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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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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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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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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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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9. 트레이닝 데이 1

DUMMY

1.


BW 회장실.


정철과 철산은 건우의 천라지망에 놀라면서도, 한편 근심도 깊어졌다.


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자꾸만 젊었을 때 일성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 얘기가 나올 때마다 스승 운천은 건우를 적극 감싸고 돌았다.


스승이 그리 말하니 애써 받아들이긴 했지만, 불편한 마음이 완전히 가시는 건 아니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살짝 격앙되었던 분위기는 철산이 다시 누그러뜨렸다.


“어찌 보면 건우의 천라지망이 제 것보다 더 좋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벼운 웃음과 함께 건우를 칭찬하는 말로 화제를 돌리는 철산.


운천은 다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제가 보는 것이야 실시간으로 흐르는 영기일 뿐인데, 건우는 지난 시간의 것까지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직 미숙하긴 하나 수련에 더 집중한다면 제 몫을 충분히 해낼 거라 본다.”

“하하하, 그리되면 정말 좋을 듯합니다. 나중에 청운당을 재건할 때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다 운천은 다시 천라지망의 얘기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까 건우가 봤던 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겠던가?”

“확실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일성이 누군가를 쫓다가 발각된 것 같습니다. 건우의 마지막 그 말은 일성이 경공으로 달아난다는 뜻이고요···.”

“흐음···.”

“제 천라지망에 일성이 걸린 건 아마도 그 경공을 쓸 때였던 것 같습니다.”


운천의 눈이 가늘어지다가 다시 창밖으로 향했다.


“방향은 이쪽이어도, 바로 들이닥치지는 못하겠구나. 사람들 눈을 피해 잠시 몸을 숨길 것이야.”

“그렇다면야 시간을 좀 벌어 다행이겠습니다만, 워낙에 예측이 불가한 놈이 아닙니까? 그래도 준비는 단단히 해야 할 줄로···.”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정철도 철산과 같은 생각인 듯했다.


“맞습니다. 어찌 되었든 방비는 더 철저히 해야 할 줄로 압니다. 저 설경만 가지고는 불안합니다.”


정철은 추가로 방어진을 세워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위치는 서울로 진입하는 톨게이트 길목 부근!


“방어진은 단순히 방어의 역할 뿐 아니라 전초기지로서 탐지의 기능도 있습니다.”


운천은 그런 예측 가능한 대비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정철의 주장이 너무도 강건하였기에 결국 수용하고 만다.


“그나저나 건우는 지금도 수련 중인가?”


운천의 시선이 다시 회장실 구석으로 향했다.


“여전히 도가 호흡 중입니다. 계속 잠을 재우지 않고 휴식도 취하지 않게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면 육신의 피로는 극심해지지만, 영기는 단련이 된다.


이는 초보를 막 벗어난 도사들이 영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자주 하는 수련이다.


“흐음··· 일성이 들이닥쳤을 때 어느 정도 기량이 올라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리되도록 부지런히 수련시키겠습니다.”


정철과 철산을 바라보는 운천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운천이 잠시 눈을 붙이려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같더니, 다시 멈췄다.


“아! 영일은 좀 어떤가? 언제 한번 보고 왔으면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운천.


사람 하나가 아쉬웠기에, 영일도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말이었다.


무리인 줄 알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스승의 마음을 잘 아는 두 제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하겠습니다. 걸을 만하면 바로 이리로 데리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스으으읍··· 후우우우우···.”

“스으으흡··· 푸후우우우···.”


구석에서 건우의 호흡에 기운이 실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기가 제법 차오르는 건지 몸도 가볍게 떨리는 게 보였다.


법사들은 건우의 이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깨우치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월등히 빠른 건우!


그것이 재주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맑아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젊어서인지.


각기 다르게 생각하는 듯한 법사들의 표정이 묘했다.



2.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지점 상공.


구름 위에 선 일성이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따라오는 영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일성은 얼마 전 일을 다시 떠올렸다.


그 두 놈을 덮치기 직전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졌던 그 서치라이트 불빛!


