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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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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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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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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히트 앤드 런 1

DUMMY

1.


경부고속도로.


광수대 소속 차량 다섯 대가 빠른 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제일 앞선 차에 탄 조 팀장과 김 경장은 여기저기 전화를 하느라 바쁘다.


먼저 김 팀장.


“···그래서 그걸 그냥 내보내 줬다고?”


얼마 전까지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바람은 이미 다 빠져버린 상태.


지금은 타들어 가는 입술에 연신 침을 바르며 막내 순경에 괜히 짜증을 쏟아낸다.


신원이 확인돼서 내보내 줬고, 지시받은 대로 했으니 자긴 모른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막내 순경.


잠시 핸드폰을 귀에서 멀리 뗀 김 경장은 혀를 찼다.


“하··· 이 자식! 누가 MZ세대 아니랄까 봐···.”


경찰 한 지 이 년 정도 되었으면 이제 척 보면 눈치로 알지 않나?


좀 이상한 놈들이란 걸.


그리고 찾아온 놈이 진짜 변호사인 건 또 어떻게 믿나?


“야, 너··· 신분증은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미심쩍은 건 가시지 않았다.


변호사란 놈의 설명도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사찰 내 분쟁 건이라고?


그 때문에 의뢰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폭우로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가 여차여차 다시 통화가 되었고, 거기 있다는 연락받고 온 거라고?


“아니, 사찰에 분쟁이 생겼는데 왜 밖에서 만나? 그런 지랄 같은 날씨에··· 붙잡힌 데가 사고현장인데, 그럼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고?”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황당하기만 했다.


“뭐? 정신장애가 있다고?”


김 경장은 자신이 직접 그 둘을 취조할 때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조 팀장은 지원 요청으로 정신이 없다.


“···산내 중심으로 반경 10km까지 통제 부탁합니다. 그리고 주변 지구대에 연락해서 검문 요청 좀 하고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날씨도 그렇고, 워낙 작은 규모로 겨우겨우 운영되는 시골 치안인데, 갑자기 사람을 빼가면 곤란하다.


···그게 이유였다.


“날씨···? 일기예보 보니까 장마 이제 끝났다는데요? 그리고 경찰 조직이 사람 모자란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요?”


발끈 달아올라 살짝 언성이 올라간 조 팀장.


하지만 현지 사정은 하나도 모른 채 그렇게 밀어붙이기만 하면 곤란하다며 계속 볼멘소리만 되돌아온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 경장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손짓을 하며 조 팀장의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그는 산내파출소 소속임을 밝힌 후 사정을 설명했고, 또 주변 지구대에도 협조를 구한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조 팀장과는 다른 부드러운 말씨가 통했는지, 그 뒤의 일은 매우 순조로웠다.


“이야··· 김 경장님! 우리 광수대로 스카우트해야겠습니다.”


조 팀장의 감탄이 쏟아지자, 김 경장의 어깨는 다시 으쓱 하늘로 솟는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아···! 그 유치장에 가뒀던 놈이 박종팔, 그러니까··· 스나이퍼 박이라니···.


그러면 그물 안에 들어왔던 고기를 아주 황당하게 놔줘 버린 거였다.


이게 위에까지 보고가 올라간다면 책임을 지라는 말이 나올 게 당연하다.


그럼 뺀질이 소장은 또 모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스윽 뒤로 빠지겠지.


김 경장은 현기증을 느끼는지 이마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신 기자와 스나이퍼박이라는 콤비!


그들이 이번 사건에 깊이 개입되었다는 증거는 계속해서 전해졌다.


대전쯤을 지날 때였다.


땡초와 구천회가 사망한 산장모텔 객실 내부를 정밀감식한 결과 추가 지문이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지문은 바로 신 기자와 스나이퍼 박의 것이었다.


그건 사라진 투숙객이 그 두 사람이란 얘기였다.


또 증산리에 막 들어섰을 때는 톨게이트 근처에 버려진 렌터카에 대한 소식도 들려왔다.


전화를 받은 조 팀장의 음성이 또 흥분한 듯 드세졌다.


