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5.13 21:1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892
추천수 :
58
글자수 :
583,575

작성
24.04.28 21:10
조회
6
추천
0
글자
12쪽

098. 연결고리 3

DUMMY

6.


산내파출소 유치장 안.


파출소 안이 조용해지자 스나이퍼 박은 김 지배인에게로 다가갔다.


“이봐!”


멍하니 있던 김 지배인이 힐끔 돌아본다.


“어쩔 거야?”

“뭘요?”

“변호사 부른다면서?”


갑자기 피식 웃고 마는 김 지배인의 반응이 황당하다.


스나이퍼 박은 무슨 뜻인지 몰라 다시 묻는다.


“변호사 언제 부를 거냐고?”

“변호사는 무슨 변호사요?”

“이 사람이··· 아까 조사받을 때 한 말은 다 뭐야?”


다시 웃는 김 지배인은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냥 뻥카로 질러본 거였어요.”

“뻥카라니?”


이런 대책 없는 인간이 다 있나.


스나이퍼 박은 기가 막히는지 민머리의 땀을 훔치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 내보내 줄 거 같아서요.”

“이 사람··· 미친 거 아니야? 다른 데도 아니고 경찰서 안에서. 그것도 조사를 받으면서···.”

“아이 몰라요. 저리 떨어져요. 더워 죽겠네.”


김 지배인은 추락 후유증으로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날도 더운데 아프기까지 하니 통증과 더불어 짜증은 더 심해졌다.


스나이퍼 박의 추궁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딱히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은 다 잃어버리고, 핸드폰도 없는 마당에 숨겨둔 돈도 찾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돈이 있어야지 뭐든 할 텐데 말이다.


이 상태로 계속 버티기만 하면 현장훼손죄에다가 괘씸죄까지 얹어질 게 뻔했다.


휴우.


김 지배인은 슬쩍 다시 고개를 돌려본다.


“그럼, 그쪽은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요?”


스나이퍼 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민머리에서 자꾸만 땀이 났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도 항상 길을 찾던 스나이퍼 박이 아니던가.


결국, 그가 다시 묘수를 생각해 낸다.


“있잖아···.”


목소리를 낮춘 그가 김 지배인의 귀에 가까이 다가갔다.


“나 아는 사람을 부르자고. 그 사람을 변호사로 위장시켜서 말이야.”


스나이퍼 박은 신 기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지배인은 의심의 눈초리를 던진다.


“아니 이젠··· 가짜 신분의 변호사까지 부른다고요?”


경범이 중범으로 확대되는 건 원치 않았다.


적당히 하고 여기서 나가 숨겨둔 돈이나 찾으면 그만이다.


이 이상한 대머리하고도 빨리 헤어지고 말이다.


하지만 대머리는 김 지배인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봐, 자네 말대로 우리가 여기서 나가려면 변호사 조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야. 그런데···.”


스나이퍼 박은 유치장 밖을 슬쩍 살핀 후 계속 말한다.


“지금 우리가 변호사를 부른다 쳐도 누가 오겠어? 이런 산골 마을에··· 장마로 발이 푹푹 빠지고··· 산사태로 길이 다 허물어져서 난리도 아닌데. 돈 많이 준다 해도 고개를 저을걸. 국선도 안 올 거야.”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잠시 고민하던 김 지배인은 그래, 얘기나 더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물었다.


“그래서요?”


그제야 스나이퍼 박의 얼굴이 밝아진다.


오 분여에 걸쳐 탈출 계획을 간결하면서도 조곤조곤 설명한 스나이퍼 박.


이어 품에 숨겨둔 염주와 승복 묶는 끈을 하나 빼더니 바로 작전을 개시한다.


“망이나 계속 잘 보라고!.”


스나이퍼 박은 염주를 끈에 묶더니 그걸 유치장 창살 밖으로 빼냈다.


이어 팔을 휘둘러 영치함까지 던지기를 여러 차례.


휘릭-!

휘릭-!


턱-!


마침내 뭔가 걸리는 소리와 함께 영치함이 조금씩 끌려온다.


“됐다!”


스나이퍼 박은 월척을 낚은 낚시꾼처럼 활짝 웃었다.


핸드폰을 빼낸 그는 다시 영치함을 휙 밀어 원래 있던 곳으로 보냈다.


“휴우··· 그때 핸드폰 주워오길 잘했지!”


일성에게 붙들려 하늘을 날기 전 잽싸게 바닥에서 핸드폰을 주웠던 걸 회상하는 스나이퍼 박.


그는 곧 신 기자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다.