어떻게 알고 나타난 것이었을까.


일성은 그 상황을 자신이 덫에 걸렸던 거라 착각한다.


“운천, 이노옴···. 그 두 놈은 미끼였던 건가? 미끼를 던져놓고 경찰을 식신으로 부려 나를 잡으려 했던 건가?”


길수와 철민에 의해 총까지 사용되었기에, 거기에 대응하는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무장한 경찰을 식신으로 부린 건 납득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무리하게 들이받았다면 자신도 경찰의 총에 맞아 비명횡사했을지 모른다.


유정이 총에 그렇게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그런 상상은 더욱 소름을 돋게 했다.


“휴우··· 식겁했네.”


잔뜩 움츠러든 일성은 서둘러 서울에 진입하려던 계획을 변경한다.


“그래, 놈들은 나의 이런 서두름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바람의 움직임을 따라 발바닥에 붙어있던 구름이 꿈틀대며 회전했다.


일성은 다시 가만히 천라지망을 펼쳐 보았다.


방향은 서울 쪽!


법사들이 영력을 사용하는 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고서 자신에게 신호를 보냈던 나찰.


놈의 기운만이 계속 물결처럼 밀려왔다.


처음과의 차이라면 발산하는 기운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


그건 아마도 빨리 들어오라 보채는 것 일 테다.


“나찰··· 조금만 더 기다려라!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면 그간의 노력이 다 수포로 돌아간다.”


일성은 서울까지 직선거리로 접근하려던 것도 대폭 수정한다.


일부러 갈지자를 그리며 느릿느릿.


남부와 중부의 도시들을 이곳저곳 훑으면서.


먼저 보냈던 길수와 철민의 걸음 속도에 맞춰 움직인다면···.


“그래··· 틀림없이 당황할 것이야. 저놈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가 하고 말이야.”


상대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 못 하면 움츠러들게 되어있는 법.


일성은 그동안 더 세를 불리고 준비도 갖추기로 마음먹는다.


딛고 있던 구름을 박차자 몸이 뒤로 밀려났다.


경공에서 후진은 드문 일!


하지만 바람이 이마를 식히는 것만큼이나 뒤통수를 간질이는 것 역시 나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물러나 지리산 자락이 얼추 보일 즈음이었다.


저만치 아래 길수와 철민이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보였다.


일성은 다시 멈춰 섰다.


“휘이익···.”


휘파람을 불자 사역해서 부리던 박쥐도 다가왔다.


일성은 이들과의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느릿느릿 움직였다.


“느긋하게 가는 길이 지루해서 너희들이 내 말동무가 되었으면 한다.”


신속하고 거침없던 경공이 느려지자 주변 사물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일성은 구름 밑의 산자락과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을 보면서 다리를 주물렀다.


“생각해 보니 움직임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경공은 좀 유치한 것 같구나. 영력이 높은 도인과도 어울리지 않고··· 뭐랄까? 올림픽 선수촌에서 기를 쓰고 훈련하는 선수 같다고나 할까? 푸후하하하하!”


다시 발뒤꿈치가 구름 위를 밀자 일성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부드럽게.


바람을 느끼면서.


일성의 발이 허공을 젓자 그의 몸이 전진한다.


“한때 능동허도의 경지를 흠모했던 나를 반성하는구나. 그에 좀 미치지 못하면 어떠냐? 이렇게 산천초목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데 말이다.”


움직임이 여유로워지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양손도 꼬리뼈에 붙였다.


“초상비*나 답설무흔** 정도만 되어도 나는 만족하련다. 경공의 맛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면 말이다. 하하하하하!”


(*초상비(草上飛): 풀잎 위를 밟으며 날아가듯 내달리는 수준

**답설무흔(踏雪無痕): 눈을 밟고 뛰어도 눈에 발자국이 남지 않는 경지)


일성이 지나가는 자리에 구름이 가볍게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3.


BW 옥상.


설경을 때리고 나자 비가 갰다.


“아흐으으··· 흐으으으···.”


이제는 초상집 상주 같은 힘없는 울부짖음의 나찰.


