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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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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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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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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DUMMY

4.


잠깐의 야식 시간을 가졌다.


훌훌 털어놓으면서 마음이 홀가분해지기라도 한 것이었을까.


황재정은 좀 식어서 온기가 없어 보이는 배달음식을 잘도 먹어 치웠다.


메뉴는 순대국밥이었다.


뭘 먹을 거냐고 김 경장한테 먼저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제법 맛은 있었다.


그 때문인지 김 경장은 빈정 상한 티는 내지 않았다.


취조가 다시 이어졌다.


길림물류 운영에 관한 질문이 계속되던 중 어쩌면 결정적인 단서가 될 만한 진술이 나왔다.


“장부가 있는 거로 알아요. 그간의 거래 내용이 전부 기록되어 있는···.”


조 팀장은 잘 알고 있다는 듯 어딘가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그의 부하 경찰 하나가 묵직한 박스 하나를 밀고 왔다.


뚜껑을 열자 검은 표지의 투툼한 장부가 가득 담겨있었다.


“이거 말하는 거지? 우리가 현장에서 수거한 거야. 큰 책상 서랍 안에 있더군.”


하지만 하나를 들어 휘리릭 넘겨 본 조 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전부 중국어인가? 숫자 빼고는 하나도 못 알아보겠어서 번역을 의뢰해놨어.”


그러자 황재정이 입을 뾰족 내밀면서 설명을 더한다.


“구 사장은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에요. 번역을 하더라도 알아보지 못 할 겁니다.”

“···으응?”

“전부 암호문처럼 적어놨을 거예요. 전에 그 장부 적었던 놈이랑 친했었는데··· 흐음, 지금은 도망갔지만··· 그 장부를 해독하는 또 다른 장부가 있다고 했어요.”

“이중장부를 말하는 건가?”

“해독 코드는 다이어리에 기록했다고 했어요.”

“다이어리?”


콧잔등에 주름이 잡힌 조 팀장이 전화기를 들더니 번호 하나를 눌렀다.


“그래, 난데··· 그때 길림물류에 들어갔을 때 장부 말고 다이어리도 있었나?”


조 팀장의 표정이 싹 굳는다.


고개를 흔드는 조 팀장!


하지만 다시 김 경장을 바라보는 눈빛은 한 가지를 말하고 있는 듯했다.


정일도 의원과 관련된 모든 범죄 내역이 장부 안에 있다.


그 다이어리를 찾아야 한다!


“그때 길림물류에 있던 놈들. 여기에 적힌 이놈들이 단가?”


조 팀장이 혜화경찰서에서 작성한 조서를 내밀며 황재정에게 물었다.


“···네, 그런데 어쩌면, 나중에 몇 명 더 왔을 수도 있어요.”


대답하는 황재정이 기억을 더듬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럼 이놈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아?”


다시 고개를 흔드는 황재정.


“사고가 터지면 연락을 끊고 흩어지도록 교육받았어요. 서로 어디에 숨는지도 모를 걸요.”


지금까지 좋았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었다.


이번에는 김 경장이 물었다.


“돈 뿌린 놈들 말이야. 정말 모르는 놈들이야?”

“네! 처음 보는 놈들이었어요. 갑자기 안에서 튀어나오길래 도둑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돈을 뿌리고 달아나니까··· 미친놈들···!”

“안에서 튀어나왔으면···.”


뭔가를 상상하는 듯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는 김 경장.


그러자 옆에서 조 팀장이 그 상상을 읽고 있기라도 하듯 말한다.


“그놈들이 가져갔을 수도 있다?”


천장에 머물러 있던 김 경장의 시선이 다시 떨어지면서 조 팀장의 얼굴로 향했다.


둘은 무언의 대화를 잠시 주고받았다.


취조는 새벽 4시 정도가 되어서야 끝났다.


조 팀장은 계획했던 것보다는 좀 빠르지만, 정 의원을 미리 만나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증거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를 만난다!


이는 상대에게 대비할 기회를 줄 수 있기에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보만으로도 찔러봤을 때 뭔가 건질 게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김 경장이 조 팀장의 생각을 넘겨짚으며 묻자, 그는 그렇다고 했다.


표정을 보니 자신이 넘쳤다.


숙소로 가기 전, 김 경장은 진작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게 생각이 나서 다시 돌아섰다.