“아반떼 확실해? ···빌린 사람이 박종팔이고···. 지문도 나왔어? ···그럼 그거 사고현장 차하고 일치하네··· 그래, 그 앞에서 들이받은 차 말이야!”


통화를 듣고 있던 김 경장은 뒷좌석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서류봉투를 당겨왔다.


그 안에서 사진을 꺼내 펼치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조 팀장은 통화를 마치자 바로 묻는다.


“왜요?”

“여기 이거 보세요!”


김 경장의 손가락이 사진 속 차의 트렁크 쪽을 짚었다.


“어··· 그 차는 K3네.”

“맞아요! 놈들은 아반떼를 타다가 차를 바꿨어요.”

“흐음··· 추적을 따돌리려고! 이것들 아주 히트 앤드 런의 귀재들이구먼!”


조 팀장의 표정이 확신에 찬 듯 밝게 빛났다.


김 경장은 차 창문을 살짝 내려보았다.


지리산의 싱그러운 향이 쏟아져 들어왔다.


익숙한 내음에 금세 취한 김 경장은 그간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는다.



2.


입산통제구역 부근.


오토바이가 멈춰 섰다.


어려운 자세로, 꽤 오랜시간 붙어있던 세 사람이 차례로 내렸다.


조그만 오토바이에 성인 세 사람이 함께 타는 게 우습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신 기자, 스나이퍼 박, 그리고 김 지배인!


이 세 사람은 이제 함께 도망치고, 함께 숨고,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 공동체니까.


신 기자는 스나이퍼 박과 함께 있던 김 지배인과 마주쳤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왜 이런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는···.


서로 진하게 주고받았던 눈빛이 충분히 설명하고도 남았으리라.


따질 일도 많고, 또 계산할 것도 많지만, 일단은 제쳐두고···.


지금은 함께 목숨을 부지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


그 생각은 두 사람을, 아니 스나이퍼 박까지 포함해서 세 사람을 단단히 결속시켰다.


어기적대며 걷던 스나이퍼 박이 사타구니가 뻐근한지 허리를 뻣뻣이 세웠다.


“어라···? 분명 여기다가 세워뒀었는데···.”


K3가 사라진 자리에 서서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대는 스나이퍼 박.


그의 시선이 바닥에 길게 이어진 바퀴자국을 따라 흐른다.


“뭐야? 설마··· 쓸려 내려간 건가?”


신 기자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한다.


“무··· 무슨 소리예요? 차가 없어지면 어떡해요? 그 안에 돈도 뒀을 거 아니에요”

“···그렇지.”

“그거 만약에 경찰이 발견하면··· 가만히 있을까요? 완전 빼박이라고요!”

“···하, 난감하네!”

“난감한 정도가 아니죠. 아니 차를 왜 그렇게 허술하게 숨겼어요?”


격앙된 신 기자의 목소리가 산속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김 지배인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둘 사이에 끼어든다.


“저기요! 잠시만···.”


이래봤자 좋을 게 없었다.


다 같이 쫓기고 있는 마당에 일단은 몸을 안전하게 숨기는 게 우선이었다.


차가 쓸려 내려갔건, 견인되었건.


돈이 떠내려갔건, 도난당했건.


우선 몸이 무사해지고 나서 생각하고 고민할 문제였다.


“일단 우리 몸부터 피해야 합니다.”


김 지배인의 시의적절한 지적에 신 기자는 험악한 분위기를 애써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다시 물었다.


“찾는다는 절은 찾았어요?”


미심쩍은 표정으로 묻는데, 스나이퍼 박이 씨익 웃더니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주 그럴싸한 곳을 찾았지! 거기 짱박혀 있으면 한 달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나도 못 찾을걸.”


여전히 미덥지 않았지만, 그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일단 오토바이는 숨기고 갑시다”


자동차와는 달리 사이즈가 작은 오토바이였기에 몸체를 숨기는 건 수월했다.


혹시 몰라 위에 흙을 한 번 뿌리고 나뭇잎까지 덮었다.


드디어 출발!


승복 차림의 스나이퍼 박이 앞장서며 입산통제구역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캐주얼 차림의 김 지배인과 정장 차림의 신 기자.


전혀 어울리는 않는 차림새의 세 사람은 그렇게 살기 위해서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강한 산행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저기야!”


