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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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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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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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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95. 건우가 필요해 2

DUMMY

4.


지리산, 유정이 죽은 자리.


길수와 철민, 그리고 박쥐의 진격 방향을 바로 잡아준 일성이 다시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하! 이런···.”


막상 죽여놓고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만봉과는 달리 이 친구는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협조의 의사를 보였던 것 때문이었을까.


막판에 뒤통수를 친 게 괘씸하긴 하지만, 그래도 죽이지 말고 잘 구슬렸다면···.


“어쩌면 다시 내게 마음을 돌렸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큰일을 치르는 데 혼자보다는 둘이 나은 법이다.


물론 여럿이면 더욱 좋겠지만.


일성은 혼자서 청운당을 장악한 것에 뿌듯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상을 뒤집는 것까지 혼자서 감당하는 건 살짝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흐음···.”


아쉬움이 남는지 일성은 유정의 얼굴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면서 핏물이 더 진하게 바닥을 적셨다.


일성은 유정의 시신을 염력으로 들어 올렸다.


평평하고 비도 닿지 않는 곳을 찾는데 마땅한 곳이 쉬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국도 한쪽 가드레일을 넘어 벼랑 아래까지를 훑어본 후에야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유정의 시신을 눕힌 일성이 말했다.


“그러기에 왜 딴마음을 먹고 그러나···.”


수인을 맺어 화공으로 불을 지르려던 일성은 갑자기 손짓을 멈췄다.


“아니다. 만봉을 그리 불에 태웠는데 자네까지 그럴 수는 없지.”


주변 풀을 그러모아 덮고 간단하게 망자에 대한 예를 올린 일성.


잠시 후 몸을 돌리더니 스나이퍼 박과 김 지배인이 달아난 방향을 바라본다.


“그나저나 이놈들···.”


이를 갈며 양손을 탁탁 터는 모양새!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눈을 부라리기까지 하는 게 무섭다.


유정에게 쏟아져야 할 분풀이는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일성은 풀벌레 하나를 잡더니 바로 사역시킨다.


“쫓아라!”


두 사람이 사라진 방향으로 힘껏 던지자 끼릭- 끼릭- 소리와 함께 벌레가 전진했다.


일성은 소리를 따라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겼다.


경공으로 쫓으면 금방일 것이다.


하지만 빨리 잡아 죽이면 그간 소비한 시간과 수고로움을 다 보상받지 못한다.


또 죽어버린 유정의 원혼도 달래지 못하고.


일성은 수풀을 헤치면서 생각했다.


유정이 저렇게까지 되어버린 건 다 저 두 놈 때문이라고.


“산속에서 가만히 도나 닦는 도사에게 접근해서 괜히 헛바람만 잔뜩 넣은 게지···.”


그래···.


천천히 공포심을 끌어올려 괴롭히다 죽여주마!


불던 바람의 방향이 바뀌자 앞서 달아난 놈들의 냄새가 실려 오는 듯했다.


콧구멍이 활짝 벌어졌다가 다시 좁혀졌다.


일성이 잠시 멈춰선다.


“후후후···!”


두 팔을 천천히 휘둘러 바람을 그러모았다.


다시 모은 바람을 하늘로 쏘아 올리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먹구름들이 일성의 위로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뭉친 검은 구름 때문인지 주변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이어서 가늘고 긴 휘파람이 일성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숲을 흔드는 영기가 실린 휘파람!


칼로 고막을 긁고 송곳으로 피부를 찌르는 것 같은 소리는 온갖 산짐승들을 다 흥분시켰다.


순식간에 숲은 기괴한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우후우우우···.”

“끄르르르으···.”

“꺄아르르르···.”


일성은 그 소리를 즐기면서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도 된 양 두 팔을 휘저었다.



5.


순식간에 어두워진 주변이 이상했다.


달리던 스나이퍼 박과 김 지배인이 발걸음을 멈춘다.


달아나기는 해야 하는데 보이지도 않는 길을 계속 갈 수는 없었다.


“이거 갑자기 왜 이러지”

“핸드폰 가지고 있으면 그거로 좀 비춰봐요.”


그럴 수는 없었다.


저렇게 득달같이 쫓아오고 있는데 위치를 바로 드러내라고?


스나이퍼 박은 어둠 속에서 고개를 저었다.