“근데 취조할 때 왜 저랑 함께 하자고 하신 거죠?”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던 조 팀장은 피식 웃더니 마주 보고 섰다.


“원래 취조할 때 고압적이거나 일방적인 경찰한테는 입을 잘 안 열어요. 보시다시피 저를 포함해서 우리 애들··· 경장님하고는 다르게 죄다 거칠어서···.”


칭찬인지 놀림인지 모를 말에 김 경장도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 되었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는데, 조 팀장이 뒤에 대고 한마디를 더 붙인다.


“좋은 뜻으로 한 얘기입니다.”


그제야 김 경장의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5.


다음 날 정오 무렵.


정일도 의원실.


미리 전화로 약속한 시각에 찾아왔는데 정 의원은 보이지 않았다.


보좌관이 전화로 앞선 일정이 조금 지연되어 지금 돌아오는 중이라고 했다.


그게 정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기다리는 수밖에.


두 사람은 개인 사무실 앞 대기 의자에 앉아 의원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벽에는 온통 의정 활동을 하면서 찍은 정 의원의 사진이 도배되어 있었다.


또 테이블 구석에는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 책자가 가득했다.


깡패 출신 국회의원!


인생 초반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라면 칭찬해 줄만 하지만.


저 보이는 모습 뒤에 더럽고 추악한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벌써 사고를 한 번 쳐 검찰청을 들락대고 있는 그가 아닌가?


저 번듯해 보이는 이미지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침을 거르고 와서인지 두 사람 다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났다.


정오에 약속을 잡은 게 점심을 함께 하면서 얘기하고 싶어서인가.


이런 생각이 살짝 있었지만···.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기만 하면서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정 의원이 돌아온 건 오후 한 시 반쯤이 되어서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진에서 보던 환하게 웃는 낯이 아닌 침울한 모습의 정 의원이 들어왔다.


그의 뒤에서 보좌관이 따라 들어오더니 가방을 받아 든다.


자리에서 일어선 조 팀장과 김 경장이 꾸벅 인사했다.


정 의원은 말없이 싱긋 웃더니 자신의 개인 사무실 쪽을 보며 손짓했다.


“연락드렸던 조영준 팀장이고, 이쪽은 김인창 경장입니다.”


응접 테이블에 앉기 전 소개를 했는데, 정 의원의 시선은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다.


김 경장은 개인 사무실 안을 슥, 훑어보았다.


단출하지만, 그렇다고 없어 보이지도 않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 그리고 힘을 애써 감추고 있는 듯한 분위기랄까.


“광수대에서 나왔다고요?”


정 의원은 손수 차를 내왔다.


찻잔을 내밀면서도 눈길을 피하는 게 조심스러워 보였다.


“공사다망하신 걸로 아는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 많이 뺏지 않겠습니다.”


김 경장이 상대를 배려하는 정중한 말을 건넸다.


정 의원의 얼굴에서 경계의 빛이 조금은 흐려지는 것 같았다.


“내가 별건으로 조사받고 있는 건 잘 아시죠?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와중에··· 일방적으로 연락해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일부러 불쌍한 표정을 짓는 건지, 아니면 그간 긴 조사에 지친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조 팀장은 품에 품고 있던 서류봉투에서 사진을 하나 꺼냈다.


“이 사람, 잘 아시죠?”


땡초의 사진이었다.


마침내 정 의원이 눈을 마주쳤다.


이 사람이 왜요?


그는 낯빛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망했습니다.”


그늘져 있던 그의 얼굴에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조 팀장은 바로 이어 말한다.


“정확히는··· 살해당했습니다.”


끔찍한 사실을 너무 무덤덤하게 말해서였을까.


정 의원은 믿지 못하겠는지 앞에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살해요?”

“네··· 혹시···.”


잠시 뜸을 들인 조 팀장은 계속 정 의원의 얼굴을 살피면서 물었다.


“마지막으로 연락된 게 언제였습니까?”


정 의원은 질문의 의도를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돌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두 주 정도 된 것 같은데···.”

“그렇게나요? 그사이 연락을 한 번도 안 하셨다고요?”

“아··· 아프다고 했어요. 좀 쉬라고 했고, 또 병원비에 보태라고 돈도 좀 줬지요. 흐음, 그리고···.”