스나이퍼 박이 지팡이로 수풀을 헤치자, 그 안에서 목조 구조물이 드러났다.


그가 말한 ‘절’은 제법 쓸만해 보였다.


버려진 산장처럼 보이는 곳은 성인 세 명 정도가 기거하기에 적당한 사이즈였다.


게다가 위치도, 산세가 험하고 녹음이 짙은 곳이라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이만하면 숨을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산장이었다.


굳어있던 신 기자의 얼굴이 자연스레 펴졌다.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간 신 기자가 여기저기를 뒤지더니 구석에서 뭔가를 집어 들었다.


“파인애플 통조림이네요. 유통기한도 아직 넉넉하고···. 그리고 여기 다른 것도 있는데요.”


신 기자가 가리키는 곳을 스나이퍼 박이 핸드폰 불빛으로 비추었다.


참치캔, 스팸, 그리고 반쯤 남은 콜라.


그리고 그 옆에는 구급상자도 있었다.


환하던 신 기자의 얼굴이 돌연 어두워진다.


“여기 아는 사람이··· 정말로 우리뿐인가요?”



3.


평택 상공.


구름 위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던 일성이 눈을 떴다.


날카로운 외침.

탄식.

비명.

절규.


또 꿈을 꾼 것일까.


일성은 귓전을 만지작대며 얼굴을 흔들었다.


이 환청 같은 소리는 약 두 시간마다 반복되는 것 같았다.


날아오는 방향은 서울 한 복판.


멀리서는 잘 못 느꼈는데, 서울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예사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건 자꾸만··· 나찰의 곡소리처럼 느껴졌다.


“에이··· 그럴 리가.”


나찰은 이미 선발대의 임무를 완수하고 일성에게 신호까지 보낸 후였다.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면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나찰.


그런 그에게 무슨 변고가 생기지 않고서야···.


순간, 일성의 눈썹이 깊이 구부러진다.


“설마···!”


일성은 몸을 바로 세우고는 두 손을 가슴 가까이 모았다.


천라지망을 펼치자 일성의 영기가 나찰을 찾아 빠르게 이동한다.


자신이 준 부적을 태워 올려 신호를 보냈던 지점.


그곳을 중심으로 반경을 조금씩 넓혀 갔다.


하지만 나찰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군! 어디 쑥 덤불이나 고추밭에 누워 그간 못 잔 잠이라도 자는 건가?”


유정이 그랬던 것처럼 나찰도 쑥과 홍고추 때문에 기운이 가려진 것으로 짐작하는 일성.


갸우뚱 고개를 기울인 그는 얼른 다시 천라지망을 거둔다.


영기를 오래 발산하면 일성의 위치가 법사들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별일 아닐 테다! 어떤 나찰인데···.”


쓸데없는 근심을 털어버린 일성은 기지개를 크게 켜더니 다시 구름 위에 누웠다.


장마가 끝난 창공의 공기는 맑고 투명하고 따뜻하기만 했다.


요 며칠 새 구름 밑으로도 실록의 산세가 그림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일성은 엎드려서 그 장관을 잠시 감상하다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시간이 더 지났을 무렵, 일성은 다시 깨고 만다.


또 그 소리였다.


이젠 환청이 아니란 걸 확신한 일성이 인상을 구기면서 바로 선다.


“나찰! 네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일성은 구름을 박차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수원까지 다다르니 그 소리는 좀 더 또렷해진 것 같았다.


이젠 단숨에 서울 한복판까지 내지를 수 있는 거리였다.


일성이 마음만 먹는다면···.


하지만 그는 다시 서두름을 자제하며 깊이 생각한다.


나찰이 저렇게 흐느낀다는 건 놈들에게 붙잡혔다 거다.


또 잡힌 나찰을 죽이지 않고 저렇게 놔둔다는 건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술수일 수도 있다는 거고.


일성은 거칠어진 숨을 진정시키며 서울 쪽을 바라보았다.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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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3. 쫓기는 일성 3 NEW 10시간 전 0 0 11쪽
122 122. 쫓기는 일성 2 24.05.22 0 0 11쪽
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1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2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5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5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4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3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5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5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4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3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7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8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8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6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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