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5.13 21:1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891
추천수 :
58
글자수 :
583,575

작성
24.04.22 21:10
조회
8
추천
0
글자
11쪽

092. 마주선 두 사람 1

DUMMY

1.


지리산 상공.


김 지배인을 끌어안고서 하늘을 날던 유정이 잠시 짙은 구름 안으로 몸을 들였다.


이렇게 움직임을 멈출 때마다 몸을 피하는 건 일성 때문이었다.


가만 보니 몸에 바른 쑥은 어느새 다 씻겨나가고 없었다.


비가 쏟아질 때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건만.


죽었다고 생각했던 놈이 살아있고 뜻밖의 이상한 놈까지 마주치자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유정은 빗물에 젖은 맨살을 보면서 불안해졌다.


아직 지리산 안이다.


일성은 알아챘을 것이다.


틀림없이 쫓아올 것이다.


그것도 즉시···.


유정은 일성을 잘 알기에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대체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는 거냐? 여기가 정말 맞는 것이냐?”


유정은 자꾸만 오락가락하며 방향을 못 짚는 김 지배인이 짜증이 났다.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경공을 써서 떠오르기 전에 이미 제대로 혼쭐이 나지 않았던가.


그런 무모한 짓을 할 만큼 그리 간이 커 보이지도 않는 놈이었다.


“그때··· 길을 잘못 들기도 했고··· 또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김 지배인은 몸을 덜덜 떨면서 겨우 입을 놀렸다.


마음 같아서는 이놈의 목을 확 부러뜨려 버리고 싶지만, 그럼 그 다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성에게 돌아가나?


아니면 스승께 돌아가 그간의 모든 일을 다 이실직고 용서를 구하나?


그럼 일성이 자기를 믿어줄까?


스승 운천은 용서해 줄까?


유정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입술을 깨무는 이에 슬쩍 힘이 들어갔다.


자신은 이미 어느 쪽에서도 반기지 않는 존재!


게다가 절친인 만봉까지 저리 죽어버렸다.


유정은 자신이 돌아갈 곳은 이제 없다는 걸 실감하고는 마음을 다잡는다.


다시 구름을 벗어나자 바뀐 바람을 타고 몸을 움직였다.


경공을 처음 경험한 김 지배인은 처음에는 기절할 것처럼 소스라쳤었다.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모양이다.


쇠통바위를 지나 불일폭포 쪽으로 움직일 때였다.


“저, 저기··· 저깁니다.”


김 지배인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산사태로 부분부분 유실된 도로가 이어지는 지점이었다.


그 끝자락 모퉁이를 돌기 전에 한 식당 간판도 흐릿하게 보였다.


유정은 속력을 늦추면서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지면이 가까워지자 흙더미에 덮인 도로 주변으로 폴리스라인이 쳐진 게 보였다.


의아한 눈의 유정은 착지하자마자 묻는다.


“저건 다 뭐냐?”


발이 땅에 닿자 안도한 김 지배인은 고른 숨을 내쉬었다.


“사고지점을 수사하겠다고 경찰들이 표시해 놓은 걸 겁니다.”


‘경찰’ 소리를 들은 유정은 움찔 놀라며 인상을 구겼다.


주변을 훑어보는 눈매가 마치 경찰이라도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사고난 지가 좀 된 거 같은데 왜 아직도 그대로지?”

“보시다시피 장마 때문에 도로가 이 모양이고··· 그래서 진입이 곤란해서 그런가 봅니다.”


유정은 남자의 말을 듣고는 사고 현장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김 지배인도 그의 뒤를 따랐다.


흙더미에 덮인 도로는 비까지 섞여서 엉망이었다.


이래서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절로 생길 만했다.


“네놈이 탄 차가 있던 곳을 가리켜라.”


유정의 지시에 따라 김 지배인의 손가락이 한곳을 짚었다.


“네 차를 그놈들이 앞에서 들이받았다고 했지?”

“···예!”


유정은 한쪽 발로 진흙을 들추면서 도로의 맨바닥을 드러냈다.


드문드문 잘게 부서진 차량의 파편들이 보였다.


그중 몇 개를 집어 드는 유정.


잠시 고민한다.