초반에 혼쭐을 내주겠다는 생각이 흩어질 만큼 이제는 불쌍하기만 했다.


마음이 약해질 법도 한 건우지만, 그래도 악귀를 동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모른 채 고개를 돌린다.


회장실로 내려가려고 옥상 문을 막 열려던 때였다.


정철과 철산이 돌아오는 게 보였다.


서울 진입로 톨게이트에 방어진을 세우고 오는 것일 테다.


찌르레기 두 마리는 건우의 머리 위에서 두어 번 선회하더니 부드럽게 착지한다.


휘리릭-!


펑-!

퍼벙-!


곧 모습을 되찾은 두 법사는 건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설경을 두들겼느냐?”

“네! 헤헤···.”

“종일 잠도 자지 않고, 쉬지도 않고, 먹지도 않았는데 어떠냐? 견딜 만하냐?”

“신기하게··· 아무렇지도 않네요. 배 주위만 자꾸 뜨끈거리고.”

“차오른 영력이 단전 주위로 모여드는 거다. 점점 자연스러워지면서 나중엔 아무렇지도 않게 될 거다.”


그때 운천이 옥상으로 올라와 두 법사에게 다가왔다.


방어진 설치에 대해 이런저런 보고를 들은 운천은 다시 건우를 돌아보았다.


“지금부터는 화공을 배우거라.”


거침없이 진행되는 수련이 좀 버거울 법도 한데, 건우는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


게다가 히죽 웃는 얼굴까지···.


그 때문인지 운천은 그런 건우를 더욱 강하고 확실하게 단련시키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건우는 이렇게나 빨리 높은 수준의 공격형 도술을 시작하는 것에 부담이 앞섰지만, 사실···.


지난번 화집멸공을 몰래 사용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때는 정철 법사가 눈 감아 줬기에 크게 혼나는 일은 없었는데.


기억컨대, 정철 법사는 자신의 화집멸공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건우는 화공을 배우는 데 문제없을 거란 자신감으로 턱이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막상 수련이 시작되자 건우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자, 수인을 맺고··· 정신 집중! 이어서 내리뻗는다··· 끝까지··· 어, 잠깐··· 어어어어!”


화아아악!


지도하던 정철과 철산은 자신들 앞으로 쏟아지는 불길을 피해 몸을 날렸다.


“건우!”


옥상 바닥에 그득한 빗물에 홀딱 젖어버린 두 법사가 동시에 건우를 불렀다.


보아하니 화가 난 것도 그렇지만, 뭔가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들이었다.


왜일까?


저렇게 불기둥을 화끈하게 내리쏟았는데.


지난번 화집멸공보다 더 강렬하지 않은가?


이 정도면 일성과도 맞설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철산 법사는 의외의 말로 건우를 당황케 한다.


“수인을 조그맣게 맺는다는 건 내지르는 불꽃을 작고 가늘게··· 효과적으로 통제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너는 지금···.”


그렇다!


건우의 문제는 ‘힘 조절’이었다.


화공을 쓰는 상황이라는 게···.


반드시 탁 트인 공간에서 상대와 일대일로 맞서는 순간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주변 환경이 제한된 경우, 상대가 동료 법사들과 뒤섞여 있는 경우, 또 자기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경우처럼···.


다양한 핸디캡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 더 많은 법이다.


건우는 법사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해하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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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9. 독 안에 든 쥐 2 24.05.19 5 0 12쪽
118 118. 독 안에 든 쥐 1 24.05.18 5 0 11쪽
117 117. 철산이 쓰러지다 2 24.05.17 4 0 11쪽
116 116. 철산이 쓰러지다 1 24.05.16 3 0 11쪽
115 115. 황금빈대 퇴치작전 3 24.05.15 3 0 11쪽
114 114. 황금빈대 퇴치작전 2 24.05.14 5 0 11쪽
113 113. 황금빈대 퇴치작전 1 24.05.13 5 0 11쪽
112 112. 식신 vs 식신 3 24.05.12 4 0 12쪽
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3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3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7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8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8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7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7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6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6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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