.


화장실 표시등은 작고 희미했지만, 그 덕에 내부를 분간할 정도는 되었다.


다행히 불은 켤 필요는 없자 안심이 되었다.


“휑하네!”


스나이퍼 박의 표현은 적절했다.


사무실 안에는 창가 쪽에 큰 책상 하나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급히 철수한 떴다방 임시 사무실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서서 내부를 둘러보다가 천천히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아낸 거죠?”

“아! 사무실 오픈한 날짜가 2018년 4월 25일이더라고. 그래서 8425!”


스나이퍼 박은 능글맞게 웃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건지, 아니면 숨겨둔 천재성이 드러난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아직 비트코인 패스워드가 남아있으니 그것마저 찾아낸다면 마땅히 인정해 주리라.


신 기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빨리 서랍 안을 뒤져보자고!”


스나이퍼 박은 이번에도 문제없다는 듯 책상 앞에서 허리를 구부렸다.


막 첫 번째 서랍을 여는 순간이었다.


따르르르르릉-!


갑자기 책상 위에 있던 전화가 울었다.


“뭐야?”


놀란 두 사람은 두어 걸음 물러서며 숨을 죽였다.


사색이 된 신 기자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벨소리가 꽤 요란했기에 얼른 받지 않으면 밖에서 누군가가 들여다볼지도 몰랐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네 번째 벨이 울릴 때였다.


스나이퍼 박이 갑자기 벽 쪽으로 가더니 전화 플러그를 찾아 뽑아버린다.


“아···!”


신 기자는 다시 찾아든 정적에 안도하며 엄지를 치켜 들어 보였다.


스나이퍼 박은 별거 아니라는 듯 또 어깨를 으쓱한다.


“빨리 찾아보자고!”

“네!”


책상에 붙은 서랍은 총 여섯 개.


왼쪽에 셋, 오른쪽에 셋.


크기는 동일했다.


책상이 꽤 커서 그런지 서랍의 크기도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서서 세 개씩 맡았다.


허리를 구부린 두 사람이 맨 위 서랍부터 열었다.


두툼한 장부가 하나 가득 들어있었다.


신 기자가 하나를 집어 휘리릭 넘겨보더니 긴 숨을 토한다.


“이걸 다 언제 확인하죠?”


무슨 거래 내역을 적어둔 것 같기도 하고, 간첩이 쓰는 난수표를 표기한 것 같기도 했다.


힐끔 스나이퍼 박의 것도 보니 자기 것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금방 찾을 거야. 걱정하지 마!”


또 걱정하지 마란다.


글쎄···.


어둑한 화장실 표시등에 의지해서 깨알같은 숫자가 적힌 장부를 읽는 건 고역이었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눈이 빠질 것처럼 아파져 왔다.


두 시간 가까이 걸려서 서랍 한 칸을 겨우 확인한 신 기자가 스나이퍼 박을 보면서 하품을 했다.


“박 선생님! 아까처럼 뭐 단서가 될 만한 게 없을까요? 이번에는 절대로 못 찾을 거 같은데···.”


그때였다.


밖에서 불빛이 번쩍하더니 차 여러 대가 멈춰 서는 소리가 들렸다.


“쉿!”


스나이퍼 박이 검지를 입술에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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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NEW 9시간 전 0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1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1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2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6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5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8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9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1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1 0 12쪽
»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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