바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라고 표정으로도 말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까 달아날 때가 해 떨어지기까지 좀 남은 시간이었다.


그 사이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가 버린 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어두워질 수는 없다.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면 언제나 두려움이 살아나는 법.


두 사람은 자연스레 몸이 밀착되어 갔다.


“자··· 잠깐, 이게 무슨 소리지?”


김 지배인이 속삭이는 소리가 고막을 간질였다.


스나이퍼 박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뭐··· 뭐야?”


괴성 같기도 하고, 동물의 울음 같기도 한 이상한 소리.


그건 사방에서 울리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을 에워싸고 빙빙 돌고 있는 것처럼.


심지어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빠··· 빨리 여기서··· 달아나요!”


공포에 질린 김 지배인이 더듬대며 말했다.


달아나야 한다는 걸, 누가 모르나.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으니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스나이퍼 박은 어느새 자기 팔뚝을 붙들고 있는 김 지배인을 떨쳐내고 말한다.


“일단··· 저놈들 쫓아보자고. 막대기 같은 거 있으면 주워봐!”


바닥을 더듬으려고 둘이 동시에 허리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이상한 소리가 싹 사라지더니 갑자기 소리가 나던 쪽에서 불이 깜빡였다.


흠칫 놀란 두 사람이 다시 몸을 세웠다.


“저게 뭐죠?”

“모··· 몰라.”


메추리알 크기의 불빛 여러 쌍.


일정 간격으로 늘어선 그것들은 두 사람의 주위를 돌며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좀 해봐요!”

“내가 왜?”


속삭이던 소리가 어느새 커져 있었다.


공포가 더해가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는 법.


깜빡이던 불빛이 환해진 상태에서 정지하더니 다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전보다 더 커진 소리는···.


마치 아이가 경기를 하거나, 짐승의 목이 비틀릴 때 나는 소리 같기도 했다.


탁탁탁-!

탁탁탁-!

탁탁탁-!

탁탁탁-!


게다가 두 사람 바로 앞에서 나는 이 소리.


“헉··· 뭐야?”

“흐읍···.”


뭔가 했더니 바로 이를 부딪치는 소리였다.


서로가 상대의 떠는 소리에 놀란 것이었다.


불빛이 다가왔다.


어느새 서로를 끌어안은 두 사람은 사시나무 떨듯 떨어댔다.


입에선 이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지척까지 가까워진 불빛은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메추리알 만하던 게 야구공 만해졌다가, 이제는 수박 만한 크기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었다.


불빛들이 뭉치면서 하나로 합쳐졌다.


두 사람의 바로 앞에서.


귀신에 홀린 듯 눈앞이 아득해진 두 사람.


다리 힘까지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화악!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면서 스피커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 나와요. 수사 중인 사건 현장입니다. 거기서 나와요!”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던 흉흉한 불빛이 순간 사라졌다.


대신 그보다 훨씬 밝고 강렬한 서치라이트가 두 사람을 비췄다.


스나이퍼 박과 김 지배인은 알 수 없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렸다.



6.


BW 회장실.


창밖으로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가부좌를 한 채 명상을 하던 건우가 서서히 눈을 떴다.


도가의 호흡법.


자정을 넘기는 순간부터 동이 틀 때까지.


가라앉은 세상의 기운을 고요히 끌어모으는 숨쉬기.


이 호흡법에 익숙해지면 피곤을 느끼지 않고 잠도 필요 없어진다고 한다.


배운 지 얼마 안 된 건우는 어깨가 좀 뻐근하고 무릎이 시렸다.


하지만 전반적인 몸 컨디션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진 걸 느낀다.


뭐랄까.


몸 안의 모든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세포가 싱싱하게 살아나고, 또 혈액이 깨끗하게 정화된 느낌?


한마디로 오염되기 전의 신생아 같은 상태의 몸이 된 것만 같았다.


건우는 만족스러운 기분에 따뜻하게 달아오른 단전 주변을 어루만진다.


기지개를 쭈욱 켜는데 창밖에 햇살이 눈을 찡그리게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서 생생한 컬러 사진 같은 장면 여럿이 빠르게 지나갔다.


너무 빨리 지나가 그게 무언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데, 회장실 문이 열렸다.


법사들이었다.


“기분이 어떠냐?”

“디톡스 한 거 같아요?”

“디··· 뭐라고?”