이 상태에서 소혼술을 쓰면 일성이 바로 위치를 파악할 것이다.


유정은 재빨리 주위를 돌아보았다.


산사태로 허물어진 도로 갓길 옆으로 여름 쑥이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양이 많지 않았다.


저 정도로 몸을 가릴 정도가 될까 싶었다.


몇 가닥을 뜯어보니 상태도 열악했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걸 전부 뜯어라!”


김 지배인까지 손을 더해 여기저기서 쑥을 뜯어 모았다.


쑥은 금세 한 아름 안을 정도의 양이 되었다.


유정은 한쪽 도로 넘어 거꾸러진 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그 위에 뜯어 모은 쑥을 올리자 어설프지만 작은 움막 모양이 되었다.


유정은 그 밑으로 몸을 구겨 넣는다.


쑥을 빻아 몸에 바른 건 아니었지만, 이러면 어느 정도 영기가 발하는 건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휘이이이이···!”


유정의 입에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빗줄기는 다시 굵어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앞을 분간 못 할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뚫고서 어디선가 산새 한 마리가 다가왔다.


유정은 새의 부리에 쥐고 있던 차의 파편을 물려준다.


“찾아라!”


새는 즉시 하늘로 솟아올랐다.



2.


아지트 안.


스나이퍼 박을 다그치던 일성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또 그 느낌이었다.


척추 밑에서 뭔가가 찌르르하며 올라오는 느낌.


영기였다.


유정이 또 도술을 쓰고 있다.


멀지 않는 곳이다.


한 번은 우연일 수 있으나, 이렇게 이어지면 확실하다.


스나이퍼 박을 노려보는 일성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유정과 약속이라도 한 것이냐? 나를 보면 신호를 보내라고?”


영문을 모르는 말이 이어지자 스나이퍼 박은 양손을 휘젓는다.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수행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일성의 표정은 더욱 굳어만 간다.


“저 핸드폰으로 신호를 보낸 걸 다 안다.”

“···예에?”


바닥에 떨어뜨렸던 핸드폰은 아직도 대기화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상대는 뭔가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이 기가 막힌 상황을 해명해야 하는 게 답답하기만 하다.


스나이퍼 박의 커진 동공이 일렁댔다.


일성이 핸드폰을 발로 찍어 누르자 와직, 하며 액정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돌아선 그는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이이···.”


길고 서늘한 운율을 타고 어디선가 박쥐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일전에 일성이 사역시켜 두었던 바로 그 박쥐였다.


일성은 그의 손 위에 내려앉은 박쥐를 보고 말한다.


“찾아라!”


박쥐는 바로 창공으로 몸을 던졌다.


빗줄기를 뚫고 하늘로 상승하는 모습이 마치 마지막 출격을 하는 가미가제특공대 같았다.


두 법사가 소환하여 부리는 새들은 오래지 않아 서로 마주친다.


사역 당한 건 같지만, 엄연히 다른 영기의 만남.


공중에서 멈춰 선 채로 한동안 노려보기만 하던 둘은 갑자기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산새와 박쥐!


체구가 비슷하였기에 퍼드덕대며 몸부림을 치는 게 꽤 격렬했다.


박쥐가 넓은 날개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초반 우위를 보였지만, 산새도 만만치 않았다.


부리에 물고 있던 파편을 떨군 산새는 기운을 차리더니 반격을 시작했다.


“끼리리이이···.”


이상한 울음소리까지 내지르면서 달려들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산새.


산새는 박쥐의 넓은 날개 밑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발톱을 휘두르고 난 후 틈이 보이는 약점을 간파한 거였다.


박쥐가 인파이터라면, 산새는 아웃복서였다.


박쥐는 한 방을 노리면서 큰 동작을 과시하는 반면, 산새는 부지런히 몸을 놀리면서 작은 공격을 이어갔다.


팽팽하던 균형은 갑작스럽고 어이없는 변수에 깨져버린다.


바람이었다.


갑자기 비구름끼리 충돌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더니 돌풍이 몰아쳤다.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공기 중을 휘젓던 돌풍은 산새를 덮쳐 중심을 잃게 했고.


“끼리릭··· 끼릭···.”