[신 기자! 나 지금 산내파출소 유치장에 있어. 이유는 묻지 말고 나 좀 꺼내줘. 변호사가 와야 할 것 같아. 당장 변호사 신분증 하나 구해서 위조해. 여기 와서는 사찰 내 분쟁 건으로 의뢰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폭우로 연락이 끊겼다가 여기 있다는 연락받고 온 거라고 해. 안 믿으면 내가 정신장애가 있다고 해. 그럼 믿어줄 거야.


p.s. 비트코인 패스워드는 두 개야. 하나는 로그인용, 하나는 인출용. 인출용은 내가 방금 찾아내서 가지고 있어. 그러니까 딴마음 먹지 말고 빨리와!]



7.


청학동 근처 한 가든 식당.


국장 저 인간은 도대체 갈 생각을 안 한다.


하루면 충분하다고 하더니, 하루는 개뿔.


이렇게 오래 사무실을 비워도 되는 건가?


국장도 국장이지만, 저 사모라는 여자도 만만치가 않다.


중년에 들어서 테스토스테론이 과하게 분비되는 건지, 남자다운 외모와 전투적인 체력.


과연 사람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먹어대는 저 식성.


그리고 쉴 새 없이 재잘대는 저 주둥아리.


온종일 시달려 얼이 빠진 신 기자는 눈꺼풀이 자꾸만 파르르 떨렸다.


“호호호, 신 기자님~ 다음 코스는··· 어디에요옹?”


소주를 두 병이나 비워 혀가 풀린 사모가 또 보챈다.


이제는 살인충동까지 느끼는 신 기자는 깊은 라마즈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비가 너무 내려서 더 다니는 건 무리입니다. 뉴스를 보니까 여기도 곧 통제될지 모르겠는데요.”


때마침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빗줄기가 거세졌다.


계곡물이 빠르게 부는 게 보였다.


하지만 국장과 사모는 실성한 사람들처럼 깔깔대기만 할 뿐, 일어설 생각을 안 했다.


그들은 오히려 지리산 막걸리와 파전까지 추가로 시켰다.


골이 지끈거리는 신 기자는 잠시 일어선다.


“저 화장실 좀···.”


계곡가에 붙은 평상에서 걸어 나와 화장실이 있는 건물로 걸었다.


마음 같아서는 급류에 저 두 화상이 확 휩쓸렸으면 좋겠건만.


신 기자의 바람을 놀리기라도 하듯, 둘의 웃음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핸드폰이 진동한 건 그때였다.


“어라···?”


메시지 발신자가 스나이퍼 박인 걸 확인한 신 기자가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성격이 차분하지 못한 그가 문자를 이렇게 길게 쓰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무슨, 상소문처럼 긴 문장이었다.


내용을 차분히 읽어 내려가는 신 기자의 얼굴이 점점 흙빛으로 변했다.


그의 입에서는 탄식이 터지고 이마에선 열이 끓었다.


“스나이퍼 박! 이 인간이 진짜···.”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신 기자는 생각했다.


아니, 이 중차대한 상황에 어디서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이쯤 되면 당연 ‘손절각’ 아닌가.


그 사람이 어찌 되건 말건 이젠 나도 살아야 할 것 아닌가.


그까짓 이십억이야 없었던 셈 치자고.


어차피 나한테는 비트코인이··· 아!


하지만···.


치밀어 오른 화 때문에 대충 스치고 지나쳤던 마지막 p.s. 부분으로 다시 눈이 돌아온 신 기자는,


“뭐, 이런··· 개 같은··· 으아아아아~!”


또다시 분노를 뿜어내고 만다.


마치 소신공양을 하는 고승처럼 그의 몸이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스나이퍼 박! 이··· 인간···!”


폭발 직전의 신 기자의 뒤에서 국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신 기자!”


휙 돌아보는데 세상 행복해 보이는 국장의 얼굴이 해죽 웃고 있다.


그는 술에 떡이 된 사모를 둘러업더니 다가왔다.


“신 기자··· 이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안 되겠네. 여기 방 하나 내 달라고 해줘. 아무래도 여기서 좀 쉬었다 가야겠는데. 아니다··· 내가 직접···.”


뒤뚱대는 두 사람은 신 기자를 가로질러 산장 출입문 쪽으로 행했다.


산장 문이 열렸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국장의 말에 산장 주인은 애써 웃으면서 답을 한다.


“하유··· 지금 방이··· 내드릴 만한 게 없는데. 정 그러시면 군대 간 우리 아들내미 방이라도···.”


산장 문이 닫히는가 싶더니, 다시 국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 기자! 거기 우리 짐 좀 들고 와 줘!”