아무래도 법사들에겐 이런 낯선 외래어는 무리일 테다.


건우가 눈을 치뜨고 적당한 말을 고르더니 다시 말했다.


“몸 안에 나쁜 기운이 싹 다 빠져나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법사들이 동시에 싱긋 웃었다.


“수련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가요? 헤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가부좌가 틀어지고, 단전에 기운이 모이지도 않지.”


운천이 창문 틈에 붙은 부적의 상태를 살피면서 다시 말했다.


“결국 도술을 쓸 때도 끌어올릴 영기가 부족하게 되어 자칫 낭패를 볼 수가 있다.”

“그렇군요···.”

“뭐든 기본이 중요하듯, 도술도 마찬가지다. 호흡이 기본이고, 가장 중요하다.”


똑똑.


노크 소리에 모두 놀라 고개가 돌아갔다.


회장실 문 앞에서 고개를 빠꼼 들이밀고 있는 건 윤 집사였다.


“아니, 윤 집사님! 여긴 어떻게···.”


놀란 건우가 몸을 일으켰다.


“하하하! 다름이 아니라, 그 영일이라는 법사님 일어나셨다고 전해드리러 왔어요.”


반가운 소식에 법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건우도 기뻐하며 윤 집사를 안으로 들이려 했다.


“집사님도··· 그런 얘기는 전화로 하셔도 되는데.”

“하하! 안다. 사실 그걸 전하는 거 외에도···.”


윤 집사는 회장실 안으로 들어와서는 손에 들고 온 무언가를 내밀었다.


도시락이었다.


줄리와 앙드레에게서 회장실은 식사 하기가 좀 번거로울 것 같다는 얘길 들은 걸까.


저렇게 수고로운 일까지 솔선해서 하시다니.


건우는 감격해서 절을 꾸벅한 후 윤 집사가 내미는 도시락을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잠깐!”


정철이 둘 사이에 끼어들면서 도시락을 휙 하니 낚아챘다.


황당한 건우와 윤 집사가 순간 멍한 상태가 된다.


“건우는 지금 수련 중입니다. 당분간 식사도 금하고 있지요.”


황당한 소리였다.


수면과 휴식을 제한한다는 얘긴 한 것 같은데···.


식사까지 금한다는 얘기는 분명 듣지 못했었다.


“아, 아니에요. 저기요···.”


윤 집사에게 양손을 펄럭인 후 대뜸 따지려고 정철을 돌아보는데···.


그는 벌써 나머지 법사들과 함께 회장 책상 위에서 도시락의 뚜껑을 열고 있었다.


“쳇···!”


입술을 깨무는 건우.


윤 집사도 너털웃음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돌아선다.


“윤 집사님,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법사들이 윤 집사의 뒤태를 향해 목례를 했다.


그때였다.


막 젓가락을 들려던 철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심각한 얼굴인 철산에게 운천과 정철이 다가갔다.


“드디어 놈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향하는 방향이 이쪽입니다.”


도시락을 가운데 두고서 경직된 세 법사의 시선이 서로 교차했다.


그런데 몸이 떨린 건 철산 만이 아니었다.


“으으읍···.”


세 법사의 시선이 건우에게로 향했다.


“왜 그러느냐? 몸이 불편한 거냐?”


간밤의 집중수련이 과한 거로 생각한 운천이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건우는 뜻밖의 말을 중얼거린다.


“보여요··· 오고 있어요··· 사람 둘을 더 죽이려고 했어요··· 실패하고··· 사이렌 소리··· 환한 불빛들··· 이리로 오고 있어요··· 구름 위로 솟아서··· 유유자적···.”


운천과 정철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철산은 단호하게 말한다.


“천라지망입니다. 건우가 천라지망을 스스로 터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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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 식신 vs 식신 2 24.05.11 1 0 11쪽
110 110. 식신 vs 식신 1 24.05.10 2 0 12쪽
109 109. 보이지 않는 반격 2 24.05.09 2 0 12쪽
108 108. 보이지 않는 반격 1 24.05.08 3 0 12쪽
107 107. 교란작전 2 24.05.07 2 0 11쪽
106 106. 교란작전 1 24.05.06 4 0 11쪽
105 105. 히트 앤드 런 2 24.05.05 8 0 11쪽
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6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7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7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5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6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6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5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5 0 12쪽
»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9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8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8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0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9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1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1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3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8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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