잠시 비켜나 있던 박쥐는 그 틈에 달려들어 산새의 몸통을 할퀸다.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산새가 비틀대며 뒤로 물러났다.


박쥐는 계속 산새를 몰아붙여 유정이 있는 곳까지 밀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때.


일성은 마침내 유정이 있는 곳을 정확히 짚어낸다.


소환한 박쥐의 눈을 통해 유정을 본 것이었다.


“거기 있었구나!”


일성은 스나이퍼 박을 밖으로 끌어내더니 함께 하늘로 붕 떠올랐다.


이제는 거리낄 게 없는 경공이었다.


스나이퍼 박의 비명이 빗소리에 묻혔다.


일성은 그가 거세게 몸부림치자 목덜미를 움켜쥔다.


기도가 차단되면서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는 건지 몸에 힘이 빠졌다.


“유정, 잡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


일성의 경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찼다.



3.


“저··· 저런!”


산새가 밀려 돌아온 걸 본 유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정의 머리 위에서 두어 바퀴를 돌던 산새는 맥없이 추락한다.


영기가 풀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또 다른 영기가 다가왔다.


유정은 직감한다.


이건 분명, 일성이 보낸 것이란 걸.


“위치가 발각되었구나···.”


가늘어진 유정의 눈에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오는 낯선 새가 보였다.


박쥐였다.


그것도 일성의 영기를 잔뜩 뒤집어쓴···.


유정이 수인을 맺으려 막 팔을 드는 순간이었다.


박쥐의 뒤에서 짙은 비구름을 뚫고 나오는 무언가가 보였다.


가늘어졌던 유정의 눈이 다시 커졌다.


“유정···!”


우레와 같은 외침이 고막을 흔들었다.


일성의 모습에 놀란 유정이 허우적대다가 뒤로 넘어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쑥으로 엉성하게 만들었던 움막은 금세 허물어져 버렸다.


유정의 앞에 척하니 내려선 일성이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았다.


그의 옆에는 웬 낯선 남자가 있었다.


대머리에 승복, 손에는 삿갓까지···.


스님인 모양인데 왜 일성과 함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일성도 유정의 곁에 있는 낯선 남자를 보며 표정이 야릇해진다.


유정이 몸을 털며 일어서자 일성의 일갈이 쏟아졌다.


“네놈만은 믿었건만,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 너도 만봉처럼 되고 싶은 것이냐?”


그 기세가 매서웠다.


온 산을 다 뒤집어 놓을 것처럼.


상대가 꼬리를 감추고 잔뜩 움츠러들 만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유정은 그런 일성에 차분히 대응한다.


“말 잘했소이다. 난 만봉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나온 거요. 정신 차리시오, 일성! 거창한 이상을 품은 법사처럼 말하는데 당신은 그저 살인자일 뿐이요.”


팔짱까지 끼고서 일성을 바라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의연해 보였다.


마치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열사라도 되는 것처럼.


그런 모습은 일성의 분노를 자극한다.


“살려줬더니 다시 명을 재촉하는구나. 뭐라? 살인자?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면서 뒤로는 속세에서 한몫 챙기려고 수나 쓰는 음흉한 놈이 할 소리는 아니구나!”


어떻게 알았을까?


저리 말한다는 건 돈에 대해서도 안다는 것인데.


대체 누구한테 들은 것일까.


혹시라도 돈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유정은 신경이 곤두선다.


“한몫 챙기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그때였다.


유정의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 지배인이 상대편의 스님을 알아본다.


“아니, 저 사람은 그 사진사···.”


그리고 스님도 상대 남자가 낯이 익는지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 호텔 지배인!”


각각 인질로 잡혀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본 것뿐이었는데, 이는 유정과 일성 사이에 더 큰불을 지른다.


상황을 지켜보던 유정이 뭔가를 깨우친 듯 먼저 스나이퍼 박을 다그쳤다.


“하아! 그래··· 여기 이놈의 차를 들이받고 달아나서 거기에 숨어있었구나. 뭐냐? 숨겨주는 대가로 그놈에게 한몫 떼어주기라도 한 거냐? 그런데 나머지 한 놈은 또 어디에 있느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보도사 나가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NEW 21시간 전 1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2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2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6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9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4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