정 의원은 찻잔을 들어 입에 대더니 다시 천장을 보았다.


“그놈 십 년 넘게 나랑 일하면서 휴가를 한 번도 못 갔어요. 이번 기회에 좀 쉬라고 놔준 것도 있어요. 어디 도망갈 놈도 아니고···.”


마지막 말은 괜히 한 것 같았는지 말끝을 빠르게 흐린다.


조 팀장은 천장으로 올라갔던 정 의원의 시선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서류봉투에서 다른 사진 하나를 더 뺐다.


“이 사람도 아시죠?”



6.


깡수의 사진을 본 정 의원의 인중이 꿈틀댔다.


정 의원이 대답을 안 하자 조 팀장이 대신 말한다.


“아까 그··· 땡초 밑에 있는 깡수입니다. 이 친구도 사망했습니다.”


그때야 뭔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 건지, 정 의원의 반응이 방어적으로 바뀌었다.


그걸 본 조 팀장은 얼른 다음 사진도 빼 내밀었다.


구천회의 사진!


힐끔 사진을 본 정 의원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졌다.


“이 친구도 아는 사람이죠? 역시, 죽었습니다.”


정 의원은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인 세 사진을 다시 차례로 보고 나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뭐, 하는 얼굴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정 의원.


난 이들의 죽음과는 무관해.


날 살인자로 생각하고 왔다면 잘 못 짚었어.


그러니까 곱게 돌아가.


그의 얼굴에서 이런 항변이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조 팀장이 전혀 뜻밖의 말을 꺼내자 그의 저항이 다시 허물어진다.


“땡초를 죽인 게 바로 이 구천회입니다.”


정 의원의 목이 꿀렁이는 게 보였다.


“그리고 구천회를 죽인 건 땡초구요.”


정 의원은 순간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눈만 깜빡거렸다.


“지리산 한 모텔 방안에서 서로를 죽인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지리산···?”

“네, 땡초는 구천회가 휘두른 장도리에 맞아 죽었고요, 구천회는 땡초의 회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사망 시점에 그 지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거액의 현금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사과박스에 담긴, 똑같은 띠지로 묶인, 삼십억 상당의 현금 뭉치!


돈 얘기가 나오자마자였다.


자기 부하들과 지인의 사망 소식에도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던 정 의원이 버럭 화를 냈다.


“자,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그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었다.


“더 할 얘기 없습니다. 돌아들 가세요.”


정 의원의 격앙된 반응이 이상했다.


뭔가를 감추고 있는 걸까, 아니면 피하고 싶은 건가.


조 팀장은 앞으로 그를 또 볼 기회가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더 붙들고 늘어진다.


“의원님은 그 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신가요?”

“···그만해요!”

“예전에도 구천회가 그런 식으로 의원님 돈을 세탁해 주지 않았나요?”

“그만하라니까!”

“그러다가 뭔가 일이 틀어져서 땡초를 보낸 건가요? 조용히 입을 막으려고?”

“이 사람들이···.”

“의원님, 최근에 구천회가 수원에서 길림물류라는 유형회사를 차려놓고 불법도박장을 열려던 거 알고 계셨나요?”

“···몰라요, 모른다고!”

“혹시 그 사업에 의원님도 투자금을 대셨나요?”

“어서 나가요, 나가!”

“구천회가 가지고 있던 장부 일부가 사라졌는데 의원님이 손 쓰신 건가요? 혹시 이렇게?”


조 팀장은 봉투에서 마지막 사진을 꺼내 내밀었다.


흐릿한 CCTV 화면의 스냅숏.


누군가 길에 뿌린 돈을 사람들이 줍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을 막 벗어나는 차 한 대.


차에 탄 사람의 얼굴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정 의원의 눈이 가늘어지다가 갑자기 꿈틀한다.


“어이, 보좌관! 이 사람들 내보내, 어서!”


정식 영장을 발부받아 온 게 아니기에 더 이상 물고 늘어지는 건 곤란했다.


사진을 챙기고 정중히 인사를 한 두 사람은 천천히 의원실을 빠져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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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1. 쫓기는 일성 1 24.05.21 1 0 11쪽
120 120. 독 안에 든 쥐 3 24.05.20 2 0 11쪽
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5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5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4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3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5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5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4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3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8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6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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