신 기자는 진창이 된 바닥을 힘껏 걷어찬 후 평상으로 올라갔다.


국장의 배낭과 사모의 핸드백을 들던 신 기자.


갑자기 멈칫하더니 사모의 핸드백에 손을 집어넣는다.


잠시 후 그의 손에 걸려 올라온 건 변호사 신분증이었다.


신 기자는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8.


“드르렁~ 푸우~”

“드르렁~ 푸우우우~”


벌써 나란히 곯아떨어진 두 화상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그냥 달아나 버리고 싶지만, 그 능구렁이 같은 스나이퍼 박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신 기자는 구 씨의 핸드폰을 꺼내 다시 한번 비트코인 계정에 로그인을 해보았다.


하···! 이제는 로그인도 안 된다.


무슨 작업을 해 놓은 게 틀림없다.


이제 어떻게든 그 인간에게 갈 수밖에 없다.


유치장에 갇힌 그 빌어먹을 인간을 꺼내주러 말이다.


그나저나, 산내파출소면 지도상으로는 가까운 듯해도 이런 날씨에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교통도 다 끊겼을 텐데, 어떻게 움직이나?


그때 밖에서 소리가 나 문을 빼꼼 열어보니, 산장 주인이 어딘가로 나가고 있었다.


벽에 걸려있던 비옷 하나를 꺼내 입고 장화를 신은 주인은 삽을 오토바이에 실으려다 말고 그냥 나간다.


아마도 진입로나 가꾸는 논밭이 허물어져 복구하러 가는 것일 테다.


신 기자는 손에 쥐고 있는 변호사 신분증을 들여다보았다.


이걸 언제 위조하고 있나.


“하는 수 없다. 그냥 내 얼굴을 이 사진에 맞춰야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수밖에는 없었다.


제대로 하려면 이걸 뜯어서 사진을 갈아 끼워야 하는데.


이런 산골짜기에서 그런 장비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또 찍어놓은 사진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젠장···.”


신 기자는 다시 사모의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화장품 파우치를 꺼냈다.


장롱에 붙은 큰 거울 앞에 서서 변호사 신분증에 붙은 사모의 사진을 다시 보았다.


이 얼굴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작업!


“이건 인생을 건 도박이야!”


긴 숨을 몰아쉰 신 기자는 아이섀도를 집어든다.


“드르렁~ 푸푸우~”

“드르렁~ 푸우~”


세상 모르게 자는 두 사람의 코 고는 소리에 맞춰 신 기자의 손이 바삐 춤을 췄다.


다행인 건 사모가 의외로 남자다운 외모라는 점이다.


초반에 난감하던 신 기자는 손놀림이 이어질수록 점점 자신감에 차올랐다.


난생처음 만지는 여자 화장품이 제법 손에 익을 무렵, 드디어 얼굴이 전과는 살짝 달라진 느낌이 나는 순간이 왔다.


마지막으로 곱슬한 머리는 롤 빗으로 말아 고정해 보았다.


“휴우···.”


어느새 턱 밑이 축축해져 있었다.


손등으로 땀을 훔쳐낸 신 기자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거울 안을 응시해 보았다.


변한 자신이 모습을 신분증 안에 사진과 비교해 보았다.


“흐으으음···.”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선은 다했다.


이제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이런 생각과 함께 신 기자는 장롱문을 열었다.


산장 주인 아들의 방이라고 하더니, 남자 정장이 한 벌 보였다.


입어보니 어깨는 꽉 끼고 길이는 좀 길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신 기자는 얼른 밖으로 뛰쳐나갔다.


빗줄기는 가늘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벽에 걸린 우비를 하나 꺼내 뒤집어쓰고서 아까 주인이 타고 나가려다 만 오토바이에 올랐다.


부릉-!


오토바이는 산장 주인이 나간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고 힘차게 달렸다.





산내파출소.


담배를 입에 문 막내 순경이 밖으로 나왔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담뱃불을 붙인 순경은 시계를 보았다.


김 경장은 파견 나갔고, 소장은 또 마실이다.


이런 날은 일찍 퇴근을···.


행복한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거친 모터 엔진 소리가 들렸다.


“어···!”


고개를 돌리자 끼이익, 하며 급정거하는 오토바이가 물을 튀겼다.


뭐야?


놀라 뒤로 물러선 순경 앞으로 우비 쓴 사람이 성큼 다가왔다.


다짜고짜 신분증을 들이대는 남자.


“법무법인 평정에서 나온 변호사입니다. 여기 우리 의뢰인이 계신다고 해서 왔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보도사 나가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NEW 23시간 전 1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2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9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